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겜에 갇힌 고인물 487화
메인 던전 – Lv.20000 쌍둥이 천사 [메타트론מטטרון](2)
산달폰의 이름 앞에 붙은 호칭은 쌍둥이 천사였다.
실제로 메타트론과 산달폰은 흔히 쌍둥이로 묘사된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둘의 특성은 비슷하다.
산달폰은 영락하기 전에도 아주 강력한 천사였다.
메타트론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쌍둥이인 산달폰처럼 전사형의 보스다.
하늘을 찌르듯이 솟은 거인의 모습이 보인다. 인간의 형태 같지만 그렇지 않다.
상반신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다.
그리고 그건 사실 상반신이 없어서다.
하반신만이 걸어 다니는 가운데 저 높은 곳에 위치한 팔만이 움직이며 검을 휘두른다. 다른 한쪽에는 단단한 방패가 자리하고 있다.
태산같이 굳건한 거대한 천사는 본모습을 드러내자 분노 대신 차분함을 되찾았다.
인간적인 격정보다 본연의 속성인 천상과 법도의 천사로서의 형태가 강하게 드러나기 시작한다.
주변에 은은한 안개가 깔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세상은 푸르른 창공과 그 아래를 떠받치는 운해가 되었다.
낭만적이고도 장엄한 광경이지만 이것은 메타트론의 권능을 나타내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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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선율이 흐르기 시작한다.
놀랍게도 메타트론의 권능은 이런 공간을 만든 후에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넓고 광활한 평지가 펼쳐지고 그곳에 검과 방패를 들고 우뚝 선 천사 본체가 진짜다.
권능이라 함은 그 육신이 권능이겠다.
파티원 곁으로 얼른 돌아온 희우가 묻는다.
너덜너덜한 느낌이지만 잔부상이지 크게 다친 곳은 없어 보인다.
[저건 맞으면 죽죠?]
[죽어.]
하지만 철저하게 물리 공격이다.
결코 요상꾸리한 속성을 지닌 골치 아픈 것이 아니다.
대응 가능의 여부로 위험도를 책정한다면 가브리엘의 달빛이 더 위험하리라.
[그냥 엄청 강해서 막으려다 죽는 거군.]
인간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을 때는 세상 음흉한 노인네처럼 이것저것 꾸미던 이의 본체가 저런 느낌이라는 것은 꽤 새로운 일이다.
그래서 메타트론이 마법사형일 거라 생각하여 준비하는 파티는 거의 처형당하게 된다.
[방어 자체는 가능합니다. 전사형 보스의 특성은 일단 치고받는 게 가능하다고 기준을 잡아두니까요.]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메타트론은 미궁에 존재하는 수많은 전사형 보스 중에서도 최고 클래스의 단순 스탯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받아내야 할 상황이면 어중간하면 안 됩니다. 엑스칼리버 뽑으셔야 해요.]
[명심하겠네.]
치고받는 것이 가능은 하게 되어 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피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작에 제아무리 힘을 주더라도 제 육신이 아닌 투사체들과 다르게, 팔로 휘두르는 검은 명백하게 자신의 몸이다.
피한다고 다가 아니다. 보고 궤도를 바꾼다.
메타트론이 검을 치켜든다.
단숨에 내려칠 것이 분명한 동작.
충분히 빠름에도 워낙 거대한 몸집 탓에 느리게 보인다.
그런 착시 또한 전사형 거대 보스를 위협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자, 흩어져서 알아서 잘해봅시다.]
굳 럭.
그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지.
개개인의 단련이 중한 이유가 아니겠는가.
파티플레이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는 없는 법이다.
흩어진 후, 곧바로 파고든다. 블랑쉐는 특별히 지원사격을 하지 않았다.
방패를 든 보스, 그것도 저렇게 거대한 것이라면 거의 의미가 없다.
한손검, 하지만 빌딩이라고 부르기에도 많이 거대한 것이 내려쳐진다.
노린 것은 나.
회피하는 동작을 하지만 메타트론의 검 역시 미묘하게 방향을 틀어 나를 계속해서 노려온다.
최대한 물리적 충격을 강화하는 버프만 순간적으로 두른다.
그리고 라파엘의 권능을 압축하여 뒤로 분사했다.
라파엘의 권능이 지닌 이중 속성 중 열기가 더 유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라파엘은 엄연히 바람의 천사다.
마법과 유사하게 응용하여 압축분사를 한다.
일종의 로켓처럼 뒤를 초토화시키며 그대로 발사되어 메타트론의 검과 충돌했다.
