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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486화 (457/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486화

메인 던전 - Lv.20000 쌍둥이 천사 [메타트론מטטרון]

잘 모르는 새로운 패턴이라는 전개도 슬슬 익숙해질 때가 되었다.

하지만 게임이라는 것은 맥락 없이 무언가를 내던지지 않는다.

체호프의 총이라는 말을 아는가.

연극의 이론 중 하나인데, 1막의 벽난로 위에 총이 걸려 있었다면 반드시 3막쯤에선 그게 반드시 발사되어야 한다는 뜻.

필요 없는 것은 없다.

필요하니까 등장한다.

그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궁은 기본적으로 게임의 규칙을 지키는 세상이다.

고로 메타트론의 새로운 패턴이라는 것도 완전히 뜬금없지는 않다.

아서도 그 사실을 깨달았다.

[저건 그 괴조들과 뒤틀린 기천사들이군!]

[하지만 완성도가 좀 다른데요.]

따라서 그런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 위에 떠있는 전함 같아 보이는 것도 다시 보면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포격이라는 것이 어째, [가라앉은 영광] 필드에서 뻔질나게 날아들던 것과 비슷하다.

* * *

즉,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공격이다. 만약 [아후라 마즈다] 보스전을 했다면 말이다.

[예방주사 한번 끔찍하군.]

그 말인 즉슨, 메타트론이 맵기믹이나 다름없는 공격을 퍼부어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희우는 엄청나게 열심히 날았고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었다.

나와 아서가 접근하며 메타트론의 주의를 끌자 메타트론도 드롭킥 천사만을 노릴 수는 없었다.

[사수와 전사 둘. 리더 자네는 특히나 곤란한 존재지 너무 많은 것을 알아. 좀 몰라도 되는 것까지 안단 말이지.]

“유능한 사람 찾던 거 아니었으라아아아차!”

눈앞에서 쏘아지는 포격의 속도는 너무 빠르다.

번쩍하며 지나가니까 피하려면 미리 움직여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탄속이 빠른 거지 포구의 움직임이 빠르지는 않았다.

범위는 넓으나 지상에서만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 기동도 동원한다면 어떻게든 사선에 없을 수 있다.

유도성을 지닌 탄막이 문제라면 문제다.

하지만 이번엔 우리도 장비가 그때처럼 허술하지 않다.

라파엘의 불길을 피워올린다.

선명한 폭풍의 화염이 유도되는 탄막과 부딪혀 적어도 궤도를 바꾸어 낸다.

그리고 그런 와중 메타트론의 소환 몬스터들이 덤벼들기 시작했다.

아서는 나와 거리를 벌렸다.

벨페고르의 냉기가 라파엘의 화염으로 상쇄되면 곤란하다.

뻗어 나온 우수의 냉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저건 권능의 원주인 특성을 따라 아주 방어적인 힘을 가졌다.

유도성 탄막을 쳐내자마자 붉은 실금이 다시 그인다.

사방으로 빛기둥이 쏘아졌다.

[순순히 성배를 내놓는다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이 세상의 장작이 되고 싶지는 않겠지. 안 그런가?]

“그 뒤로는 우리 왕국을 칠거고 말이야?”

[그 공세에서도 살려주겠다는 뜻이다.]

확실히 좀 강하긴 하군.

그렇게 자신의 절대 우위를 확신할 만 하다.

메타트론의 방심은 결코 자신이 위대한 존재의 편린이라는 것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는 계산적이고 계획적이었다.

그리고 손에 넣은 힘의 크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

느낌이 아마 우리가 [아후라 마즈다]와 쌍을 이루는 [앙그라 마이뉴]가 있던 곳으로 갔다면 그곳엔 보스가 없었을 것 같다.

그리고 메타트론이 되찾은 힘에 대한 단서를 알게 되었겠지.

꼭 같은 형태의 힘이다.

그리 생각하니 비교적 이후 일어날 일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누구나 게임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패턴을 모른다.

공략이 정립되는 것은 트라이와 분석의 결과다.

[앙그라 마이뉴 패턴 기억납니까?]

[과연, 그렇게 된 건가.]

[그거였군.]

그리고 서둘러 고도를 떨어트려야 했다.

탄막이 아닌 살아있는 몬스터들이 덤빈다.

불완전하지 않고 완성된 괴조는 꽤 멀끔한 모습이다.

새라기보다는 환수, 그것도 그리폰이나 히포그리프를 연상시키는 매끈한 기계적인 괴수.

천사와 악마의 영원한 전쟁이 시작되던 무렵, 아직은 기계신이 더 건재하던 시절에 만들어지던 온전한 병사들이다.

당연히 더 강력하다.

그리고 우린 그 괴수들의 행동 패턴을 이미 알고 있다.

[앙그라 마이뉴는 조금 더 온전한 상태라고 했지.]

