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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298화 (298/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298화

왕국 - Lv.3212 [나이트 오브 카멜롯] 아서(3)

눈을 뜨자 익숙한 천장이었다.

오래 기절해 있지는 않았다.

혼신의 힘을 다한다고 한들 그렇게 긴 시간 기절하는 것은 어딘가 육체적 스펙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회복력 역시 중요한 스펙 중 하나다.

[용사]는 그런 면에서 빈틈이 없다.

본능적으로 상황을 파악한다.

지금 위치는 하드스록의 슬럼에 위치한 신전.

우리가 임시로 사용하고 있던 숙소.

그리고 좌우로 뭔가가 붙어 있다.

왼쪽은 따끈하고 좀 더 큰 것이, 오른쪽은 약간 서늘하고 작은 것이.

이미 뭔지 알 것 같지만 곱게 덮인 이불을 확 젖혔다.

희우와 미아가 같은 침대에 누워서 잠들어 있다.

기절한 시간이 길어봐야 한 시간도 안 될 테니 피로가 회복되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겠지.

둘이 자게 그냥 내버려 두려다가 서로 닿으면 큰일이라는 생각 들었다.

미아를 폭 안아 든다.

가볍다. 초인적인 내 근력을 감안하더라도 무게 감각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열 살 정도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인상이 그럴 뿐 실제로는 그보다 더 작은 느낌이었다.

제대로 먹고 사는 환경은 아니었을 테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유배자들은 처음에 흔히 아이의 나이를 오인한다.

풍족하지 못한 각 서버들의 중세 시절,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왜소한 어린이들이 많다.

헨리 사제 같으면 좀 다르긴 하겠지. 못지않게 끔찍한 곳에서 살다가 온 그런 이들.

뭐, 영원히 뱀파이어인 채로 있지는 않을 테니까.

언데드에서 다시 생물로 돌아오면 자라기 시작할 것이다.

마법사도 신체는 중요하다.

비상시의 근접전뿐만 아니라 신체의 성장은 곧 신경계와 다른 여러 부분의 발달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마법은 정신적인 것이며, 정신은 육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것이 아니다.

기왕이면 성인인 편이 더 낫다.

그래서 그 [아케인]의 악마 영감탱이도 인형을 어린 소년 모습으로 만든 것이리라.

본체를 그렇게 만들 수는 없었겠지. 전투를 생각한다면 말이야.

그런 잡다한 생각을 하며 신전 복도로 나왔는데 딱 익숙한 얼굴과 마주쳤다.

스킨헤드는 직접 민 게 아니었던가. 아직도 반질반질한 헨리 사제가 꾸벅 고개를 숙인다.

“대전사님. 아서라는 분이 와계시는데 만나 보겠습니까?”

“아. 그러겠습니다.”

서로 정중하게 말을 나눈 후 내가 픽 웃었다.

“이제 사제복 아주 잘 어울리네. 처음부터 그냥 그랬던 것 같아. 헨리 사제님.”

“덕분이지요.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사람을 때리고 죽이는 게 일이었던 제가 말입니다.”

“아니야. 처음 보았을 때, 그 협박 되게 어색했던거 알아?”

“그렇습니까? 항상 잘 먹혔었는데.”

그야 뭐. 온화한 표정과 분위기가 중화하고 있을 뿐, 가만히 보고 있으면 여전히 험악한 인상이다.

일전에는 수염도 기르고 있었고 문신도 대놓고 드러내고 있었으니 더했겠지.

“기술적으로 인상을 쓰는 거잖아. 정말 미친놈, 상종하면 안 될 놈, 인간 자체가 글러먹은 놈들은 풍기는 분위기부터가 달라.”

“노력이 부족했었군요.”

“피지컬로 윽박질러 댄 거지.”

“하하하.”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도 약간 이상한데 느낌은 있었다. 그러나 주의깊게는 생각하지 않았다.

원래는 사냥꾼도, 막내, 그러니까 헨리 사제도 필요에 따라서는 버리고 갈 스쳐 가는 인원 정도였으니까.

이런 식으로 흘러 흘러 오게 된 것은 결국 희우를 챙기다 보니였다.

내 페이스를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잡일을 할 사람은 필요하니까.

내가 모든 것을 다하는 것 같지만 인벤토리로서의 기능만으로도 둘은 제 역할을 다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역할도.

추억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고의적으로 남기지 않으려고 했던 회차가 많다.

지나고 나면 고통이요 씁쓸함밖에 남지 않는다.

연차가 올라갈수록 점점 삭막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유배자다.

효율적인 것은 고속 주파 후, 빠른 파밍.