정면충돌은 아니다. 이렇게 해도 아슬아슬하게 흘리는 게 가능해지는 출력이 순간적으로 나올 뿐이다.
그 직후 메타트론은 검을 거두면서 나를 후려쳤다.
발로 딛고 충격에 대비한다.
죽진 않는다.
크게 다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아주 멀리 날아가게 되었다.
전장 이탈을 시키나?
과연 차분하군.
좀 더 흥분해 주는 게 형편에 좋은데.
블랑쉐가 손에 넣은 레일건의 탄환들 대부분은 단순무식하게 강화되어 있는 종류의 것들이었다.
그저 강력한 속성이 깃든 것.
그저 암습 보정이 강력한 것.
이런 것은 아티팩트라고 하더라도 대체 불가능한 성능을 내지는 않는다.
있으면 좋으나 없어도 아쉽고 마는 정도다.
그런데 아껴야 할 탄환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중 하나인 [칠색석 공작검]을 들어 올린다.
특별히 오르골이 그녀에게 이렇게 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
언젠가부터는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대해 알아서 하는 것이 이 파티의 기본적인 스탠스가 되었다.
누군가가 판단을 내리면 그다음은 자율이다.
블랑쉐로서도 마음에 드는 형식이다.
그녀는 그래서 생각했고 [노아의 방주]에 주목했다.
티는 전혀 내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누아르]를 잃은 것은 상심이 큰일이었다.
다시 수리하러 갈 틈도 없었다.
강력한 화력.
개인이 지닐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폭발력.
사수로서의 정점에 도달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격 병기.
꼭 이름이 아니더라도 전탄 발사는 언제나 로망이며 블랑쉐의 자랑거리다.
“저거 꽤나 좋아 보이는데.”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칠색석 공작검]을 들어 올린다.
이 단검 형태 아티팩트가 귀중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탄환에 가장 적절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력을 주입한다. 그리고 그 안에 마법사로서의 술식을 새긴다.
즉석으로 인챈트가 가능한 마법사를, 혹은 듀얼 클래스를 위한 아티팩트다.
듬뿍 새겨 넣은 마법은 아티팩트의 효과로 증폭된다.
문제가 있다면 찔러야 발동한다는 것.
하지만 투검으로도 가능은 하다.
그리고 블랑쉐는 손이 아닌 것으로 투검을 할 수 있다.
깃든 마법을 계속하여 중첩해 넣는다.
그리고 장전하고 겨누었다.
방주는 아직도 보호막에 둘러싸여 있다.
차라리 마법에 약할 것이라고 했나?
좋지.
그대로 쏴 갈겼다.
폭발이 터져 나가고 비정상적으로 사용된 아티팩트가 한순간에 내구도를 잃으며 박살 나 흩어진다.
블랑쉐는 작은 균열이 나는 순간 [검은 날개]를 통해 그 속으로 들어갔다.
“잠입 성공…….”
중얼거리며 얼른 그 사이로 침투한다. 사람이 조작하게 만들어져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 경우에는 만약을 대비하여 파괴한다.
첩보원으로 돌아간 기분은 꽤나 좋았다.
블랑쉐는 입구를 발견했고 그 속으로 들어갔다.
에길은 먼 곳에서 전황을 지켜볼 수 있었다.
처음부터 그는 모든 버프를 쌓아가며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던 참이다.
포격이 사방으로 쏟아지는 가운데에도 표적이 되지 않을 정도의 거리는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거대한 모습과 마지막 편린이라는 문구가 뜬 것을 보고 [아수라 파천무]의 스택 차징을 시작했다.
“흠, 생각보다 일렀나.”
하지만 정확한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
언제나 결정타로만 기능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에길은 자신의 마인드맵 세팅이 가지는 취약점을 잘 알고 있다.
마법사형이나 사수형 보스에게는 아주 약하다.
그래도 전사형 보스라면, 철저하게 공격 대 공격으로 대응이 가능한 보스라면 꼭 그렇지는 않다.
공격력이 곧 방어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리더가 멀리 날아가는 것을 보인다.
통신도 끊어질 정도로 멀다.
메타트론의 영역은 본디 엄청나게 넓은 것이 문제인 공간이다.
“방패만 피해서 때리면 되겠군.”
에길은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기운이 그의 거대한 쌍수 도끼에 깃들기 시작한다.
쌍수 무기라는 것은 미궁에서 꽤나 재밌게 기능하는 시스템이다.
온전히 마스터리를 받으면서도 공격 횟수가 두 배가 된다.
무기 장비의 효과도 두 배로 받을 수 있다.
