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315화
왕국 - Lv.5916 [지옥] 5일 차(1)
“혼돈의 여신님이십니다.”
레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크게 벌렸다.
“어, 그러니까……. 위대한 어머니 혼돈을 뵙나이다. 만마의 어머니시자 세계의 조율자시여. 거룩한 그 모습을 감히 뵙고자 옅은 보랏빛의 은혜를 입은 주님의 백성들이 한자리에 모였사오니 이 찬송을 기뻐 받아주시옵소서.”
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납작 엎드려서 뭔가 좔좔 하는데 저게 대체 뭐지?
그러자 교단의 다른 주요 인사들도 마찬가지로 엎드려서 기도를 바친다.
대부분은 내가 모르는 얼굴이며 레미와 헨리 선에서 새롭게 뽑힌 교단의 중진들이다.
그 열광적인 분위기에 살짝 질려 옆으로 물러났다.
신께서 임하는 자리에 대전사 따위가 나란히 서 있으면 이상하긴 하지.
우스운 것은 말 그대로 신으로서의 찬송을 받는 루시도 눈이 멍해졌다는 것이다.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한 동공이 갈 곳을 잃고 맴돈다.
“거룩하신 주를 뵙나이다…….”
일제히 울리는 장엄할 정도로 절도 있는 의식이다.
애초부터 너무 휘황찬란한 제단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함은 느꼈지만 상상 이상으로 본격적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건, 좀 더 단출한 우리끼리의 파티였는데.
신이 아니라 동료로서 말이다.
방황하던 루시의 시선이 결국 나를 향한다.
눈빛이 말하고 있다.
대 대전사야? 나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도와주라? 응?
신좌에 앉아 있으시면 어떻게 잘 받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지상에 내려오고 나서는 싸울 때만 빼면 물가에 내놓은 아기가 따로 없다.
자꾸 딸만 늘어가는 기분이야.
내가 한숨을 푹 쉬며 무언가 하려고 할 때 같이 엎드려 있던 헨리 대신관이 일어섰다.
“모두 고개를 들라.”
척 하고 절도 있게 다들 고개를 든다. 혼돈의 은혜를 입은 눈빛에 신앙이 가득하다.
어떻게 한 거지?
나도 저렇게까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사이비종교를 만들어 교주 노릇을 해보긴 했지만 그건 세뇌의 영역이다. 가스 라이팅을 해도 저렇게 만들기는 쉽지 않을 터인데.
어쨌든 그 이후로도 내가 뭘 할 필요는 없었다.
교단의 중진들이 여신님을 한 명 한 명 배알하는 의식이 있었으며 루시의 표정은 레미가 옆구리를 찌르며 관리했다.
대사는 뒤편에서 헨리 대신관이 들고 있었다.
제대로 보이지 않게 어찌 마법적 처리를 한 모양이다.
장장 두 시간의 신성한 의식이 끝나고서야 교단의 중진들이 빠져 나간다. 다들 행복해 보였다.
연속된 지옥의 전투로도 끄떡없던 루시가 완전히 지쳐 보였다.
헨리 대신관이 온화하게 말했다.
“그럼 쉬러 가실까요?”
“어, 음. 그래.”
축 늘어져 있던 루시는 곧바로 눈을 크게 떴다.
“어라? 오셨어요?”
“짜잔! 사탕 많이 준비해 봤는데!”
뒤풀이라면 지금부터인 모양이다.
레미가 아주 일을 잘 하는군.
입 속에 케이크를 퍼 담고 있는 루시를 보다가 레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어떻게 한거야?”
“뭘요? 내실 다지기요?”
“교단의 내실은 중요하지.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만들라고 내가 말하긴 했는데 좀 과하게 잘한 게 아닌가 싶어서.”
“도움을 받았죠.”
“도움?”
이런 일을 도와줄 인물이 달리 있나? 기억 속을 뒤져보아도 이번 회차에서 대단한 선동가라고 할 만한 인물은 떠오르지 않았다.
레미가 킥킥대며 말한다.
