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에 갇힌 고인물-357화 (357/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357화

왕국 - Lv.7764 대혼돈의 요정(4)

신벌은 목도한 이들에게 더 깊은 신앙심을 심어주었다.

왕국 변두리의 촌락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신은 실존하지만 먼 존재였다.

유배자만 찾아와도 귀하신 분이 되는 곳이다.

눈앞까지 찾아온 괴상한 요정들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저 위험하다고만 알거나 그마저도 알지 못했다.

그런 이들에게는 침공이라는 이름의 범왕국적인 재해보다는 신벌과 신의 인도라는 권위가 훨씬 중요했다.

기적과 함께 성직자들은 자연스럽게 그 권위를 부여받는다.

각지에 흩어져 퍼진 혼돈의 신도들이 주도권을 쥐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대피 작업의 디테일을 살피면서도 여전히 수비 병력의 위치는 지속적으로 신경 쓴다.

이 상황에서 루시의 투창은 노코스트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아주 훌륭하다.

천사들이나 각지에 흩어진 신도들의 정보는 빠르게 아케인의 본부로 전달되었다.

마법사들은 그곳에서 군사전략의 전문가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곧바로 정리되어 학장에게 보고로 올라온다.

혼돈의 신도는 이제 왕국 어디에나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그것은 그대로 내게 올라오는 보고도 된다.

바깥에서 군문의 참모 정도는 지낸 경력자들이 상황 판단에 대한 코멘트를 달아두었다. 그걸 훑고, 대응을 결정했다.

이런 브레인스토밍은 언제나 유용하다.

왕국이 진짜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이 될 수는 없다.

전쟁은 실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의사결정과 전장의 딜레이는 최소화되어 있다.

전장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이들에게 변하는 요정들의 위치가 전달되는 것은 1분도 차이나지 않는다.

오랜 훈련을 거친 것도 아닌데 이 정도 완성도로 굴러가는 것은 역시 신의 권능 따위가 태연하게 실존하는 세계여서지.

따라서 나는 1분 딜레이로 드넓은 왕국의 전쟁을 실시간 지휘할 수 있다.

지도에 관측된 적들의 위치가 표기된다.

미친 요정의 그룹들은 처음에는 크게 나뉘어져 있지 않았다.

하지만 신벌 폭격 이후로는 급격하게 산개하기 시작한다.

천사 하나가 그 현장을 눈에 담고 전달해 왔다.

신벌에 의한 실질적인 손상은 크지 않다.

직격당하고는 즉사했겠지만, 폼으로 고레벨이 아니다.

이 정도로 [메인 던전]의 적들이 픽픽 쓰러진다면 극단적으로 신앙을 짜내서 펌핑한 후 난사하면 클리어할 수 있다.

실제로 과거에 마법의 신좌에 앉았을 때 시도했던 일이기도 하다.

안 되더라고.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미친 요정들은 부상자를 챙기지 않는다.

그러니 비교적 약한 유배자 부대가 부상당하여 낙오된 요정들을 급습하여 정리할 수 있었다.

막대한 레벨 차이도 이미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는 무의미하다.

잔반처리반들 중 일부가 경악하는 것이 느껴진다.

[메인 던전]급의 경험치는 차원이 다르다. 아마 일찍이 느껴본 적 없는 쾌감일 것이다.

그러면 이것을 동기로 왕국은 더더욱 결속한다.

일부 사람들 눈에는 침공의 군세가 경험치로 보이기 시작할 테니까.

잔반처리반이 아니라 신이 포함된 주력부대는 살아서 흩어진 요정들을 추적했다.

당연하지만 요정들은 아직 자신들이 실시간에 가깝게 관측되는 중이라곤 알지 못한다.

시간이 지나면 알아챌 것이다. 요정들이 스스로 알진 못할 것이다. 그런 쪽으로는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종족이다.

대신 그 뒤에서 저들을 타락시키고 부리고 있는 고대신이 눈치챈다.

그게 첫 웨이브에서는 아니다.

그러니 이번만큼은 수월하게 통한다.

달려간 끝에, 신들이 미친 요정들과 격돌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부대들에 의하여 흩어지고 쪼개진 요정부대들은 각개격파당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요정들이 정직하게 뭉쳐 싸우는 편이 더 나았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신벌이 직격하고 모두 불태워 버렸겠지만.