비행 금지 기믹이 아니라 실제 적이 되어 공격해온다. 덜 무너지고 좀 더 정갈한 도시로 진입하게 된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대응은 아서의 머릿속에 있다.

함께 탄 사이에서 날아드는 괴조의 옆구리를 찌른다.

환수류에 속하는 몬스터들 또한 지난 반년간 얼마나 상대했던가.

그리고 그대로 방패삼아 탄막을 향해 내던졌다.

그 그늘 아래에 다시 달려드는 기천사 병사.

형태만 인간형이지 얼굴은 없다. 얼굴의 자리가 밋밋하고 반질반질하다.

전함의 포구가 희우 대신 지금도 공격을 퍼붓고 있는 사수를 향한다.

근접 전사는 도무지 저곳까지 접근할 수 없다.

[블랑쉐, 조심해. 이제 메타트론이 너만 노릴 거야.]

[알겠다.]

검은 날개가 펼쳐진다. 메타트론의 화력이 집중되는 순간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메타트론 본체는 눈썹을 가운데로 모았다.

[직접 처리하는게 좋겠군.]

은빛의 금속질 날개가 가속했다.

전사들에게 역할이 생긴다.

[블랑쉐를 보호해!]

메타트론의 손에 빛의 검이 형성되었다. 성스럽다기보다는 무기질적인 광선검이다.

고블레타리아가 만든 것보다 수십배는 더 강력한 고성능의 플라즈마 소드.

그럼에도 속성은 열과 빛의 이중 속성이다.

아티팩트가 아니하면 맞대는 것만으로도 내구도가 퍽퍽 갈려나가겠지.

아서와 함께 날아가는 노천사와 검을 부딪힌다.

전함 둘러싼 보호막은 사격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흔들린다. 그리고 그 충격은 마력 혹은 권능의 파문이 되어 퍼진다.

미아는 그것을 분석하고 있었다.

보호막의 종류는 다양하다.

제일 기본적인 마력방벽처럼 단순히 힘으로만 막아내는 것은 효율이 나쁘다.

외부의 충격을 어떤 형태로 분산시키고 마력으로 상쇄하는가, 그것은 워 메이지의 지상과제 중 하나였다.

미아 역시 제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마력 방벽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블랑쉐의 사격이 여섯 번째 적중했을 때, 미아는 그 구조를 필요한 만큼 해석했다.

[블랑쉐! 저건 차라리 마법에 취약해요!]

[이해했다.]

전황에 조금 더 도움이 되게 만든 다음, 눈을 뜨고 현실에 눈을 돌린다.

제니는 미아를 안고 두 친구를 거느린 채, 캠프의 흔적에 도달한 참이다.

메타트론의 포구는 그래도 이쪽을 향하진 못하고 있다.

동료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겠지.

캠프는 세웠을 때의 세련된 깔끔함을 거의 잃고 있다.

고블레타리아의 문양이 새겨져있는 무너진 가건물에서 다른 천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원래의 시나리오대로도 이들은 적대적이 되지 않는다.

메타트론이 실각한 것도 그의 독선적인 태도 때문이기에.

그러므로 이들은 사실상 중립에 가깝다.

미아는 그래도 질문했다.

“우리를 공격하실 건가요?”

“아니, 사도들이시여. 그럴 수는 없지. 비록 우리의 수장께서 그대들을 적대하더라도 말이야.”

“애초에 그럴 힘도 없는데.”

에길에게 푸른 닻을 내주었던 장사꾼 아즈라엘이 자조적으로 웃는다.

그 옆에선 대장장이 에후디엘이 씁쓸하게대답했다.

“반대로 묻지. 우릴 죽일 건가?”

적으로 돌아선 상태의 미묘한 간격이다.

미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없죠. 라지엘과 유리는 어디 있나요?”

에후디엘이 눈짓한다.

제니가 그대로 달렸다.

가는 길에 쥐새끼가 눈을 떴다.

[오우! 세상에!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요?]

미아가 라리사에게 손을 흔들었다.

라리사 쥐새끼를 던졌다.

쥐새끼가 공중에서 비명을 지른다.

[아우오우아! 여긴 그 캠프군요! 저건 뭐죠? 번쩍이는 게 광선을 쏘는데 제 집이었던 곳 같네요!]

쥐새끼를 품에 폭 안아든 후 말한다.

눈앞에 어둠의 정령왕들이 보인다. 불안에 떠는 것 같다.

심연은 분명 그들이 자연 발생한 근원과도 같은 곳이겠으나 그래도 달가운 곳은 아닌 탓이다.

검은 쥐들이 이쪽을 본다.

제니가 멈춰 섰다.

“쥐새끼군.”

[넵!]

진지하게 말하면 그렇게 반응해준다. 참 귀여운 생물이다.

“메타트론이 우리의 적이 되었어. 그리고 너와 네 친구들의 적이겠지.”

쥐새끼는 바보가 아니다. 그는 성배의 짐승이고 메타트론은 성배를 원한다.

