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419화
메인 던전 – Lv.17500 신령 [아후라 마즈다اهورا مزدا](3)
제니의 수가 몇이 되었건 파티 플레이의 포메이션은 변하지 않는다.
사방이 폭발하는 와중에도 자신들의 위치를 찾아 모인다.
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전투가 이어졌다.
희우는 불의 거인의 비주얼이 썩 괴이하다고 여겼다.
하얀 빛의 구체가 형태를 바꿔 만들어진 모습이다.
섬세하게 유배자였을 거인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으나 그것은 모양 뿐.
저것에는 색이 없다.
아직 색이 입혀지지 않은 CG처럼 명암밖에 느껴지지 않는 순백의 거인.
그러나 [메기도의 화염]을 통해 카베처럼 불길을 온몸에 두르고 있다.
카베보다 더 크다.
카베는 노쇠하여 약해진 거인이었다.
키는 몇 십 미터일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피해요. 막을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차피 다 아는 이야기일지라도 꾸준하게 브리핑 하는 것이 리더의 소양이다.
잊지 않게 계속해서 다시 새겨준다.
드라간과 에길은 물러났다. 드라간이 불쾌해하며 투덜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린다.
하지만 거리가 멀어지자 마법적 채널이 끊어졌다.
위에서 보고 있을 진짜 오빠가 저들의 일격, 그 특성을 가장 잘 살린 일격을 만들기 위한 기믹 활용을 준비할 것이다.
빠질 사람이 빠지고 남은 사람들이 제 역할에 맞게 자리를 찾아든다.
블랑쉐는 고양이를 꺼냈다.
공격을 상쇄한다기보다는 거동을 불편하게 만들기 위한 사격이다.
디스트로이어가 울부짖고 거인의 관절이 집중적으로 노려진다.
거인은 방어력에 특별히 보정이 있는 종족이 아니다.
만약 진짜로 강력할 뿐인 유배자와 이렇게 마주하고 있는 것이라면 커다란 체격이 손해로 작용했을 것이다.
많은 것들이 그렇듯, 미궁은 방어력이 공격력을 온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곳이었다.
거인의 가장 큰 약점은 몸집이 커서 쉽게 노려지는데 반해 그것을 버텨내기 위한 종족 특성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신이나 된 존재가 그렇게 간단할 리는 없지.
희우가 파고든다. 거인은 기천사를 상대로 약한 상성에 속한다.
사람이 재빠른 날파리를 붙잡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제니들도 그 사실을 눈치 채고 합류해온다. 미아를 안고 있는 것은 한명이면 족하다.
침공 방어전의 천사 편대를 운용할 때가 생각난다.
3명이 각각 쌍수. 도합 8개의 칼날이 끊임없이 거인의 사이를 파고들며 유린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깎아낼 수 있다면 그게 최선이다.
다만 손맛이 없다.
[이상하게 단단해요. 물리 대응은 충실한 모양입니다.]
패시브 스택을 어떤 것을 쌓아두었을까? 물리 쪽에 포인트 대다수를 투자한 것일까?
[무오의 광휘]를 보유한 제니의 타격만이 제대로 들어가고 있다.
희우는 조금 리스크를 감수하기로 했다.
상공으로 솟구친다.
지금도 사방으로 버프 마법을 날려대는 미아가 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서 적당한 위치를 잡고 검을 휘두르는 아서.
빛나는 검은 엑스칼리버다. 그 곁에 루시가 함께 있다.
가짜 오빠는 직접 전투에 뛰지 않고 보조적인 마법사로서 기능하고 있다. 미아에게 모든 부담을 강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원래같으면 뛰어들겠지만, 지금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있는 모습.
살짝 씁쓸하다.
거인은 어떤 것부터 노려야할지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복제들이 어디까지 복제 되나를 보면 곧바로 경험에 의해 노릴 적을 찾아낼 것이다.
높은 확률로 그것은…….
마법사.
거인의 망치가, 드라간의 것과는 달리 한손 망치지만, 그럼에도 거인의 것이기에 충분히 거대한 것이 내려온다.
희우는 그 모습을 보면 분석을 마저 했다.
[맞으며 버티는 타입인거 같은데. 압도적인 딜로 먼저 찍어 누르거나, 혹은 방어 쪽 유니크 스킬이 있을 거 같아요.]
라고 말하는 순간, 사방에서 생명력이 빨려들어간다.
그리고 원소마저 흡수된다.
마찬가지로 익숙한 아서가 체크했다.
[‘끝의 대지’, 그리고 ‘시작의 바다’]
극단적인 버프형 전사다.
