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에 갇힌 고인물-347화 (347/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347화

왕국 - Lv.4972 은하 포식자(1)

내가 게이머로서 알고 있던 지식을 미궁에서 모두 구현할 수 있을 만큼 습득했다고 판단했던 것이 대강 74년 차였던 것 같다.

어느새 23년 전이다.

지식으로 뻔히 다 아는 걸 몸으로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모니터 너머의 세상과 내 곁에 존재하는 세상은 그만큼 큰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적어도 다 해낼 수는 있으니 내가 뭔가 잘못 기억하고 있진 않았다는 증명이 될 것이다.

그래서 그때쯤부터 본격적으로 미궁의 클리어를 위해 [메인 던전]을 트라이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도전하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조금 다른 종류의 도전이라 말하겠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철저한 준비 끝에 트라이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단기적인 목표, 예컨대 특정 보스까지 도달해 보자 같은 식의 시도였다.

미궁은 게임으로 알던 것과 너무나도 달라져있었고, 그중에서도 [메인 던전]이 가장 심했다.

이건 미궁의 인물들이 단지 그런 설정을 가진 NPC인가 그러한 삶을 살아온 어떤 존재인가의 차이다.

주술의 달인 트동트는 모니터 너머에서는 그저 귀찮은 스킬셋과 준수한 스펙을 지닌 주술사 몬스터에 불과했다.

왕국의 하이랭커들 역시 유니크 스킬을 하나 이상 장착하고 설정된 패턴에 따라 사용하는 고레벨 유배자형 몬스터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궁에선 그것들이 모두 실제가 되었다.

설정 그대로의 스펙에 더해 노련함마저 가진 적들이다.

[메인 던전]의 적들은 스펙을 제외하더라도 미궁에서 가장 교활하고 똑똑하며 사악하게 설정되어 있다.

그 상호 시너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난이도가 올라가는 것에 크게 일조한다.

그래서 클리어가 불가능해졌다.

그렇다. 74년 차의 나는 포기하기 직전에 몰려 있었다.

이길 방도가 없다.

끔찍한 기믹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 기믹을 끼고 싸워야 할 보스들의 수준이 너무 높았다.

무기의 달인은 그야말로 미친 웨폰 마스터가 되어 있었고.

지옥의 악마군주는 영겁의 세월 동안 천사와 싸워온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설정 그대로의 신화를 지고 존재하는 그 괴물들을 쓰러뜨리려면 단지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는 유배자여서는 부족했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것을 시도했다.

그 시점에서 이미 알고는 있던 것들이다.

미궁이 현실이 되었기에 달라지는 것에는 이득인 부분도 있다.

한참 병기술을 몸에 익히고 마법의 신비에 취하며 종족의 특징을 익히는 지극히 ‘현실적인 일’에 심취해 있던 나는 버렸던 것에 다시 눈을 돌렸다.

이곳은 현실이 아니다.

가상현실도 아니다.

그저 게임이다.

철저하게 게임적 요소에 입각하여 새로운 연구를 시작했다.

미궁을 속이는 법부터 하여 [스킬]이라는 시스템을 창발적으로 활용할 방안부터, 모든 것을 정말로 짜내기 시작한 때였다.

한참 미쳐 있던 시기기도 했다.

자기합리화는 한계가 있었고, 나는 내가 NPC일지도 모른다는 부담을 견디기 힘들었다.

게임이니까 클리어한다.

게이머로서의 자존심이나 랭킹 1위로서의 자긍심 무엇 하나 진실인 게 없을 수도 있다는 걸 내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그걸 잊기 위해서라도 현실에 몰입했다.

그래. 현실이다.

그때의 나는 사실 미궁이 현실임을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다.

외면하기에는 너무나도 진실된 세상을 매일같이 살아왔으니까.

다만 마지막까지 인정하지 않고 외면해 왔을 뿐이다.

그 상황에서 다시 세상을 게임으로 보는 시각은 나쁘지 않았다.

아주 달콤했다.

가뜩이나 불안으로 제정신이 아니니 벗어나기 위해 몰입할 것이 필요했다.

회차가 시작되면 언데드 같이 몸을 돌볼 필요가 없는 종족으로 빠르게 갈아타고 연구를 시작했다.

잠은 자지 않으면 24시간이 온전히 내 것이다.

이미 몸에 완전히 체득한 기술과 게이머로서의 다양한 발상, 한참 제정신이 아니던 그 시기의 내가 합쳐졌다.

연구는 빠르게 성과를 낳았다.