“사실 고블레타리아 연방은 아주 이질적이잖아요.”
“어떤 점이?”
“여신님은 본인이 운영을 아주 잘하셨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최초의 실무자는 따로 있었죠. 대대손손 내려오며 혼돈을 찬양할 시스템을 만든 고블린이요.”
그 말을 들으니 떠올랐다.
대장 고블린…….
야성 접미의 신 아래에서 핍박받으며 신음하던 고블린들을 일으켜 세워 혁명을 주도하고 새로운 터전으로 떠나갔던 그 고블린.
“아…….”
“사실 바르바로이에게 먼저 물어봤어요. 가능한 미래의 바르바로이에게요.”
레미는 미래가 창창한 저연차 유배자로서 자유롭게 리프트를 이용할 수 있다.
키 아이템이라면 연방과의 연계점을 위하여 여유롭게 확보해 두고 있는 편이라 문제없다.
“가서 의논하니까 그냥 정답이 나오더라고요. 역사에 이름도 남기지 않고 뒤편에서 연방의 기반을 닦은 걸물이에요. 저는 거의 그의 방침대로 했을 뿐이고요.”
“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
기가 막힌 이야기였다.
금권부터 하여서 사회 인프라를 마련하며 사람의 마음에 침투하는 방법부터 하여 어떻게 대중을 의존시키는지 확실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러니까 연방이 그렇게까지 결속력이 높았던 거군.”
“저도 놀랐어요. 바르바로이는 계속 함께 했으니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지만요.”
그가 고블라쵸프 서기장의 조상임은 안다. 마지막까지도 대장 고블린으로서 남았을 뿐 제 이름조차 역사에 남기지 않았음은 서기장에게 들은 기억이 있다.
서기장은 제 조상을 아주 자랑스러워하고 있었다.
“그것도 의도라고 하더군요. 영원히 살아갈 수도 있는 뱀파이어인 바르바로이가 국부로서 남아야 하며, 결국 죽어 사라져야 할 자신은 무명으로 사라지면 된다고요.”
여신의 대리인이 된다면 누가 되어야 하는지의 문제였다.
하지만 그가 언데드로서 영원히 살아가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고블린 리치 자매와 바르바로이 모두 음지에서 활동하잖아요. 하지만 대장 고블린은 드러나 있는 권력자였죠. 한 명이 영원히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그랬어요. 영원히 군림해야 할 것은 오직 여신님뿐이라고.”
어쩐지 숙연해졌다. 대장 고블린은 마지막까지 충신이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다져둔 건 기대 이상이었어. 난 사실 저 정도로 충성스러운 교단을 쌓아 올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거든.”
“힘들었지만요. 그럼 저는 이제 공부하러 가 볼게요. 시험 쳐야 해서…….”
“시험?”
“오크해부학 실습이에요. 부검에 참가하래요.”
“아……. 의사 선생님?”
어쩐지 지쳐 보이더라. 사실 레미도 전투가 아닐 뿐 누구보다 격렬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대로 보내기엔 어쩐지 미안해졌다.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면 공치사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 이번 회차는 수많은 좋은 동료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져가고 있다.
“그래요? 그럼 머리 쓰다듬어 주세요. 그리고 잘했다. 잘했다. 말해줘요.”
“……왜?”
“그냥 그러고 싶어서요.”
그리해 주었더니 레미는 슬며시 웃어 보이고는 사라졌다.
아니, 진짜, 딸만 늘어가는 기분이 든다.
* * *
“너무 좋다! 행복하다!”
“어째, 그 내려오시고 좀 지능이 하락하신 것 아닙니까?”
“너도 거기 기억도 안 날 만큼 오래 갇혀 있어 봐! 바보가 되어버릴걸!”
어쨌든 루시의 낯가림은 일시적인 것이긴 했다.
뒤풀이 파티에서는 아무나 막 붙잡고 안고 다녀서 골치 아팠다. 연쇄허그마가 따로 없다.
“누군가의 온기를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안아보는 것이다! 알간?”
