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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478화 (449/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478화

메인 던전 - Lv.17500 투신 [바알](3)

[천상의 도시]가 그랬듯이 [지옥의 성채] 역시 여러 가지 부속 필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도 쥐새끼를 통해 갈 수 있던 가라앉은 영광에 해당하는 히든 필드가 존재하며, 성채 내부의 구조도 어느 정도 흡사하다.

애초부터 대칭구조로 설계된 곳이다. 그래서 테마의 이름도 대비되는 형태지 않은가.

“[왕관의 검]은?”

“사용했어요.”

장비 변화를 체크한다. 아서가 어떻게 저떻게 마법사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쩐지 복장도 노마법사마냥 차려입고 있다.

그 속은 갑옷이지만.

“광대의 지팡이잖아? 이건 좀…….”

“맞죠? 이거 뭔가 문제가 있는 물건이었던 거 같은데!”

“대가 없는 고성능은 없다고……. 성능은 편린 무기급인 대신 불안정해.”

아서의 눈썹이 꿈틀한다.

“어떤 식으로 말인가?”

“그걸 들고 마법을 실패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실패를 하지 않으면 되겠군.”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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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쉽지는 않겠죠.”

문제가 그거다.

미아나 나 수준이면 저 시전 보정이 필요하지 않다. 위력 보정이 전무한데 왜 쓰냐고.

그러니 저게 필요한 사람들은 보정을 받고도 실패할만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은 말 그대로의 의미인가?”

“구체적으로는 스크립트에 762가지의 경우의 수가 존재했는데 지금도 그럴지는 모를 일이죠.”

“끔찍하군. 그 중 최악은 뭔가?”

“다음 회차로 이동해요.”

“죽는단 건가?”

“그건지도 몰라요. 그냥 다음 회차가 시작되는 거죠.”

“별로 다르진 않군.”

“맞아요.”

다만 확률은 낮다. 아서도 조심해서 실패하지 않을 간단한 마법 보조 위주로만 하면 문제없을 것이다.

“위험부담은 크지만 좋은 지팡이는 맞아요. 재수가 없지만 않으면 감당 가능한 부작용만 터질거고.”

아서와 에길, 그리고 제니가 굉장히 찝찝한 눈으로 지팡이를 보다가 다시 희우를 본다.

“아니, 왜 갑자기 다들 저를 봐요?”

“크흠.”

어쨌든 아서는 광대의 지팡이를 소지하고 있기로 했다.

비상시에는 없는 것보다는 좋은 장비다.

성능이 나쁘기보단 성능만큼 패널티도 있는 종류니까.

그 외에도 내가 체크해줄 장비는 산더미다.

대량의 단검을 탄환으로 쓰겠다는 블랑쉐의 아이디어는 새로운게 아니다.

애초에 저 레일건이 준아티팩트 취급을 받는 사기 장비인 이유가 뭐든지 쏠 수 있어서니까.

디스가 삐지지 않게 달래는 걸 보며 단검을 분류한다. 찌르면 이로운 효과가 나오는 괴상한 물건들도 있다.

“이건 제니가 가지고 있어. 던져서 맞추면 빈사상태에서 회복할 수 있는 일회용이니까.”

“주사기인가요?”

“맞아.”

효과를 대강 설명하고 상황에 알맞게 쓸 수 있도록 가이드한다.

새로운 자잘한 정보를 외우는 것에는 다들 이골이 나있다.

이동 중에 모든 작업을 끝마쳤다.

이제 전장은 텅텅 비어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지옥의 성채는 금방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에 각 악마군단장들의 요새가 보인다.

몇 군데는 혼란에 빠져있었다.

“주인을 잃은 모양이죠. 나헤마가 제대로 해주고 있군요.”

“나헤마는 많이 강한가 봐요?”

“그렇지는 않아. 하지만 기습은 편린들 중에서 가장 잘할 걸?”

유배자 출신인 유이한 [위대함의 편린]이다.

생각해보면 나헤마 루트를 타더라도 저 녀석이 어떻게 다른 악마들을 기습하는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임무를 수행중일 테니까.