왕국 도달까지 일주일을 넘기면 이미 실패였다.

그 후 왕국 장악을 시도하기 위한 스펙 업까지도 한 달 이내에 해내야 했다.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 비즈니스적 관계라도 맺을 필요가 있는 것은 적어도 랭커 라인이다.

그 아래로는 내게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시야가 너무 좁았다.

그렇게 살다보면 잊는 게 있는 법.

인간이기를 포기하지는 말자고 하였으며 가장 중요한 것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되는 것이다.

그다지 미궁에서 오래 닳지 않은 사냥꾼이나 헨리 사제는 내게 큰 도움을 주었다.

희우와 함께, 원래 삶이란 게 이런 것이었지 하고 다시 되새길 수 있는 그런 계기.

아직까지는 일이 술술 잘 풀리고만 있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말 감사하고 있다.

그러니 다시 이렇게 얼굴을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어차피 지금부터는 내가 신전의 일을 도와야 한다.

침공이 임박했으니까.

“그럼 안내만 하고 저는 다시 떠나가겠습니다.”

“내 얼굴 보러 온 거야?”

“대전사님이 하도 바쁘시니 어디 얼굴 잊어먹지 않겠습니까.”

“그거 안 쉬울 건데.”

“사실 그렇습니다. 가끔 꿈에도 나오더군요. 제게 당신은 영웅입니다. 지금의 신앙을 이어주신 분이시니.”

“영웅이라.”

희우와 처음 만난 그때의 말이 생각나는 발언이다.

히어로 같은 것이냐고 내게 물었었지.

그때 장난삼아 그렇게 대답했다.

반쯤은 진실이다.

이번엔 히어로가 되어야 한다.

침공을 한번 막고, 그 침공을 조장하고 있는 왕국의 암 덩어리들을 밀어버리고.

그 후에 배후를 든든하게 남겨두고 [메인 던전]에 입장한다.

이번 이외에 가장 성공에 가까웠던 저번 회차가 실패한 원인은 이제 안다.

클리어를 바라지 않는 전혀 이들을 찍어 눌러두었을 뿐이다.

동료라는 감각이 아니라 상관이라는 느낌으로, 온전히 통일 길드의 길드마스터로서.

그저 왕국에 남아서 내가 벌이는 일들을 감당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결국 공략조로 꾸린 이들과도 반목했고 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곁에 있어 주었던 동료는 그 회차의 블랑쉐뿐이었다.

때로는 조금 돌아가는 것이.

좀 더 사람처럼 살며 돌아가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녀의 마지막을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미안한 생각뿐이다. 그 직전까지도 나는 블랑쉐를 도구로만 생각했었으니.

진짜로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궁은 인간만이 끝을 볼 수 있다.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나는 얼마 전까지는 반쯤만 인간이었던 모양이지.

“흠.”

아서가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서는 헛기침을 했다.

비록 전투 중에 구두로 포션은 사용하지 않기로 했으나 그는 끝까지 그것을 지켰다.

그러니 진짜로 생명의 위협이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서는 또 어디서 꺼내왔는지 모를 풀플레이트를 걸치고 있다.

투구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 유일하게 전투상황이 아니라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날카롭고 꼬장꼬장한 인상의 노인이었다.

관리의 관자도 보이지 않은 거친 피부에, 푸석푸석한 백발, 제멋대로의 수염이지만 그럼에도 그 눈빛은 전투 중에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인상적이고도 강렬하다.

아서왕이란 늘 그런 인물이었다.

이렇게 늙은 모습은 처음보지만, 그럼에도 그가 늙었다면 이렇게 되리라고 알 법한 모습.

아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절그럭거리는 판금장화의 소리가 울린다.

내가 그걸 왜 신경 쓰지 하고 생각했는데, 품속의 미아가 아직 자고 있다.

내가 그걸 의식함과 동시에 아서의 발걸음 소리도 사라졌다.

배려인가?

아서는 딱히 어떤 감정 없이 담담하게 사실을 고한다는 태도로 말했다.

“우리가, [하드스록]이 졌네.”

“그렇군요.”

“그 아이는 마법사였지? 몹시 아끼는 모양이군.”

“딸입니다.”

“딸?”

노인의 미간 주름이 살짝 더 짙어졌다.

아마도 인형놀이 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유배자란 이들은 생각 외로 그런 경우가 많으니까.

질 나쁜 장난처럼 생각하고 있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아서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눈짓했다.

“저는 그럼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음. 고맙네. 대전사를 불러주어서.”

“아서님도 언제 건 혼돈의 교단에 도움을 요청할 일이 있으시다면…….”

