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313화
왕국 - Lv.5162 [지옥] 3일 차(2)
영역 하나가 사라졌다.
그 순간 모든 지옥의 왕이 그렇게 느꼈다.
동일한 공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일곱 개의 되다만 신좌들.
그들의 주인들이 말이다.
오만은 부하들을 불렀다.
“탐욕이 사라졌다! 우리의 시대다!”
일반적으로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왕좌인 오만의 왕좌는 그 덕에 누구보다도 오만의 본질에 가깝다.
제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 오만한 자들이 모두 무기를 들었다.
전부 승리 이후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마침 때도 좋았다.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다.
저 땅 위에서 유배자라 불리는 족속들이 이곳에 당도했음을.
그리하여 뒤틀린 마력들이 요동치며 환경 변화가 일어났다.
오랫동안 고착화된 전쟁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다른 마왕들도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했다.
움직이지 않은 것은 나태뿐이었다.
그때, 탐욕이 선언했다.
아니, 이제는 탐욕이 아닌 일개 강력한 악마 마법사에 불과한 존재가.
“이 땅에 왕좌는 필요 없다! 이 순환을 여기서 끊어내겠다!”
마왕들은 의아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더 이상 왕좌도 없으며 왕도 아닌 저 악마의 말을 누가 따를 것인가?
그러나 그에 대한 대답은 필요하지 않았다.
탐욕의 부하였던 악마들은 제각각 날뛰기 시작했다.
제 주인이었던 악마의 말을 듣는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그들이 있던 영역의 이름은 탐욕이다.
제각각 자신들의 욕심을 원동력 삼아 일시적인 협력이 구축되고 있다.
왕좌는 그들의 목표이며, 탐욕의 왕좌가 사라진 지금 노려야 할 것은 다른 왕좌였다.
전쟁이 시작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뒤를 생각하지 않은 격렬한 전쟁이.
* * *
유배자들의 리더가 묻는다.
“정말 그걸로 괜찮겠습니까?”
“그럼. 나는 지옥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 안의 모든 불꽃이 스러진 후라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탐욕의 마왕이었던 악마는 생각했다.
그가 이 땅에 발을 들이고 미쳐 버리기 이전의 시간을.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었던 미치기 전의 시간들을 말이다.
지옥의 뒤틀린 마력과 기이한 환경은 결국 되다만 신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명확한 구획을 가지지 못하고 어설프게 뒤섞인 성역들이 불러온 파멸.
“오랜만에 다시 떠올렸다.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살아갔는지 말이다. 나는 태생부터 이 지옥의 악마가 아니었으니까.”
혼돈의 권속으로서 서버라 불리는 세계의 구석에서 태어나 살아가던 시절.
그곳은 평범하고 정상적인 악마집단이었다.
이런 광기의 도가니가 아니었다.
천사도 악마도 처음부터 신좌의 하수인으로서 만들어진 종족들이다.
그렇기에 불완전한 왕좌의 마력에 이끌리는 것이다.
이제는 벗어날 때다.
“내가 이 모든 일을 끝내는 것을 도와주겠나?”
“이미 약속된 일 아닙니까.”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그대는 나에게 볼일이 없을 테니.”
“정말 전혀 미치지 않으셨군요. 이 지옥에서 오래 지내면서도.”
탐욕의 마왕이었던 악마가 웃었다.
“아니, 나도 미쳤었다. 다만 네 동료를 보고 깨달은 것이다.”
“무엇을요?”
“이곳에 당도하여 왕좌의 마력에 사로잡히는 것은 살아갈 의미를 잃은 악마들이다. 나 또한 그랬다. 여신께서 칩거하고 내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
여신님이 어딘가 찔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 그것참 미안하구먼.」
“당신께서 사과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못난 탓이었으니.”
블랑쉐라는 악마가, 그리고 유배자가, 그리고 NPC가 어찌 아직까지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며 느꼈다.
왕좌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힘을 위한 힘일 뿐이다. 그리고 끝내는 아무것도 낳지 못한다.
블랑쉐는 그가 아는 최악의 NPC였다.
그 성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비참하기로서는 최악이란 뜻이다.
이미 무수한 희생자를 만든 채, 왕국에 나타나서 뒤늦게 깨닫는다.
자신의 삶이 거짓일 뿐이며 그 무엇도 진실이 아니란 점을.
그러나 그 상태의 블랑쉐에게 호의적인 유배자는 없다.
그러니 그 사실을 깨달은 시간부터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하다.
블랑쉐를 위해주는 자는 없다. 광인을 상대하는 것은 보통의 각오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각자의 광기를 안고 살아가는 유배자들에게 그럴 여유 따위는 없으니.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래서 블랑쉐들은 금방 죽는다.