이미 그 눈을 피하기 위해 가방 속에 들어가곤 했던 참이다.

그러니 사태가 어떻게 급변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모르더라도 자신과 친구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란 것만은 곧바로 눈치 챈다.

쥐란, 무엇보다 생존에 충실한 본능을 가진 짐승이다.

[오우! 제가 잠깐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미아가 라리사와 리온을 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둘이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남는다.

쥐새끼가 친구들에게 찍찍거리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니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괜찮을까요?”

“뭐가?”

“설득할 수 있을까요?”

“유리 말하는 거지?”

“네.”

미아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주 선량하다는 느낌을 받은 어린 기천사였다.

그리고 어린 기천사.

그것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도 있었다.

미카엘에게 억류되어 있던 잠깐 동안 고민을 해보았다.

어째서 어릴 필요가 없는 기천사들이 어린 채로 있을까?

그들의 근본은 안다.

미카엘은 로스엘, 하니엘에게 힌트를 얻어 우리엘이라는 강력한 전력을 만들고자 했다.

알려진 것은 그냥 그 정도.

그러나 파티 오르골이 돌입한 것은 어쩌면 이 세상에 더 깊이 파고든 또 다른 루트다.

라지엘이 보인다.

그녀는 여전히 한쪽 날개가 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 옆에 어린 천사들이 모여 있다.

라지엘이 제일 먼저 고개를 돌렸다.

“메타트론을 처리하실 생각인가요?”

태연하게 그것부터 묻는다.

지식의 천사. 여전히 나이든 할머니의 모습이지만 그 눈에 깃든 서늘함은 이 천사 역시 [위대함의 편린]이라 불렸다는 것을 알려준다.

“어떤 식으로인지 좀 들어볼 수 있을까요?”

리온이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사실 진작에 그 둘이 물어봐야했던 것이다. 당황해서 어설펐다.

문제는 없다. 라지엘은 순순히 말했다.

“메타트론이 훔친 기계신의 권능을 잠깐 정지할겁니다.”

“그럼 완전히 힘을 잃나요?”

“아니요. 메타트론 본연의 힘을 상대해야겠지요.”

미아가 통신으로 그 사실을 전달한다.

아빠의 오케이가 떨어졌다.

“지금 즉시 가능한가요?”

“네.”

“부탁합니다.”

지극히 사무적인 대화였다.

라지엘은 품속에 손을 넣고 무언가 조작했다.

그리고 메타트론의 머리 위에 떠있던 전함이 멈춰 섰다.

병사들 역시 연결이 끊어진 로봇처럼 뻣뻣하게 정지한다.

미아는 먼 곳에서 권능을 담아 울려퍼지는 비명을 들었다.

[노아의 방주가! 어째서지?!]

그런 이름이구나.

미궁이 그런 곳이다 보니 ‘지구’ 유래의 신화도 따로 공부했다.

절로 납득이 되는 이름이다.

[그렇다면 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상대해주마!]

메시지가 떠오른다.

[마지막 편린]

[쌍둥이 천사, 메타트론מטטרון]

미아는 그것에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라지엘 잠깐 유리와 대화해보아도 될까요?”

라지엘은 약간 측은한 눈으로 어린 천사들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지요. 사도여.”

미아는 제니의 품에서 내려와 유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미카엘은 유배자에게 많은 것을 배운 천사였다.

그렇다면 이 천사들은 왜 어린 기천사로서 만들어졌을까?

이 어린 천사들에게 무엇을 기대했던 것일까?

완성품이라는 유리는 무엇이 완성된 것일까?

바벨의 자식들이 가지지 못한 것, 인간인 유배자들만이 가진 것.

그럼에도 미궁의 근원과 연결되어 바벨의 자식처럼 막대한 권능을 휘두르는 것.

‘조금 외로웠을지도?’

로스엘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적극적으로 그것을 표출했는지도 모른다.

뭔가 배우고 그래서 스스로 결정하고 그렇게 이 무너져가는 세상에서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를 원했을지도.

하지만 동시에 유리라는 천사는 그래서 의도적으로 어린 아이로 만들어졌다.

미아는 유리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 것 같아졌다.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유리의 앞에 서자마자 미아는 말했다.

“세피로트에 앉지 않아도 돼. 싸우지 않아도 돼. 마음대로 살아도 돼. 우린 네가 우리의 적과 싸워주길 바라지 않아.”

뜬금없는 대화에 유리의 눈이 깜빡인다.

“무슨 말이죠?”

“네가 바라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어.”

유리의 눈이 조금 더 빠르게 깜빡인다.

미아는 옳았구나 하고 직감했다.

“그래도 될까요? 모두 저는 유일한 완성품이라고…….”

“물론이지.”

미아는 한 문장을 덧붙였다.

“대신, 네가 앉았어야할 자리를 잠깐 빌려줄래?”

라파엘 때 이미 해보았다.

이번에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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