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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437화 (425/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437화

메인 던전 - Lv.9960 천상의 기사단장(2)

천사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메인 던전 적들은 유배자를 경시한다.

그들이 가진 설정을 생각해 보더라도 합리적인 것이, 이미 실패한 유배자들이 많았다.

그 실패한 유배자들은 대단한 선전을 보여주거나 섬뜩할 만큼의 위협을 보여주지도 않았다.

그럼 필요에 따라서 어느 정도 배제하게 된다.

경시가 아니다. 누구도 모든 것을 동시에 다 해낼 수는 없다.

이 던전에 지금 발을 들인 것이 다른 곳이라면 능히 신으로 은퇴했을 이들인 것이 문제다.

하물며 신 중의 신이라 불릴 만한 루시조차 어이없어하는 인물이 단련했다.

리더가 의도하였는지는 모른다. 그 점은 분명히 제니에게 자신감이 되어 심어졌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믿을 수는 없더라도, 자신을 믿는 위대한 인물은 믿을 수 있다.

그가 믿는다. 그녀가 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제니의 자신감은 대체로 미아와 주변의 평가로 이루어져 있다.

미아가 없는 지금은 한쪽의 동기가 조금 약해지겠지만 이제 새로운 자신감이 차올라 있다.

* * *

* * *

* * *

제니즈는 아주 훌륭한 전사였다.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닌 또 다른 고양이 천사들.

짧은 가르침은 제니의 마음 속 깊이 남았으며, 그로 인해 즉시 그녀의 포지션이 바뀌었다.

미아가 없이 단독 행동을 하게 되었다.

보조로 붙은 게 아니다.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바뀌어도 되나 생각을 잠깐 했다.

하지만 할 수 있으니까 시키는 것일 터였다.

트동트 영감님의 가르침을 떠올린다.

불필요하면 애초에 여기 데려오지도 않았다고.

극복한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남아 제니를 괴롭히던 콤플렉스다.

제니는 일단 그것을 뒤로했다.

급박한 전투의 상황에 몸을 맡기면 잡생각은 할 틈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 후에 칭찬받는다면 그게 제니의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다.

다만, 이번에는 그 역할이 막중했다.

치솟아 상공으로 올라간다.

대천사는 잠깐 시간을 멈추고 거기 제니가 끼어드는 사이에 사라졌다.

하지만 급하게 사용하는 순간이동은 긴 거리를 벌리지 못한다.

그게 된다면 마법사가 지나치게 만능이겠지.

전사는 마법사에게 약하지만, 제니는 잎사귀 요정 베이스의 기천사다. 거기에 민첩 계열 전사이기까지 하다.

상성이 거의 좁혀져 앗 하는 순간 역으로 암살에 가까운 일격을 당할 수도 있다.

그 점을, 적에게 새긴다.

가속한다.

공감각이니 뭐니 하는 것은 전혀 모르지만 그래도 천사로서의 비행 감각만은 제대로 익혔다.

곧바로 푸른 기사단장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사방을 포위하고 짓쳐들어오고 있는 다른 천사들도.

제니는 헉 하고 숨을 삼키는 대신 해야 할 일을 했다.

거리가 조금 있다.

마법을 캐스팅하려고 한다.

천사의 마법 저항력을 믿는다.

육탄 돌격, 그 와중에 투검을 날린다.

열심히 배웠다.

치명일지 어떨지는 몰라도 마법을 방해할 정도는 된다.

조금이라도 흐려진 캐스팅의 번개가 주변에 치솟았다.

머리카락이 바짝 구워지는 느낌, 그러나 동시에 마법 저항력이 몸 주변에 일어나 전격을 중화한다.

주먹은 미리 죄어둬서 무기를 떨어트리지 않도록, 마비된 채로도 쥐고 있도록 했다.

이어지는 것은 화염과 냉기.

미아의 자가용인 제니는 고위 마법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이지 잘 안다.

마법사가 홀로 대응할 수 없는 공격 형태도 잘 안다.

뭐든지 대응할 수 있다면 미아에게 제니는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화염과 냉기의 폭풍이 쏟아졌다.

급격한 회피기동, 직각에 가까운 지그재그의 연속 동작에 스킬마저 가미한다.

[파편의 무기]가 솟구치고 양손의 검이 빌딩에 준할 만큼 길고 거대한 빛으로 연장된다.

