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에 갇힌 고인물-301화 (301/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301화

왕국 - Lv.2116 파티 오르골(2)

“생각해 보니 그 거대한 요새를 전부 거인이 파냈다고 보는 건 좀 이상한 일이긴 했던 것 같아요. 규모부터가 킬로미터 단위 아니었어요?”

“음, 뭐. 할 수는 있다고 보는데. 대신 나는 좀 더 오랜 기간 준비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지.”

“대지의 정령왕이라면 별 시간 안 걸리고 순식간이겠죠?”

“아무리 그래도 순식간은 아닐걸?”

희우는 콧노래를 부르며 잡고 있는 손을 흔들었다.

여전히 키 차이는 많이 나지만 처음과 비하면 10㎝나 줄어들었다.

똑같이 손을 잡더라도 각도가 다르고, 옆에서 목소리를 들어도 울리는 높이가 다르다.

힘껏 흔들자 오빠가 투덜거린다.

“팔 빠진다. 팔 빠져.”

“그치만!”

“뭐!”

“후후후히히히.”

의미 불명의 웃음소리와 함께 팔을 더 빠르게 흔든다.

달라붙어서 킁킁거려도 되고, 손을 잡아도 되고, 덥석 안겨도 되고.

뱀파이어와 천사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스킨십이 사라진 후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조금 전에 정한 정희우 좌우명 제1번!

사랑과 행복은 쟁취하는 것!

물론 이 경우에는 쟁취한 것이 아니지만 뭐 어떤가.

적극적으로 들러붙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다.

다만, 사랑스러운 오빠가 아주 그걸 부담스러워했다.

“아니, 근데 넌 내가 왜 그렇게 좋냐?”

“음. 그러게요.”

“그걸 그렇게 대답하는 건 비겁한데…….”

비겁할 수는 없다. 그것은 희우의 신조에 어긋난다.

정정당당하게 옥쇄! 분쇄! 대갈채! 그것이 정희우!

그렇기에 머리를 굴린다.

열심히 굴렸다.

“처음에는 말이죠. 진짜 흥미? 얼굴?”

“얼굴?”

“아, 사실 전 그렇게 얼굴을 주력으로 보는 건 아닌데.”

“그러냐.”

조금 더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건 아닌 것 같다. 너무 양심 없는 발언이 아닌가.

“좋아요. 얼굴 봤어요. 그때 오빠 얼굴 어땠는지 알아요?”

“뭐 어땠는데?”

“곧 자살할 사람.”

“정말?”

영혼이 하나도 담기지 않은 정말이다.

저 부분이 좀 슬플 수도 있다.

뭐 당연히 그랬겠지. 하고 중얼거리는 듯한 태도였으니까.

희우가 지금 만약 다음 회차로 넘어가 버린다면 어떨까?

1층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까?

완전히 똑같거나 더한 얼굴일지도 모른다.

아 그리고, 키도 줄어들고 모처럼 생긴 몸의 요철도 싹 사라지겠네.

진지하게 말하면 전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맞다.

예전에 오빠가 농담처럼 말했던 공기저항을 적게 받는 유선형의 몸체.

전혀 농담이 아니었다.

최소한의 팔 다리 길이만 갖추어진다면 체구는 작은 편이 유리한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우주같이 질량이 중요해지는 환경이라면 또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헉.

생각이 다른 곳으로 샜다.

점점 누구를 닮아가고 있다.

틈만나면 어떻게 해야 더 잘 찌를지를 고민하고 있다니.

“어쨌든 말이죠. 오빠 얼굴 너무 심했는데. 그게 또 좋았어요. 도와달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아니, 왜?”

“전 히어로니까요.”

“바깥에서?”

“어릴 적부터 그렇게 교육 받아와서 몸에 밴 훌륭한 태도입니다. 어서 칭찬하세요!”

여기서는 반응이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또 약간 한심하다는 듯이, 혹은 조금 시큰둥하게 그래. 하고 단답 할 줄 알았는데.

“아하하하하.”

뜻밖에 활짝 웃었다.

“그래, 그래. 정말 그렇지. 그때 나한테 히어로니 뭐니 하고 물어봤던 게 그래서야?”

“그렇죠. 도움을 줘야하는 사람이구나 생각했는데. 웅대한 이상을 품고 있는 것 같아서. 혹시 슈퍼 히어로?”

“별로 웅대하진 않지만.”

다시 오빠의 표정이 잠깐 쓸쓸해진다.

차라리 뭔가에 열중할 때가 더 낫지, 한가한 시간이 생기면 금방 무슨 생각에 잠기곤 한다.

잡생각이 날 시간이 없어야 하는 사람이다.

튜토리얼에서 왜 그렇게 열심히 무언가 했겠나.

지금은 훨씬 나아졌지만 문득문득 그때의 그늘이 얼굴에 드리우는 것은 별로 보기 좋지 않았다.

