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305화
왕국 - Lv.5162 [지옥](5)
하나의 부담.
희우는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자신이 행운의 뒤틀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본디는 긴가민가했으나, 시티즌에 잠시 머무는 동안의 실험으로 확고해진 사실이다.
이는 몽환의 숲을 통해서 더 뼈저리게 증명되었다.
그 사실은 한 가지 결론을 가리킨다.
희우는 중요한 전투원이다. 이 파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원이다.
그럼에도 불안감 한 줄기가 가슴 속을 서늘하게 관통하고 마는 것이다.
과연 희우가 존재함으로써 이 파티는 더 잘 굴러가는가?
파밍에서 이득을 보니 좋다고 말할 시기도 슬슬 지나가고 있다.
심지어 이제 희우가 아니더라도 행운의 성물 따위의 수단이 생겼다.
패시브처럼 반드시 주변의 운을 행운의 성물마냥 튀게 만드는 희우가 꼭 필요하지는 않아진 시점이다.
그렇다면 희우가 받는 행운의 뒤틀린 사랑은 [메인 던전]의 공략을 의도치 않게 방해할 수 있는 요소일 뿐이다.
본인이 서브 리더이기에 더 의심해 보아야 할 문제였다.
아서라는 훌륭한 대체재도 이미 존재한다.
희우는 꼭 공략조에 속해야 하는가?
랜덤의 마수가 뻗치지 않을 왕국에서 침공 수호의 임무를 수행해도 좋지 않은가?
그런 자기의심 속에서 불안감은 조금씩 증폭되고 있다.
오빠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좋다.
분명 사랑받고 있으며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또한 그렇기에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거기서, 클리어를 위해 희우를 두고 가겠다고 한다면?
그 말을 듣고 어떤 기분이 될까.
오빠에게 자신과 클리어 중 어느 쪽이 더 우선인가.
지극히 모순되고 논리 없는 마음의 움직임이지만.
그럼에도 사랑은 이렇다.
사랑받는 소녀의 마음도 그러한 법이다.
차마 물을 수 없었다.
* * *
안타깝게도 이것은 답을 명확하게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나는 희우의 고민을 눈치챌 수 있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작부터 고민하고 있었으나. 알 수가 없다.
사실 희우를 두고 가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클리어한다면 희우와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하지만 그것은…… 또한 불확실성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어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미궁의 클리어는 내가 아는 정보 내에서는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다.
내게 NPC의 존재를 결정한 권한이 주어질까?
그 권한은 어디까지일까?
희우가 NPC라면 그 자리에 없어도 되는 것일까?
애초에 누군가가 NPC라면, 클리어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미궁은 언제나 최소한의 합리성은 담보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그러므로 불합리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NPC가 모두 사라진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리되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무언가 조건이 걸릴 수는 있다.
클리어 파티의 일원이어야 한다거나.
혹은 다 같이 인간으로 돌아온 상태여야 하거나.
기획자 멱살을 잡고 흔들며 알아둬야 했었는데.
미궁의 클리어 이후 에필로그는 어떤 것인가? 그 이후 주인공 캐릭터는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다른 NPC들은? 미궁은?
맥거핀으로 남길 생각이었다면 만들라고 화를 내야 했다.
제길. 제기랄.
이렇게 미뤄두었던, 그리고 미뤄둘 수밖에 없었던 의문은 공략이 다가올수록 커져만 간다. 성공할지도 모르는데도 그렇다.
지금이 행복하기에 더 그렇다.
새삼 이전과 달라졌음을 느낀다.
지난 회차를 서서히 조져가며 얻은 교훈과 경험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될 일은 없었겠지.
정을 주지 않고 철저하게 세상을 게임으로 대한 것은 이런 일을 두려워해서였다.
그리고 역시 내 생각대로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좋다. 그래서 문제다.
미궁에 안주하는 이들을 그 어느 때보다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다.
어차피.
결국 그 누구도 이걸 속 시원히 답해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답은 내가 찾아야 한다.
실마리라도 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대신격의 신전으로 가 볼 필요가 있을 텐데.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곳은 [심연].
