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416화
메인 던전 - Lv.15000 [기계신 - 아후라 마즈다](5)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만 있을 이유는 없다.
뭔가 힘겹게 삐걱이며 열리는 데다가 건너편의 상황 역시 심상치 않다.
모래가 쏟아지고 있다.
이곳으로 흘러드는 동시에 그 힘을 잃기 시작했으나, 한눈에도 범상치 않은 것들이었다.
마찬가지로 당직 중이던 마법사가 눈을 번쩍 뜨더니 시료로서 채취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을 대비해 마탑들이 배치해 둔 곳이다.
[메인 던전]원정은 왕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일이다.
드라간은 마법사를 보고 눈살을 찌푸린 후, 그대로 문을 걷어찼다.
진정한 남자는 손으로 문을 열지 않는 법.
반대편에서 께흑 하는 소리가 났다.
“야! 손으로 살살 밀어.”
“좋다.”
그의 애병 [라그나로크]를 쥐지 않은 오른손으로 천천히 민다.
모래바람? 아니, 그보다 더 위험해 보이는 것이 몰아치고 있는 풍경이 보였다.
“빨리 닫아야겠는데?”
“알겠다.”
* * *
* * *
* * *
* * *
어깨로 밀어 훨씬 빠르게 연다.
통과할 수 있는 정도의 너비가 되자 곧바로 뛰쳐나갔다.
나가는 순간 중력의 방향이 바뀐다.
“흐음!”
“오랜……?!”
우선 대화가 가능한 환경도 아니었다.
어딘가 너덜너덜한 천사가 힘겹게 손을 흔든다.
루시와 드라간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지만 둘 다 마법과는 거리가 멀다.
이 상황에서 대화할 수단은 없는 것이다.
천사가 먼 곳을 가리킨다.
눈을 부릅뜨고 보자 몰려오는 대지의 해일 같은 것이 보인다.
그들이 나온 [왕국의 문]도 뭔가 삐딱하게, 아니, 그냥 수직에 가깝게 기울어져 있고 지금도 기울어지고 있다.
다시 천사를 보자 천사가 다급하게 팔을 파닥거리며 다시 해일의 방향을 가리켰다.
루시는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았다.
뭔가가 보인다.
드라간의 귀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야! 저기! 위험해 보이는데!”
드라간도 보았다.
비로소 상황이 파악된다.
사전 지식은 있다. [메인 던전]에 발을 전혀 들여 보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드라간도 루시도 역전의 용사로서 이 미궁에 자리하고 있는 존재다.
위치가 아주 뭣 같았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불러내는 게 더 나을 거라고 판단할 만한 상황이기도 하고 말이다.
루시가 드라간의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른다.
지금은 네가 나서는 게 맞겠다는 듯한 손짓이었다.
드라간도 동의했다.
거대한 트롤이 몸을 푼다. 그리고 수직에 가까워진 경사를 박차고 날았다.
쾅 하고 로켓의 여파처럼 대지가 피어난다. 양손에 들린 망치는 거대하기 짝이 없으며 그것을 든 트롤의 체격도 거대하기 짝이 없다.
전직 전쟁의 신은 공간을 부수지 않는 선에서 모든 것을 동원하기 시작했다.
자연과 싸우는 것은 생각보다 이 트롤이 자주 했던 일이다.
늘 그렇듯이 제 두 팔과 근육을 믿는다.
미궁의 보정이 어떻건 간에 그는 대초원의 칸이었으며 이곳에서도 그에 걸맞은 힘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
상대가 생물체도 몬스터도 아닌 그저 해일이라 하여 달라질 것은 없다.
“죽어라아아아아아!”
그 시점, 복제 오르골과 제니, 블랑쉐와 쥐새끼는 최소한의 저항을 할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날아드는 토사들을 때려 부숴서 공간을 만들기, 그 후에 그걸 마법적으로 굳히며 방벽 삼아 버텨내려는 목적이었다.
대지의 정령왕과 계약이라도 했다면 더 쉽게 되었을 텐데.
그리고 복제 오르골은 문득 깨달았다.
정령왕?
실피드와의 연결이 없다.
전혀 없다.
약간 불길한 생각이 들었으나 얼른 떨쳐낸다.
블랑쉐와 함께 마법을 구사한다.
단순 마력량은 [용사]인 오르골이 더 많다.
그러므로 기초공사에 가까운 거대한 마력방벽을 펼친다.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지금은 어쩐지 컨디션이 좀 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종족을 유지해서일까?
마력이 생각한 것과 미묘하게 어긋나게 움직인다.
실로서 뽑아내어 엮어가는 과정도 그렇다.