“뭐, 그래도 나헤마는 보스로서는 솔로몬의 하위호환에 가까워.”

“클리포트의 힘이 있는 데도요?”

“힘에 대처하는 법은 이제 다들 알잖아?”

마법이 곁들여지니 까다로운 보스임은 맞지만 그 정도뿐이다.

파티가 모두 모인 상태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찾으면서 우리가 해야 할 보스전에 대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줄이면 줄일수록 좋지.”

“거기에 나는 포함이 되나?”

“경우에 따라서는요.”

미카엘이 웃음 짓는다.

“가능하면 친구로 지내고 싶군.”

“하지만 그럴 수 없겠죠.”

“그래 유배자들은 각자 목적이 있지. 우리가 가는 길이 충돌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바알이 미카엘의 힘을 잔뜩 빼둔 다음에 치는 편이 좋겠지.

성채 근방에 도착하자 미카엘이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다음번에도 좋게 만날 수 있기를 빌지.”

솔로몬도 자신의 무덤으로 돌아갔다. 이제 우리뿐이다.

다들 내색하지 않았을 뿐 부담스러웠던 모양인지 평화가 찾아온다.

“로스엘, 기계무덤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주세요.”

“리온과 라리사가 무사할지 궁금한 거지?”

“확인은 해두어야 합니다. 메타트론이 어떻게 행동할지도 말이죠.”

이번에는 로스엘과 나 둘이서 가면 족하다. 희우에게 미아를 맡긴다.

성배 탐색은 이미 파티원들에게만 온전히 맡길 수 있다.

로스엘이 구멍을 찾아내었다.

기계 무덤의 다른 면으로 뛰어든다.

리온과 라리사는 충분히 고생 중이었다. 쥐새끼는 열심히 구멍을 찾아내었고 대부분은 아주 엉뚱한 곳으로 통했다.

충분한 시간동안 시도한 결과 합류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떡하지?”

“이제 더 이상 시도하는 것도 무리야. 차라리 돌아가서 기다리는 게 옳을지도 몰라.”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요! 위험해요!]

라리사는 끊임없이 치유를 기도하고 있지만 그것에도 한계가 있다.

캠프가 있는 쪽은 천상의 도시 아래, 반대 방향은 거의 정리가 안 된 타천사와 뒤틀린 악마들, 그리고 어둠의 정령들이 있다.

피해서 들어가고 경우에 따라서는 전투를 벌이지만 이제 슬슬 역부족이다.

“아까 그건 진짜 뭐였던 거지?”

“보스였지 않을까?”

강제로 열어젖혀 이쪽으로 들어오려고 하던 녀석이 있었다.

어디로 열렸는지는 몰라도 그 근방은 피하고 있는 참이다.

일단 돌아가야 했다. 멀리도 나왔다. 돌아가는 길도 당연히 험난할 것이다.

몬스터들의 눈을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훈련 받을 때 생각나네.”

“그때 날 죽이려고 했잖아.”

“어허. 배운 대로 훈련을 시켰을 뿐이야.”

옛날 생각이 나는 상황이다. 덤으로 딸려와서 처음에 들은 것보다 굉장히 고생중이지만 이 정도는 웃으며 할 수 있는 은혜를 입었다.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찾자.

일그러진 악마들의 눈을 피해 조심스레 움직인다.

쥐새끼가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무엇이 여러분을 그렇게 헌신하게 만드는 것인가요?]

쥐새끼가 보기에 이 두 사람은 감당하지 않아도 될 위험을 감당하고 있었다.

그것이 지금 이곳에 없는 이들의 도움이 되기에 하는 것은 안다.

하지만 정말로 도움이 될지는 확실치 않은 것이다.

그래도 그것에 일말의 의문조차 없이 시도하고 있다.

수없이 피투성이가 되어가면서 말이다.

“그만큼 은혜를 입었으니까.”

[은혜란게 뭐죠?]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둘 다 어디선가 객사했을지도 몰라. 그게 아니라면…….”

세상을 겪을 만큼 겪었다. 용사들의 말로 대개 좋지 않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할만큼 말이다.

