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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354화 (354/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354화

9층 - Lv.?? [캣틀링건](4)

블랑쉐는 사뭇 진지하게 말했으나 다행스럽게도 그 내용은 내 머리를 압박하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사실상 그냥 아는 척한 게 전부라고?」

“의미심장하게 이런저런 소리를 지껄이긴 했으나 그게 전부였다.”

「야, 너 그거 듣고 있을 수도 있어. 이미 관심을 보였다고 했잖아.」

“앗.”

강력한 유배자가 도달하는 평범한 신좌와 달리 대신격은 정말로 초월적인 무언가로 묘사된다.

그런 상대에게 밉보일 수 있는 언행은 좋지 않다.

블랑쉐는 이상한 표정이 되었다.

“혹시 그럼 내가 파티의 운명을 지고 있게 된 것인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 언행이 곧 대신격이 보는 우리 파티겠군. 후후.”

미친 소리를 하고 있군. 하지만 아주 일리가 없진 않아서 문제다.

[메인 던전] 후반에야 입을 연다는 것은 결국 간섭한다는 것에 가깝다.

나도 대신격에 대한 정보는 잘 모른다. 기획자 녀석이 그렇게 술을 퍼먹으면서도 함구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제대로 된 설정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내가 아는 대신격이란 것들은 세상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하지만 누군가 클리어에 가까워진다면 제각각 방해하거나 도와주며 변수를 만든다.

일반 신들은 교섭이 가능한 인격신이라면 이들은 기계장치의 신에 가까웠다.

무대장치란 말이지.

메시지도, 신언도 그런 느낌이었다.

내가 대전사를 하고 있던 시기에도 특별히 인간적인 부분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퀘스트를 내려주는 운영자 같은 존재다.

「뭐 어쩌면 이 대화도 듣고 있을지도 모르지. 애초에 보고자 하면 어디에 있어도 볼 수 있을 테니 그냥 말할게.」

블랑쉐는 어쨌건 띄워주면 신나서 비행기를 타는 편이다.

「심연의 신에게 가능한 잘 보이도록 해. 아주 중요한 일이야.」

“임무인가?”

「아주 중요한 임무지.」

“좋다. 내게 맡겨라.”

이런 모습을 보면 귀여워서라도 호감이 갈지도 모른다.

입만 다물면 냉기가 철철 흐르는 미녀인데 입만 열면 어째 질풍노도의 꼬꼬마가 되어버리니.

헨리가 너털웃음을 지었다.

“블랑쉐님은 한결같아서 좋습니다. 모든 유배자들이 그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는 언제나 나지.”

더 좋게 생각해 보자면 이게 본래의 블랑쉐일 것이다.

다른 어떤 부담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내비치고 있는 와중인 것이다.

나로서도 처음 보는 면모였다.

이전 회차의 블랑쉐가 이 모습을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부끄러워할까, 아니면 같이 신나서 포즈를 취할까?

“다음 임무는 뭐지? 오는 길에 난리도 아닌 모습을 많이 보았다. 난민을 사냥하는 요정들이 있더군.”

「전투했어?」

“아니…….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서 빠져나왔다.”

그 말을 할 때 블랑쉐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잠깐 서렸다.

자신의 약함이나 이길 수 없음에 대한 아쉬움이라기보다는 좀 더 연민, 그래 그런 느낌이다.

“구할 수 있다면 최대한 많이 구하는 편이 좋다고 했지. 이미 여기까지 오는 데만 꼬박 반나절이 걸렸으니 지금도 곳곳에서 누군가 죽고 있겠지. 나는 무엇을 하면 될까?”

그러며 비장한 눈빛.

생각해 보면 블랑쉐도 희우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희우는 미덥지는 않으나 바깥에서 슈퍼 히어로를 하다가 온 몸이다.

“왜 그러지?”

헨리까지 합세해 뜨뜻한 눈빛을 보내고 있자니 블랑쉐가 고개를 갸웃한다. 저 동작도 원래의 블랑쉐에게는 없던 것이다.

희우는 참 여러 가지로 영향력을 흩뿌리고 다니는 모양이다.

당장 나만 해도 그 영향권이니까 뭐.

그때 루시가 뿅 하고 나타났다.

“세상에. 그 블랑쉐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는 날이 올 줄이야.”

“기분 나쁘게 무슨 소리냐. 루시.”