철저하게 계층 구조로 나눠진 곳이 심연의 특정 구간에는 반드시 심연의 신을 모시는 신전이 존재한다.
하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시간의 흐름이 제멋대로인 문제가 남아 있다. 심연을 가장 먼저 들어가는 것은 나쁜 선택이다.
시간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왕국과 완전히 단절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적어도 왕국을 완전히 안정시키고 나서.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막막하군.
우선은 당장의 싸움에 집중하자.
성 입구를 지키던 병사들을 쓰러뜨리는 일까지는 어렵지 않았다.
괴수형의 악마 둘은 문지기처럼 서 있었고 문지기처럼 죽었다.
소란 없이 요새를 점령할 수는 없다.
마침내 플레이어블 악마 병사들이 나타났다.
악마는 타고난 마법의 대가다.
드래곤에 비견되는 위대한 마법사로서 태어나 마법을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게 만든다.
이블은 블랑쉐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블랑쉐는 마법을 이해하고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순전히 감으로 공간을 여닫는 술식을 만들고 사용한다.
그저 왠지 그러면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악마에게 주어진 마법적 재능이란 그런 영역이다.
그리고 우리 파티에는 전사들이 너무 많았다.
전사들이 미처 달려들기도 전에 온갖 마법장벽과 공간왜곡이 펼쳐졌다.
성채의 악마들은 방심도 자비도 없다.
[언더 그라운드 유적]의 천사들처럼 무미건조한 태도는 아니지만 언제나 전시나 다름없는 삶을 살아간다.
다만, 그들은 유배자의 방식에 익숙하지 못하다.
이런 곳까지 들쑤시는 유배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전사들이 한 걸음도 더 나서기 힘든 마법적 포화와 치명적인 공격들을 회피하며 견디는 동안 천사가 나섰다.
일부러 아주 먼 곳에서 시야에 보이지 않도록 숨어 있다가 날개를 펴고 전속으로 돌진한다.
때맞추어 전사들이 움직였다.
특히나 거대한 멜메르의 존재감이 굉장했다.
[하드스록] 소속의 탱커답게 그는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스킬이 아니라 정말로 위협적인 행동과 몸짓, 그리고 고함을 치는 법을 심리적인 영역에서부터 아는 것이다.
[신성한 분노]
[신성한 진노]
쌍으로 켜진 성스러운 화염이 양손에 깃든다.
소닉붐이 미처 발생하기도 전에 음속 열 배가 넘는 속도로 다가와 뒤를 점하고.
앗 하는 사이 목을 긋는다.
열하나 중에서 다섯이 그 공격으로 절명했다.
천사는 악마의 상극이다.
그러나 악마 또한 천사의 상극이다.
일그림이 투창으로 견제하고 멜메르가 순간적으로 약해진 포화 사이를 뛰어든다.
적이 구사하려던 치명적인 마법 몇 가지가 있었으나, 거인 탱커 어깨의 미아가 무력화하거나 지연시켰다.
희우가 빠져나오는 길을 에리나가 엄호한다.
천사가 둘이 되자 당황한 데빌 몇몇이 추격을 포기한다.
깃털 폭격과 더불어 전세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아서의 검에 남은 악마 몇이 더 쓰러지고 카롤리와 에길이 닫히는 성문을 힘껏 두들겨 밀어냈다.
나는 그동안 성의 형태를 살폈다.
몇 가지 익숙한 형태와 기억 속에 있는 구조가 보인다.
머릿속에서 그것들이 조합된다.
이것은 게임적인 부분이기도 하고, 단지 이 지옥에서 벌어지는 영원한 전쟁의 일부기도 하다.
같은 마법사에게 유효한 것은 언제나 기습이다.
그러므로 악마 성채 대부분은 기습을 의도하고 있다.
데빌은 마검사지만 날개가 있어 물리적 기동력이 천사 못지않고, 접근 시의 순간적인 위력은 순수 전사보다 더 파괴적이다.
따라서 지옥의 데빌들은 암살자는 아니되 암습에 누구보다 능하다.
정확한 타이밍에 성채 위에서 소리 죽이고 급강하하는 데빌이 있었다.
