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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398화 (398/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398화

메인 던전 - Lv.7799 가라앉은 영광(7)

아서는 먼 곳의 시가지를 올려다보았다.

이 그룹의 사령탑으로서 도시의 상층에 무슨 일이 있지는 않나 살필 필요가 있다.

옛 왕국의 도시는 형태가 굉장히 기형적이었다.

중심부로 갈수록 지대가 솟아올라 엄청나게 높아진다.

원래 그랬을 리는 없고 세상의 뒤틀림에 영향 받은 것이리라.

먼 곳에서 뭔가 날아다니는 것이 보인다.

아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그는 하이 랭커급 고레벨 유배자로서 시력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어디까지나 전사다.

이곳에 블랑쉐나 서브 리더가 있었다면 얼른 알아보겠으나 아서의 눈으로는 무리였다.

옆을 보자 제니와 에길도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더라도 뭔지 알 수는 없다.

너무 높은 곳이라 작은 날벌레가 날아다니는 것 같다.

그 주변을 무언가가 잔뜩 쫓아다니는 것 같기도 하다.

지대가 낮으니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다.

작은 가능성을 고려해본다. 동료가 저 곳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하러 가야하는가?

[하드스록]의 소속이던 시절에는 어려울 것 없는 판단이었다.

아서는 충분히 강력한 유배자였으며 대부분의 적들은 감수해볼만한 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그렇게 쉬이 판단할 수 없다.

산달폰과의 일전에서 그 위엄을 보고 아서는 더더욱 확실히 그 사실을 느꼈다.

“엄청나게 빠른걸 보면 기천사일 수 있지 않을까요?”

제니가 말했다.

에길도 일리가 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서는 도전을 하기로 결정했다.

“내 마법 구사가 좀 더 숙련되었다면 좋았을텐데. 멀린, 내게 힘을 주게나.”

에길과 제니가 정색하며 아서에게서 물러섰다.

마법 실패 패널티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메인 던전에서 심연 추방 같은 편리한 기능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쯤 오면 [심연]의 저층은 도리어 안전한 곳이 되니까 말이다.

하지만 다른 패널티들에서 무사하기는 쉽지 않다.

“음, 그. 아서. 조심하시오.”

“……힘내요.”

그 떨떠름한 반응을 보며 아서는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대신 헛기침을 하며 수염을 쓰다듬는다.

“집중해야하니 닥치게.”

눈을 감고 있으니 에길이 제니에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영감님 삐지셨군.”

“의외로 재밌는 분이셔서 참 놀랐었죠. [하드스록] 이름값에 비하면.”

아서는 집중하며 수염을 계속 쓰다듬었다.

나중에 미아에게 더 제대로 가르침을 좀 청해야겠군.

술식이 천천히 느릿느릿 구축된다.

간신히 완성을 하는데는 1분 가까이가 걸렸다.

[천리안]

마법이 발현된다.

먼 곳이 훨씬 가까이 들여다보였다.

약 3초간 유지된 끝에 사라졌다.

아서는 자신이 유지를 못한 것이 아니라 원래 그러려고 했던 것처럼 행동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로스엘이다. 아무래도……. 구하러 가야겠군.”

동시에 가야할 곳을 올려다본다.

로스엘이 당장 엄청난 위기에 처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몬스터들을 몰고 다닌다.

저대로라면 곧 목숨이 위험해질 것이다.

“그렇다곤 해도 가서 어떻게 구하죠?”

아서가 스윽 둘러본다.

“시선을 분산하는 것 정도는 해볼 만한 일이야. 전원 천사와 악마니.”

“으엑. 또 제가 미끼인가요?”

“속도로 따돌리긴 힘들 것 같으니 비교적 튼튼한 내가 하지.”

몇 가지 방어 스킬은 익혀두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중심을 잡는 일을 수행할 수 없다.

“포션 잔량이 문제군요.”

“완전히 소모하더라고 구할 수만 있다면야.”

로스엘은 중요한 NPC다.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 구해낼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의 보스는 당장 만날 일은 없다.

나중에 다시 돌아와서 상대하게 되는 적이다.

그러니 보스전은 염두에 두지 않아도 무방하다.

아서는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짐의 일부는 두고 가도록지.”

차원 수납 주머니도 용량 한계는 있다. 식량의 문제로부터는 자유로워졌어도 당장 필요할 소모품 외에는 두고 가는 편이 옳다.

“나중에 이 베이스캠프를 발견하겠지.”

어차피 어디가 좋은 터인지는 다 안다.