신앙하던 신이었지만 가차 없다. 이젠 내 신도 아니고 루시도 신이 아니란 거겠지.

루시가 다가가서 블랑쉐의 등을 팡팡 친다.

“정말로, 좋다는 거다. 이게 휴머니즘이지.”

블랑쉐는 미간을 찌푸리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진짜로 모르는 모양이다.

원래 변화란 자신도 모르게 찾아오는 것이다. 블랑쉐는 단지 배울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소리 없이 변해가던 누군가의 모습이 이렇게 문득 표출된다면 주변에선 놀라게 되는 법이고.

「일단 화신하겠습니다.」

“응?”

루시의 몸에 의식이 일체화된다.

‘왜? 갑자기?’

몸 상태부터 확인해 보자. 히든카드라고 할 수 있는 게 루시다. 결전병기는 꼼꼼하게 손질해야 한다.

포션으로 회복되었기에 외상은 없다. 신경계에 남은 후유증도 그냥 근육통 수준의 가벼운 것이다.

[블랑쉐 무기를 바꿀 때다.]

“뭐?”

블랑쉐가 제 장비를 눈으로 훑는다.

그리고 총을 갑자기 안아 들었다.

“이게 좋다.”

정든 장난감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이상하군.

[고양이 좋아해?]

“뭐?”

* * *

여궁수는 날짜를 세고 있었다.

지치고 피곤하여 남은 지 어느덧 반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간 너무 열심히 살아왔다. 가끔은 가만히 멈춰 서서 보낼 시간도 필요하다.

바깥에서도 미궁에서도 쉰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기업인이란 건 그런 위치다. 끊임없이 주변의 음해에 시달리고 귀찮은 일이 나온다.

자신감은 있되 마음 한구석 쌓이는 그늘은 어쩔 수 없다.

미궁에서 리더로서도 비슷하긴 했다.

더 나아가 초인적인 영역에 도달한다면 모를까 튜토리얼의 초중반 구간만 간신히 왕복하며 경험을 쌓아가던 나날이다.

얼치기들은 너무 많고 비슷하게 초보적인 파티도 너무 많다.

그리고 그런 이들 대부분은 아직 미궁에 익숙하지 않다.

아녀자를 보면 이상한 생각은 아니더라도 불신을 품는 자들이 참으로 많다.

그것까지 헤쳐 나왔으니 살아가는 것이지만 어쨌든 무법지대인 미궁에서 어떤 식으로건 약점이 있단 건 피곤한 일이었다.

오두막의 벽에 새기고 있는 날짜를 하나 더 늘린다.

로빈슨 크루소라도 된 기분이다.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하는 게 맞나 하는 조바심도 있지만 참다가 참다가 마침내 터진 일에 가까웠다.

사소하게도 그렇지만 끊임없이 쌓여온 스트레스다.

평생 쌓아온 지침이 이곳에서 우연히 터졌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에 불안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 뺀다면 꽤나 괜찮은 생활이었다.

애오오옹.

“그래. 밥 먹을래?”

능숙하게 훈제한 고기를 썰어 고양이에게 준다. 입에서 보이지 않는 총탄이 날아가는 것만 뺀다면 평범한 고양이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사실이었다.

추워지면 기침도 하고 따뜻한 곳을 찾으러 가기도 한다.

이러다 병이라도 나면 어떨까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훈제를 물고 벽난로 앞으로 가서 그르렁거리며 고기를 뜯어 삼키기 시작한다.

목가적인 생활이다.

술도 담가보기 시작했다.

항상 겨울인 곳이지만 그럼에도 최소한의 생태계는 존재한다.

겨울에만 열리는 열매들도 있었다.

슬슬 지붕에 쌓인 눈을 치워야겠다. 제때 하지 않으면 무너질 것이다.

항상 눈이 내리니 이건 불편하다.

이제 조금씩 낡아가는 오두막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간다.

생나무 냄새가 그대로 나던 급조 오두막도 이제 풍경에 제법 잘 녹아들어 있다.

“그래도 여기에서 영원히 살 수는 없겠지.”

최근 들어 생기기 시작한 걱정거리였다.

마음을 회복했냐고 하면 충분히 회복했다.

평생 퍼질러 살기에는 미궁의 PVP층이다.

지난 반년간 찾아온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았지만 일부는 덤비다 죽었고 일부는 지나쳐 넘어갔다.

여궁수는 그들을 굳이 붙잡지도 않고 죽이지도 않았다.