한눈에도 지위가 높다. 레벨도 높을 것이다. 병사장 정도 되는 것일까?
주변에 다른 병력들이 모여드는 것도 보인다.
자세를 숙이고, 멜메르의 덩치가 만들어내는 사각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기다린다.
카롤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노려짐을 눈치채지 못했다.
일그림이 발견하고 눈이 커지는 순간 데빌의 검과 레바테인이 닿는다.
폭음과 함께 나와 데빌이 서로 밀려 튕겨난다.
그동안 냉기가 파고들며 악마를 얼린다.
마법 저항력이 높은 것은 천사다.
악마는 물리 저항력이 높으며 상태이상에 대단한 강점을 보이지 않는다.
냉기로 느려진 데빌을 희우와 에리나가 양쪽에서 덤볐다.
몇 합 겨룬 끝에 악마는 숨을 거두었다.
나는 희우에게 신호했고 희우는 몸을 숨겼다.
대신 에리나가 천사로서의 존재감을 최대한 내뿜기 위해 깃털을 흩뿌리며 성의 상공을 비행하기 시작했다.
죽어 쓰러진 정문의 악마병들 사이에서 블랑쉐가 모습을 바꾸었다.
블랑쉐는 맹한 구석이 있지만 분명히 첩보원이 맞다.
이럴 경우 어떤 악마로 위장하는 것이 가장 의심받지 않는지 제대로 꿰뚫어 본다.
어느 정도 책임은 있는 지위이나 높지는 않으며, 필요에 따라 월권을 할 권한도 있을 것 같은 자.
방금 죽은 데빌은 적절하지 않다.
그는 아마도 성문의 책임자일 것이다.
모습을 바꾼 블랑쉐가 성안으로 사라졌다.
크게 다쳐 비틀거리는 모습이었다.
희우도 반대 방향으로 슬쩍 모습을 감추었다.
블랑쉐처럼 보정에 의지하는 것은 아니고, 최근 들어 비행에도 어떻게 적용할 수 있게 된 그림자 같은 움직임이었다.
* * *
블랑쉐는 바보가 아니다.
그녀는 편중된 교육을 받았고 그러한 삶을 살아왔을 뿐이다.
그녀에게도 언니는 있었다.
그 언니가 먼저 블랑쉐를 지키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실패했다.
블랑쉐에게 임무가 떨어졌을 때, 그녀는 언니가 죽었음을 알았다.
이제는 그녀의 차례인 것이다.
결국 ‘오르골’이라는 남자의 유전적 클론이지만 모두가 같은 것은 아니다.
블랑쉐에게 부어진 유전자의 축복은 좀 더 뛰어난 것이었다.
그녀는 본능의 영역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조합할 수 있었다.
심리의 문제는 아니다. 논리의 문제다.
그녀가 배운 것은 직관하는 법이었다.
병사들이 달려 나오는 방향, 움직임, 눈의 방향.
그리고 사전에 들어 아는 언제나 전쟁 중이라는 이 [지옥]의 상황.
그것을 종합하여 방향을 정한다.
홀로 역주행하는 악마는 눈에 띈다. 하지만 이 작은 성채에서는 모두가 서로 아는 얼굴일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알아본다.
“어떻게 된 거야?”
“…….”
블랑쉐는 입을 여는 대신 힘든 표정을 더 강하게 그려내며 앞으로 쓰러졌다.
상대의 말문이 막힌다.
“죽지 마라.”
입만 열지 않으면 대체로 들키지 않는 법이다.
블랑쉐는 시선이 벗어나는 순간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아직도 달려오는 다른 악마병들의 시선이 의아해지지 않을 정도로만.
이들도 인간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천사 역시 정상적으로 기동하는 것들은 그렇다고 한다.
블랑쉐는 다시 복도를 달렸다.
시선이 닿지 않는 타이밍마다 순간적으로 가속, 또 가속하여.
마침내 좀 더 높은 책임자의 위치를 찾아낸다.
그는 무장을 갖추고 방에서 빠져나오는 와중이었다.
마법의 종족인 악마이기에 그 역시 마법사다.
블랑쉐는 일단 아무렇게나 외쳤다.