주변을 정리하기 쉽고, 몬스터들의 어그로가 끌렸을 때 방어하기도 쉬워야한다.

그런 조건을 갖춘 곳이 흔하지는 않다.

깃발도 걸려있으니 어지간하면 찾아내리라.

일종의 웨이 포인트인 셈이다.

제니가 표식으로 걸려있는 민트색 고양이깃발을 올려다보며 푸념했다.

“저는 왜 마스코트 취급이죠? 훨씬 귀여운 미아양이 있는데.”

“흠.”

“흠.”

“아니, 뭐라고 제대로 말을 해요!”

아서와 에길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똑같은 생각을 했다.

미아는 분명 귀엽지만, 가끔 보이는 그 매드한 모습을 생각하면 제니가 평범한 관점에서는 더…….

* * *

엣취!

재채기를 하자 쥐들이 눈치 챘다.

제니는 얼른 미아를 안고 날았다.

지하 수로인데다가 물이 들어차있고, 쥐도 살고 있지만 의외로 그렇게 어두침침한 곳은 아니었다.

도시 자체가 발광하듯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는 듯했다.

적어도 시야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다.

다만, 이곳의 쥐들은 이상하다.

평범한 쥐는 절대 아니었다. 그랬다면 위협조차 못될 테니까.

“애초에 여기 왜 쥐가 사는 걸까요?”

재채기 소리를 들은 쥐들에게서 충분히 멀어졌음을 확인하고 말했다.

물이 차올라 있는 구간이 많다.

마법사와 그 마법사를 안고 다녀야하는 전사, 이렇게 둘이서 잠수를 감행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행위다.

하지만 웅덩이를 피하니 생각보다 갈 수 있는 곳이 적었다.

“쥐……. 저것들은 사실 어둠의 잔재야. 심연에서 흘러나온 부스러기지. 우에에엑.”

“괜찮아요?”

“으으. 다시 언데드가 하고 싶어.”

제니는 그 말에 그런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가뜩이나 능력 부족을 절감하고 있는 입장이다.

보통 미아를 어떻게 지키냐에 대한 고민 외에는 기억 한구석에 밀어 넣게 되었다.

제니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그렇게 이 파티의 일원으로 남아있다.

“아, 어째 어둠의 정령 느낌이 나더라니. 그래도 굉장히 쥐다운 모습이네요. 어째서지.”

“이 공간 자체가 기계장치의 신이 억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이라서 그럴걸? 여기도 이끼 같은 게 껴 있잖아. 자연을 흉내 내는 거지.”

이 작고 어린 마법사는 거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악마는 고위종족이지만 근본적으로 마법사 특화 종족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튼튼함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악마의 종족 특성인 높은 물리 방어력은 미궁의 보정에 가까운 것이라 단순한 체력과는 관계가 없었다.

그래서 미아 역시 깨닫게 된 사실이 있는데.

“나…… 지금 디스트로이어랑 힘으로 싸워도 질지도.”

뱀파이어가 된 시점이 언제인가?

10살 남짓한 어린 시절이다.

그때의 영양 상태는 어땠는가?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미아는 뱀파이어일 때도 굉장히 마른 편이었다.

그걸 뱀파이어 로드라는 격으로 커버하고 있었으며 마법을 동원하여 해결하고 있었다.

언데드는 신체적 체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우니 걷는 것도 얼마건 해도 문제없었다.

하지만 악마는 일단은 생물이다.

그것도 데몬은 물리적 힘이 약하기 짝이 없다.

차라리 데빌이었다면 조금 더 보정을 받았을 텐데.

미아는 제니의 등에 업힌 채 몸을 움직여 보았다.

제 몸은 간신히 가눌 수 있다.

달려서 전투행동은 거의 무리다. 금방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인간으로 돌아갔다면 즉시 환자였을지도.

아니 확실히 그렇다.

마인드맵이 있었다면 미아의 힘 수치는 틀림없이 3 이하 수준일 것이다.

일반적인 유배자의 초기 힘 스탯이 10 정도라는 것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기어 다니는 체력이다.

유배자가 아니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데드였기에 몰랐던 사실이다.

“미아, 좀 더 천천히 달릴까요?”

“아니야. 제니. 먹은 없어서 토하진 않아.”

거기에 세반고리관부터 총체적 난국인지 제니의 등에서 멀미를 하고 있다.

투명화 마법과 기척을 지우는 마법은 최대한 유지하고 있으나 그 이상의 술식 구축은 거의 무리였다.

“제 생각에 이대로 더 움직이는 건 좋은 판단이 아니에요. 어디서 자리 잡고 쉬도록 하죠?”