그에 대한 페널티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평타의 영역에서는 딱히 그렇지는 않다.
액티브 스킬들에 제한이 걸리긴 하지만 에길이 늘 사용하는 것은 여러 가지 스킬이 잔뜩 묻어 있는 ‘평타’에 불과하다.
그렇다. 사실 쌍수는 본디 평타를 치기 위한 세팅이다.
에길은 그 어느 스킬보다 강력한 평타를 만들어내는 것뿐.
[아수라 파천무] 역시 응용 없이는 달라붙어 끊임없이 중첩되는 강력한 평타를 휘두르기 위한 스킬이다.
[딱 일격. 지금 미리 날리고 합류하겠네.]
[좋은 생각이군.]
아서가 동의했다면 좋은 생각이 맞다.
에길은 두 번의 쿨다운 동안 아수라 파천무의 중첩을 3스택씩 쌓았다.
무한한 순환을 강제하는 연계 동작도 실전에서 갈고닦으면 조금씩 더 익숙해진다.
목숨이 오가는 전장에서는 모든 경험이 무엇보다 깊게 새겨지는 법.
레벨만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발전함을 느낀다.
그리고 에길은 달렸다.
희우는 오빠의 이탈을 보며 일단 현상 유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메타트론은 희우에게 어그로를 끌리지 않았다.
제아무리 빠른 검이어도 고레벨 기천사를 잡을 수는 없다.
보스가 그딴 거 좀 느끼지 말란 말이야.
회피탱커의 역할도 겸하는 입장에서는 암담해지는 일이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남은 것이 아서뿐이다.
[좋지 않은데요. 아서?]
[괜찮네. 내 버텨보지.]
아서가 쌍수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의 상징과도 같은 검을 들어 올린다.
[엑스칼리버]를 본 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은 이 미궁의 무수한 아티팩트 중에서도 가장 정점에 가까운 몇 가지들 중 하나다.
그리고 메타트론이 아서를 본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희우가 완전한 노마크의 몸이란 말이다.
쌍수로 단검을 거머쥔다.
그저 깡스탯이 높은 [아카샤의 눈] 외에도 좌수에도 멀쩡하게 고성능 단검이 달려 있다.
사실 공격력은 이제 이쪽이 더 높다.
[쏘아지는 날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에길이 잃은 그 도끼와, 블랑쉐의 장갑과 같은 라인업이다.
기천사 컨셉의 장비인 만큼 오래된 창고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노마크란 말이지.”
육성으로 중얼거리는 것은 다짐의 다른 형태다.
공감각 속으로 더 깊숙하게 가라앉는다.
날개의 제약을 해제해 간다. 실제로 가지는 동력원에 비해 출력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것은 기천사의 날개가 미궁 후반부에 진입하면 느끼게 되는 단점이다.
다만 일종의 편법으로 그걸 강제 해제하면 동력원의 출력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붉게 달아오르고, 눈가도 뜨거워진다. 시야가 붉다.
후오오 하고 내뿜는 숨결에도 증기가 섞인 기분이 든다.
열기와 함께 쏘아지는 날개를 치켜든다.
스킬보다 강한 평타.
그건 언제나 오빠가 이 파티의 전사들에게 요구하던 방향성이다.
희우는 꽤나 잘 이루어냈다고 생각한다.
뇌리와 손끝에 번개가 튀는 듯한 느낌이 들고, 그대로 날았다.
[쏘아지는 날개]의 특성은 이동속도에 비례한 추가 공격력이다.
메타트론은 상당히 냉정해진 상태지만 그다지 방패를 방어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의도는 없었다.
사실 방패는 방어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방패로 후려쳐도 적은 타격을 입는다.
그렇기에 검을 휘두른 다음 거두지도 않고 그대로 방패를 누른다.
현재 지상에 있는 것은 호호백발의 노기사.
하나라도 먼저 뭉갠다면, 하다못해 부활 스택을 뽑아낸다면 그 뒤는 장난처럼 쉽다.
리더를 날려 버렸으니 잽싼 것이 아니라 비교적 느린 저것부터 제거한다.
거대한 방패는 운해를 가르며 내려앉았다.
너무 광대한 공간이기에 느려 보일 수 있을 뿐 실제로는 소리의 벽을 찢어발기는 속도를 내고 있다.
거체의 힘이 그대로 전해져 구름의 바닥을 내려찍는다.
구름이 폭발하듯 퍼졌다.
사방으로 튀어 오르며 그 아래의 더 두꺼운 구름층을 드러낸다.
버섯구름이라 불러도 좋을 피어오름을 본다.