“그리고 왜, 그 트동트 영감님 처음 만났을 때.”

“좋은 첫인상은 아니었지.”

“그때 진짜 제대로 반했어요.”

“오……. 자기 입으로 반했다는 말하면 안 부끄러워?”

“부끄러워요!”

실제로 얼굴이 좀 달아오른 기분이다.

아니. 사실일 거다. 남에게는 못 보여줘도 오빠에겐 보여줄 수 있는 얼굴이다.

그래도 부끄러운 건 사실이니까. 제 입으로 그걸 선언하며 손을 들어 뺨을 가린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고.

왕국 직전의 심연에서 레미 언니에게 교육받은 예쁜 척하기.

솔직히 말하면 못 외웠지만, 자애로운 언니께서 궁리한 끝에 해법을 냈다.

무술의 동작처럼 생각하자 완벽하게 암기할 수 있다.

구사도 자유자재.

“이게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할 수도 있는데…….”

“처음부터 충분히 이상했으니 괜찮아.”

“아이 참, 말을 왜 그렇게 해요. 아무튼 그때 위기관리 능력과 일신의 강함에 넘어갔달까. 저 강한 남자가 취향입니다.”

“일관성 있게 이상하네.”

자각했던 것은 2층에서의 그 순간이 맞다.

호감이란 것은 본디 알게 모르게 쌓여가다가 어느 순간 확하고 전환되는 것이다.

그 순간이 바로 사랑이다. 기간은 좀 짧았지만, 불이 좀 일찍 붙을 수도 있지. 암암.

“그 후로도 좋았어요. 계속.”

“으으음. 좋아.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 수치사할 것 같아.”

“어머나? 제가 부끄러워요?”

“하아.”

입으로는 저러면서도 입꼬리는 올라가 있다.

희우는 그대로 앞으로 죽 뛰어갔다.

그리고 굳이 멀리서 유턴하여 다시 달려온다. 오빠가 팔을 벌려준다.

골인!

폭 하고 안기는 느낌이 참 좋다.

“그래도 말은 하셔야죠? 저한테 언제 반했어요.”

“고해성사냐.”

“여신님도 듣고 계실걸요.”

「암. 그렇고 말고.」

오빠의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대충 외통수 비슷한 상황이란 것을 확실히 이해한 모양이다.

“아니, 뭐. 나는.”

“사실 첨부터 반했다고요?”

“그 정도는 아닌데.”

“비슷하긴 하구요?”

“그래.”

“의식적으로 부정하고 있었죠?”

“음.”

사실 언제인지 안다.

흔들다리 효과는 신이고 희우는 무적이다.

함락되는 것은 원래 정서적으로 불안한 순간.

그러니 분명 그때 나라를 잃은 것 같은 표정으로 나타나서 덥석 안았을 때였을 것이다.

그때 이미 싹은 틔웠고, 꽃이 조금 늦게 피었을 뿐.

“지금은 제 거니까 되었어요. 용서합니다.”

희우는 고개를 들고 배시시 웃었다.

요새 근방은 맑은 날 없이 언제나 우중충하게 눈이 내리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왠지 오늘은 햇살이 아주 맑다.

「거 훈훈하긴 한데. 재미는 없구만.」

여신님만 투덜거렸다.

* * *

그러나 그런 희우에게도 한 가지 불만이 있다.

그녀가 잘 모르는 미지의 영역.

하지만 분명 무언가가 있다고 알려진 영역.

집안에서 철저히 통제했기 때문에 어렴풋이 밖에 모르는 어떤 것들.

노골적으로 말해서 만화로만 배운 것들이다.

연인이라면 으레 해볼 법한 여러 가지 일들이겠지만. 실전 경험이 아직 없다.

그래서 요새에 다녀온 후에는 쇼핑을 나섰다.

아직 오후다.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이다.

물론 특별히 가지고 싶은 것은 없었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시티즌과 다르게 하드스록의 시가지는 조금 더 전통 시장 같은 느낌이 있다.

기업들이 들어서 있는 곳과 개개인의 노점이 많은 곳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뭔가 사고 싶다. 선물 받고 싶다.

그런 생각만하면서 눈에 불을 켠다.

이전에는 대체로 필요한 것을 사는 시간이었다.

효율적인 미궁 공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부분의 것들에 시간과 관심을 할애하지 않았다.

아직 여유도 적었고 입지도 애매했던 시기다.

뭐든 빨리빨리 해야 했던 시간이다.

그러니까 제대로 무언가 선물을 받은 적이 없다.

“돌이켜 보면 말이죠.”

“응.”

“어릴 적, 집에서 받았던 생일 선물 같은 것도 다 무기였어요.”

“……진짜? 아니, 뭐 그럴 것 같은 집구석이긴 한데. 그래도 그렇지 너무하네.”