“으음.”

미아는 보통 상황을 결정하는 입장이 아니다. 힘 스탯이 3이하라면 지능은 틀림 없 20가까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판단력과 경험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전투시의 상황 판단은 대체로 제니에게 따랐다.

둘이서 한 몸.

이것이 제니와 미아의 전법이다.

“그럼 그렇게 할게.”

“들어줘서 고마워요.”

미아는 약간의 쓸쓸함을 느꼈다.

이 제니는 아주 높은 확률로 가짜다.

하지만 진짜 제니였어도 똑같이 걱정하고 똑같이 말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제니는 적이지.’

성격을 카피하고 있을 뿐이다.

일개 객체라고는 해도 결국 본질은 기계신에 종속되어 있는 사역마에 더 가깝다.

NPC인가 아닌가 하는 딜레마에 더 가깝다.

이 제니는 진짜 제니와 다른 점이 거의 없다. 그렇다면 진짜 제니라고 해도 되는 게 아닐까?

미궁은 그런 부분을 손쉽게 해결해주었다.

숏컷은 이 지역에 남아있는 기계신의 옆까지 가야 있다.

그리고 그곳까지 도달하면 복제들은 적으로 돌변한다.

지키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병사들이다.

이곳 위의 뒤틀린 천사도 원본 없이 만들어진 복제들일 뿐이니까.

주인 없는 공장은 쉬지 않고 괴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음. 제니.”

“왜 그래요?”

“좋아해.”

“뜬금없네.”

가짜 제니는 그럼에도 싫진 않다는 듯이 귀를 꼼지락거렸다. 꼬리도 빳빳해진다.

“그럼 여기다 베이스 캠프를 구축해볼게요. 근처 쥐들을 약간 정리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니까.”

“바깥에서 들어오는 파티원도 있을 거야. 이 길을 통해 들어오겠지. 그러니 만날 수 있을지도.”

미아만이 성배의 짐승을 찾아볼 생각을 한 것은 아닐 테니 누군가 결국 이 쪽으로 오리라.

주변의 쥐를 정리하는 것이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제니는 강했다.

미아는 확실히 이 제니가 가짜라고 판단했다.

너무 안정적으로 전투한다. 진짜 제니는 좀 더 어설프다.

하지만 덕분에 쉴 자리는 더 쉽게 만들어졌다.

“좀 칙칙해도 참아요. 담요 깔아줄까요?”

“응응.”

업혀만 있었는데도 숨이 차오른다. 작게 가쁜 숨을 내쉬며 이 제니를 만난 것이라도 다행으로 여긴다.

정말로 객사할 뻔 했다.

그렇게 앉아서 잠깐 쉬고 있자니까.

쿠르르르르

무언가 괴이한 소리가 들렸다.

도시 전체가 진동하는 듯한 소리.

거대한 질량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소리.

진동만으로도 그 규모를 알 것 같다. 거의 지진에 준한다.

“물이 빠진다.”

“물만 빠지는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벽이, 지하수로가, 그런 이름의 미로가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 * *

로스엘은 머리를 긁적였다.

“이 버튼이 아닌가?”

뭔가 잘못 누른 거 같은데.

* * *

“아니, 잠깐만. 누가 도시 변형 시키고 있어?”

나는 당황했다.

“설마 그건가?”

로스엘은 당연히 사고를 몰고 다니는 친구다.

경우에 따라서는 바깥에 있는 통제실로 들어가 맵을 멋대로 변형시키기도 한다.

그런 랜덤 인카운터가 존재한다.

로스엘 본인에게 너무 티를 낼 수는 없으니 말은 하지 않았는데.

절대 하지 말라고 말해둬야했나.

아니지. 그렇게 말해둬도 어차피 할 천사다.

게다가 이 조작은 일단은 호의다.

아마 카메라로 파티원들을 다 지켜보며 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조작법을 잘 모를거라는 것이다.

이런 이벤트가 발생할시 약간 맵이 제멋대로 변형되는 수준은 신도를 쫓아내는 혼돈의 신좌만큼이나 제멋대로다.

옆에 있는 ‘진짜’ 제니가 물었다.

“다시 되돌릴 수 없어요?”

여기도 통제실이다.

이 도가니 내부는 신의 핵심에 가까운 만큼 도시를 운영하는 기능이 존재하고 있다.

바깥에 있는 것과 같은 장치들이다.

“있긴 하지. 그런데 큰 문제가 있어.”

나도 여기 조작법을 잘 몰라.

와본 적이 거의 없거든.

일단 만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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