하나는 방패로 세우고 하나는 마상창처럼 돌격했다.

번쩍이는 마법이 사방에 번뜩이지만 눈은 감지 않는다.

그리고 마법을 쳐내었다.

쌍검사는 원래 공격으로 공격을 상쇄하는 법이지, 수비를 염두에 둔 클래스가 아니다.

제니가 그것을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하고 있냐고 한다면 그것은 아니다.

제니즈는 그걸 할 수 있었다.

쌍검사라는 클래스에 걸맞은 숙련도를 부여받은 제니즈는 그 모든 것을 또 다른 자신에게 전수했다.

가르침 받는다는 느낌조차 아니었다.

원래 할 수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제야 겨우 깨달았다는 느낌.

눈을 부릅뜨고 마법을 본다.

그 흐름도 본다.

[파편의 무기]는 무기에 걸리는 인챈트 계열로서는 거의 만능에 가까운 유니크 스킬이다.

제니는 정확하게, 사실은 그보다는 조금 어긋나게 파편의 핵심을 찔렀다.

마법이 무마된다. 원소의 폭풍이 갈라지며 흩어져 마력으로 돌아간다.

그대로 사고를 이어나간다.

애초에 사대원소를 이용한 공격?

이미 이상하다.

이 세계는 빛과 어둠이 대부분인데.

그리고 하늘이 빛났다.

대마법.

제니는 이를 악물고, 필사의 가속을 시행했다.

날개가 울린다. 서브 리더처럼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과부하 시킬 수는 없지만 기천사는 그럼에도 충분히 빠르다.

이번엔 빛이 쏘아졌다.

그러나 동작이 있다.

미아는 마법에 동작이 거의 없도록 연습했다.

대다수의 마법사는 그럴 수 없다. 어떤 식으로건 심리를 제어하기 위한 소매틱으로서 약간의 습관적인 행동이 동반된다.

그것을 캐치하는 것은, 의외로 제니가 가장 잘하는 것이다.

마법사와 늘 함께하니까.

보는 순간 깨닫는다. 지금 빛이 쏘아진다는 사실을 0.01초라도 이전에 먼저 깨닫는다.

그리고 알고도, 보고도 하지 못하던 것을 이제는 해낸다.

마상창처럼 내지른 [파편의 무기]가 정확한 각도로 쏘아진 빛 마법을 빗겨내고, 더 큰 마법을 준비하던 푸른 기사단장을 당황시켰다.

동시에 조금 더 멀리로 간 서브 리더를 견제하던 마법도 강제로 취소시켰다.

다시 번쩍이며 공간이 열린다.

제니는…….

제니는.

그 순간 태어나서 낸 속도 중에 가장 빠른 속력을 낼 수 있었다고 느꼈다.

비행 역시 제니즈가 그녀보다 훨씬 잘했었다.

가속은 희우 쪽도 마찬가지다.

푸른 기사단장이 그녀에게 간섭하려던 것이 실패함과 동시에 방향을 틀어 돌진한다.

몰려들던 천사들은 크게 선회하며 날뛰는 희우에게 시선이 모두 쏠렸다.

천상의 도시 상층 요새에 기천사를 위한 자리는 없다.

이곳은 신성한 곳, 만들어진 노예 천사들이 발을 디딜 곳이 아니다.

그러므로 핀으로 이루어진 날개는 적이 아니어도 몹시 눈에 띄었다.

성공적으로 어그로가 끌리고, 세피로트를 지키기 위해 달려들던 벌떼 같은 천사들이 멈칫한다.

그 찰나면 된다.

실전 경험이 적은 편이라더니 납득이 가는 모습이다.

사실 잡몹의 질은 전장터가 더 높은 법이다.

천상의 도시가 무서운 이유는 어디까지나 상주하는 사대천사다.

소닉붐 이후에도 몇 번이고 더 어떤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게 뚫리는 느낌도 든다.

라리사의 치유를 받았음에도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곳이 조금 삐걱대는 느낌도 들었다.

다시 치유 받으면 되고, 정 안 되면 한 모금 들이켜면 되니 무시하고 처박는다.

세상이 붉게 달아오를 정도의 가속 속에서 예민한 공감각에 포착되는 푸른 기사단장이 있다.

공간의 균열이 열리며 마력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머리 위에 메모라이즈 구슬이 몇 개 떠 있다.

