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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431화 (504/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431화

메인 던전 - Lv.12500 [천상의 도시 - 신도심](1)

적들, 그러니까 라파엘과 가브리엘에게 존재하는 정보를 정리해보자.

우리는 베데스다의 사도이며 유배자이다.

그러므로 조엘의 사주를 받아 성배를 노리려들 것이다.

우리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대단히 높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러므로 현존하는 3명의 사대천사 중 둘을 배치하면 쉽게 막아낼 수 있다.

“거기에 이제 우리가 그리 만만하지 않은 존재라는 새로운 정보가 추가되었겠군요.”

“적어도 강제로 구성되는 보스필드에서는 빠져나갔으니까 그렇게 인식이 수정되었겠지.”

경계도가 꽤나 올라갔다.

다시 만난다면 전력을 다하진 않더라도, 그러니까 페이즈를 넘기는 수준의 전력을 보여주진 않더라도 1페이즈의 선에서는 최선을 다해 요격하려고 들것이다.

도주를 허락한 것 자체가 자존심이 상하고, 불쾌하며, 찝찝한 문제일 테니까.

“하지만 미카엘이 확실하게 저들의 수장이지. 내가 아는 그의 성격은 안전빵이야.”

“위험 감수를 하지 않는 성격……. 카크리쉬가 생각나네요.”

* * *

* * *

“그 정도는 아니야. 그래도 두 명이 미카엘의 명령을 거부하려고 들진 않겠지. 반드시 한 명은 남아서 성배를 지킨다.”

양동에 대비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이 경우엔 약이 바짝 오른 가브리엘이 우리의 흔적을 더듬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구도심을 휘젓고 있을 거야. 이걸 위해 비워두었겠지. 다른 천사 병력들이 굳이 사대천사의 공격에 휘말려 손실될 이유는 없으니까.”

아서가 다른 것에 감탄했다.

“하지만 굉장한 장악력이군.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동안 그 넓은 시가지를 모조리 비워버리다니.”

“순교자의 은신처 꼬라지 기억 안 나십니까? 그런 폐허에서도 태연하게 수천 년을 살아오는 게 천사니까요. 챙길 생필품도 없는 종족이에요.”

“그도 그렇군.”

그럼 이제 적들에게 없는 정보를 정리해보자.

로스엘의 존재를 아직 모를 것이다.

하니엘과 로스엘은 거의 다른 존재다.

외형부터 힘까지 모든 점에서 그러하다.

로스엘이 자신을 알아볼 가능성은 없다며 확인해주었다.

“우리 편에 또 하나의 성배와 하니엘이 있음을 모른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

후자는 굉장히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한 번에 하나씩 상대하게 되어있는 위대함의 편린을 충분히 상대해 승리할 수 있는 전력이다.

베데스다의 사도는 과거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 설정의 세계지만, 그럼에도 이런 전력을 갖춘 유배자는 본 적이 없을 터.

“아직은 방심하고 있다. 쥐가 좀 노련하더라도 쥐라는 거지.”

그리고 우리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의 구멍은 이 세계의 존재들에게는 지극히 제한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더 엄밀히 따진다면 고위 악마들이나 겨우 이용할 뿐, 천사들이 이용할 방도는 없다.

심연은 본질적으로 어둠에 더 가까우며 어둠은 악마들을 위한 속성이다.

“고위 악마가 있다면 우리가 그곳에서 도망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겠지.”

“실제로는요?”

“고위 악마가 없는 것은 맞지. 플레이어블 악마는 고위 악마가 아냐.”

즉, 도주함으로서 우리의 전력을 오판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도주 수단에 확신이 없기에 시간을 낭비시킬 수 있다.

“마지막에는 영역의 안에 있었고, 그 이전에는 정확히는 모르니 광역으로 지워버렸지. 아직도 모를 거야. 추측은 해내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냐. 가브리엘로부터 이탈하고 몇 분이 지났지?”

“6분 지났어요. 아빠.”

“그럼 슬슬 놓쳤다고 생각하고 인상 쓰고 있겠네.”

미아의 생체시계는 정확하다. 마법사의 소양이지.

“지금 바로 돌입하면 된다는 거지.”

쥐새끼도 세계의 구멍을 찾을 줄 안다.

둘 모두 동원되어 신도심으로 통하는 구멍을 찾는다.