누구의 애도도 받지 못한 채, 무엇도 알지 못하고.
단지 저지른 죄의 대가만을 온전히 받을 뿐이다. 속죄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누가 무엇을 어찌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블랑쉐는 안정된 상태로 능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다른 악마들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 또한 마찬가지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곳의 악마들은 왕좌의 마력을 핑계로 생각하기를 그만둔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군요. 한데, 이제 뭐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 마왕이 아니시지 않습니까.”
“벨제뷔트라고 부르게.”
* * *
“이건 그 루트군.”
“왕좌를 싹 날려 버리고 지옥을 왕국의 확장판으로 만드는 그런 루트죠?”
“거기에 신좌 부품도 가장 많이 확보할 수 있지. 너무 후딱 진행되어서 딱히 변수 통제는 못 했는데 무난하고 좋아.”
사실은 이것도 마냥 좋은 엔딩은 아니다.
좋게 해석되는 것은 시간이 많이 흘러야 하고, 그 이전까지는 분쟁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에는 확실하게 리더로서 군림할 수 있을 만한 노악마가 있다.
더 긍정적으로 해석해도 좋지 않을까?
왕좌로부터 해방된 벨제뷔트는 거짓말처럼 뒤틀린 모습에서 벗어나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왕으로서의 권능 행사는 불가능해졌으나 더없이 강력한 마법사로서의 능력은 도리어 온전해졌다.
“생각보다 미형이네요. 미노년이라고 해야 하나? 그 왜 반지 찾는 영화 있잖아요.”
“이쯤 되면 여신님이 얼굴로 권속을 뽑는 게 아닌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어.”
「무슨 미친 소리냐!」
“설득력 있어요. 가만 보면 에길도 호남상이고, 자연의 신님도 되게 미남이었고…….”
「억지로 까지 말거라! 자연의 신은 꽃잎 요정인데 어찌 미남이 아닐 수가 있느냐!」
뭐, 그건 그렇고. 우리 최중요한 전력이신 여신님의 수줍음은 해결되셨는지가 궁금한데.
“좀 덜 부끄러우십니까?”
「네놈들의 멍청한 소리를 듣고 있으니 짜증이 걱정을 쫓아버리는구나. 이제 되었으니 그만해라…….」
그렇다면 문제없다.
한자리에 모인 3개의 신좌 부품이 찰칵찰칵 맞물린다.
기도를 올린다.
제물로 바칠 때와 마찬가지다.
보랏빛 신성이 감돌고 서로 맞물린 신좌 부품, 신좌의 파편들이 사라진다.
「이걸 이런 식으로 설치하면 되나?」
“보여주셔야 알죠.”
「끄응, 기다려 봐.」
혼자 궁시렁 대며 작업을 하신다. 신좌가 있는 방은 그리 크지 않다.
딱 일대일을 하기 적절한 정도의 공간 밖에 없다. 도전자가 나타났을 때, 그리하기 위해서다.
넓고 아무것도 없는 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기계장치 같은 좌가 하나.
신들은 그곳에 오랜 세월을 묶여 있게 된다.
어딘가에서 찰칵하는 소리가 났다.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하는 소리가.
신좌 뒤편의 빈 공간에 정확하게 끼워 맞춰진 모양이다.
「정말 꼭 들어맞는군.」
혼돈의 신좌가 움직인다. 새롭게 추가된 기능을 적용하기 위해 변형하기 시작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여신님이 놀라며 중계를 하니 모를 수가 없다.
마침내 신좌의 변형이 멈추었다.
여신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오오……. 있다. 있어. 강림과는 전혀 다른 기능이!」
“아, 잠깐만요 그거 지금 바로 누르지는 마시고…….”
내 앞에 신성이 터져 나왔다. 그야말로 폭발하듯 쏟아져 나온 보랏빛 기운이 물리적 압력마저 가한다.
그대로 공격당한 것처럼 튕겨 나갔다.
한바탕 구르고 낙법을 쳐서 몸을 일으킨다.
탐욕의 성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성을 울린다.
사방에서 파티원들이 달려온다. 벨제뷔트와 아직도 그를 따르는 일부 악마군단장들도 달려왔다.
흔들림이 진정되고 눈을 가리던 신성력이 흩어진다.
아직도 보랏빛이 맴도는 안개 같은 공기 속에서 신비롭…… 지는 않았다.
미아나 레베카보다는 크다. 하지만 처음 보았을 때의 희우보다는 작은 소녀, 그래, 레미를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다.
외견은 언뜻 중학생 정도로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체구가 작을 뿐이지 진짜로 어리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얼떨떨한 표정의 여신님이 눈만 깜빡인다.
