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308화
왕국 - Lv.5162 [지옥] 2일차(2)
카베의 대장간에서 내려오는 것이기에 착지하는 지점은 똑같다.
저번에 주변의 짐승형 악마 무리들을 대부분 정리했기에 하루 만에 다시 상대할 일은 없었다.
다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생태계를 파괴하면 그 빈자리는 새로운 것들이 슬금슬금 모여들어 채우는 법.
쿵!
쿵!
“곤란한데. 저건 안 잡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해.”
“으음, 필드가 저런 식으로 리젠 되는 건가요? 서버가 아닌 곳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나 궁금했는데.”
“그냥 물어보지 그랬어?”
“미리 물어봐도 전 기억 못 하지 않을까요?”
“훌륭한 자기객관화야.”
“전 똑똑하니까요!”
희우가 얼마나 똑똑하지는 사소한 의문으로 남겨두고 눈앞을 다시 본다.
거대한 괴수들이 걷고 있다.
비어 있는 공간에, 투쟁 없이 차지할 수 있게 된 공간으로 흘러들어 온 다른 곳의 짐승들일 것이다.
1일 차의 짐승들은 제법 약한 것들이다.
지옥의 왕, 악마들의 왕, 실패한 신좌의 부산물.
선주 문명이 버려둔 왕좌는 지옥의 중심부 주변에 있다.
수많은 다중 차원들인 서버들이 겹쳐지는 왕국을 만든 것도 그들이다.
명확하게 공개된 것은 없으나, 지옥은 왕국을 만들려다가 실패한 흔적이라는 설이 있다.
혹은 지금 같은 시스템이 존재하기 전에 만들어진 아주 오래 전의 왕국이거나 말이다.
다 유저들의 추측이며 기획자도 내게 이것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미래에 업데이트될 내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게 잊힌 지하의 왕국에는 악마들이 자리 잡았다.
그 악마들은 왕좌를 갈구한다. 어째서 그런지는 모른다.
그들에게 왕좌는 그저 어떤 욕망이다.
이 지옥은 하나의 감옥이다.
좀 더 자유로운 생물이었을 악마들을 불러모아.
왕좌에 대한 욕망을 새겨 넣어 가둬두는 하나의 감옥.
그러니 왕좌와 가까워질수록 더 강한 악마가 자리 잡고 있다.
모든 악마의 목표는 지옥의 왕 중 하나가 되는 것이며 그들은 그것을 위해 살아간다.
한낱 짐승조차도 그러하다.
투쟁과 생존을 위한 전투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이곳에서 약한 것들은 가장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 말은 저 거대한 괴물들조차도 약한 축이란 거군.”
“약한 놈들 중에서는 제법 위협적인 놈들입니다. 사실 이렇게 변방에는 잘 안 나타나는데 우리가 성 하나를 밀어버리고 와서 그런 것 같군요.”
블랑쉐도 우려를 표했다.
“나는 악마다. 괜찮은 건가?”
“왕좌 말이지?”
“그래.”
“길게 노출된다면 너도 지옥의 노예가 될 거야. 그래도 그건 일종의 정신 간섭 마법 같은 거라서 내가 한 번씩 봐주면 문제없을걸.”
“그런가? 어찌 되었건 설계가 조밀하군.”
“그렇지, 이렇게 해두지 않는다면 특정 종족이나 클래스가 날로 먹게 되니까.”
블랑쉐가 고개를 모로 기울인다.
“혹시 이블에 뭔가 보정이라도 있나? 데몬과 데빌이 대부분이라 들었다.”
“맞아, 이블은 원래 정신 저항이 높은 편이야. 그래서 여긴 이블이 적지. 붙잡히는 바보는 적거든.”
대신 이블은 화력적으로 특별히 이점을 가질 수 없다.
유틸리티가 뛰어난 것이 장점이 되려면 최소한의 전투력이 갖추어져야 한다.
고위종족임에도 이블은 생각보다 애매한 평가를 받는다.
게임 시절에는 그랬다.
그때는 세상이 더 단순했으니 놀라운 유틸리티는 필요하지 않았다.
핵 앤 슬래시가 가능할 정도의 무력.
압도적인 힘이면 그걸로 되었던 시절.
그때가 그립군.
세상이 왜 이렇게 복잡해졌는지.
“일단 우회하겠습니다. 혹시 저것들과 싸우고 싶은 분은 없죠?”
포착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몸을 웅크린 멜메르가 고개를 끄덕인다.
체격이 워낙 크니 눈에 띌 수밖에.
반면 그 앞의 카롤리는 트롤의 부족한 얼굴 근육을 최대한 활용하여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우습게도 그것은 에길과 에리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번 쳐보고 싶은데 같은 얼굴.