“큰일입니다! 지금 성문에 지상의 인간들이!”
이 역시 이미 파티 리더, 오르골이 아는 사전 정보에 따른 대사 선택이었다.
아니, 사실 오르골이 만들어 주었다.
악마들이라면 이런 식으로 말할 것이라고.
대본은 소중하다.
실제로 상대 악마는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럴 법한 말, 그럴 법한 말투이기에.
그가 반문한다.
“대체 왜? 그 녀석들은…….”
그다음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블랑쉐가 쓰러질듯하며 앞으로 고꾸라지자 악마가 그를 자연스럽게 부축하려고 했다.
그것이 그 악마의 마지막이다.
블랑쉐는 약 다섯 시간 동안 성채 내부를 헤집고 다녔다.
이블은 지옥에 없거나 아주 드문 악마다.
그 변신 능력을 경계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가장 강력한 마법사인 성주는 블랑쉐에게 일격사 하지는 않았으나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고, 블랑쉐는 이탈할 시간도 벌 수 있었다.
* * *
희우의 역할은 블랑쉐와는 조금 달랐다.
순수한 민첩직인 블랑쉐는 철저하게 암살자로서 종족의 특성까지 살려 활약했다.
희우는 조금 다른 역할이었다.
기척을 죽인 채 성을 크게 선회한다.
천사의 특징적인 신성력도 최대한 억제했다.
미아에게 배우며 연습한 마력 억제 요령이다.
날개의 소음도 최소한으로 하고 성의 그늘에 숨는다.
안쪽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리고 전사들이 날뛰는 곳으로 몰려드는 무수한 악마들 사이에 슬쩍 끼어들어 특별히 강해 보이는 녀석의 목을 암습 판정으로 따버렸다.
악마들이 돌아보아도 소용없다.
그 순간 날개를 펴고 전력으로 추진한다.
자잘한 마법은 천사에게 통하지 않는다.
몇 번인가 위기에 처했을 때는 오빠나 아서가 날아와 도왔다.
애초에 그런 일이 잘 없었다. 확실하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는다.
이것은 블랑쉐에게 배운 방식이다.
희우는 배움을 구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그래야 그녀 자신이 가진 페널티를 넘어서 마지막까지 오빠와 동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서다.
필사적인 노력은 일견 티 나지 않으나, 은은하게 배어나는 법이다.
비교적 강자들이 두 암살자에게 어떤 식으로건 제거되자 전사들에게도 치명적인 일격은 좀처럼 가해지지 않는다.
거대한 탱커를 중심으로 서로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어가며 싸운다.
악마들은 포위하려고 했으나 지휘관들은 제 목부터 걱정해야 했다.
그리고 응당 성 안쪽에서 합류해 줘야 할 다른 지휘관들도 등장하지 않는다.
악마의 위계질서는 냉엄하다.
그렇기에 아래쪽의 병사들은 그 스펙과 무관하게 더 고위의 악마들의 지시를 기다리는 경향이 있다.
관료주의적 행태는 지휘관을 빠르게 제거함으로써 쉽게 무너진다.
쉽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 전투는 거의 하루 종일 계속되었다.
바깥이라면 새벽이 깊어갈 시간이 되어서야 성채는 함락되었다.
바깥에는 악마들의 시체로 산이 쌓여 있다.
* * *
“맵을 땄으니 일단 후퇴하도록 하죠.”
“좋은 생각이야. 이대로면 전투를 속행할 수는 없다.”
“단, 이 밤만 보내고 즉시 다시 내려옵니다.”
일그림은 팔 한쪽을 잃었다.
파티 전체의 포션이 바닥난 상태라 회복하지도 못했다.
지혈만 하고 생명 연장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저대로 둔다면 결국 지옥의 마력에 침식당해 죽을 것이다.
푸르죽죽한 것은 일그림만이 아니다.
아서도 수염과 머리카락이 불타 버린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제대로 걷지 못하고 있다.
에리나는 깃털이 다 뽑혀 비행이 힘든 상황이다.
희우와 블랑쉐는 가장 위험한 임무였으나 죽으면 죽었지 부상이 클 임무는 아니었다.