미궁의 시스템은 변덕스럽지만 일관성을 가진다.

그것이 스스로가 정한 룰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벗어난 것 같다면 내가 아직 룰을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초인을 만들기 위해 현실을 단순화시켜 반영하는 것이 ‘미궁의 시스템’이다.

이것이 100% 온전히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가? 그럴 리가 없다.

허점들은 그런 것에서 발견되었다.

스킬의 공격력 보정이 언제 끝나는가.

스킬의 판정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마인드맵은 정신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누군가가 이 미궁을 코딩해 넣었다면 나는 그 코드를 파헤치는 해커였다.

혹은 게임의 테스트를 하고 버그를 찾아내는 QA였다.

시간은 얼마건 있다.

클리어의 가능성이 결국 보이지 않는다면 어떤 파밍도 레벨링도 의미 없다. 단순히 스펙으로는 클리어할 수 없다.

정말로 내 모든 것을 온전히 실험에 투자했다.

그 실마리를 찾아내는 데만 3년.

실전에서 어떻게 구현하는 데는 2년.

숙련될 가능성을 찾는 데 10년.

그 후에는 숙련도를 올리며 나머지를 보완하는 시간이었다.

긴 세월이 흐르고, 비로소 나는 클리어의 가능성을 다시 긍정했다.

미궁의 무수한 달인들과 괴물들보다 내가 우월한 것은 이 세상을 철저하게 게임으로 인식하는 점이다.

그 과정이 정신 건강에는 몹시 해로웠을 뿐.

바로 직전 회차의 내가 제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희우와 처음 만나는 순간에도 제정신은 아니었던 게 아닐까?

3층에서의 발작.

발작. 그래 그건 발작이다. 게이머를 만나는 것이 처음이 아님에도 그렇게 반응했다.

한번 현실임을 마음 한구석에서 인정했으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다시 강박적으로 게임이라 생각하던 시기.

이제는 내가 무엇을 위해 클리어해야 하는지도 잊어갈 무렵 만난 것이 희우다.

희우를 처음 보았을 때는 어떻게 생각했더라?

NPC지만 사람으로 대우하겠다.

내게 필요한 수준으로 성장할 때까지 잘 키워야겠다.

정 안 된다면 리셋하는 거지 뭐.

잘 알지도 못하는 억측으로 희우가 난이도를 올리는 특징을 지는 NPC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저 합리화였다.

이후에 희우가 왜 그런 일을 일으키는지 제대로 파악하려고 노력도 안 했으니까.

그럼에도 희우는 내 버팀목이요 희망이었다.

나는 희우를 좋아한다. 내가 어떻게 있더라도 나를 맹목적으로 좋아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실패와 절망을 겪기 너무 좋은 이 미궁이라는 환경에서는 특히 그렇다.

그러므로 이제 나는 미궁을 클리어한다.

다른 무슨 이유도 아니고 희우와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낯부끄럽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정신적 불안감이 사그라진다.

그런 상태는 사람을 더 건전하게 만든다.

그리고 건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더 강해진다.

최근 들어 그런 것을 체감하고 있다.

악룡이여.

맥이여.

어쩌면 그것은 내가 도달했을 또 다른 길이며 그는 또 하나의 나일지도 모른다.

어쨌건 나는 가지 않은 길이다.

* * *

카멜롯의 왕.

전설 속의 기사.

브리튼의 수호자.

지구의 전설과는 조금 다르더라도 아서라는 기사의 스펙은 이미 높다.

희우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타고난 초인적인 육체 능력을 가진다.

멀린 덕분인지 마법 적성도 높은 올라운더다. 다만 아서는 멀린과의 역할 분담 때문에 간단한 마법 이상으로는 익히지 않았다.

미궁에서도 그는 오로지 기사로 지내고자 했다.

효율은 때때로 거추장스러운 것이 된다.

아서는 무슨 수를 쓰건 돌아가고 싶어 하는 게 아니다.

그는 자신을 잃지 않고 온전한 카멜롯의 왕으로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그의 마인드맵은 그야말로 기사도를 체현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활에 관련된 기초 스킬이 조금 있을 뿐, 그 흔한 견제기조차도 없다.

철저하게 근접전만을 수행하기 위해 가다듬어진 스킬셋이다.

아서 역시 30년 차일 때 왕국에 도달하는 남자다. 경험이 있으니 스스로의 방향성을 다듬을 능력은 있다.

오롯하게 힘을 나타내는 붉은 점들로 가득 차 있는 그 모습에 가볍게 감탄을 하며 자세한 스킬 내역을 읽는다.

