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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386화 (386/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386화

메인 던전 - Lv.12000 쌍둥이 천사 [산달폰סנדלפון]

천사에게, 그것도 저런 고위 천사에게 마법으로 데미지를 입히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효율은 시궁창이다.

그러므로 미아는 이번에 전혀 공격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난 반년간 부단하게 노력해 왔다.

마인드맵이 없는 미아는 유배자들보다 좀 더 현실적인 수련을 해야 한다.

물론 유배자들이 받는 경험치와 비슷한 것이 몸에 깃들긴 하되, 마인드맵처럼 직관적으로 새겨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느 순간 갑자기 스킬이 되어 장착된다. 얼마나 많은 경험치가 필요한지, 언제쯤 스킬이라는 이름으로 새겨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그 과정은 꽤 재미있는 모험이었다.

엄마와 아빠의 허락을 받고 혼자 마력 관련 스탯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련 여행도 자주 떠났다.

서버에 진입하기 위한 길잡이 한 명과 제니를 대동하고 온갖 서버의 비경들을 돌아다녔다.

아빠는 그런 장소를 아주 잘 알고 있었으며, 신언으로 틈틈이 안내도 해줬다.

그렇게 마력 소모를 반복하고, 회복을 위해 마력 결정들을 껴안고 자고, 끔찍하게 쓴 드래곤의 피도 꾹 참고 쪽쪽 빨아먹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말이다.

NPC인 미아의 성장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뱀파이어는 잠을 필요로 하지 않으나, 정신력 관리를 위한 뇌의 재부팅 정도는 필요하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면 갑자기 느껴진다.

어떤 스킬이 몸에 새겨졌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까지 취한 일관성 있는 행동에 따라, 마력 용량에 관한 것이다.

아닌 게 걸려들 때도 있었다.

이것은 유배자의 성장과는 다른 의미로 뽑기와도 같았다.

사실 그건 삶과도 닮아 있다.

원하는 것이 척척 이루어지는 삶이란 게 어디 있겠나.

미아는 그 모든 과정을 즐겼다.

아빠를 만나 왕국으로 가기 전에는 누릴 수 없던 즐거움이었다.

가능한 다른 스킬을 얻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미아는 이미 다른 모든 능력을 천재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유니크 스킬을 가지고 있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마력 용량.

그리고 그 용량을 일거에 쏟아낼 수 있는 방출량.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고 생각했으나, 주변에서 보기에는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던 모양이다.

최근에는 드래곤을 만나면 동족으로 착각받는 경우도 생겼다.

조금 어린 드래곤, 그 정도라고 오해를 받는 모양이었다.

사냥하러 갔더니 핀잔을 받는 것은 기분이 묘한 일이다.

마력을 좀 숨기고 다니라고, 그렇게 [폴리모프]해서야 쓰겠냐고 꾸중을 듣는 것은 굉장히 재밌었다.

그리고 여유도 배웠다.

마법사가 공격에 그다지 참가할 일이 많지 않다는 사실에 실망했던 시기가 있다.

잠깐의 방황이었으나 금세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는 안다. 조급할 필요는 없다. 미아의 주변은 강한 아저씨들이나 언니들로 가득하고, 천천히 조금씩 강해지면 된다.

거기에, 공격수가 아니더라도 마법사는 파티의 핵심이다.

미아는 곧 그 사실을 자랑스러워할 수 있게 되었다.

달리다가 속도가 뒤처질 것 같자 제니에게 말했다.

“안아줘요!”

폴짝 뛰어오르고 제니가 얼른 안아 든다.

마력을 사용하지 않는 달리기로는 아무래도 뒤처지는 수밖에.

지금부터는 마법에 집중한다.

뒤편을 돌아보자 산달폰이 보였다.

천사란 게 원래 저런 존재일까?

해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피어올랐으나, 사로잡기엔 지나치게 강대한 존재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지난 밤 파티원들이 휴식하는 동안 준비한 함정을 떠올린다.

공을 들였다.