원래 같으면 그것을 차단하고 있을 신도심의 성배가 지금은 성지에 들어가 있다.

로스엘 혹은 쥐새끼는 이래서 중요한 NPC지만 본래는 이렇게 신도심에 진입하는데 사용할 수는 없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정정당당하게 천상의 도시를 탐색? 이 테마에서만 10년씩 암약하며 내다보는 대계라면 가능하겠지.

메인 던전 공략은 그래서 보통 불가능이라 여겨지는 것이다.

“아직은 모르고 있어. 우리가 갑자기 신도심으로 뛰어들 거라곤 상상조차 못할 거야.”

언제나 상대의 생각보다 반 발짝 빠르게.

그 차이가 승리를 만든다.

이번에는 블랑쉐가 물었다.

파티의 전문 암살자로서 질문하는 것이다.

“로스엘은 계속 아군인가?”

“원래라면 아니지.”

로스엘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파괴하는 루트에서도 통제 불능의 조력자로서 등장한다.

보스로 적대하지 않을 뿐 훌륭한 아군이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

괜히 개노답으로 묶여 불리는 존재가 아니다.

마지막까지 지랄에 지랄을 거듭하니까.

“그럼 이미 우리 파티에 남는 것부터가 이상하겠군.”

“처음부터 전면적으로 협력한다고 말한 게 그래서야. 혹시 모른다고 생각했지.”

로스엘의 경우 다른 루트로 갈 생각이라면 보스가 되기 전 NPC일 때 처리하는 편이 옳다.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하니엘]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낫다.

“이 경우에는 어떻지?”

“아마 그대로 흘러갔으면 중간에 슥삭해야했겠지만,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그런가. 나도 그게 더 마음에 든다.”

“비슷하다고 생각해?”

“그렇다.”

블랑쉐가 그리 생각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무수한 블랑쉐들은 모두 로스엘과 비슷한 삶을 살다가 떠나갔을 테니까.

지금의 블랑쉐도 마찬가지다. 어딘가 동질감을 느낀다.

그 살인병기가 이런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 것이 새삼스럽다.

물론 그렇게 말하면서 이렇게 다시 묻는 것도 로스엘을 언제 제거할지 타이밍을 보기 위해서였다는 건 좀 무섭지만.

“네가 지시한 것 아니냐. 남의 일처럼 말하지 마라.”

가장 확실하게 유니크 스킬까지 동원하여 일격에 제거할 수 있는 것이 블랑쉐다.

왕국에서도 그렇고 메인 던전에서도 필요에 따라 당장 없애야할 NPC를 뒤탈 없이 슥삭하는 역할이 그녀에게 부여되어 있다.

“하니엘이라고 했나? 그 뒤에 뭔가 잘못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아. 원래 같으면 [세피로트]도 지금 건드릴 수 있는 게 아니야. 건드릴 수 있겠다고 내가 판단을 했을 뿐이지.”

“모든 것을 알고 있지 않으면 진행 자체가 불가능한 루트로군.”

그렇게 생각한다.

히든인 것들을 정사로 재개편해둔 느낌이다. 그걸 모두 알고 이용해야만 진행이 가능하다.

“로스엘 자체가 이미 기믹인가.”

“끝까지 아군일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에는 아군이겠지.”

“배신 가능성은 없나?”

“내가 아는 로스엘의 성격대로라면 이대로 계속 우리 편을 들어줄 것 같아.”

유배자의 행동과 무관하게 폭주하는 로스엘이 아니다.

자신이 먼저 명예 파티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일이 있나?

없다.

유배자 좋아 그러긴 하지만 하니엘이 되고 난 로스엘은 이 세상을 파괴하려는 충동에 휩싸인다.

유배자는 좋은데, 어차피 여긴 유배자가 다시 찾아올 수 없는 곳이니 대충 멸망시켜버리자.

같은 골자의 행동양식이다.

그 시점의 로스엘은, 그러니까 하니엘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날 때부터 고위천사는 아니었으나, 결국은 승천하여 고위천사가 되어버린 존재는 인간의 이해를 벗어나는가 싶기도 하다.

“그렇게 안 될 것 같다.”

“그래?”

블랑쉐가 묵묵히 긍정했다.

“나도 그렇게 안 되는 길을 찾아내었으니 말이지.”