자신도 언제고 떠날 거라 생각했으니까.

“음식도 부족해지고 있고. 땔감도 슬슬 없고.”

제한된 공간이다. 그 바깥에 설정된 어떤 영역이 있어 때때로 짐승들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나무는 그렇지 않다.

눈 덮인 숲에서 살아가면 대량의 장작이 필요해진다.

베어서 건조하고 땔감으로 때고.

주변의 나무는 이미 많이 써버렸다.

미궁이 영원히 여기서 살아갈 만큼의 생태계 순환을 보여주고 있진 않았다.

그러니까 떠나야 한다.

조만간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다음에 땔감을 구하러 갈 방향을 염두에 둔다.

이미 이 숲의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녀 보았다.

시신도 많이 발견했다.

모두 모아 숲 한구석에 묘지를 만들어도 주었다.

지붕의 눈을 터는 작업은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어쨌건 마인드맵을 가진 유배자라는 존재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초인적인 존재다.

그다지 레벨이 높지 않은 여궁수도 프로 운동선수에 준하는 신체 능력을 낼 수 있다.

그리고 다시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식사를 마친 고양이가 구석의 모래에 일을 보고 있었다.

냄새가 고약하다.

그래도 웃음이 나왔다.

“너를 두고 가는 것이 제일 아쉬울 거야.”

애오옹?

혼자 살면 혼잣말이 늘어난다. 고양이가 말 상대가 되어주어 다행이다.

이름은 붙이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떠날 수 없을 것 같아서다.

그래도 정은 들어버렸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자리에 앉았다.

일기를 쓰고 있다. 어떤 식으로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남기고 싶었다.

이곳의 생활이라도 작은 의미는 되지 않을까?

치열했던 미궁의 나날들이 꿈결같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하품을 할 때쯤, 갑자기 신언이 들려왔다.

「어이, 잘 지내고 있어?」

“혼돈의……. 아니, 선배님?”

잊기 힘든 목소리기에 곧바로 누군지 깨달았다.

여기 남아도 좋다고 말한 까마득한 고참의 선배님이었다.

“신?”

「임시로 그렇게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이제 슬슬 9층에서 나오고 싶지 않아?」

“아니, 그렇긴 합니다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캣틀링건도 데려갈 거야. 짐을 싸도록 해. 바로 왕국이다.」

“네?”

사고가 따라잡지 못했다.

간혹 여신님이 돌봐주거나 서바이벌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주긴 했지만 이런 건 모르겠다.

일단 조건반사적으로 챙겨야 할 것을 챙기기 시작했다.

배낭은 쓰던 것이 있다.

이 척박한 겨울의 숲에서 새롭게 생긴 물건은 거의 없다.

언제고 떠날 것이라 생각했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어떻게라는 의문도 가지지 않았다.

그 선배님이 된다면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뵌 지 참으로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런 믿음만은 남아 있다.

* * *

유니크 액티브 [다차원 연속체]

이걸 악룡이 가지고 있었던 것은 행운이다.

그가 긴 세월을 들여 수집했던 것은 단순한 스펙으로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위험한 스킬들 뿐이었다.

쉽게 말하면 개사기, X사기, 미친 사기 스킬이란 말이다.

유니크 스킬의 급은 취향에 따라 다르게 나뉘기도 하지만, 그런 취향에 무관하게 치트에 가까운 사기 스킬들이 있다.

대체로, 전투 그 자체에 관여하지는 않으나 플레이 방식을 바꿔 버릴 수 있는 스킬이다.

미궁의 핵심이 되는 룰을 비틀거나 어길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스킬 말이다.

[차원의 유랑자]는 가장 대표 격인 존재다.

이 스킬은 단순한 무제한적 이동기만의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

그건 마법으로도 대체할 수 있다.

이 스킬의 가장 사기적인 부분은 리프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유니크 액티브를 발동한 시점에서는 [왕국의 문]이라는 견고한 경계마저도 넘나들 수 있다.

유틸리티의 정점에 서 있는 스킬 중 하나다.

그러니까 [심연]을 먼저 클리어한 후에 그 보상을 활용한 복잡한 방식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심플하게 뚫어버리면 된다.

침공의 와중이기에 모든 리프트가 닫혀 있음에도 이 개인 리프트는 기능한다.

다만, 평소에 이걸 염두에 둘 수는 없었다.

획득 조건이 좀 말이 안 되었다.