어쩐지 원래 할 수 있던 것보다 둔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시사하는 바가 분명해지기 시작한다.
“제길.”
그러나 할 일은 정해져 있다.
그것을 위해 살아온 것이니.
잘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블랑쉐가 구축하는 다른 술식을 돕는다.
가속관문은 미아와 함께 만들어낸 것이지만 블랑쉐도 구사할 수 있는 마법이다.
사실 사수인 그녀가 가장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마법이다.
이전에는 왜 이런 마법이 없었는가?
단순하다.
미아가 천재는 맞기 때문이다.
발상에서는 따라갈 수 없는 것이 맞지 않은가.
오르골로서도 이렇게 단순한 구조로 작동하는 초가속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손질은 직접 했으되, 최초의 기본 이론은 미아만의 것이다.
흐뭇한 일이기도 하다.
파티원들은 점점 더 성장하고 있다.
그런 생각과 함께 무수한 버프가 드르륵하고 켜진다.
저 해일의 일부에라도 우선 구멍을 내야한다.
새로운 힘을 가하고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 사이에서 마법으로 틀을 잡아야한다.
그렇게 우선 양쪽의 충격이 서로 상쇄되기를 기다린 후에 뚫고 올라가야 생존할 수 있다.
사막 블록은 이미 기울어질 대로 기울어져서 서서히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왕국의 문을 열지 못한다면 탈출하기 전에 저 아래로 가라앉을 것이다.
그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가속 관문이 나열되고 공간이 열린다.
블랑쉐의 가상전함이 그 사이로 도열하며 주포를 내민다.
물리적 탄환들이 가속관문을 통과하며 더욱 큰 운동 에너지를 지니게 된다.
마법의 놀라운 점이다. 과학 법칙 몇 가지를 가볍게 무시해 내니까.
단순한 [미티어 스웜]의 총량 이상의 에너지가 한 발 한 발에 깃든다.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으나 몰려드는 해일의 가운데에 구멍을 뚫기에 충분하지는 않았다.
제니의 유니크 스킬 [파편의 무기]가 건네진다.
찰나에 뭔가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대로 내지른다.
[최후의 전쟁]을 비롯한 가능한 강한 충격을 가하고, 예비 쌍검을 꺼낸 제니 역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해일에 구멍이 나긴 했다.
그러나 아직도 안전할 만큼 크지는 않다.
이제 [왕국의 문]이 열렸나?
뒤돌아보려고 했다.
거대한 함성이 겹친다.
이 난리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리는 성량.
누가 도착했는지 알 것 같다.
바로 위를 지나는 비행기의 그림자처럼 거대한 그림자가 위를 덮었다.
희우가 의도를 잘 설명하였는가.
망치가 단 한 번 휘둘러졌으나, 해일에 그대로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막대한 힘이 사방으로 쫓아낸다.
그 사이에 다시 창이 한 번 더 꽂힌다.
해일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블랑쉐와 바쁘게 마법을 구성한다.
술식이 만들어지고 그 위를 마력이 덮는다.
갈라진 해일 틈으로 그 잔해들이 굳혀지고, 전사들이 잠깐 떠받치는 동안 굳어지기 시작한다.
본래 신성을 잔뜩 띄고 있던 강화된 암석들이다.
이음새를 메꾸기만 해도 훌륭한 벙커로서 기능한다.
충돌에 의한 재해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대신 블록 전체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한다.
로스엘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갑자기 튀어나온 다른 유배자 둘의 활약으로 블록 사이에서 파묻히는 대신 공간을 만들고 버텨내는 것에 성공했다.
힘에는 힘으로 대처하는 그야말로 전사다운 대응이었다.
블록이 가라앉고 있으며, 토사에 파묻혀 있긴 하지만 그 토사들도 쏟아져 내리고 있다.
그렇다면 완전히 가라앉기 전에 어떤 식으로건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녀가 본의 아니게 충돌시킨 블록이 바로 뒤에 있다.
저 위에 일단 올라탄다면 안심이다.
위기가 지나간 느낌.
로스엘은 새삼 지금 유배자들의 목숨이 모두 제 손에 달린 것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느꼈다.
열심히 해야 한다.
수염쟁이들의 블록으로 눈을 돌린다.
지도 위에서 하도 질주한 덕에 보스와의 거리는 오히려 더 벌어져 있다.
로스엘은 비로소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자각했다.
설명은 미처 듣지 못했다. 리더가 제시했던 상황은 단지 이곳의 탐사이며, 보스전도 없는 그런 단순한 던전이었다.
뭔가 잘못되어서 이렇게 보스가 출현하고 난리가 난 것이리라.