지나치게 초심으로 돌아간 것이 아닐까?
잃을 게 충분히 많은 양반들이 아주 그냥.
어찌 되었건 반대는 없었다.
거대한 철갑 짐승들의 무리를 우회하여 전진한다.
일단은 어제 떨어뜨린 성을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탐욕의 영역이니만큼 빠르다면 이미 반응이 왔으리라.
신이라면 제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오래지 않아 알게 되는 법.
그러나 떨어진 깃발이 그대로였다.
새로이 도착한 병력도 없다.
“과연, 이 지역을 통제하고 있던 플레이어블 악마들이 사라져서 다른 짐승들이 더 많이 들어온 모양이군.”
당연히 지옥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는 플레이어블 악마들이다.
개체로서 그보다 더 강력한 악마들은 많지만 사회적일 수 없는 짐승들에게는 한계가 있다.
무리로서는 가장 강력할 수밖에.
그 힘의 공백이 생긴 자리에 무수한 짐승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개중에는 일개 짐승이라고 부르기에는 지나치게 강력한 존재도 있다.
그야말로 신과도 같은 힘을 지닌 괴물.
“저게 뭐죠?”
“필드 보스 같은 건데…….”
저걸 잡아야 할까?
아닌 것 같다. 레벨이 6천이 넘는 놈이다.
이런 곳에 있을 놈이 아닌데도 있는 것을 보면 지옥이 어지간히도 어지러운 상태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탐욕을 만나 교섭하기 더 좋아진다. 왕좌에 앉은 악마로서도 아쉬운 것이 많으리라.
하지만 만나러 가는 길이 끔찍하게 험난할 수 있다.
플레이어블 악마들이 확실하게 지옥을 통제 중인 편이 오히려 위험은 더 적을 수도 있다.
탐욕의 손님으로서 이동할 수 있으니.
“개판이군.”
이 정도면 굳이 사정을 파악할 필요도 없다.
그냥 달리면 될 뿐이다.
가는 길에 행운이 있길 빌어야지.
성을 짓밟고 있는, 거대하다 못해 걸어 다니는 성 같은 악마를 피해 전진한다.
호전적인 전사들도 걸어 다니는 성을 치고 싶어 하지는 않았다.
거인조차 밟힐 수 있는 크기를 어찌 대적할 적으로 여기겠는가.
저건 전쟁의 신만큼이나 강할 것이다.
그래도 하루는 지형과 지역의 구조가 변할 정도로 긴 시간은 아니다.
어제 성에서 발견한 지도는 유효했다.
애초에 짐승들의 분포는 이곳에 표기되어 있지도 않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익룡들의 구간들도 그냥 지나쳤다.
조금 더 지나면 작고 잽싼 토끼 같은 것들과 소를 닮은 괴물들이 전투 중이었다.
“상성상 유리하니 저쪽은 정면으로 돌파합니다.”
대열이 갖추어진다. 첫날과 비슷한 형태로 적을 섬멸한다.
경험치가 쏟아진다.
첫날에도 짐승들을 상대로 큰 부상을 입은 멤버는 없었다.
성채가 발견될 때까지 상성을 따져가며 지옥의 중심부를 향해 전진한다.
마력 사용을 최대한 억제한 채, 전력을 온존하고 전진! 또 전진!
그 과정에서 레베카가 추가적으로 우울해할 일은 없었다.
마법사들에게 주어진 일이 없었던 관계로 어깨에서 미아 선생님의 마법 교실이 열렸다.
장소는 멜메르의 어깨 위다.
중간에 잠깐의 휴식을 부여하고 레베카에게 가서 확인했다.
“음,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역시 교수님! 정확해요!”
“으음……. 이건 이렇게?”
“그건 약간 달라요. 여기가 이렇게 이어지면 출력 누수가 발생해요.”
“오호.”
블랑쉐는 옆에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다.
정말로 미소만 짓고 있다.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악마의 재능으로 종종 지적을 한다.
“그건 약간 보기 어색하다. 그게 아닌 것 같다.”
“앗, 그렇네요!”
“와……. 나도 악마나 할 걸 그랬나.”
레베카가 그렇게 말하며 머리를 꼰다.
반짝반짝 빛의 가루 같은 연출이라도 들어간 것처럼 머릿결이 곱다.
지금 레베카는 바깥에서 위장하고 있던 그루터기 요정의 모습이 아니다.
꽃잎 요정은 아름답다. 그것이 종족적 어드밴티지의 일부기도 하다.
게임 시절에는 교섭 같은 커뮤니케이션에서 전방위적인 이득을 보는 형태로 적용된다.
레베카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러더니 머리카락을 살짝 넘기면서 이쁜 척을 한다.