“그래서 안아드릴까요?”
“고럼!”
안아줘요! 하는 포즈로 펄쩍 뛰어드는 경박한 루시를 찹 하고 안아 든다.
희우가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을 보면 이쪽을 질투의 대상은 아닌 모양이다.
어째 약간 아쉽군그래.
내가 내려놓자 희우도 달려들어서 루시를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생각보다 둘이 잘 어울린다.
일단 다시 지옥으로 돌입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오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블랑쉐를 잠입시켰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전국시대를 넘어선 무언가가 되어버린 지옥의 정세는 그야말로 개판이다.
왕을 잃은 무수한 악마들이 각자 군웅할거하거나 새로운 왕 아래로 들어갔다.
여기서 왕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오만이다.
“그래도 이번이 가장 어려울 거야.”
“지금까지도 어렵긴 했어요…….”
희우가 투덜거린다.
사실이긴 했다.
적의 대가리만 베는 작전은 당연히 성공할 시에는 효과적이지만 그렇게 쉽게 성공한다면 전쟁이 있겠는가.
우리에 대하여 뭔가를 알지도 못하며, 기나긴 세월동안 유배자가 존재하지 않았을 뿐더러. 강력한 악마 인원 셋을 다용도로 활용한 덕분이다.
원래 소수 정예 플레이는 속도가 생명인 법이다.
둘러싸이기 전에 치고 빠져 버리면 아무도 어떻게 할 수 없거든.
거기에 마법의 신이 준 도움은 말할 것도 없다.
레베카가 겁에 질린 얼굴로 묻는다.
“나 이번에도 화신해야 해?”
“아니. 괜찮을 거야. 더 이상은 몸에도 무리가 갈 거고, 오만은 아마 권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거라서.”
오만을 마지막으로 남긴 이유 자체가 그래서다. 오만하지 못하면 오만의 왕좌에 앉을 수가 없으니까.
“그럼 좀 쉬운 거 아닌가요?”
“적의 병력은 가장 많겠지. 일부를 빼면 모든 악마가 오만의 아래로 들어갔겠지.”
“아……. 숫자의 폭력.”
미궁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
마왕은 끔찍하게 강력하지만 당연히 지옥의 모든 악마를 상대하는 것보다 더 강하지는 않다.
본래 최종보스와의 일대일보다 중간보스 100체와의 싸움이 더 어려운 법이다.
그런 상황을 최대한 피하고 또 피해왔다.
오만 단 하나만 남은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전면전이다.”
“그럼 못 이기는 거 아니에요?”
“왜? 첫날의 그 성이 생각나?”
이번 지옥행에서 순수하게 전면적인 전투는 그것 하나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어떤 식으로건 마왕을 분리하고 상황을 파악하기 전에 우리 측 최고의 전력들이 함께 두들겨 패서 찍어 눌렀다.
숫자의 폭력을 우리가 사용한 셈이다.
“할 수 있어. 공포는 아직 가시지 않았을 거거든. 악마도 똑같아. 무서운 걸 보면 비명을 지르지.”
“으음……. 말하자면 퍼포먼스군요? 우리의 숫자가 생각나지도 않을 정도로 파괴적인 힘을 보여주면 전의가 꺾일 것이라는 그런 거?”
“바로 그거야. 실패하면 바로 튈 거다. 벨제뷔트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부턴 계획이 틀어진다면 너무 큰 위험부담이 되거든.”
듣고 있던 악마가 껄껄 웃는다.
“다시 왕국으로 돌아가 혼돈을 섬기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지. 하지만 난 그래도 여기에 남을 걸세.”
“뭔가 바꿔보고 싶으신가 보군요.”
“소수지만 아직 나를 따라주는 악마들도 있으니 어쩌겠나. 이곳에서 마지막 왕좌까지 없애 보려는 생각일세.”
이쪽도 나름대로의 생각과 사정이 있는 것이다.
나는 앞길이 막막해 보이는 표정의 일그림에게 다가갔다. 그가 경계한다.