위업은 말할 것도 없고 하나의 왕국에 얼마나 머물렀느냐에 관한 칭호도 필요하다.

시간이 드는 칭호라면 나는 고려할 수가 없어진다.

애초부터 이게 있다고 [메인 던전] 클리어에 대단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샌드박스 스타일로 컨셉 플레이를 할 때나 따는 유니크 스킬이다. 전투력 보정은 전무하거든.

그러나 이번의 경우엔 남이 얻어둔 걸 쏙 빼먹었기에 나에게 코스트 소모는 전혀 없었다.

[용사] 만세!

가만 보면 그냥 비겁한 스킬이란 말이지. 인간의 본질은 역시 비겁함인가.

블랑쉐를 데리고 푸르스름한 관문을 통과하여 도달한 곳에는 조금 더 낡아버린 오두막이 있었다.

홀수층의 시간은 언제나 왕국과 동기화되어 있다.

돌아갈 수 없으니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뜻하게 옷을 만들어 입힌 고양이가 여궁수에게 안긴 채 이상한 울음소리를 낸다.

함께 온 블랑쉐가 눈을 부릅떴다.

그 모습을 본 고양이가 하악질을 시작했다.

[흠, 네가 저 고양이랑 친해져야 하는데.]

“이상하게 예전부터 동물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더군.”

그야 피비린내 나는 암살자니까……. 감각이 예민한 동물들은 뭔가를 감지할 수 있지 않을까.

“저기? 선배님? 여자셨습니까? 종족 변환?”

[아, 이 몸은 여신님이야. 지금은 잠깐 혼돈의 대전사를 하고 계시지.]

‘잘 지내는 거 보기 좋군그래.’

여궁수는 푸른 차원문으로 들어서기 전에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오두막은 아마 이 자리에 계속해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정말로 아무도 오지 않게 된다면 심연으로 가라앉겠지.

여궁수는 오두막을 향해 희미하게 웃어주고는 왕국으로 발을 들였다.

* * *

문제가 생겼다. 큰 문제다.

“그게 아니라 조금 더 살살 만져주세요.”

“이…… 이렇게?”

캣틀링건이 블랑쉐를 보고 또다시 하악질을 했다.

[너무 조바심 내지 마. 곧바로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는 기대도 안 했으니까. 지금부터 빨리 익숙해져야 하는 문제야. 3번째 웨이브에선 필요할 거니까.]

왕국에 발을 들였다는 실감조차 없이 블랑쉐의 전담 고양이 사육사가 되어버린 여궁수가 씁쓸하게 웃었다.

캣틀링건이 넘어올 수 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이건 정규 루트가 아닌 밀항에 가깝다.

[왕국의 문]을 통과하지 않은 여궁수는 칭호도 가질 수 없는 반푼이 유배자가 된다.

그녀는 그 사실을 듣고 납득했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곧바로 찾았다.

일단 블랑쉐와 캣틀링건의 친분이 중요하다.

총기가 사수만 보면 으르렁거려서야 어찌 전투를 할까.

[제일 중요한 임무야. 캣틀링건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 그게 가장 많은 사람을 구하는 길이다.]

“알겠다……. 꼭 해내겠다.”

그런 결의에 찬 표정이 동물 입장에선 포식자로 보이는 것 같은데 말이야.

여궁수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럼 일단 이름을 지어보는 게 어떨까요?”

“이미 있지 않나?”

“아직 지어주지 않았어요.”

그 말에 순간 블랑쉐의 눈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내가 지어도 될까?”

“이제 블랑쉐 님이 주인이니까?”

“아니다. 나는 빌리는 것. 이 고양이는 너를 아주 좋아하니 계속 너의 반려동물이다.”

“그런가요.”

공감 능력과 배려심을 탑재한 블랑쉐는 귀하다.

다른 쪽으로 미친 요정의 대응을 하러 가야 하는데 이 장면은 보고 가야겠다.

블랑쉐는 거의 고뇌하더니 한 가지 이름을 짜내었다.

“디스…….”

“네?”

“디스트로이어. 디스트로이어가 좋을 것 같다.”

좋다. 캣틀링건. 넌 오늘부터 디스트로이어다.

곧바로 [다차원 연속체]로 차원문을 열고 [대혼돈의 요정]의 보스 개체를 쓰러뜨리러 이동했다.

루시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낸다.

‘거 작명 센스 하고는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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