“음, 뭐 딱히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은 죽고, 인력은 부족하고.”

“군대가 뭘 못했어?”

“군인도 어떻게 보면 일반인이잖아요. 총이 왜 안 먹히는지 연구가 엄청나게 진행되고 있긴 했는데 그때까지도 해법은 없었어요.”

“어려운 문제군.”

칙칙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그러니까 내놔요.”

“선물? 그렇게 받는 게 선물이었냐.”

“하지만. 오빠한테 지금까지 받은 것도 결국 칼인걸.”

“그건……. 좋아. 부정할 수 없군.”

출발시키고 돌 더미에 앉아 기다린다.

솔직히 말하면 별로 기대는 안 했다.

선물이라고 할 만한 것을 팔고 있는 곳은 아니다.

노획한 장비라거나, 몬스터의 소재, 특수한 인연이 엮여 있는 키 아이템 따위가 이 재래시장 같은 곳의 주요 품목이다.

예쁘고 말랑말랑하고 폭신폭신한 그런 것들, 희우가 어린 시절에 손에 넣어보지 못했던 존재할 것 같은 곳은 아니었다.

“친구들이 인형 놀이 할 때, 혼자 칼 휘두르고 있었는데.”

손바닥에 굳은 살 하나 없는 것이 신기하긴 하다. 이 몸뚱이는 어떻게 만들어져 있는 걸까?

어린 시절부터 힘은 셌다.

기술에 대한 재능도 있었고.

그래서 사실 친구도 없었다.

“놀이에 낄 수가 없었지. 내가 너무 유리하니까.”

발을 까딱까딱 해본다.

앞뒤로 리듬감 있게 다리를 흔들며.

따뜻한 오후의 햇살에 몸을 맡기고.

앗, 저 구름 모양 제니 같다!

“흐으응, 흥~ 흐음.”

신이 나서 나오는 허밍.

희우 옆을 한 무리의 아이들이 지나갔다.

그러고 보면 레미 언니는 혼돈의 신전을 맡아서 여러 사업을 전두지휘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하드스록 주변의 슬럼을 구제하는 일 또한 포함되어 있다.

열변을 토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무한한 예산과 시간이 존재하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

의사가 꿈이었다고 하던데 사업가가 더 알맞았던 게 아닐까?

이 시가지에 아이들은 없었다.

행색이 초라한 것을 보면 슬럼에 버려져 있던 아이들이 어찌 입성한 모양이다. 고아원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

아마 거기의 아이들이겠지.

새삼 과거의 겹쳐 보인다. 어릴 적 희우는 저 사이에 끼어본 적이 없었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대련 한번을 더하고, 칼을 한 번 더 휘둘러야 했으니까.

그래서 드는 생각.

약간.

약간이지만 그냥 미궁에 계속 남는 건 어떨까?

집에 꼭 돌아가야 할까?

고개를 붕붕 흔든다. 하지만 오빠가 원하면.

그리고 사위를 물어왔다고 당당히 소개하기 위해서.

세계구급 데릴사위다.

조금 있다가 오빠가 돌아왔다.

하트를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는 작은 곰 인형이었다.

LOVE라고 새겨져있다.

만듦새가 나쁘지는 않았다. 이런 곳에서 보이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물건이지만.

“으음. 저기 말이야.”

약간 머뭇거리는 태도에서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감정의 기복이 적었다.

드러내더라도 어딘가 꾸며진 가짜 같았다.

그래도 지금은 저렇게 솔직하다.

“귀여워요!”

“아 그래?”

“소중히 간직할게요!”

이 말은 진심이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무구가 아닌 선물이다.

희우는 곰인형을 품에 꼭 끌어안고 신전으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이 인형이 놓여 있었을 것 같은 노점이 보였다.

아까 뛰어놀던 아이가 지쳤는지 노점 옆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몰아쉰다.

바느질로 봉제인형을 만들고 있던 어머니가 아이를 안아준다.

오빠를 슬쩍 쳐다보았다.

“아니, 그. 음. 우리 사업이 제대로 뭔가 해내고 있구나. 같은 느낌이라. 크흠.”

“딱 좋네요.”

그런 부분까지 좋아.

하지만 이런 곳에서 인형 장사가 될까?

* * *

“음? 너무 아무 일이 없다?”

“네!”

레미가 껌을 씹으며 고개를 갸웃 거린다.

“그냥 들이대도 아무것도 안 되나?”

“이마에 키스는 해주는데!”

“흠.”

심각한 표정의 레미가 희우를 본다.

그 눈길이 위아래를 샅샅이 훑었다.

“이런데 말이지?”

“뭐가요?”

“아니. 아니야.”

레미는 고심했다.

그 양반 역시 고자가 맞나?

그렇다면 설명할 수 있다.

그 이외의 방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확실한 결론을 얻을 수 있는 실험을 해보자.