이건 좀 자조적인 발언이군.

조금이지만 이전 회차의 블랑쉐 같은 느낌이 났다.

“아무튼 로스엘은 어느 정도 믿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겠다.”

문제가 발생한다면 즉시 블랑쉐가 벤다. 그런 역할이다.

그러니까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이렇게 내게 묻는다.

우리 파티는 잘 굴러가고 있다.

구멍을 찾는데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진 않는다.

전투시의 1분은 끔찍하게 긴 시간이지만 비전투시의 1분은 찰나같이 짧은 시간인 게 문제일 뿐이다.

로스엘과 쥐새끼가 몇몇 군데를 찾아내었다.

흐려져서 구멍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신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세피로트는 신도심의 성배가 있던 곳과 가까이 있어.”

“심도심의 요새 기능은 정지해있나요?”

“맞아. 도시 기본 기능을 유지하는 것은 구도심의 성배지만 요새로서 기능은 신도심이지.”

“뭐 하나 더 있었지 않나?”

이미 알고는 있다. 나처럼 겪어본 게 아니라 바로 이어지지 못할 뿐.

희우가 빠르게 제 기억을 되짚고, 깨닫는다.

“아, 맞다. 심도심의 성배는 우리엘을 만드는 성배로서의 기능도 있었군요.”

사대천사는 셋이다.

넷이어야 하지만 셋이다.

우리엘의 자리가 아직 비어있기 때문이다.

세피로트에도 자리가 없는 천사.

아직 탄생하지 않은 천사.

그 그릇을 만들어 하니엘 같은 승천을 인위적으로 이루어내기 위한 장치가 있는 곳이다.

“저기 성배가 먼저 빠져버리는 건 통상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인데. 그게 무슨 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네.”

“어쨌든 돌입합니다!”

희우가 대신 말하고 다 같이 구멍으로 뛰어든다.

펼쳐지는 하늘은 같지만, 훨씬 높은 고도와 좁은 지역이 순간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구멍의 위치는 신도심의 상층까지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위치로 잡았다.

가운데로 갈수록 높이가 높아지는 동심원 구조의 눈부시고 흰 도시가 보인다.

금빛이 그 주변에 감돌고 있다.

그대로 상공에서 낙하를 시작한다.

본래 같으면 막고 있어야 할 기능들이 신도심의 성배가 빠져나가 정지해있다.

그래서 가능한 침투.

“미아야. 준비해.”

“네에엡.”

실피드를 불러들인다.

외부 계약 정령왕은 리프트 한 번마다 갱신해주지 않으면 다시 메인던전에서 부를 수 없다.

지금 이 기회를 사용하니 라파엘까지 같이 처리해야한다.

움직일 바람은 적지만 그것은 미아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으로 충당한다.

바람으로 변환된 원소들이 노심을 이룬다. 십 몇 여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온전히 제 몸의 마력이니 그 정도 속도는 나와야한다.

그렇게 유지되는 실피드의 보조연산과 함께 사방의 빛을 끌어들인다.

신도심의 성배는 우리엘을 만들어내기 위한 동력원이자 요새의 방어를 담당하는 중추다.

그게 정지한 지금, 신도심은 마법을 더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이곳의 모든 마력, 빛으로 지극히 편중되어 있는 마력은 미아의 것이다.

동시다발적으로 노심이 형성된다.

낙하하는 와중에 깔끔하게 해낸다.

미아는 참, 마법의 신을 시켜도 잘 해낼 거야.

아래가 빠르게 가까워진다.

시시각각 가까워지는 요새에는 천사 병력들이 잔뜩 머무르고 있다.

지금 여기다가 마법 공격을 가한다면 악마의 소행으로 여기리라.

실제로 미아와 아서는 악마기도 하고.

번쩍이는 노심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요새를 향해 맹렬히 내리꽂혔다.

끊임없이 순환하며 새로운 마력을 짜내기 시작한 가상 노심들이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세상이 눈부신 빛으로 뒤덮여 우리를 가렸다.

그 가운데, 우리 파티는 바닥에 착지했다.

지역 변경 메시지가 떠오른다.

[천상의 도시 - 신도심 상층요새]

가브리엘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정확히 10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아래에 있는 두 천사가 눈치채기 전에 [세피로트]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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