아마 제니를 한눈에 경시하고 더 큰 것을 준비했던 모양이다.

하늘이 잠깐 빛났던 것도 느꼈다.

미아가 어둠을 다시 한번 소모해 버린 상공은 다시 빛으로 채워져 있었으니까.

저게 그대로 떨어진다면 위험하다.

그것이 희우의 판단이었다.

이건 일단은 디펜스다.

희우는 아슬아슬하게 공간의 균열을 따라잡지 못했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서 마력 방벽을 두들기며 공간의 균열을 추격하는 데 성공한 고양이 천사가 있다.

제동하지 않는다. 여전히 속력은 유지한 채, 어디로 이동하였는가를 본다.

찌잉, 하고 순간적인 시간 정지.

자연스럽게 그 속으로 파고들고, 무채색이 된 공간 속에 홀로 체렌코프 광을 내뿜는 천사는 아주 쉽게 발견되었다.

오른쪽 날개가 반쯤 뜯어져 있다. 그 날개를 파고들고 있는 거대한 검이 보인다.

준비하던 마법은 뜻대로 되지 않은 모양이다.

아직 제니는 굳어 있고, 주변의 다른 천사들도 그러하다.

순간적이나마 일대일 상황이 나왔고, 푸른 기사단장은 제니를 보고 있었다.

희우는 씨익 미소 지었다.

제니가 훌륭하게 해냈다.

전혀 줄어들지 않은 속력으로, 초당 네 자릿수의 타격을 날릴 수 있는 수준의 가속이 이어진다.

이미 머릿속의 사고는 다음으로 향해있다.

녹화되는 공격들을 체크하고 분류한다.

어차피 중요한 것은 이 이후에 있을 가브리엘 전이다.

제니가 시간의 틈새를 느끼고 기어든 순간 눈앞에 보인 것은 이미 근접에서 탈출할 틈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대천사였다.

붉게 달아오른 섬광이 쉴 새 없이 난도질하고 있다.

제니는 곧바로 검을 들었다.

거대해진 검은 제니가 가진 유니크 스킬들, 그중에서도 방어력을 무시하는 [무오의 광휘]의 패시브 효과가 깃들어 있다.

제니가 들어왔음을 눈치챈 서브 리더가 틈을 내어준다.

이전에는 어우러질 수 없었지만 이제는 그 사이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

제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정신없는 연격 속에서 제니도 쌍검난무를 시작했다.

물론 난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소극적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랬다.

푸른 기사단장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마법사가 전사에게 강한 이유는 공격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천사에게 약한 이유는 너무 빠르고, 마법 저항력 덕에 디버프도 제대로 듣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방에 끝을 보기 위해 무리를 시도했다.

이쪽을 경시한 것이다.

제니는 처음으로 그 사실에 불편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 사실에 살짝 놀랐다.

자존심?

자존심이 상한 것 같다.

없던 게 생긴 기분이다.

제니즈를 위해서라도 제니는 이제 누군가에게 얕보이기 싫어졌다.

그 사실을 눈치채며 히죽 웃었다.

서브 리더를 닮은 미아, 그리고 그 미아를 항상 봐오던 제니.

그러니 그 웃음은 어딘가 그들을 닮아 있다.

마무리는 제니였다.

서브 리더는 스킬을 딱히 활용하지 않았다. 쿨다운을 생각해서다.

그러니 지금 이 푸른 기사단장 따위에게 할애할 스킬은 제니의 것이어야 한다.

마법사의 날개가 갈기갈기 찢기고 마력 방벽도 유린당한 끝에, 착용한 갑옷마저 열렸을 때.

서브 리더가 그 틈을 그대로 비워주었다.

제니가 검을 가슴팍에 박아 넣었다.

물론 천사는 이 정도로 죽지 않는다.

그대로 그어 올려 머리까지 세로로 베어낸다.

사실 벤다기보다는 뜯어낸다에 더 가까웠다.

경험치가 들어온다.

확인 사살을 따로 안 해도 느낌으로 알 수 있다는 점이 참으로 편리하다.

날개가 붉게 달아올라 있는 서브 리더가 제동을 하는 대신 솟아 나왔던 신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아주 한순간이지만 엄지를 척 하고 눈앞에 보여줬다고 느꼈다.

제니는 미소 지었다.

붉은 기사단장은 치명상을 입었으나 죽지 않았다.