“잠시만 있어봐.”

레미의 마법은 전투를 향해 발전하지 않았다.

그 대신 프린트라거나, 온도 조절 따위의 일상적인 방향으로 진화했다.

사용처가 그뿐이니 그럴 수밖에.

슬럼가의 사람들이 만들어 보내온 배게의 상품 샘플이 마침 하나 있다.

마법으로 거기 어떤 문구를 프린트하고.

“리더는 지금 회의 중인데, 그거 끝나고 나면 좀 쉰다고 그랬거든. 미리 침대에 가서 이 배게 안고 누워 있어 봐.”

“……? 그러면 뭐가 되는데요?”

“뭔가는 될 수도 있어.”

그런가? 하고 생각하는 게 빤히 보여서 레미가 큭큭 대며 웃었다.

뭐 알아서하겠지. 이제 남의 연애 사업에는 손대지 않겠다.

희우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생각해 보았다.

무슨 의미가 있는 행동인가.

모르겠다.

모르겠으니 그냥 하던 대로 하자.

낮잠을 같이 자는 건 드문 일도 아니었으니까.

그러다가 예쁘게 장식해 둔 곰인형을 보았다.

귀엽다. 자꾸 보다보니 만듦새도 좋다.

선물 받았으니 잘 때 안고 자는 것도 좋을까?

배게와 곰인형을 안고 달려간다.

그리고 종종 신세지던 남의 방 침대에 폭하고 엎어졌다.

그대로 엎드려 다리를 까딱까딱하며 기다린다.

차림은 이미 잠옷이다. 낮잠 시간에는 불편한 옷을 입으면 안 된다. 숙면에 방해가 되는 법.

“으으음.”

뭔가 아쉬운데.

희우의 머리 위에 반짝 하고 전구가 떠올랐다.

정말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런 기분이 들었다. 좋은 생각이 반짝.

지금 이거 일단은 유혹하는 상황 같으니까……?

잠옷으로 쓰는 얇은 상의의 단추를 몇 개 푼다. 평소에는 꼭꼭 잠궈 두는 편이다.

이러면 더 잘 보이겠지.

우후후.

타박타박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천사의 청각은 예리하다.

하는 김에 날개도 살짝 편다.

반짝반짝하는게 항상 예쁘다고 생각했다.

연출적인 의미에서 좀 더 화려하고 좋지 않을까?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따사롭다.

방문이 열렸다.

* * *

지옥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개척해 둔 [하드 스록]의 이야기를 들어둘 필요가 있었다.

당연히 그런 번외 던전의 구조도 랜덤이기 때문에 이미 다녀온, 심지어 신좌 부품을 하나 챙겨온 정도라면 지형 파악은 되어 있을 터.

실제로 그랬다.

합동해서 어떻게 적을 밀어내고 이동을 최적화하는 형식으로 루트가 그려졌다.

최단시간 최단거리로 이 거리를 주파해서 넓은 범위를 훑는다.

사냥도 파밍도 목적이 아니다.

부품만 먹고 튀기만하면 되는 일이니 적들의 이목도 덜 끌 수 있는 방향으로.

거기에 가능하면 지옥의 왕들과 조우하지 않는 방향이다.

확률을 꼼꼼하게 따지고, 비상시에 벗어날 수 있는 길의 여부도 체크한다.

환경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카베에게 수가 있다고 하니 맡긴다.

「오오……. 드디어 이 신좌를 벗어날 수 있는가.」

“너무 오래 앉아 있으시긴 했죠.”

다만, 신좌를 비워두는 것은 아니다. 임시 대리자가 필요한데.

필요에 따라 드나드는 형식이니까 어쩔 수 없다.

신도들의 관리는 원래 내버려두면 오토로 처리되는 부분도 있고 어렵지 않지만.

흠. 내가 잠깐 신좌에 앉아서 여신님인 척 하는 것도 좋겠군.

그 경우 관리할 수 있는 것들이 좀 있으니까.

여신님의 이미지 메이킹도 좀 겸해서.

“좋아, 일이 아주 잘 풀리고 있군.”

생각에 푹 잠긴 채로 방문을 연다. 잠깐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다.

체력적으로는 강건하지만 인간의 육신은 잠을 필요로 한다.

뱀파이어 때보다 아쉬운 점이다.

그리고 희우가 보였다.

문을 닫았다.

“뭐였지?”

일단 저 바보에게 이런 의도를 주입할 녀석은 한 명뿐이다.

“레미 어디 있어!”

「내가 보았다! 그 녀석이 범인이 맞다!」

“아니! 그럼 말리셨어야죠!”

「아니 왜? 참 귀엽고 좋지 않으냐?」

“하아. 미치겠네. 여러모로.”

오랜만에 여신님이 배를 잡고 웃는 사운드가 신언으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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