이제 보여줄 때다.

* * *

제니는 그간 미아를 수행하며 침공방어전 당시에 얻은 자신감이 조금씩 쪼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물론 이전처럼 자기 의심에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니다.

한때의 꿈이 날아갔을 뿐이다.

악룡이 사용하던 강력한 스킬들을 탑재하고 정말로 대단한 존재라도 된 것 같은 그 기분 말이다.

미아가 성장하는 만큼 제니 역시 성장했다.

그와 동시에 제니는 왜 자신에게 그 강력한 스킬들이 주어졌는지도 깨달았다.

스펙 이전의 문제로, 제니는 이 파티의 주력이 될 수 없다.

자기 자신의 실력으로는 틀림없이 불가능하다.

스킬 이상의 무언가를 가진 이들로 구성된 파티다.

하나같이 전투와 전투로 점철된 삶을 살아왔고 그 이상의 재능을 가진 이들만 모았다.

리더는 원래부터 그런 파티를 원했던 것이다.

제니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은, 꼭 운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하지만 운이 좋아서라는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제니는 그 사실에 만족했다.

이곳이 자신의 위치.

마인드맵의 균형을 위해 다른 파티원들이 탑재할 수 없으나, 그럼에도 틀림없이 유용한 스킬을 운용하는 서포터의 위치다.

이 역할은 틀림없이 중요하다.

잠깐의 탈력에 빠진 리더를 왼쪽 어깨에 들쳐 멘 채로 반대 팔로는 미아를 안아 든다.

그러면서 귀를 기울인다.

미아가 연결한 마력적 의사소통 네트워크는 서로의 의지를 전달한다.

이것의 사용법에 익숙해지기 위해 고생했다.

곧바로 상공에서, 대열의 가장 후미에서 보스를 관측 중인 서브 리더가 지시한다.

“제니 앞으로 좀 더 나가요. 아서는 제니를 막아요.”

제니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굉음이 울려 퍼진다.

빗나간 빛의 광선들이 달리고 있는 앞으로 쏟아져 지형을 바꾼다.

능숙하게 들쳐 멘 리더를 방패 삼아 내밀고 마법사를 지킨다.

버프의 부작용으로 축 처진 리더가 충격파를 맞아 고통스러워하지만 애초에 본인의 지시다.

누군가를 들고 뛰는 것만큼은, 이 파티에서 제니가 가장 잘한다.

그렇게 되었다.

그동안 미아는 마법의 시동을 준비하고, 뒤편에서 아서가 더 디테일한 위치를 지정하는 것을 따른다.

쏟아지는 빛줄기는 끔찍하게 많았다.

처음부터 빗나갔거나, 혹은 아서와 서브 리더가 쳐내주고 있을 것임에도 유성우를 보는 것 같았다.

길게 꼬리를 끄는 빛들 사이로 이리저리 달리면서도 미아가 마법을 시야에 넣을 수 있는 포지션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몸을 틀어 보이도록 한다.

그리고 곧,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너무 가까운 곳에서 유해할 정도로 농도 짙은 마력에 노출될 때의 감각이다.

이게 방사능의 일종이란 말을 듣고 굉장히 혼란스러웠지만, 유배자의 육신은 방사능 따위에 굴하지 않는다.

애초에 포션 한 방이면 완쾌.

그러나 문자 그대로의 체렌코프 현상마저 일어나기 시작하는 것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제니도 처음에는 단순한 마력광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느 날 생각해 보니 이상하다.

다른 마법사들은 그렇지 않던데?

전 마법의 신에게 문의해 본 결과 인간형 같은 작은 체격에 지나친 마력이 응축되어 있으면 단지 그것을 개방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

심지어 몸소 보여주시더라.

살아 있는 마력로.

원자로에서나 일어날 현상을 제 몸만으로 일으키는 괴물.

그게 제니의 오른쪽 팔에 안겨서 마법을 구사하고 있다.

자랑스러워도 좋다. 지금 제니는 원자로 운송차다.