그렇다면 지금 로스엘의 임무는 가운데서 쿵쾅쿵쾅하고 있는 저 빛 덩어리 곁으로 파티원들을 모두 이동시키는 일, 그 자체일 터.
황금빛 블록이 향하던 방향이 정중앙이었기에 깨달은 사실이다.
다들 어떻게 위험에 처하진 않았으니 보스전 기믹을 수행할 때.
“후하. 후하.”
심호흡을 한다. 집중해야 한다.
[오버클럭 익스텐션]의 쿨다운은 생각보다 길다. 아직 돌아오려면 멀었다.
그러니까 온전히 로스엘만의 힘으로 해내야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단 즐거웠다.
블록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아서는 수염을 쓰다듬었다.
“드디어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는 느낌인데.”
“이제 우리한테 달린 게 아니라 이걸 제어중인 누군가에게 달린 거였죠?”
“살아남기 위해 노력은 해야겠지만 결국 저 중앙으로 들어는 가야 하니.”
이 보스 맵의 중심이 어디인지는 모를 수가 없다.
지금도 끊임없이 그곳에서 광탄들이 솟구치고 있다.
더 가까이 다가가면 광탄 이외의 것들도 날아오기 시작할 것이다.
“마음은 좀 괜찮나?”
“그럼요. 아서. 전 언제고 이런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각오해 왔다고요.”
메인 던전은 그런 식으로 사람을 많이 괴롭힌다.
매직 제니는 전사 제니에게 설득 당했다.
사실 동일인물이니 생각하는 것은 똑같을 수밖에 없다.
용납하기 어려웠던 것은 자기가 선배라고 주장하는 행태다.
미아의 곁에 있지도 못했던 녀석이 말이 너무 많지 않나.
하지만 일단은 납득해 주기로 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니까.
그리고 미아양의 곁에 더 오래 있지 못했음을 가엽게 여겨 안쪽에서 미아를 지키는 역할을 맡겼다.
그녀가 맡긴 것이다.
“흥.”
지금은 에길이 광탄의 시선을 분산하는 중이다. 아서와 전사 제니는 잠깐 쉬는 시간이다.
“본체는 어디 있을까요? 그리고 복제는 누구누구죠?”
“일단 나와 에길, 그리고 미아 양은 아닌 것 같네.”
알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에길은 [푸른 닻]을 가지고 있다.
아서는 [엑스칼리버]를 가지고 있다.
미아 역시 시간의 성물이 박힌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서브 리더는 [심연의 성물]이 없는 것, 리더는 [레바테인]의 유무. 블랑쉐는 [캣틀링건]이군요. 잠깐만, 이거 저만 구분법이 없지 않아요?”
“아니, 그건 사실 우린 다 알고 있긴 했네만.”
“어째서죠?!”
아서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제니는 아무래도 본체보다 복제가 더 강하다고.
매직 제니는 자신이 컨디션이 묘하게 좋다고 여겼던 이유가 그것임을 깨달았다.
복제될 때의 세팅 값이 그렇게 맞춰진다는 것이다.
“재능 있는 사람들만 잘 나가는 더러운 세상…….”
동시에 생각했다.
지금 이 감각을 진짜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진짜도 더 강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제니즈는 언제나 한 몸일 지어니.
위대한 마법사 미아 님 만세!
“그나저나 괴조들이 엄청나게 줄어들었는데요?”
“빛도 충분히 가까워졌군.”
아서가 눈을 가늘게 뜨고 멀리 내다보았다.
그들은 단지 중심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뿐, 맵의 전체를 보고 있지는 못하다.
보스에서 아마도 합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고 있으나 어쩌면 엇갈릴 수도 있다.
먼저 보스전을 시작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가정하고 나면 제니가 둘인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
“알지 못하는 것이 너무 많아. 내가 알기론 원본들은 원래 저기 가운데 도가니 속에 갇혀 있게 된단 말이지.”
“거기가 보스룸 아니에요?!”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군.”
“아니, 죽었을 수도 있는 것 아니에요?”
“……솔직히 모르겠군.”
이 공략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그야말로 로그라이크.
미지 그 자체의 모험이 펼쳐지고 있다.
달갑냐면 달갑지는 않았다.
“갑자기 하늘에서 토사가 쏟아지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어.”
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도가니가 폭발하고 높게 솟구쳤다가 어떤 블록에도 안착하지 못하고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저 위로 블록들이 보인다.
지금도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다.
하도 멀어지니 지도처럼 보이고는 있다.
로스엘은 생각보다 블록들을 잘 컨트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은 위쪽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진짜 제니와 내 목숨이 많이 위험할 뻔했으니까.