그러니까 지금 그 어드밴티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이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 의도적으로 영혼이 없는 눈을 만들었다.
레베카와 눈이 마주친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저쪽에서 먼저 시선을 피한다.
“쳇.”
“난 품절이다.”
시선이 느껴져 돌아보니 희우가 엄지를 척 치켜들어 보인다. 나도 마주 들어주었다.
미아는 그 상황이 마냥 웃긴 모양이다.
“교수님은 실전에 투입되어도 문제없을 것 같아요. 결국 복합 속성 마법들도 지옥 속성과 겹치는 부분은 있으니까요.”
“숙달되었다곤 못하지만…….”
“블랑쉐 언니보단 나은걸요.”
“흥, 난 마법사는 덤으로 하고 있을 뿐이다.”
레베카가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편다.
“봤지? 몇 시간 만에 새로운 마법을 배우는 마법사. 그게 나다.”
“아니, 뭐. 꽃잎 요정이면 그 정도는 해줘야지.”
의기양양한 표정이 급격하게 찌그러진다.
“역시, 나 너 싫어.”
“진정해. 그래도 네 합류는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마법의 교단에서 지위가 좀 높지?”
“응? 으응? 아닌데.”
“뻥 치지 마. 푸른 달의 풉 따님이 마법의 교단에서 뭐 없이 붙을 호칭인가.”
“눈치 더럽게 빠르네. 내가 대신관이야.”
“신의 제자겠군.”
“흥.”
기묘하게 적대적인 이유는 알 것 같다. 제 스승이 나한테 열광하는 게 아주 마음에 들지 않겠지.
첫인상이 별로였을 테니까.
“권능이 필요할 때가 올 거야. 마력을 다루는 것은 마법의 신의 영역이니까.”
“그 정도는 일행으로서 협조해 줄 수 있어.”
“그거면 됐어.”
그리고 계속 전진한다.
지형은 갈수록 가팔라졌다.
외곽에서는 조금 더 평야에 가까웠던 것이 많은 전투의 상흔을 지니고 있다.
성채에서 손에 넣은 지도의 끝자락 정도까지 도달하자 이제는 산맥이라거나 대협곡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파괴적인 형태도 많다.
용암의 강도 흐르고 마력의 격류도 휘몰아치지만 그럼에도 이것은 자연적인 지형은 아니다.
아서조차 의문을 가진다.
“여기서 일어나는 전쟁은 대체 어떻게 되어가는 건가?”
“신의 권능 속에서 신의 권속들이 싸우는데 그게 죄다 고위종족 마법사인 거죠. 메인 던전도 비슷한데 못 보신 겁니까?”
“솔직히 말하면 초입을 넘기지 못했다네.”
“그렇군요.”
일단 이 의도치 않은 지옥행은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지옥은 의외로 스탠다드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의 전투는 하이랭커라는 이름 아래에 자신의 강함을 신뢰하고 있던 이들에게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하이랭커도 메인 던전에서는 그다지 강자가 아니다.
유배자를 힘으로 찍어누를 수 있는 존재는 셀 수도 없이 많다.
안이한 인식으로는 살아남지 못한다.
대협곡을 점프로 넘을 수도 있겠으나 건너편에 습격이 있을 수 있기에 마법을 이용한다.
마법사들이 오랜만에 일을 수행한다.
공간이동도 위험하다. 도착의 순간에 기습이 들어올 여지는 얼마건 있다.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건 해야 하는 지옥의 생태계는 짐승들은 기이할 정도로 흉악하게 진화시켰으니.
다만 이 대협곡은 어떻게 생성된 것일까?
약간 수상쩍은데.
마법의 흔적이라기에는 지나치게 물리적인 느낌.
지옥에서 [미티어 스웜]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실내만 아니라면 상공에 포탈을 여는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 마법이다.
애초에 지옥과 왕국 사이의 거리는 대기권을 두 번 정도는 이탈할 만큼 높다.
일단 비행을 시작한다. 마법의 신의 대신관이 있으니 불상사가 일더라도 마법사 특유의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다.
용기는 믿는 구석이 있을 때나 발휘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만용이니까.
현재 지옥의 환경에서도 보조 마법은 약간의 캐스팅 페널티와 마력 효율 페널티를 받을 뿐, 사용 가능하다.
협곡의 중간 정도 날아서 이동하자 전체의 모습이 드러난다.
아주 물리적인 흔적이다.
그래 정말로 끔찍하게 물리적인 상흔.
이건…….
“레베카! 급하다! 빨리 마법의 신의 권능을! 여기서 마법 최대 출력을 낼 수 있게!”
“어? 응? 알았어.”
마법의 신이 이미 지켜보고 있었다는 듯, 레베카가 기도를 올리기도 전에 먼저 발동한다.