실제로도 그에 부족한 위력이냐고 한다면 그렇지도 않을 것이다.
일그러진 공기가 열기로 달아오른다. 방패는 본의 아니게 불꽃을 두른 채로 아래에 처박혔다.
그리고 무언가에 가로막힌다.
황금빛의 눈부신 빗살이 방패 아래에서 삐져나왔다.
메타트론은 더 힘을 주어 눌렀다.
그리고 거둔 검을 다시 옆으로 쥔다.
인간의 검술 같은 것은 모른다.
어느 정도는 두 팔을 사용하는 인간의 형태임에도 그렇다.
그럴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그저 밟으면 죽는 것이 인간이거늘.
방패를 거두고 검을 내려찍으면 일시적인 저항은 봉쇄되리라.
바닥에 깔고 횡으로 길게 휘두른다.
방패를 들어 올리며 피할 수 없는 다음 공격으로 만든다.
구름의 바다를 퍼 올려 구름의 해일로 만들며 압도적인 물리력의 파도가 방패 아래의 유배자를 향해 움직였다.
그러는 도중, 다른 유배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들고 있는 기천사와, 저 멀리서 검은 기운을 두르고 달려오는 거한이다.
메타트론은 개의치 않았다.
맞아줄 수 있다.
치고받는 싸움이라면, 이젠 없는 그의 형제와 그만큼 강한 이가 없다.
기껏해야 바알과 사탄 정도일까.
[이제 그만 죽게나.]
갑자기 모든 것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분노할 필요가 없었다.
품속의 성배를 가지고 저 높은 곳에 도달하면 끝났을 일을.
메타트론은 속으로 혀를 찼고, 그다음 순간 천사가 그의 몸에 닿았다.
메타트론의 영역은 아주 넓었고 거대한 운해는 캠프가 있던 자리까지 영향을 미쳤다.
주변이 모두 삼켜졌다.
좋은 일이다. 바깥에서는 이 전투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마지막 페이즈가 시작된 이상 제니는 미아의 허가를 받고 쥐새끼의 친구들과 전투에 참가하러 움직이는 참이었다.
미아는 유리에게 조금 더 확인할 것이 있었고, 쥐새끼는 어떤 합의에 도달한 것 같았다.
어둠의 정령왕들이 고양이귀 요정 곁에 모여들고 있었고 쥐새끼가 활기를 되찾고 신을 내던 참이었다.
미아 대신 쥐를 안고 달리던 고양이 요정은 멀리 솟구친 거대한 거인의 하반신에 붉은 선이 사정없이 그이는 것을 목격했다.
그게 정확히 뭔지 안 것은 몇 초가 더 지난 후였다.
연속적인 선명한 피 같은 실선은 거인의 허리께에서 시작하여 그대로 미친 듯이 날뛰며 아래로 내리꽂힌다.
그럼에도 한없이 촘촘하게, 마치 갈아버리겠다는 듯이 무시무시하게 휘몰아쳤다.
정말로 단지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거대한 하반신의 전체를 붉은 실금이 뒤엎는 데 말이다.
“서브 리더잖아?”
괜찮나? 저거 죽지 않나? 저렇게까지 사용할 수 있는 거였나?
거기서 멈칫한다. 자신의 안이함을 탓하며 제니는 계속 달렸다.
부활 스택이 남아 있다면 목숨 또한 공격을 위한 탄환이다.
흐으으읍 하면서 달리는 고양이귀 요정 앞에 거인의 몸을 뒤덮는 붉은 실선들이 다시 재생되는 것이 보인다.
거인은 비틀거리며 하려던 공격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자세가 무너진 가운데, 멀리서 시커먼 바이킹이 들이닥친다.
높이 뛰어오른 에길의 뒤로 이어진 검은 묵선.
그건 붓으로 그린 묵빛의 용과도 같았다. 칠흑과도 같은 기운이 꼬리를 길게 끌며 거인의 하반신을, 그 고간 부분과 충돌했다.
많은 것이 조각나는 괴이쩍은 굉음, 공간 자체가 일그러지고 비틀리는 듯한 파열음.
그리고 거인의 하반신이 천천히 쓰러지기 시작했다.
“와……. 미안해 제니즈. 난 절대 저렇게는 못 할 것 같아.”
하지만 제니는 빔을 쏠 수 있는 고양이다.
[친구들 가자고! 우리의 삶은 우리가 쟁취한다!]
[찌익 찍! 찍!]
왠지 모르게 흥분한 쥐 떼들과 함께 제니는 거인을 향해 더욱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