“내 그리하지.”

반드시 나를 보러 온 것만은 아니고, [하드스록]을 직접 응대하는 것은 누가 봐도 전사이며 전사일 수밖에 없는 헨리가 하는 편이 옳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레미가 그렇게 정했겠지.

아서라는 인물은 잘 몰라도 오래 산 전사와 노인들에 대해 약삭빠르게 잘 캐치한 대응이다.

나는 미아가 편한 자세가 되도록 신경 쓰며 소파에 앉았다.

뱀파이어는 잠이 필요 없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신체적인 부분.

난데없이 실전에서 정령왕을 사용했으니 엄청나게 피곤할 것이다.

지친 정신을 치유하는 것은 결국 잠이니까.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빗을 슥슥 빗어주며 아서를 본다.

“정말 딸인가 보군.”

“그럼 가짜겠습니까.”

“간혹 있지.”

“하하, 그런 경우라면 제가 어찌 감히 카멜롯의 왕 앞에 데려오겠습니까.”

“오랜만에 듣는 호칭이군. 자네는 날 알아. 그렇지?”

“자주 뵈었죠. 각기 다른 분이었지만.”

아서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었다.

지금 웃은건가?

그리고 의외의 질문을 해왔다.

“다른 회차의 나는 어땠나?”

“예?”

“어떤 인물이었나?”

뭐, 아서는 언제나 아서다. 올곧으며 약자의 편을 들고,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기사의 귀감으로 여겨진다.

대부분이 현대인인 유배자들조차 아서를 보며 그렇게 생각한다.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깨끗하고 강한 유배자다.

그러니까 언제나 메인 던전 공략의 수문장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

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쁜 인상은 없나 보군.”

“솔직히 말하면 피곤하다는 인상은 있습니다. 그 왜, 유배자란 게 어디 좋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적어도 아서와 접점을 가지기 전에 대량학살 레벨링을 해야 한다.

큰일이 나거든.

물론 지금의 아서도 그런 사실은 대강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눈앞에서 일어나는 것과 자신의 시야가 닿지 않았던 것은 다른 문제다.

아서는 누구보다 기사지만, 현실을 보지 못하지는 않는다.

“나는 어떤가?”

아, 이거 좀 알 것 같은 대화인데. 아서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아서이듯, 세월과 무관하게 이벤트는 진행된다.

아서가 동료로 들어오는 상황.

게임 시절에도 가끔가다 한 번씩 보던 정확히 그 상황이다.

“나는 자네의 파티에서 쓸모가 있겠나?”

아니,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으면 무조건 일단 튕겨봐야지.

“[하드스록]은 어쩌시고요?”

“원래 카베 영감과는 그런 계약이었네. 나는 그의 목적을 돕고, 그 역시 내 목적을 돕는 것이지.”

“하긴 왕국을 경영하겠다는 생각 같은 걸 하실 분은 아니시죠.”

“나는 왕이네. 이곳의 왕은 아니지. 내가 돌아갈 곳의 왕이네.”

확실하고도 꺾이지 않는 목표.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노인의 눈은 여전히 그가 처음 이 미궁에 발을 들인 그 순간의 목표를 보고 있다.

그래. 마치 나와도 같다.

이전 회차에도 아서가 있었다면 좀 더 나았을까?

고정 유배자 NPC는 죽어도 다시 나타난다.

하지만 언제 다시 나타날지는 확실하지 않다.

거기에는 왕국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았냐에 대한 보정도 있다.

아서는 거의 죽지 않는 NPC이고, 그렇기에 죽는다면 다음 리젠까지 긴 시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기가 맞지 않는다면 다시 기다리기엔 힘든 NPC다.

블랑쉐는 워낙 잘 죽으니 그리 악명이 높은 것이고 말이지.

강력한 스펙.

확고하고도 흔들리지 않을 클리어에 대한 의지.

내가 이번 회차에서 파티를 모으며 가장 중점적으로 보고 있는 것들이다.

당연히 거절할 리가 없다.

손을 뻗었다.

아서가 마주 잡았다. 흔들지는 않았다. 단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 역시 끄덕였다.

처음부터 서로가 알고 있었다.

하나의 목표를 보고 있다는 것을.

“나는 이제 자네 파티네. 사실 이미 [하드스록]은 빠져 나왔어. 어차피 시티즌에서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대강은 알겠지.”

“특별히 숨기신 것도 아닌가 보군요.”

“뭘 하건 마음대로 하라는 느낌이었지.”

그런 태도니 그런 규모의 요새에 정령왕의 계약자까지 가지고도 그렇게 방치당했겠군.