푸르스름한 권능의 색이 번져 나간다.
지옥의 뒤틀린 붉은 마력들이 권능에 먹혀 사라지며 진정된다.
마법의 신의 권능은 당연하게도 마법사를 위한 것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권능이 마법사용이 불가능한 환경 페널티를 일시적으로 무효화하는 것이다.
사실 평범한 환경에서는 시전 보조 겸 화력보조 권능이지만 상위 던전 공략에서는 이 용도로 더 많이 쓰인다.
협곡 아래, 무저갱이라고 불러야 할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게 뭐야?”
“윽으으윽.”
“세상에.”
곤충 계열 몬스터는 제아무리 비위가 좋은 이더라도 가능하면 피하려 한다.
아래에서 그야말로 만리장성 스케일의 거대한 지네가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자유 비행이 가능한 희우가 공중에서 자세를 취하고 아군을 보호하려는 포지션을 잡는다.
레베카와 미아, 그리고 한 팔 거드는 블랑쉐가 서둘러 비행을 가속시켰다.
“저건 일곱 재앙이라고 불리는 놈들인데, 짐승형 악마들의 우두머리 같은 놈들이야.”
“왕좌를 노리는 건 아니고요?”
“왕좌에 앉은 자의 말로야. 전대 지옥의 왕들이지.”
“신좌의 부산물 같은 부정적인 말이 그래서군요.”
“맞아, 그거 때문에 실패작인 거라.”
“으악, 저 눈 마주쳤는데.”
“우리 노리는 거 맞아. 제 위로 지나가는 거 엄청 싫어하거든.”
“싸워서 이길 수 있어요?”
“아니.”
단언할 수 있다. 아까 그 걸어 다니는 성과 같은 카테고리로 엮이는 녀석이지만 저건 차원이 다르다.
본래 안 잡아도 되는 보스가 더 강하기도 한 법이다.
도전 욕구를 자극하기 위한 챌린지 보스 말이다.
“저거 레벨 1만 넘어.”
천사의 얼굴에서 혈색이 사라지는 귀한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도망쳐!”
거기까지 들은 레베카와 미아가 마력을 아끼는 걸 완전히 포기했다.
마법사의 습관과도 같은 마력 효율 추구다. 그것을 통째로 잡아 뜯어 내던지는 가속이 발생한다.
우리는 그야말로 한 줄기 유성이 되어 협곡 건너편의 바닥에 내리꽂혔다.
멜메르가 몸을 일으킨다. 얼른 마법사들을 챙긴다.
전사들은 제 두 발로 뛸 준비를 한다.
거대한 지네는 아직도 몸을 일으키고 있다.
나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칠죄종에서 따온 일곱 왕좌는 각자의 영역을 가진다.
탐욕의 영역에 재앙이 둘이나 들어와 있다?
이건 탐욕의 사정이 몹시 나쁘다는 뜻이다. 다음 재앙이 될 위기일지도 모르겠군.
그렇다면 내가 지금 챙겨가는 재물이 절실할 것이다.
규율과 금전의 신처럼, 탐욕은 재물을 추구하는 왕좌다.
그 재물을 충분히 갈아 넣을 수 없다면 몰락하여 저런 끔찍한 짐승이 되어버린다.
탐욕의 마왕은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인식 범위가 좀 넓은 친구라서 가는 길에 성채가 있으면 거기 들이박는다.”
“그럼 어떻게 되죠?”
“걔들이 대신 죽겠지.”
“그러고도 쫓아와요?”
“응.”
보다 못한 탐욕의 마왕이 마침내 멈춰 세울 때까지 달려야 한다.
열심히 거리를 벌리는 동안 지네가 몸을 구부려 대지에 닿게 했다.
셀 수 없이 많은 다리가 바닥을 딛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움직일 수 있는 스킬은 다 동원해! 마법사들은 공간이동 준비하고!”
울상 섞인 희우의 비명 같은 질문이 언뜻 들렸다.
“으아아아아! 이거 혹시 저 때문일까요?”
“그럴지도오오?”
각자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를 내고, 뒤처질 조짐이 보이는 이는 더 빠른 이가 어떻게든 민다.
육성을 통한 대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도플러를 넘어 지옥의 뜨거운 열기가 소닉붐이 되어 우리를 덮친다.
하지만 달려야 한다.
바로 뒤편에 파멸의 열차가 드넓은 대지를 찢어발기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여신님이 심각하게 물어왔다.
「화신해 줘?」
‘아뇨, 조금 전에 마법의 권능이 발휘되었으니 마왕이 느꼈을 겁니다.’
그러니까 빨리 구해줘! 안 그러면 저 지네가 네 영역을 다 박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