“뭐야?”
“아티팩트 잠깐 빌릴 수 있을까?”
“내 걸? 넌 검사잖아.”
“나 말고 루시에게.”
“끄응……. 올 것이 왔군.”
일그림은 한숨을 푹 내쉰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생각하는지는 알겠는데 진짜로 빌리는 거야. 강탈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래? 뭐 정 빼앗아간다면 힘없는 나는 빼앗길 수밖에 없는데.”
“아니, 왜 이렇게 자존감이 죽었어?”
“저 꼴을 보고도 그렇지 않으면 그게 사람이냐?”
저 멀리 가리키는 것은 아직도 피어오르고 있는 연기의 참상이다.
분노의 성이 있던 곳이다. 하루가 지났음에도 파괴로 인해 상공까지 치솟은 먼지가 구름이 되어 떠 있다.
“저게 전사야 마법사야? 하, 되었다. 여기 창은 바칠 테니 잘만 써다오.”
아티팩트 [롱기누스의 창]이 나타난다.
일그림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거 먹었다고 좋아하면서 [롱기누스의 창] 스킬도 노렸는데…… 안 뜨는 이유가 있었어.”
“신이 무슨 스킬 가지고 신좌에 죽치고 있는지는 미리 파악했어야지.”
“난 혼돈의 신이 있는지도 몰랐다고.”
“아, 하긴.”
애석하게 되었다.
창전사로서 쉽게 노릴 만한 스킬 대부분은 루시가 이미 보유한 후였으니 일그림이 노릴게 달리 없었으리라.
그래서 [용사] 작업한 것 같은데 그마저도 내가 채가 버렸고.
“걱정 마, 루시한테 나중에 롱기누스의 창 지우라고 할거거든.”
“……왜?”
“너를 위해서.”
“지랄 마.”
“농담이고, 롱기누스의 창이 굳이 필요하지 않은 스킬셋이라 그래.”
세팅을 만질 필요가 있다. 다른 신들의 스킬셋도 같이 조율해야지.
게임시절에도 고레벨 동료를 많이 모으면 이제 스킬을 옮기고 세팅을 바꾸는 일이 중요했다.
거기에 하는 김에 카드도 새로 하나 구해서 천사로 만들던가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마법을 쓰지도 않는 루시가 데빌로 남아 있을 이유는 없다.
어쨌건 지금 당장은 순수한 창잡이 데빌인 루시다.
감격스러워하며 일그림의 창을 받아 들었다.
“나도 스킬 먹은 다음에 이 창을 구하고 싶었는데. 둘은 세트잖나. 죽어도 못 구하겠더라니 이제야 보게 되는군.”
언더그라운드 유적을 구성하고 있던 것과 같은 정체불명의 검은 재질이다.
가장 큰 특성은 파괴불능.
그리고 세트인 동명의 유니크 스킬이 있다는 것.
“투창쇼 한번 보여주시죠.”
사라진 분노의 성과는 반대편으로 표시는 해두었다.
오만의 군세가 모여 있는 곳이다.
현 위치는 산 위다. 이보다 고지대는 이 주변에 없다.
안개 너머까지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으나 레베카와 미아가 방향을 유도한다.
타고난 마법사들이 득실거리는 악마들끼리의 전쟁에서 이런 식의 초장거리 광역 마법이 작렬하는 일은 많다.
그러니 그에 대한 대비는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악마는 물리 공격을 받는 것에 강할 뿐이지, 물리 공격을 하는 것엔 딱히 장점이 없다.
그러니 초장거리 광역 물리 공격은 익숙하지 않으리라.
“신호는 레베카가 보낼 겁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이번에는 루시가 교란 담당이다.
예비 아다만타이드 창을 꺼내 든 일그림이 시무룩하게 대기하기 위해 주저앉았다.
다른 전사들은 출발했다.
* * *
한 시간 정도 레베카와 일그림을 끌어안거나 수다를 떤 끝에 신호가 전해졌다.
먼저 출발한 쪽의 마법사인 미아와 벨제뷔트가 보내온 것이었다.