그리고 오른쪽 어깨에 축 늘어져 매달린 리더는 방금 저 끔찍한 괴물의 날개들을 1분 만에 다 도륙 낸 사람이다.

용사 파티의 짐꾼은 아무나 하는 줄 아느냐!

제니는 그렇게 달리고 또 달렸다.

미아가 설치해 둔 함정의 위치까지, 죽어라고 달린다.

* * *

“지가 건담이야 뭐야!”

오빠가 잠깐 다운된 동안은 희우가 리더다.

날아드는 빛줄기는 너무 눈이 부셔 제대로 쳐다보기도 힘들 정도였다.

산달폰의 2페이즈에서 돋아난 무수히 많은 새로운 눈들이 각자 서른 발 이상의 광선을 만들어낸 것 같다.

괴물같이 생긴 천사는 이제 숫제 태양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기계 무덤은 어둠이 머문 타천사와 정령의 땅이지만 이제 완전히 눈부시게 밝은 공간이 되어 있다.

희우는 아서와 함께 제니를 지켰다.

탄막이라는 것은 명확하게 한 명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있을 모든 곳을 초토화시키는 것이다.

서로 교대하며 순간적인 회복 타이밍을 번다.

달리는 제니 뒤로 쏟아지는 광선들을 어떻게든 쳐내고 막아낸다.

1페이즈보다 가늘어진 대신 숫자가 너무 많아 부상이 점점 늘어간다.

그리고 언뜻 보자 이제 설치해 둔 함정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산달폰은 자신의 사거리에서 벗어나는 파티원들을 보며 더 분노에 몸을 떨었다.

제자리에서 원거리 포격만 쏘아내는 것을 멈춘다.

잿빛 날개들이 꿈틀거리며 뒤엉킨다.

눈알과 털이 달린 구슬처럼 변하더니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좋은 신호다.

충분히 자극했고, 생존을 위해 거대한 신전 기둥 주변을 맴돌던 타천사가 그 범위를 벗어나게끔 만들었다.

이 또한 기믹이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지만 저 거대한 기둥 주변을 벗어난다면, 산달폰이라는 타천사는 제 신성을 유지할 수 없다.

로스엘이 제공하는, 기둥에서 벗어나게 끌어낸다면 약화된다는 암시다.

산달폰이 오빠가 지정한 선에 도달한 순간 희우는 신호했다.

“블랑쉐 언니, 지금이에요!”

유니크 스킬 [암살자의 작법]

유니크 액티브 [배후의 그림자]

소리 없이 숨어 있던 암살자가 나타난다.

뭉친 공처럼 변한 타천사의 배후에 나타나고, 타천사는 당연하게도 그 사실을 인식했다.

그러나 블랑쉐의 유전적 아버지가 남기고 간 스킬은, 단 일격을 반드시 암습 판정으로 넣는다.

날개 하나가 베였다.

블랑쉐는 그대로 분신을 흩뿌리며 다시 몸을 숨겼다.

타천사가 몸을 비틀었다.

미아가 재빨리 블랑쉐를 송환했다.

“여기까지 풀링이 되겠지?”

분신들은 순식간에 충격에 터져 나갔다.

그리고 거대한 눈알이 방금 날개 한 장을 베어낸 암살자에게 향했다.

블랑쉐는 싱긋 웃고는 제니의 뒤를 따라 달린다.

탄막이 소용없다는 것은 어떻게든 보여주었다.

실제로는 그대로 더 퍼붓는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타락한 천사가 생각하기에는 그럴 것이다.

패턴 유도는 공략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이다.

이런 빗발치는 탄을 정면에서 받아내긴 힘드니까.

미아가 설치한 함정을 지나서 계속 유인한다.

가장 마지막에 타격을 넣은 블랑쉐를 향해 보스의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아서와 희우는 계속해서 호위했다.

다만 이번에는 제니가 아니다.

제니가 슬쩍 빠져나갔음을 타천사는 눈치채지 못했다.