카베와 동료들이 하드스록의 중심에서 본진을 치러 오는 적들에게 대응하기 위해 머무르고 있다.

일종의 5분 대기조인 셈인데 다행스럽게도 그들의 차례는 오지 않았다.

해가 중천에 떠오를 때쯤, [콜로서스]도 [대혼돈의 요정]도 얼추 정리가 끝났다.

현재 시각은 정오.

첫 번째 웨이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 끝난 것은 말하자면 1-1 웨이브다.

비슷한 난이도의 공격이 3번 더 남았으며 24시간 간격으로 들어온다.

그러니 다시 밤이 깊어진다면 적들이 나타날 것이다.

낮은 정비 시간이다.

* * *

하드스록 최고의 명문 탱커 길드, [검은 곰]의 수장, 블랙 베어.

그는 고뇌에 빠졌다.

용병 길드의 특성상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호황이 된다.

실제로 그들은 혼돈의 교단으로부터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받았다.

알고는 있다.

그때 그 휘말린 파티가 저 교단의 꼭대기에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고민이 찾아왔다.

“시펄, 어떡하지? 이걸 한몫 챙길 기회라고 봐야 하나?”

길드 마스터는 그걸 결정하는 자리다. 그의 결정하에 길드의 행보가 정해진다.

전사계 길드는 상명하복에 철저한 경향이 크다.

그러니 그가 정하는 방침이 곧 길드원의 방침이 된다.

수많은 동생들이나 다름없는 길드원들을 사지에 내모는 것이 되지는 않는가?

탱커는 가장 쉽게 죽어 나가는 포지션이다.

몰려오는 적들의 레벨을 생각하면 정말로 생환을 장담할 수 없다.

신들이 강림하여 앞장선다는 상황 자체는 놀라울 정도로 고무적이지만, 탱커 길드의 수장은 현실적으로 봐야 하는 법이다.

탱커인 신 몇몇과 묶이는 게 아니라면 신들이 그들을 구해줄 수 없다.

[검은 곰] 길드는 이 전쟁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지만, 동시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이들이다.

“야, 그냥 아랫놈들 투표 돌려.”

“그럴까요……?”

신뢰하는 형님, 블랙 타이거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어차피 행동하는 것도 동생들.

그렇다면 스스로 정해야 한다.

거수투표가 이어졌다.

수투카가 얼른 센다.

생각보다 찬성하는 자들이 많았다.

이것을 기회로 보는 것이다.

“경험치를 그렇게 많이 준다잖아!”

“지금 여기서 물러서면 어차피 살아남아 봐야 뒤처질걸?”

“요정 놈들 가지고 있던 장비가 아주 기가 막힌다던데?”

“저 위쪽으로 밀고 들어온 벌레 껍데기는 봤어? 생긴 건 좀 구린데…….”

인간형 적은 완제품을 가지고 나타나고, 괴물형 적들은 뭘 어떻게 건 활용할 만한 소재를 제공한다.

경험치가 아니더라도 이건 기회의 장이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미궁에 언제나 통용되는 법칙이다.

생각보다 물러서는 이들이 적음에 블랙 베어는 기뻐했다.

그가 만든 길드다. 그가 키워온 길드다.

이런 것에 쫄아들 녀석들이 아니었다.

“좋아! 얘들아!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

“아, 형님, 우리 한번 죽은 놈은 없어요.”

“아, 좀. 그냥 그런가 보다 해!”

사소하지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흐름이기도 했다.

꼭 [검은 곰]이 아니더라도 전장에 아직 나서지 않은 중소규모 길드에도 제법 긍정적인 소식이 많이 전해지고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혼돈의 교단이 의도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레미는 대장 고블린에게 배운 방식을 철저하게 활용한다.

시티즌도 붕괴하고 [하드스록]도 아군인 지금, 정보통신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마법사들의 협조를 받을 수도 있다.

이 상황에서 여론을 인위적으로 조성하는 것은 원숭이도 가능하다.

그러나 물론 그것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고레벨 유배자에 한정한 일이었다.

“제니는 무사할까? 아니, 그보다 살아는 있을까?”

이제는 어느 길드의 소속도 아닌 은퇴 유배자, 로건은 그런 생각을 했다.

함께 모아서 자리 잡은 하드스록 시가지 내의 집이다.

애초에 각자 방을 쓰도록 서로를 배려했던 파티였기에 신혼부부가 아닌 로건도 눈치 보며 지낼 필요는 없었다.