한 개인에게 집약된 강력한 힘.

그건 국가의 근간을 흔든다. 자연스럽게 용사는 그들이 구한 이들에게 배제당한다.

“뭐……. 살아갈 방법을 알려주신 분이니까.”

“그리고 우리를 만나게 해주셨으니까.”

갚아야할 것을 따지만 한없이 많다.

쥐새끼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시간으로만 따지면 꽤 오래 살았을지도 모릅니다요. 하지만 제게는 그런게 없군요.]

“어둠의 정령들이 있잖아.”

[그 친구들도 분명 소중하긴 합니다만 역시…….]

그것들은 자연 발생한 정령답게, 그리고 쥐의 형상을 취한 것 답게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살아간다.

쥐새끼 역시 자신이 그들과 다르다는 것은 진작부터 느낀 바였다.

[최근은 힘들지만 즐겁습니다요!]

“그래?”

“나는 힘든데…….”

그리고 멀리서 빛이 비쳤다.

기계 무덤 내부를 환히 밝힐 수 있을 것 같은 빛이었다.

필드보스를 의심한 리온이 먼저 몸을 숨긴다.

그리고 라리사가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메타트론?”

일반적인 천사의 형상과는 달랐다.

반쪽 밖에 없던 조엘의 모습이 아니다.

호호백발의 노인임은 그대로지만 그 등에 달려있는 날개는 깃털도 핀도 아니다.

깃털 날개의 모습을 흉내 낸 거대한 금속의 질감이 붙어있다.

천사라고 부르기에는 아주 이질적이었다.

“몸을 숨기는게 좋겠지?”

이미 리온이 술식을 짜올리고 있다.

간단한 마법과 함께 어둠 속에 몸을 숨긴다.

메타트론이 다가왔다. 주변을 훑듯이 살피는 모습이다.

몬스터들은 눈에 엄청나게 띄는 채로 움직이는 메타트론에게 덤벼들고 있다.

손짓 한번에 재가 되어 사라진다.

리온은 오싹함을 느꼈다.

우리를 찾는 건가?

지나간 후, 쥐새끼가 중얼거렸다.

[음, 저는 성배이지 않습니까.]

“왜?”

[아마도 저를 찾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도 타당했다.

[제가 가면 두 분은 괜찮지 않을까요?]

리온은 짧게 생각한 후에 고개를 흔들었다.

“구멍을 찾아. 바깥으로 나가서 숨자.”

쥐새끼는 시키는 대로 했다.

“로스엘 빨리 돌아갑시다.”

“메타트론이잖아. 내가 알던 모습과 전혀 달라.”

“저게 보스로 등장하는 메타트론입니다. 기계신의 사도이자 기계신 그 자체가 되고 싶어 하는 바벨의 자식이죠. 베데스다 종파의 문양이 왜 톱니바퀴겠습니까.”

나헤마가 했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다.

온전히 사실인 모양이다.

본래라면 메타트론이 힘을 되찾는 것은 진행이 그쪽으로 흘러간 후의 이야기다.

처음부터 그랬다고?

내가 모르는 전개다.

하지만 이제는 모르는 전개에도 익숙해지고 있다.

“메타트론 루트를 타지 않고서 저 캠프에 계속 남아있는 건 죽기 딱 좋은 판단이었군요. 그 자체로 함정이었어.”

하지만 또 라지엘은 나헤마의 편이니 나헤마 루트를 타며 저기 남아있는 것은 좋은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내가 알던 것이 어떤 형태로 비틀어져있는지를 보는 것은 꽤 로망을 자극한다.

DLC같잖아 이거.

혹시 기존에 없던 보스도 있진 않겠지?

게임으로 즐기던 시절에는 세피로트와 클리포트에 빈자리가 많은 게 꽤 아쉽긴 했었다.

고개를 흔들었다. 감상에 빠져있을 때는 아니지.

“일단 리온과 라리사가 어떻게 되었건 우리 손을 떠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죽었나……?”

“그럴 확률은 낮습니다. 메타트론은 우리 가치를 아주 높게 평가할거에요. 그럼 미카엘처럼 붙잡아두려고 하겠죠.”