“대체 블록들이 들어 올려지고 난 다음의 아래가 왜 바다가 되는 거죠?”
“그야, 뭐……. 바다도 다 구현되어 있는데 육지가 공중으로 떠버리면 빈자리에 물이 몰려드니까.”
“힘드네요.”
당연히 여기도 안전하진 않다.
떨어졌으니 도로 올라가야하는 지역이다.
이곳은 보스 룸이 아니다.
위험하기만 한 귀찮은 곳이다.
바다라는 것은 괴조만큼이나 많은 뒤틀리고 거대한 괴물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곳에 꽉꽉 들어차있다.
위쪽에서 커다란 충돌이 있었고 블록이 떨어져 내렸다.
그 일부를 배처럼 가공하여 타고 다닐 수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냥 비행했다가는 거대한 바다괴물로 의태한 정령왕들과 싸워야 하니까 말이지.
“제니! 속도를 더 올려! 슬슬 보스 바로 옆까지 다가오겠다.”
물에 뜰 수 있게 만든 다음에 추진력은 마법과 제니로 충당 중이다.
기천사는 순간적인 출력은 희우처럼 따로 조치하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
하지만 내장된 에너지는 거의 무한에 가깝다.
장거리 이동에도 최적이다.
사실 이동에 특화된 종족이니까 말이지.
“개썰매를 끄는 개가 된 기분인데요.”
“고양이겠지.”
“네에, 네에.”
질량이 아무리 크더라도 무한동력인 제니가 있으니 어떻게든 된다.
바다의 소용돌이와 보스급 괴물들을 피해 무사히 항해 중.
목표지점도 눈앞까지 와있다.
공중에서 날고 있는 제니가 확인해 준다.
“저기 저 등대 같은 곳 말하는 거 맞죠?”
빛기둥이 솟구치고 있는 마법사의 탑과도 같은 곳이다. 등대라면 등대 같기도 하다.
“저기 통제실이 하나 더 있어. 아래로 떨어진 경우에 올라가라고 만들어둔 곳이지만, 지금은 로스엘을 믿을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불안해 미칠 것 같다. 게임 시절의 로스엘은 그야말로 랜덤으로 옮겨대는 탓에 공략 난이도를 수직 상승시키는 주범이었다.
내가 직접 운전해야 한다.
“이제 그냥 공간이동으로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거리야.”
“아직 먼데요?”
“10번 정도 연속은 크게 불안정하지 않으니까.”
지형이라면 알고 있다. 여기 떨어져 보는 것도 처음은 아니다.
애초에 [빛과 어둠의 경계]는 클리어해 본 적이 있는 테마다.
이 루트가 처음일 뿐이지.
제니가 내려오고 공간의 균열을 연속으로 열어젖혔다.
번쩍번쩍하고, 등대 같은 생김새의 통제실 아래에 도달했다.
“아이고, 시작되었군.”
애초에 우리는 도가니가 폭발하며 날아갔기에 맵의 중심 가까이에 있다.
움직이고 있는 블록들이 충분히 보스 근처까지 도달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빛이 떨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그대로 기둥이 된다.
닿은 부분의 바다가 끓어올라 증기가 피어오른다.
위성 레이저 포격 같은 모양새다. 그러한 빛기둥 여러 개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건 뭐죠?!”
“이제 저게 지속적으로 파티원들을 추격할 거야. 로스엘이 저 패턴의 회피를 잘할 거라는 생각은 안 드네. 어차피 통제실로 가긴 해야 했단 말이지.”
“뭔가 저 위에 안 있어서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물론 그렇게 말하는 제니의 표정은 시종일관 좋지 않다.
급조한 배를 움직이면서도 전력을 다한 참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도달했다.
“미아 양은 무사할까요?”
그 말을 떨어지고 난 다음에만 78번 했다는 사실은 굳이 지적하지 않기로 했다.
무슨 소리만 나면 위를 올려다보니 말이지.
“그렇게 파티원들을 약하게 키우진 않았어!”
“제가 제일 잘 알 것 같긴 하지만…….”
제니가 특히나 고생을 많이 했지.
마음고생은 제일 많았을 것이다.
통제실에 들어가 지도부터 켠다.
생각보다는 상황이 멀쩡했다.
“나이스. 로스엘. 나 로스엘이 이렇게 일 잘한 건 처음 봐.”
“루시와 드라간도 합류했네요?”
“이 정도 전력이면 날먹을 시도할 수 있지.”
돌고 돌아 상황이 나쁘진 않다. 몇 명은 리타이어 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다들 잘 하고 있지 않나.
좋아, 친구들. 로스엘이 생각보다는 잘해주었지만.
그래도 이제 내가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