원래 같다면 제니와 함께 은퇴한 후에 여생을 보내기 위해 준비했던 곳이다.

제니의 방은 비어 있다.

그 고민을 듣던 신혼의 동료가 말한다.

“대단한 파티였다고 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소문의 어떤 파티가 그거 아냐?”

“이미 랭커라면서? 그렇다면 제니가 우리 중에서는 제일 출세했겠지.”

“하지만…….”

로건을 잘 알 수가 없었다.

제니는 겁이 많았다. 로건 본인만큼은 아니지만 비슷한 성향이었으니까 친해졌다.

오래 함께 알고 지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낯설다.

온전히 스스로의 의지일까?

몇 번이고 울며 떠나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

자신이 치졸하고 옹졸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떳떳하게 진심이었다.

그저 제니가 걱정이 되었다.

초식동물은 풀을 뜯고 살아야 한다. 그런 체념이 어중간한 레벨의 유배자들 사이에는 팽배하다.

사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남아 있는 거다.

거기서 고기를 뜯자고 달려 나갈 사람은 이미 죽었거나 위로 올라가 있다.

제니는 수십 년간 풀을 뜯었다.

“그래도 좋아서 하는 거 아니겠어?”

“나도 의외긴 하지만.”

“그래. 나도 그럼 이제 생각을 해야겠지.”

로건은 이제 잠깐 제니를 잊기로 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검은 곰] 길드의 소집장이다.

불응한다고 문제가 생기는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은퇴했던 유배자들에게 한몫 챙기지 않겠냐고 권유하는 그런 내용이다.

좋은 길드였다.

그러니까 그냥 가만히 앉아 있더라도 상관은 없을 것이다.

전장의 소문을 들었다. 온갖 긍정적인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그사이에 조금씩 흘러들어오는 어떤 랭커가 죽었다더라 같은 이야기만 크게 들린다.

유배자라면 죽음은 언제나 곁에 있는 것이지만, 로건은 그걸 피하기 위해 유배자로서의 기간 대부분을 노력해 왔다.

이제 와서 뛰어들 수는 없다.

“난 그냥 여기 있을래. 전장에 서지 않고도 도움이 될 방법은 많겠지.”

“우리도 그래. 곧 태어날 자식을 위해서라도 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어떻게 보면 제니라는 랭커를 배출하게 된 전 파티 동료들은 희미하게 웃었다.

로건은 제니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랑스럽다고 여겼다.

그래도 자신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이것도 삶의 한 방식이니까.

* * *

블랑쉐는 결국 디스트로이어와 친해지는 데 한계를 느꼈다.

여궁수, 이름을 정한 조시는 조용히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려야 했다.

“시간……. 나에게는 시간이 없다.”

“함께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점점 마음을 열 거예요.”

그 말과 동시에 조시의 품에 안겨 있던 디스트로이어가 하악! 하며 털을 세웠다.

블랑쉐는 풀이 죽어 물러났다.

디스트로이어가 조금 더 진정한다.

“갑자기 낯선 환경에 와서 긴장한 거예요.”

조시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어떻게 한다.

“후, 그냥 네가 쓰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아니, 저는…….”

블랑쉐도 안다. 그건 힘들다. 조시는 그러기에는 너무 뉴비다.

총기가 좋기만 하다고 누구나 랭커가 된다면 사수는 아주 날로 먹는 클래스일 것이다.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그리고 다른 일도 있다.

조시의 출신은 혼돈의 교단에서 탐낼 만한 것이었다.

레미가 두 팔을 벌려, 이전 파티의 리더를 맞이했다.

“어서 와요! 여궁수, 아니, 조시!”

“세상에. 누구예요?”

“아하하. 전 이제 요정이거든요.”

레미는 최근 자신의 외모를 적극적으로 즐기기 시작했다.

눈부시게 매혹적인 이 얼굴은 혼돈의 교단에 소속된 사업가이자 행정가인 레미에게 어마어마한 어드밴티지를 부여했다.

조금 더 고민해 볼 만한 일도 얼굴에 홀려 끄덕이고 마는 것이다.

마성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꽃잎 요정이라는 종족 자체에 깃들어 있다.

체력적으로도 훌륭한 종족이기에 잠을 좀 줄인다고 큰 문제가 생기지도 않는다.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삼 다시 느끼는 나날이다.