잠깐만, 이건 누구 방침이지?

그런 태연한 태도치고는 생각보다 이것저것 견제가 많이 들어왔는데.

정작 더 심각한 [하드스록]의 이탈은 방치한다고?

“혹시 ‘그분’인지 뭔지 하는 놈과 [더 시티즌]도 생각이 좀 다릅니까?”

“경영자니 뭐니 해도 결국 죽는다는 것을 알지 않나.”

“파티 단위가 아니라 개인이군요. ‘그분’이라는 게.”

“……?”

아니, 그야. 진짜 드물지만 가끔씩은 일이 아주 곤란해질 때가 있다.

1만 년 이상 묵은 경영자 파티가 존재할 경우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개인인 모양이다.

어, 그러면. 조금만 조심하면 되겠군. 엄청나게 조심할 필요는 없다.

아서가 처음으로 표정이 이상해졌다.

“그 악룡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그러는 건가?”

“그럼요. 보통 그런 짓거리 하는 놈들은 다 드래곤이니까요. 똑바로 쓰기나 할지 의문인데.”

“흠.”

아서가 의아하지만 참는 듯한 태도로 다음 말을 이어간다.

“카베 영감도 준비하고 있다. 자네가 그만큼이나 자신 있다면 침공이 시작되게 내버려 두지 않는 편이 더 좋겠군.”

“무슨 말씀이십니까?”

“침공의 때가 임박했으니 그전까지 준비해서 치도록 하지.”

진중한 표정은 진심이다.

흠, 가만. 이제 우리 파티랬지? 본인 입으로 그렇게 말했으니 리더의 방침을 따라야 한다.

“침공은 어차피 터질 겁니다. 그냥 그걸 막으면서 동시에 진행하죠.”

어디 보자. 침공은 침공대로 막으면서 그 혼란의 와중에 대가리를 친다.

한 번에 하면 일이 쉬워진다. 그러기 위한 재료를 모을 시간을 좀 생각해보자.

필요한 것은 신좌의 부품인데.

“침공을?”

“음? 카베도 오래 산 유배자인데 침공 디펜스 성공해 본 적이 없습니까?”

“…….”

노기사의 표정이 어딘가 허탈해졌다.

“자네는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군. 완전히 당연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중이야.”

“……어? 아무래도 그렇죠.”

“정말 방법이 있는 거군.”

그동안 경영자라 불리는 파티에 대한 정보는 수월하게 접근할 수 없었다.

규율의 신이 통제를 잘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동시에 내가 크게 관심이 없기도 했다.

‘그분’이니 뭐니 하는 게 집단이면 채로 쓸어버리면 될 일이고, 그쪽에서 신좌 부품의 사용처를 안다면 규율의 신의 그룹도 상대할 생각을 하면 그뿐이다.

어차피 거쳐 가는 과정.

소 잡는 칼로 닭 못 잡니 하는 건 개소리지.

“어디 보자. 그분인가 하는 그놈은 신좌 부품이 뭔지 모른단 거죠?”

“일단 나는 모르네. 카베도 모르고.”

“카베 영감님 1만 년 이상 살아오신 것 아닙니까? 그분은 더 오래된 거고요.”

“그렇다네.”

이야, 그걸 모르네. 역시 게이머는 드문 게 맞다니까. 이번 회차엔 프로방스도 일그림도 있어서 뭔가 이상해질 뻔했네.

찬찬히 계획을 설명한다. 희우나 우리 파티원들은 이미 아는 사실이다.

그 이야기를 들을수록 아서는 눈을 더 자주 빨리 깜빡이게 되었다.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해 보이기에 잠깐 대화를 멈추었다.

그리고 미아가 부스스 눈을 떴다.

“으으음. 아빠? 아빠.”

내 얼굴을 보더니 몸을 일으키고 달라붙어 온다. 이거 아직 자고 있는 것 같은데. 잠꼬대 아니야?

그리고 목이 따끔하다.

“음. 맛있어. 아빠 맛있어.”

거 표현이 좀 그렇다. 딸내미야.

잠결에 나를 뱀파이어로 만들려고 한다면 몹시 곤란했겠지만 단지 식사다.

조금 빠는 것 같더니 그대로 다시 잠든다. 꿈에서 식사했나 보다.

피를 지혈하고 입가를 닦아주고 다시 옆에 눕혔다.

잠든 미아는 입맛을 다시며 방글방글 웃고 있다. 이상한 꿈을 꾸는 것 같은데.

아서는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더니 말했다.

“자네가 왕국의 지배자를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군.”

그런 말 자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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