어차피 극도로 물리공격이 강력한 거인의 특성상 결정타가 모자랄 일은 없다는 판단.
오빠의 철학대로 평타에 집중한 빌드다.
확인이 끝나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도 하나나 둘은 더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노려진 미아는 재빠르게 공간이동과 함께 범위를 벗어난다.
거인은 노련하게 대처했다.
그대로 망치가 꺾여 아서를 노린다.
노기사는 비상시에 미아를 지키기 위한 포지션을 잡고 있었다.
그 말인즉슨 충분히 거인과 가까웠고 노려지기 좋은 자리라는 뜻이다.
힘 대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는 종족이다.
하지만 각도가 절묘했다.
제니 둘이 날아들며 목을 그으려고 했으나 왼팔로 밀치며 그대로 강행한다.
아서는 [엑스칼리버]를 들고 몸을 틀었다.
이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동작이다.
그리고 옆에서 창날이 날아왔다.
조합된 유니크 스킬들의 시너지가 거인의 공격을 조금이나마 상쇄해낸다.
루시가 쾌활하게 말했다.
[영감탱이! 저런 거 맞으면 뼈도 안 남을걸?]
[혼돈의 여신도 그건 마찬가지일 텐데.]
[그거 내려놓은 지가 언제인데 이제 좀 이름으로 불러!]
[그럴 수는 없소.]
심연 공략에선 다시 루시를 신좌에 올릴 것이란 사실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
아서가 감사를 표했다. 약간 공격을 늦추는 사이 몸을 날려 피해냈다.
충격으로 땅이 흔들리지만 그 정도는 일상이다.
파티 플레이에 위태한 느낌은 없었다.
거인의 공격은 위험하지만 알기 쉽다는 점도 있다.
아서가 피해내는 와중 희우는 공격의 틈을 노려 눈을 노린다.
음속을 돌파하는 가속과 함께 선명하게 느껴지는 세상 속에서 중첩된 보정을 그대로 때려박는다.
감각기를 노리는 것은 언제나 유효하다.
애초부터 기계신은 있는 것을 그대로 모방할줄 밖에 모른다.
한쪽 눈이 나갔다.
제니 하나가 타이밍 맞게 [파편의 무기]를 뽑아들었다.
아서가 그것을 받아들고 일격을 넣는다.
제니는 보조적 역할의 전사다. 많아지니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많다.
충분히 정예로 다듬어진 파티다. 인원의 변화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꽤 나쁘지 않다.
위험한 일격을 피하며 조금씩 깎아간다.
[확실히 신좌쟁탈전을 한다면 유리한 형태의 스킬셋이군.]
가볍게 평가할 여유조차 있을 정도였다.
거인이 지쳐갔다.
희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양한 형태의 적과 싸우는 방식은 연습했다.
가능한 거의 모든 경우의 수를 찾아다니며, 때로는 만들어가며 그랬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로는 쉬운 일을 해내고 있다.
거인이 무너졌다.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그리고 다시 형태가 바뀌기 시작한다.
길지 않은 틈.
다들 가능한 강력한 공격을 우겨넣었다.
빛이 조금 바래지는 기분이 든다.
채도가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저것이 이 보스의 체력이다.
일격필살을 가진 파티멤버를 굳이 빼내면서까지 준비한 이유다.
변신과 변신의 틈에 세상이 찢어질 정도의 위력을 처박아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한한 소모전에 시달릴 뿐이다.
그리고 다음 변화가 이루어졌다.
다시 무형의 신성한 충격파가 모두를 밀어낸다. 루시와 아서가 신음한다.
어찌되었건 천사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신성.
악마에게는 버겁다.
그 순간 희우는 미아에게 생각이 미쳤다.
[미아양이 기절했는데요? 어떡하죠?]
[이탈해서 돌보세요.]
어쩔 수 없다.
살아남아야하는 곳이니까.
혹사를 시켜서는 안된다.
어차피 혹사 끝에 도달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오빠는 그렇게 생각하며 여기까지 파티를 다듬어왔다.
블랑쉐가 바뀐 보스의 형태를 다시 포착한다.
[작다.]
적어도 전사는 아닐 확률이 높다.
[날개는 보이지 않는다.]
날개를 잃은 천사 같은 미친 컨셉이 걸린게 아니라면 천사나 악마도 아닐 확률이 높다.
[일단 쏴보았는데 회피했다.]
민첩직일 확률이 높다.
희우는 그 시점에서 방어를 지시했다.
[투사체 주의!]
빛과 함께 마법의 화살이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궁수다.
블랑쉐가 희우를 슬쩍 보았다.
궁수를 잘 잡는 것은 무엇인가.