좌중은 침묵했다.
대충 상황을 파악한 탓이리라.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여신님이 로봇처럼 뻣뻣하게 움직였다.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을 보며 침을 꿀꺽 삼키더니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어, 다들 반가워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어색했기에 아무도 제때 호응하지 못했다.
여신님은 그 상황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뭔가 실수한 게 아닌가 생각한 모양이다.
“나, 나 그냥 다시 돌아갈까? 어 어떻게 돌아가지?”
보다 못한 희우가 출동한다.
“훠이! 훠이! 다들 해산! 여신님도 적응 기간이란 게 필요하거든요!”
전사들도 그 사실을 이해했다. 흩어지는 가운데 아쉬움을 담아 여신님을 힐끔힐끔 본다.
희우가 여신님의 손을 꼭 잡아준다. 천사와 악마의 관계인지라 서로 반발하는 스파크가 튀지만 뱀파이어처럼 격의 차이가 있진 않다.
그러니 손상도 없다.
희우가 손을 놓고 두 팔을 활짝 벌리며 인사했다.
“어서 와요! 뭐라고 부를까요? 계속 여신님?”
아바바 하던 여신님도 이 질문의 의미를 깨달았다.
가끔 내려오기만 하는 거라면 열심히 신앙을 모아 강림하면 된다.
하지만 강림은 지극히 짧은 제한시간 동안 일종의 분체로서 내려올 뿐이다.
의식도 몸도 온전히 내려오는 것 같지만 본신 자체는 그대로 신좌에 묶여 있는 상태.
마찬가지로 유배자로서의 기능도 대부분 사용할 수 없다.
마인드맵의 변화도 없다.
신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름을 댈 것도 없다. 신으로서의 명칭이 모든 것을 대신하니까.
그러나 지금부터는 신으로서가 아니라 유배자로서의 이름이 필요하다.
그녀는 지금 다시 유배자로서 이 왕국으로 돌아와 있다.
여신님이 입을 뻐끔거린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오랜 추억을 조심스럽게 만지작대는 간질간질한 표정이다.
“……시.”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 탓에 유배자의 청각으로도 앞이 들리지 않았다.
희우가 또박또박 말했다.
“안 들려요. 더 잘 들리게.”
여신님의 작은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큰 눈에 눈물이 맺힌다.
“루시……! 난 이 이름을 다시 댈 날이 올 줄 몰랐어. 그냥 이러다가 언젠가 미쳐서 죽을 줄 알았지! 후에엥.”
눈물이 떨어졌다. 지옥의 좋지 않은 공기지만 그럼에도 감격이다.
바깥에 제 몸으로 다시 나온 게 얼마 만일까.
유배자에게 바깥은 원래 살던 세상이지만, 신들에게는 이 왕국조차도 바깥인 셈이다.
우렁차게 시작된 울음은 곧 흐느낌이 되었다.
희우와 미아가 오구오구 하며 달래고 있다.
그래도 나는 해야 할 말이 있다.
“저기요 루시?”
“으응?”
“코 풀고 여기.”
“흐으응!”
사람 손이다. 사람 손이야. 사람 몸이야. 만질 수 있어. 같은 소리를 빠르게 중얼거린다.
“제가 그거 왜 누르지 말라고 했냐 하면, 쿨다운이 있고. 일주일의 제한시간이 있어어에요.”
“에엑?!”
충격받은 표정의 루시가 말한다.
“강림이란 다른 거 아니었냐! 속였구나!”
“아니, 그게 아니라. 신좌가 계속 공석일 수가 없는 시스템이라 그래요. 누가 잡혀 들어가야 하는데 원래 주인이 잡혀가는 거죠.”
“대신 누구를 앉혀야 한다는 말이 그런 거였구나! 네가 앉아라! 나는 싫다! 이제 다시는 거기는…….”
“진정해요. 쿨다운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메인 던전]에 들어갈 때는 대타를 세워둘 테니까요.”
“엇어어? 그런가?”
“그래요.”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휴가 나온 셈 칩시다. 일주일이면 정기휴가네? 그런데 우리한테는 시간이 없단 말이죠.”
적당히 공세를 취하고 작살 낸 다음에 부를 생각이었는데 루시가 먼저 신좌에서 뛰어내렸다.
“창 가져왔어요?”
“헉! 두고왔다!”
“하나 공수해 올게요. 몇 자루 필요해요?”
“으음. 열 자루 정도는 들고 다녔는데. 아다만타이드 재질이면 좀 적어도 될지도.”
“정말 끔찍하게 오랜만에 내려왔는데 하고 싶은 게 뭐예요?”