블랑쉐도 레미에게 인사를 한 후에 서둘러 다른 곳으로 향했다.

혼돈의 신전 본단이 된 슬럼가의 병원은 이제 제법 봐줄 만한 외견이 되어 있다.

주변도 슬럼이라고 부르기에는 잘 정비되고 거리에도 활기가 넘친다.

돌아올 때마다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블랑쉐의 대외적인 외모는 그루터기 요정이다.

그 모습을 알아본 교단의 신도들이 고개를 숙인다.

대전사의 파티에 소속된 암살자다. 교단에서의 입지는 드높다.

블랑쉐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안내를 받아 그녀의 새로운 동생들이 감금되어 있는 곳으로 갔다.

‘오르골’이 시티즌에서 만들어낸 새로운 여동생들.

[더 시티즌]의 멤버들은 상당수가 살아남았다.

붙잡혔다기보다는 나타나서 머무르고 있는 것에 더 가깝다.

붙잡힌 알파와 베타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알리자 먼저 그쪽에서 찾아온 것이다.

보통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블랑쉐는 그들이 왜 그랬는지 안다.

‘오르골’은 모두를 손아귀에 틀어쥐고 싶어 하는 남자였다.

결코 누군가에게 일을 나눠주지도 않는다.

자신이 두뇌, 그리고 나머지는 손과 발이다.

그러니 그들이 받은 교육은 일관되어 있다.

자신이 없고 연락을 받을 수 없다면 생존을 우선시하라.

침공의 혼란 와중 가장 안전한 곳들 중 하나는 이곳이다.

알파와 베타는 자유롭게 움직여도 좋다고 풀어준 교단의 처사에 생존자를 다 모아들이는 식으로 움직였다.

어차피 그들의 아버지가 다시 나타난다면 그 말을 따르면 된다.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온전히 전력을 보존하고만 있으면 된다.

블랑쉐는 그 사고방식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평소대로의 일과를 보내고 있는 동생들이 보인다.

현재 우두머리인 알파를 필두로 훈련을 하고 있다.

교단은 무려 훈련할 만한 공간도 지하에 제공해 주었다.

블랑쉐가 나타나자마자 모두가 일제히 멈추었다.

대련도, 단련도.

알파가 고개를 돌린다.

“실패작인 언니군요.”

“실패작에게 진 동생이군.”

심통이 잔뜩 난 얼굴이 우습다.

블랑쉐는 자신도 과거에 저런 표정을 많이 지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절대적인 존재였으니까.

하지만 그가 남긴 절대적인 명령 덕분에 블랑쉐는 한마디로 이들을 지배할 수 있다.

“오르골은 죽었다. 이제는 내가 오르골이다. 아니, 블랑쉐긴 하지.”

미심쩍은 눈빛이 모여든다.

의심이 가득하다.

“그 남자의 마지막 계획이 뭔지 너희들도 알고는 있지 않나?”

“정말로 당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살아 돌아온 건가요?”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여기 살아서 서 있다. 더 이상 다른 증거가 필요한가?”

알파는 베타와 그 아래에 해당하는 다른 자매들을 불러 모았다.

짧은 의견 교환이 오간다.

이윽고 알파가 대표로 블랑쉐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다른 모든 자매들도 함께 그러했다.

“좋습니다. 아버지의 생존이 확인될 때까지 우리는 언니를 따르겠습니다.”

무력은 증명했다. 왕국에서의 입지도 증명했다.

혼돈의 교단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았다면 모를 수가 없다.

그렇다면 현재 ‘오르골’이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면 가장 서열이 높은 것은 블랑쉐다.

부재 시, 서열이 가장 높은 자를 따른다. 아버지의 이건 명령이다.

알파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다. 당연하지만 적개심을 숨길 생각은 없다.

그저 명령에 따를 뿐이라는 정도의 눈.

“하지만 불합리한 명령은 거부하겠습니다.”

“그 정도 권한은 원래 존재하지. 마음대로 해라. 어차피 생존 확률이 가장 높은 방법은 왕국을 지키는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래도 두었어도 혼돈의 교단을 돕기 시작했겠군.”

“우리의 생존이 불투명해진다면 그리했겠죠.”

세상을 잘 모른다.

정해진 규칙을 따른다.

사람을 죽이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아기들을 돌보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일 것이다.

블랑쉐는 부하들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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