이미 알고 있으나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악룡과 싸울 때 루시의 몸을 컨트롤한 것만큼 집중하지는 않아도 되었다.

신들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결투의 신은 잎사귀 요정이었으며 쌍검사였다.

내가 제니에게 장차 바라는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쌍수의 가장 큰 장점은 공격 횟수다.

이것은 공격 속도와도 조금 다른 개념으로 아무리 빨라도 동시에 공격할 수는 없기에 좀 더 우월한 효과를 가진다.

고로 쌍검사는 근접 딜러 중에서 가장 DPS(초당 대미지)가 높은 존재다.

스킬로 인해 거대한 빛 두 줄기가 된 그의 검이 믹서기가 돌아가는 듯한 난무로 길을 뚫어낸다.

사전에 약속된 행동이었다.

신들과 내 화신이 [다차원 연속체]의 포탈을 통해 떨어진 곳은 가장 앞장서서 돌격하는 기함 중 하나의 위다.

기함급의 생체 함선은 두터운 외피와 그 겉 부분에 이격되어 다시 한번 덧씌워진 장갑으로 보호받는다.

결투의 신은 순식간에 그것을 갈아버렸다.

뚫린 구멍 속으로 신들과 함께 뛰어든다.

외피와 그 위에 머무르는 괴물들이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은하의 포식자]는 하이브 마인드의 의지에 따라 움직인다.

비록 그 본체는 저 포탈 너머 [메인 던전] 속에 도사리고 있겠지만 그 뜻을 중계하는 기함들이 있다.

이것이 그중 하나다. 매 웨이브마다 차례대로 격추할 필요가 있다.

하나의 정신에 셀 수 없이 많은 몸.

군체 의식의 괴물들은 갑작스러운 기습에도 전혀 놀라지 않고 대응한다.

막아서는 소형병들의 모습은 인간과는 전혀 무관한 이형이다.

그러나 그것은 강하다.

저쪽 세계의 배경인 은하의 외부에서 습격해 온 괴수들은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전투형태를 진화시켰다.

여전히 마력이 삼켜지는 잿빛 환경 속에서 정해진 범위만큼 흩어진 전사계열 신들의 병기가 휘둘러진다.

그것은 손에 들린 전사의 무기로 이루어지는 포화였다.

신화의 일부로 그려도 될 것 같은 공격이 작렬한다.

결투의 신이 뚫어내 공간 아래로 검기와 폭압, 투척무기, 스킬에 의해 빚어진 원거리 참격 등이 빗발치듯 터져 나간다.

거대한 괴물의 동체에 피가 솟구쳤다.

무기질적인 회색의 체액은 이 비현실적인 전투의 무감각함을 더욱 가속한다.

나는 그 비현실의 가운데에서 조용히 의식 속으로 가라앉는다.

이번에는 교육 목적이니만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는 머리를 내밀어둔다.

공감각이 반쯤 활성화되었다.

노기사의 신체 하나하나가 와닿기 시작한다. 뼈의 밀도나 혈구의 흐름마저 한순간이라면 느낄 수 있다.

그 구조를 분석하고 최적의 동작을 찾아낸다.

그리고 역할 역시 보여줘야 한다.

신들은 정해진 방향으로 움직이며 함선 하나를 갈아 부수고 있었다.

하늘을 나는 거대한 고래 같은 존재가 비명을 지르며 추력을 잃기 시작함이 느껴졌다.

숨구멍처럼 징그럽게 뚫린 외피의 구멍들로 작은 괴물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 아서가 예민하게 나를, 내가 움직이는 자신의 몸을 관찰하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규정하는 우리 파티에서 아서의 역할은 중심이다.

에길과 달리 방어력과 저지력이 높은 중장 기사로서의 역할은 파티의 중심 그 자체가 된다.

적의 돌파를 막고 파티가 어느 위치에 설지 결정하는 포지션.

파티 전체가 아서의 움직임에 맞출 것이다.

그가 전진하면 모두가 보조를 맞출 것이며, 그가 멈춰 신호하면 다른 이들도 멈추고 뒤로 물러선다.

탱커의 개념과는 조금 다르다. 방패를 든 탱커들은 말 그대로 전선 그 자체가 되는 이들이다.

전사로서의 아서는 올라운더에 가깝다. 방패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양손 검 정도의 큰 무기는 적의 돌파에 내성을 가진다.

그렇게 적을 쳐내고 막아내며 그 직후의 공수 전환도 자유자재다.