날개 한쪽을 희생하여 그 강력한 일격을 막아내었다.

그러나 덕분에 비행에 불균형이 생겼고, 속력을 내는 것이 힘들어졌다.

그 시점에서 그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깨달았다.

“이 비겁한 녀석들!”

당연히 아서도 에길도 코웃음조차 치지 않았다.

“비겁은 이딴 요새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네놈들이 비겁하고!”

하고 싶은 말의 호흡도 척척 맞는 것이 오히려 더 우습다.

에길은 아래에서, 아서는 위에서.

결코 탈출을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신전의 천장, 세피로트의 나무가 뻗어나가는 구멍과 통로는 당연히 그리 넓지 않다.

천사 기준으로 지극히 협소한 이 공간에서 상대의 공격을 피하거나 작전상 후퇴를 할 여지는 없다.

위나 아래 어느 한쪽을 뚫어야 했다.

여기서 붉은 기사단장은 판단을 실수했다.

위로 나가려고 했다.

에길은 의외로 뚫고자 하면 뚫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일격필살과 [아수라파천무]의 활용에 모든 리소스를 구겨 넣은 에길은 저지력과 방어력 면에서 손색이 크다.

치천사는 상공으로 솟구치자고 했고, 그곳에는 아서가.

유니크 액티브 [모드레드 : 클라렌트]

유니크 액티브 [트리스탄 : 페일노트]

모드레드가 어째서 어둠이 되었는가. 아서왕 전설의 종막을 알리기 때문이다.

트리스탄은 어째서 냉기가 되었는가. 솔직히 그건 아서도 잘 알 수 없었다. 그 자식의 사랑이 비극으로 끝나서일까.

어쨌든 이중 속성의 인챈트가 빛을 발한다.

고정 NPC 아서에게 반드시 주어지는 유니크 스킬 [나이트 오브 카멜롯]은 그래서 강하다.

만능의 아서를 상징하듯, 유니크 액티브로서 모든 것을 내장하고 있다.

사용할 때마다 어딘가 씁쓸한 것만을 뺀다면 최고의 유니크 스킬 중 하나다.

붉은 기사단장은 퇴로가 없었다.

자신의 상극 속성에 추가적인 대미지를 입으며, 날개의 손상 덕에 자세를 제대로 유지할 수도 없었다.

아래쪽에서는 에길이 바로 직전에 했던 것을.

한 번 더 했다.

이번에는 날개 한쪽으로는 끝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붉은 섬광이 번쩍이며 옆에 나타났다.

희우가 말한다.

[시간이 멈췄었군.]

[안 들어오셨네요.]

[그럴 틈도 없었네.]

[그럴 필요도 없었다겠죠.]

다시 블랑쉐의 전함이 만들어낸 암석 가스나 금속 증기들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전투의 여파로 잠깐 밀려났을 뿐, 아직도 아래는 초고열의 지옥이다.

그곳에서 실시간으로 증발하고 있다.

[저건 우리가 연막으로 쓸 수 있을 거예요. 네임드는 둘 다 참수해 버렸고. 천사 대군만 상대하면 되겠네요.]

[그게 더 어렵겠군.]

[입구는 좁으니까 가능할 거라고 봐요.]

제니도 나타났다.

아서는 그 모습 어딘가에서 자부심이 빛난다고 생각했다.

침공 방어전 때의 모습 같다.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딘가 성장한 모양이지.

[열매는 여기서 다 털어버리죠.]

[일단 나는 지상 점검하겠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뿐, 누아르의 포격에 살아남은 천사들이 많을 것이다.

시간 내에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희우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아서와 에길도 잘했지만 특히 제니가 완벽하게 네임드급 대천사 마법사의 패턴을 읽었다.

지금 파티원들이 해낸 것은 심리전이다.

패턴 유도.

정해진 대로 반응하는 AI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적에게도 할 수 있다.

푸른 기사단장은 시간 정지 덕에 순간적으로 2 대 1을 해야 했고, 붉은 기사단장은 실력과 전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는 상황에 몰렸다.

미궁의 전투는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잘했다고 칭찬해 주겠지?’

녹화해 뒀다가 자꾸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깔끔했다.

하지만, 아직 물량 공세에 대한 방어와 진짜 보스전이 남아 있다.

일단 잽싸게 라리사에게 내려가 치료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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