“일단 너희들과 같이 있고 싶다! 내가 혼자 신좌에서 얼마나 부러웠는지 아느냐! 맨날 나만 화면으로 들여다보고 있고!”
그렇지. 원래 가장 그리워지는 게 일상인 법이다. 그리고 그러려면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럼 왕국으로 돌아가야겠네요? 여기 왕좌 다 개박살 내야겠고?”
“그, 그렇구나!”
귓가에 속삭인다.
“일주일밖에 없어요. 대타는 아직 못 구했고. 그거 아무나 못 시키거든요.”
“그 그렇겠지?”
“여길 빨리 작살 낼수록 더 즐기다 돌아가는 거예요. 알겠죠? 일주일 후에 휴가 복귀한다고요.”
루시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당장 다 박살 내러 가자! 내 모조리 쓸어버리마!”
* * *
질투의 마왕은 조금 더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려고 했다.
전대 마왕이 질투의 짐승이 되어 풀려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왕좌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아직 이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는 최약체였다.
그렇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문제다. 지금 약해진다면 부하들이 찬탈하리라.
그렇기에 병력을 모으기는 했으나 영역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혼란으로 치닫는 것을 두고 본 후에 교활하게 처신할 속셈이었다.
마법사에게 조금 불리한 환경 탓도 있었다.
그는 순수한 마법사였으며 유배자가 만들어낸 환경은 마법사에게 불리했다.
그러나 난데없이 무언가가 저 멀리서 날아왔다.
창이었다.
보랏빛으로 빛나는 유성처럼 그 창이 영역의 경계에 자리 잡은 그에게 날아와 꽂혔다.
단단한 지옥의 암반이 돌이 떨어진 수면처럼 세차게 튀어 오르고 뒤틀렸다.
“내 휴가를 위해! 죽어라아아아앗!”
눈이 정상이 아닌 조그마한 악마 하나가 그에게 덤벼들었다.
창끝에 서린 기운이 예사롭지 않다 못해 지나치게 파괴적이다.
뭐지? 유배자인가? 이 악마 지금 저 창을 타고 내려온 것인가?
다음 생각을 하기도 전에 습격이 시작되었다.
탐욕의 마왕이 사용하던 검은 번개가 사방을 뒤덮고 다른 유배자들이 합류한다.
마왕은 뭐라 대답하기도 전해, 혹은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공격에 대처해야 했다.
마법 장벽을 수천 겹을 겹쳐 설치한다.
그리고 검을 뽑아 적의 공격에 대응했다.
다음 순간 그는 자신의 의식을 잠깐 일었음을 알았다.
몸이 날아간다.
권능, 권능을 발휘해야…….
유니크 액티브 [악마 사냥]
유니크 액티브 [힘의 파문]
일어난 일은 너무나도 간결했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상대로 특화된 유니크 스킬 [괴물 사냥]의 유니크 액티브가 암습 보정 수준의 추가 공격력을 부여한다.
마법 장벽은 물론이요 모여들던 권능의 힘마저 압도적인 힘 앞에 찢어발겨졌다.
두 번의 휘두름으로 질투의 마왕이 가진 모든 방어 수단이 날아갔다.
세 번째의 공격은 찌르기였다.
공간 자체가 울리는 거대한 파문을 타고 [악마 사냥]의 서늘한 감각이 마왕의 몸을 휘감는다.
마왕은 정말로 죽음을 각오했다.
평생을 전투로 보내온 마법사의 판단력이 공간을 뒤트는 술식의 구축으로 이어졌다.
찌르기를 흘리고 거리를 벌려…….
유니크 액티브 [잊혀진 것들에 대한 찬가]
마법이 통째로 지워졌다. 그가 다루던 마력 그 자체가 갑작스럽게 지워진다.
유니크 액티브 [신살의 검은 창]
마왕의 좌는 미완성의 신좌이다.
구세주의 옆구리를 찌른 창과 같은 이름의 유니크 스킬, 그리고 그에 딸린 유니크 액티브가 또다시 막대한 추가 공격력을 부여한다.
질투의 마왕은 마지막 순간 허무함을 느꼈다.
이게 대체……. 뭐지?
작은 체구의 상대는 떠오른 그를 아래에서 찔러 올렸다.
찌르기가 절도 있게 끊어지고 여파만이 마왕의 목을 휩쓴다.
생명을 잃은 목이 몸통과 깔끔하게 분리되어 떠올랐다.
작은 악마가 폴짝 뛰어올라 허공에 떠오른 목을 창끝으로 꿰었다.
그리고 높이 치켜들고 포효했다.
“적장! 물리쳤다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