제일 크게 다친 것은 멜메르와 제니였다.
제니는 미아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고 격상의 악마들을 상대로 시간을 벌었다.
그래도 무턱대고 몸을 날리지는 않았다. 하나씩 차근차근 희생해 갔다.
팔, 다리, 어깨, 그리고 허벅지.
내가 생각해도 조금 무서운 발상이었으나 제니는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회복은 한 번에 하기 위해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포션을 아끼다가 한 모금씩 들이켰다. 극한까지 유배자스러운 전투방식이다.
지금은 눈가를 파르르 떨고 있을 뿐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대상인 마법사 미아가 제니의 몸에 붕대를 감고 있다. 불타지 않도록 제 마력을 흘려 넣으면서.
그러나 미아도 지옥의 마력에 많이 침식당하여 몸이 끊임없이 붕괴와 재생을 반복하고 있는 중이다.
[피의 샘]이 바닥난다면 죽는다.
거인 탱커는 웅크린 자세로 쓰러져 있다.
온몸에 셀 수도 없이 많은 상흔들, 갑옷은 이미 갑옷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무언가다.
멜메르가 흘려 증발한 피만 강을 이룰지도 모르겠다.
에길 역시 손가락이 몇 개 없다. 신체 결손이라는 면에서 그는 아주 양호한 축이다.
나 또한 내장이 몇 개 사라질 뻔했고 왼팔은 쥘 수 없는 상태였다.
무한한 재생력을 바탕으로 최고로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카롤리가 주변을 경계한다.
하지만 꼬르륵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저 재생력도 얼마 안 남았다.
트롤은 밥을 먹어야 재생을 한다.
나는 대마탑에서 털어온 심연의 성물을 바닥에 던져 깨뜨렸다.
“왕국으로 귀환한다.”
짙은 보랏빛의 포탈이 열려 카베의 대장간을 비추었다.
지옥의 마력이 흘러 들어가기 시작한다.
다들 서둘러 포탈로 들어왔다.
카베가 허허로운 웃음을 지으며 치하했다.
“성채라도 하나 떨구고 온 듯한 몰골이군. 신좌 부품을 벌써 찾았나?”
“진짜 하나 떨구긴 했는데 못 찾았습니다.”
“음? 농담하는 것이지? 지옥의 성채를?”
카베가 우선 제니와 멜메르에게 자신의 포션을 뿌린다.
곧 호출받은 다른 유배자들이 달려와 포션을 제공했다.
개중 몇 명이 입을 딱 벌리며 아래를 보았다.
이런 호화찬란한 멤버로 개박살이 나고 왔으니 의아하겠지.
그래도 우리가 이긴 거다.
부상이 회복되자 나는 베껴 온 지옥의 지도를 살핀다.
고친 흔적이 엄청나게 많다.
마법의 종족끼리 대전쟁을 벌이는 것이니 지형은 수도 없이 변한다.
아마 이 지도도 있는 그대로 최신은 아니리라.
“탐욕의 왕좌가 있는 영역이었군.”
탐욕이라.
재물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실패작 신좌라 하더라도 그 주인을 속박하는 것은 똑같다.
탐욕의 왕좌는 규율과 금전의 신의 신좌와 비슷하게 작동한다.
하지만 상대는 지옥의 왕이다.
보통 재물로는 안 될 것 같은데.
자자, 생각을 좀 해보자. 호구 잡혀봐야 좋을 것은 없다.
연방의 모든 재력을 동원하더라도 탐욕을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까.
호구 잡힌 척만 하면 되겠군.
바르바로이를 후딱 보고 와야겠는데.
그래도 2000 이상의 고레벨 수준에서는 말도 안 되는 레벨링을 할 수 있었다.
왕국 번외
[지옥] 1일차
KILL
BOSS 변경 성주
데빌 277체.
데몬 295체.
악마 짐승 1433체
[유시우 Lv. 2253 + 12]
[정희우 Lv. 2164 + 22]
[미아 Lv. 2392 + 7]
[블랑쉐 Lv. 2043 + 28]
[에길 Lv. 2105 + 13]
[제니 Lv. 2066 + 9]
[아서 Lv. 3212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