마침내 함정의 한 가운데에, 잿빛의 타천사가 도달한다.

아직도 제니에게 안겨 있던 미아가, 몸에서 흐르는 빛을 꺼트렸다.

그 빛은 다른 곳으로 흩어진다.

뱀파이어가 마법사로서 괜찮은 성능을 내는 종족인 가장 큰 이유는, 혈액을 이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피로 이루어진 감옥이 솟구쳐 올랐다.

새장과도 같은 그 가운데 타천사는 가소롭다는 듯이 날개를 펼친다.

미아가 손을 뻗었다.

원근감에 의해 타천사는 충분히 손바닥 안에 들어올 정도의 크기로 보였다.

마법에서 인식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미아는 그대로 그것을 움켜쥐었다.

핏빛 사슬이 흐른다.

혼돈의 권능을 가장 뱀파이어적인 마법으로 구현했다.

마법으로 이루어진 물리다.

정교한 설계대로 날개 한 장 한 장을 묶어낸다.

새장 속에서 사슬로 묶인 모습은 썩 아름답다.

미아는 마력의 마지막까지 짜내어 밀어넣은 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악룡의 심장을 말린 육포를 씹어 삼킨다.

흡혈귀의 거부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럼에도 이것은 오래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제니가 미아를 내려놓았다.

“갔다 올게요.”

마법을 유지하느라 말을 할 수는 없다. 고개만 끄덕였다.

제니는 스킬을 준비했고, 저 멀리 반대편에서 달려오고 있는 불꽃을 보았다.

에길이 [타오르는 날개]의 스택을 한계까지 채운 채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양손 도끼에서 피어오르는 불길의 규모가 산달폰의 체격만큼이나 거대했다.

제니는 이제 충분히 친근해진 바이킹과 함께 묶여 있는 타천사를 향해 달렸다.

제니가 먼저 가진 모든 스킬을 해방하여 날개를 베어내기 시작한다.

다 베어낼 수는 없다.

단지 중요한 날개를 베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무오의 광휘]가 깃든 검기가 번뜩이며 산달폰의 가장 강력한 날개 네 장을 뜯어낸다.

그리고 제니는 물러섰다.

묶여 있는 채로 탈출이 지연된 타천사는 슬슬 위험을 느낀 것 같았다.

에길이 휘감고 달려오는 힘은 그만큼 강대한 것이다.

불길의 도끼가 작렬했다.

마지막의 순간 도끼가 산산이 흩어진다고 느꼈다.

내구도는 맞추어 두었다.

에길이 지난 반년간 애용한 양손 도끼는 최후의 일격에서 부서지며, 모든 방어력을 무시하는 일격이 되었다.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막대한 힘은 고스란히 물리적 절삭력이 되어 산달폰의 본체를 강타했다.

제니는 그 눈알이 완전히 기능을 정지하고 멈춰 섰다고 생각했다.

무기를 잃은 에길이 잽싸게 보조 무장을 꺼내 들어 마스터리의 보정을 재확보한다.

눈알은 말라붙은 듯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반으로.

삶은 계란이 반으로 쪼개지듯 갈라지는 가운데, 타락한 천사가 영겁의 세월간 모아왔던 신성이 흘러나온다.

제니는 다음 페이즈를 알리는 메시지를 보았다.

[마지막 편린]

[쌍둥이 천사, 산달폰סנדלפון]

그리고 생각했다.

이러니까 미궁을 아무도 클리어하질 못했지.

더럽다 더러워.

빛기둥이 내리꽂혔다.

모든 타락을 뒤로하고, 존재마저 불태워 전성기의 모습으로 내려오는 거대한 천사가 나타났다.

그 모습은 고증대로 거대했으며, 하반신만 겨우 보였다.

상반신은 너무 높은 곳에 있었고, 동시에 거 어느 때보다 강렬해진 신성으로 뒤덮여 알아볼 수 없었다.

로스엘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저것은 대천사 산달폰.

이 세계가 아직 멀쩡하던 시절, 가장 강력했던 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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