민첩하게 움직이고자 한다면 그럴 것이며 두 발을 굳건하게 디디고 버티고자 한다면 그럴 것이다.

그럴 능력이 있는 기사다.

그러니 아서는 전선 그 자체는 아니지만 전선을 유지하고 떠받치는 역할이다.

이제 내가 보여줄 것도 그런 것이다.

신들 중 하나가 뒤늦게 합류하기 시작하는 다른 기함의 병력들에게 노출되었다.

노련하게 막아내지만 애초에 수도 밀리고 스펙으로 압도할 수 있는 정도도 아니다.

피해가 생기기 전에 내가 움직였다.

진영의 정중앙에 자리 잡은 그대로 움직였다. 나를 주시하던 신들도 그대로 이동한다.

적을 대응하는 디테일까지는 자율이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검을 휘둘러 넣으며 지원하고 신들의 자리가 바뀌도록 유도했다.

달려드는 괴물들의 물량에 포위되지 않도록 쉬지 않고 움직이며 필요에 따라 가장 유리한 스킬셋의 신을 알맞은 위치로 배치한다.

그러는 동시에 공격은 여러 가지 스킬의 복합적인 움직임이다.

[엑스칼리버]는 쓰지 않더라도 마력을 담아 방출하며 위기에 빠지는 신을 구원한다.

지금은 규모가 커서 그렇지 실제 우리 파티에서는 움직이며 지원해야 할 것이다.

「란체스터 법칙에 유의하세요.」

‘국지적으로 수적 우위를 점해 효율적으로 섬멸해야 한다는 법칙이었지.’

물론 신들은 나와 보조를 완전히 처음 맞춘다.

노련함으로 커버하더라도 한계는 있다.

중심에 자리 잡은 내가 움직일 일이 생기고, 늘어나기 시작했다.

화신했다곤 하더라도 권능을 동원하지 않으면 신들에게는 손색이 있는 스펙이다.

그럼에도 결투의 신의 공격에 저지당하지 않고 도리어 밀어내던 갑각류의 괴물이 선뜻 베인다.

결투의 신이 의아한 눈빛을 순간적으로 보낸 후 감사했다.

다른 신들이 모두 의문을 가지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궁금해할 때쯤, 첫 번째 기함이 기동력을 다해가기 시작했다.

추락하게 내버려 두고 다음으로 이동한다.

그것을 [다차원 연속체]의 지속시간이 다할 때까지 반복하며 3개체를 격추했다.

지속시간이 끝나기 직전 귀환하여 요새의 전투에 합류한다.

위로 지나가는 작은 함선들이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결국 [은하의 포식자]들의 주력은 지상 유닛이다.

카베와 그의 동료들이 가장 처음 생각했던 지옥으로의 생매장은 이제 쓸 수 없다.

벨제뷔트가 화를 낼 것이다.

하지만 이 요새는 여전히 존재의의가 있다.

모든 것을 삼켜야 직성이 풀리는 포식자들은 결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전사들은 싸우고 또 싸웠다.

나 역시 그랬고 신들 역시 그랬다.

쿨다운이 세 번을 더 돌고 첫 웨이브의 기함을 모두 격추했다.

기함이 모두 사라지자 하이브 마인드의 의지도 끊어진다.

일괄적인 통제를 받던 괴물들이 제각각의 희미한 자아가 이끄는 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왔다면 일단 첫 번째 웨이브는 거의 낙승이다.

안 그래도 화신의 지속시간이 다해가기에 나는 아서에게 물었다.

「좀 알 것 같아요?」

‘알기만 하겠군. 이런 걸 내가 해야 하나?’

「전술적 움직임은 이미 파티의 중심을 맡아본 적이 있지 않습니까.」

‘카멜롯에서도 나는 그런 역할이긴 하였지. 하지만 이 새로운 검술은 도통 모르겠군.’

「완전한 이해는 천천히 하면 됩니다. 지금은 제가 보여준 몇 가지 패턴들을 외워 연습하면 되겠죠.」

‘노력해 보겠네.

노기사의 얼굴은 드물게도 긴장으로 굳어져 있었다.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어렵게 생각하면 어렵고. 쉽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쉽게 생각하세요.」

아서는 한숨을 내쉬더니 대답했다.

‘신이시여. 제발 개소리 좀 그만하게.’

어째 루시도 그렇고 신이시여가 그렇게 경건하지 않게 쓰이는 기분이 드는데.

조금 불편해졌으나, 내가 루시를 대했던 태도가 떠올랐다.

후, 반성합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