잠입한 블랑쉐가 보내온 정보를 토대로 투창 포격을 날려야할 위치가 정해진다.
레베카가 상세하게 지정한다. 마법적으로 표기도 해준다. 지옥의 붉은 마력은 시야를 굉장히 차단하기에 육안이나 감각으로 뭔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루시는 그저 지정된 위치로 창을 냅다 던질 뿐이다.
유니크 액티브 [신살의 검은 창]
자주 사용하곤 했던 스킬이지만 세트효과가 완성된 지금의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창에서 피어오른 검은 기운이 길게 뻗어 나간다.
본래는 관통력을 극도로 높여주고 방어력을 무시하게 해주는 효능, 그리고 신적 속성을 지닌 상대에 대한 추가 대미지가 전부였다.
지금은 그야말로 신이 내던지는 창처럼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다.
루시는 자신이 시티즌의 빌딩 중 하나를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적 실체는 아니지만 창과 스킬에 내재된 신성이 소름 끼치도록 거대하다.
신을 죽이는 것 또한 신성이다.
군세들이 모여 있는 저 전장에 신 비슷한 것이라도 되는 존재는 오만의 마왕뿐다.
하지만 그런 추가 대미지는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막대한 힘이었다.
일그림이 고개를 끄덕였고 레베카가 어이없어했다.
“원래 저 창이랑 저 스킬을 같이 쓰면 맵 섬멸병기가 되지. 전사한테 광역기가 없단 소리도 쪼렙 때나 하는 말이란 말이야.”
“일그림.”
“왜?”
“네가 왜 맨날 저거 얻으려고 노래를 불렀는지 알겠어.”
“저거 있으면 레벨링 엄청 편해.”
루시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웃었다. 마찬가지다. 자신도 이 창을 얼마나 찾아 헤매었던가.
시대는 다르지만 말이다.
다른 여러 효과를 뒤섞는다. 이번에는 적에게 충격을 주는 것이 목표다.
유니크 액티브 [악마 사냥]
이름 그대로 악마에게 치명적인 위력을 발휘하는 붉은 기운이 둘러진다. [괴물 사냥]의 액티브 중 하나다.
유니크 액티브 [힘의 파문]
[확장성 파문]의 유니크 액티브 중 하나인 [힘의 파문].
모든 종류의 힘을 널리 퍼뜨린다. 어떤 공격이건 광역기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루시는 주로 회피불능의 타격을 넣기 위해 사용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물리적인 타격을 주는 것이 목적이다. 대지를 뒤흔들고 군대의 혼을 빼놓아야 한다.
유니크 스킬 [행성 타격]의 유일한 액티브.
그리고 [대전함 충격]의 투창형 액티브.
유니크 액티브 [플래닛 버스터]
유니크 액티브 [행성요새 죽이기]
이건 아주 쿨다운이 긴 액티브다.
그러나 처음의 한 방은 본래 무엇보다 강력해야 하는 법.
루시는 달렸다. 날개도 펴고 가속한다.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에 도달한 순간은 이미 지상이 아득하게 보이는 상공이었다.
검붉은 에너지로 가득 찬 거대한 투창을 있는 힘껏 내리찍었다.
찰나였다.
창은 루시의 손을 떠난 직후 탄착했다.
창의 궤적을 따라, 감각을 차단하던 지옥의 뒤틀린 마력이 갈라진다.
길고도 긴 붉은 통로 속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남이 보였다.
루시는 끝까지 확인하지 않고 돌아섰다.
돌아가자 일그림이 자신의 아티팩트인 [롱기누스의 창]을 재소환하여 루시에게 내민다.
왕국 최강의 창잡이는 경쾌하게 흥얼거린다.
“자, 다음 투창 위치는 어디인가?”
“아직 지원 요청이 오지 않았어요.”
레베카는 그렇게 대답한 후에 투덜거렸다.
“나도 창을 쓸 걸 그랬나…….”
일그림이 피식 웃는다.
“저게 아무나 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