천사들의 생각은 악마들처럼 어렵지 않다. 합리적으로 굴기 때문이다.

악마들은 좀처럼 예측이 힘든 변태들이 많으니 양반이라면 양반이다.

“차라리 성배를 빠르게 모아서 협상을 하는게 낫겠군.”

“성배를 줘버리면……. 일이 제대로 안 될텐데.”

“자기가 이길 줄 알거니까 괜찮습니다. 보스전을 걸어 되찾아야죠.”

높은 확률로 메타트론과는 보스전을 치르게 될 모양이다.

그렇다면 미카엘은 마지막까지 아군으로 둬야한다.

그가 어디까지 약속을 지킬지는 잘 모르겠다.

바알은 상종하지 않는 편이 제일 좋다.

나헤마는 말이 통하는 선까지는 한 배를 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기다리자 희우가 돌아왔다.

“성배는 찾았어?”

“오빠가 말했던 거랑 좀 다른 상황인데요. 직접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좋아, 서두르자.”

나헤마는 아직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메타트론은 생각했다.

“놓쳤나?”

혹은 애초에 여기서 빠져나간지 오래였던 걸지도 모른다.

어디까지 유능할지 바닥을 알 수가 없다. 읽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도가 아니라 뱀을 불러들였군.”

그러나 덕분에 상황 자체는 잘 풀리고 있는 것이 맞다.

라지엘이 성지를 지킬 것이다. 그럼 그가 해야 할 일은…….

천상의 도시로 돌아간다. 그곳의 성배를 탈취한 채로 지옥의 성채로 향한다.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딜 보아도 천사인 메타트론은 자연스럽게 주인이 없는 천상의 도시로 스며들었다.

상층 요새도 익숙하다.

애당초 그를 따르는 병력들은 이미 저 속에 있었다.

모두가 미카엘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안내를 받으며 상층요새의 성배를 탈취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라지엘, 나는 지옥의 성채에 가봐야겠네.”

“몸조심하시지요. 메타트론.”

이제 그가 불러들인 유배자들을 쫓아야 했다.

악마들이 성배를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잘 모른다.

유배자가 알 것이다.

나헤마는 입맛을 다시며 눈을 떴다.

힘이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 사냥감을 찾아 나선다.

악마군단장들은 제법 숫자가 많았다.

자신의 요새가 공격받는 것이 보였다.

나헤마는 일부러 그곳에 자리하고 있지 않았다.

부하들이 죽어나가겠지만 이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아졌다.

스승은 그에게 최고의 선물을 남겼다.

힘이여. 기다려라.

바알은 굉장히 시무룩해졌다.

재미있는 일이 없다.

잠도 다 깨버렸다.

“제기랄, 심심하구만.”

그래서 점프했다.

그 점프에 이유는 없었다.

높은 곳의 공기를 마시고 싶다?

그 정도면 충분한 이유가 아닐까?

“엥?”

천상의 도시를 보호하고 있던 성배의 방어막이 사라져있었다.

“아스모데우스와 아드라멜렉을 찾으러 가야겠군.”

한 번 더 때려 부수자고 하면 가지 않을까?

자꾸 왔다갔다 시키면 화를 낼지도 모른다.

아주 잠깐 생각 비슷한 것을 하던 바알은 그 생각을 그만두었다.

“그럼 줘 팰 수 있으니 그것도 재밌겠군.”

미카엘은 약속을 완벽하게 지킬 생각은 없었다.

그 유배자의 말대로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그에게도 이득이기에 따라왔을 뿐이다.

빛의 천사인 그는 애초에 몸을 숨기는데 능숙하진 못하다.

어둠이 사방을 잠식하고 있는 지옥의 성채 근처라면 더더욱 그렇다.

조금씩 힘들어지고 있는 차였다.

“저건 뭐지.”

스멀스멀 움직이는 뱀과도 같은 악마가 보였다.

호위도 부하도 거느리지 않았지만 군단장 중 하나임을 안다.

“나헤마? 바알을 치러 가는 건가.”

미카엘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 그 뒤를 쫓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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