전사다.
하지만 그것은 중장 전사가 어느 정도 소모전을 강요한 끝에 상대를 제압하는 그림이다.
순식간에 하는 것은 암살자다.
검 하나를 집어넣는다.
쌍수보다는 한손이 암습보정이 더 높다.
블랑쉐는 고양이를 능숙하게 집어넣고 등에 멘다.
디스는 웅크리고 블랑쉐의 격렬한 움직임에 대비했다.
훈련이 아니라 조련의 수준이다.
분신이 격렬하게 피어난다.
궁수의 화살이 빗발친다.
마법적 냉기의 회오리가 소용돌이치며 블랑쉐의 분신을 견제했다.
마법이라면 또 천사다.
제니 둘이 즉시 자신들의 역할을 깨닫고 시선을 교란했다.
상대는 아주 유능한 유배자다. 그렇게 생각하면 천사를 의식할 수밖에.
그 사이에 희우와 블랑쉐가 숨어든다.
마력 탐지가 터져나온다.
블랑쉐가 그대로 마력을 맞부딪혀 상쇄했다.
그 다음에는 속도.
상쇄한 블랑쉐는 위치가 특정되었으나, 순간적으로 날개를 최대한 가속한 희우는 포착되지 않는 순간이 있다.
클린히트하는 암습.
암습의 판정마저도 녹화에 저장된다.
피가 튀었다.
그리고 신성으로 흩어진다.
상대는 그루터기 요정 궁수였다.
희우는 이상함을 느꼈다.
요정이 비릿하게 웃는다.
그리고 흩어졌다. 검은 그림자로.
이것은 또 희우가 익숙한 스킬이다. 파티에도 보유자가 있기에.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분신이다!]
스킬을 가지지 못하는 대신 본체와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 분신을 만들어내는 능력.
그리고 마법에 상당부분을 의지하는 궁수의 특성상 공격 스킬의 비중은 사수 다음으로 낮다.
하지만 순수 포인트 기준으로 민첩 스탯을 80% 이상을 투자해야한다.
[암살자까지 트리플 클래스에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상공에서 포격이 쏟아졌다.
스킬따위에 의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상공에 무수히 많은 보스의 분신들이 나타나 빛의 사격을 내리 꽂는다.
[블랑쉐 언니!]
가장 즉각적인 광역 공격을 위해 탑재한 병기창.
상식적으로 가지고 있을 리가 없는 종류의 무기.
누아르가 고개를 내민다.
공간의 틈에서 그간 증설한 주포가 이미 충전을 끝마친 채로 튀어나왔다.
발사.
하늘이 번쩍이고 분신이 모두 쓸려나간다.
그 사이에서 번뜩이는 [검은 날개]가 보였다.
블랑쉐가 노리고 있다가 최근에야 얻어낸 유니크 스킬.
[건다. 시간만 끌도록 하지.]
암살자는 거인과는 다른 의미에서 위험하다. 누구 하나가 길동무로 데려가질 수 있다.
블랑쉐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보스의 본체도 함께 사라진다.
유니크 스킬 [삶과 죽음의 경계]
유니크 액티브 [피안의 검은 정원]
잠깐이지만 적이 사라진 공간이다.
아서가 분신을 마저 처리하고 외친다.
[어디서 들어갔지?]
희우가 위치를 잡았다.
[제가 지금 있는 곳이요!]
함께 이동하여 일대일을 강요하는 스킬들이 있다.
한때 블랑쉐의 친부가 가지고 있던 스킬이다. 고스란히 가져왔고, 이제 그걸 자신이 활용하고 있다.
친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파티 플레이를 위해 사용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역시 쉽지는 않네요.]
그리고 먼 곳에서 커다란 폭음이 들린다.
희우가 고개를 돌려서 보았다.
에길과 드라간을 태운 블록이 멀리도 가있다.
통신이 닿지 않으니 뭔가 때려 부수는 식으로 신호를 보낸다.
정말로 전사답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희우는 일단 한번 시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혹시 몰라 가짜 오빠를 한번 본다. 이게 맞을까요?
엄지를 들어준다.
미안하고도 고마웠다.
고 사인을 보낸다. 수신호는 이제 너무나도 익숙해져있다.
블랑쉐가 빠져나오는 대로 여기서 치명타를 먹인다.
그러면 다시 변형할 것이고, 그때 에길과 드라간이 찍어버리면 끝난다.
일격필살이라는 포지션이 파티에 존재하는 이유다.
그걸 제대로 해내기만 하면 정말 많은 것이 편해지기에.
성공할까? 같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모두 성공했기에 이 파티가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