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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491화 (462/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491화

메인 던전 - Lv.20000 속삭이는 혀, [나헤마](1)

전투 종료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리프트가 존재하는지 수색하는 것이었다.

메타트론의 필드에는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후, 이건 좀 시비 거는 것 같은데. 갑자기 무너뜨리고 타임어택 보스러시로 처넣더니 휴식 포인트도 없어?”

“하지만 평소의 미궁이군.”

“다음 보스룸에는 있겠죠.”

희망사항이라기보다는 확률이 너무 높아서 그렇다.

이건 그래야만 더 악랄해진다.

우리가 이전에 여유가 없어 모든 리프트와 왕국의 문을 소모했다면 여기서 곤란에 처할 것이다.

우리는 본의 아니게 아끼고 또 아껴서 더 큰 엿을 회피한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엿을 안 먹는 건 아니다.

“희우는 부활 스택 하나 소모했고, 또 죽은 사람?”

“죽진 않았네만 포션이 없군.”

“아서는 사실상 한 번 사망……. 메모…….”

에길은 비교적 멀쩡했고 블랑쉐는 전투 참가를 거의 안 한만큼 완전히 멀쩡하다.

미아는 마력을 다 빨려서 흐늘흐늘 늘어져있다.

“잘했는데 잘하지 못했어. 다음 번에는 좀 더 마력을 온존하는 방안을 고려해봐.”

* * *

* * *

“제가 생각해도 조금 오버킬이었던 것 같아요. 천사와의 상성 관계를 더 잘 고려해야했어요.”

“그렇지. 역시 우리 딸. 척하면 척이군.”

잔소리가 필요 없어서 베리 굳.

그리고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다면 쥐새끼를 잃었다.

[안 잃었슴다!]

“분리가 안 될 줄은 몰랐다…….”

“솔직히 그걸 누가 알았겠어.”

블랑쉐가 급조해낸 새 전함은 쥐새끼를 완전히 흡수해버렸다.

뒤늦게 라지엘이 해설하기를, 메타트론이 가지고 있던 기계신의 힘은 오랫동안 무수한 유적들에서 흡수한 힘이었으며 산달폰이 그 매개체였다고 한다.

그래서 라지엘이 잠깐 유적과의 연결을 끊어버리자 그대로 쥐새끼를 그 동력으로 인식했던 모양이다.

결국 쥐새끼는 형체 없는 AI오퍼레이터 같은 존재가 되었다.

[자의식이 남아있으니 만족합니다요!]

리온과 라리사가 쥐새끼가 기꺼이 자신들을 위해 메타트론에게 잡혀죽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슬쩍 흘린다.

때 묻을 수 없는 곳에서 태어나 살다보니 굉장히 순수한 쥐다.

희우는 산달폰이 매개체였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메타트론이 힘을 되찾은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물었다.

나는 긍정했다.

“결국 산달폰은 형제에게 마지막까지 이용당한 셈이었군요.”

“마지막에 발악성으로 본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 메타트론과 똑같이 생겼었잖아.”

“보자마자 느꼈어요.”

어디보자 그럼 손실은 그 정도로 되었고 이제 전리품을 생각해보자.

블랑쉐가 이름을 바꾸어버린 [노아의 방주].

놀랍게도 이건 계속 타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서버에서 가져오는 것도 아니니 그냥 왕국까지 가지고 돌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원래는 존재하지 않던 물건이라 확실히는 모르겠다.

거기에 메타트론의 검과 방패.

이 둘은 한 세트다. 하나만 따로 착용할 방도가 없다.

그러므로 우선은 사용할 사람이 없다.

“경우에 따라 누군가가 임시로 쓸 수는 있겠군요.”

메타트론의 장비답게 막대한 스펙 상승이 효과의 전부다.

다만 그 막대한 스펙 상승이 좀 엄청나게 막대하긴 하다.

고로 검을 다루는 기술만 있다면 마스터리가 없어도 제법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저런 장비들은 무마스터리 장비라고 부르곤 했다. 해외에서 마스터리 프리라고 불렀던가.

“그리고 어둠의 정령왕들.”

계약을 한 것은 아니다. 그저 생존을 위한 공투 정도다.

그렇다면 편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전투원은 아니다.

[하하하, 친구들 얼마건 들어오라고! 공간은 많으니까!]

그리고 벽돌집 대신 번쩍번쩍한 전함을 새집으로 삼았다.

쥐새끼가 마음대로 문을 열자 블랑쉐가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되었으나 말리진 못했다.

더 큰 공을 세운 것은 저 쥐들이다. 게다가 말려서 싸움이 나면 어쩔 것인가.

“내……. 블랑이…….”

“그래도 쥐들 꽤 귀엽지 않아요? 언니?”

“넌 마법사가 아니라 모른다. 저게 귀엽다고? 정령왕은 그런 게 아냐……..”

그 마음 십분 이해하지만 파티 리더로서는 긍정적으로 본다.

블랑쉐가 소유한 저 전함은 이제 인터셉터가 꽉꽉 들어찬 캐리어마냥 풀어댈 병력이 있는 셈이다.

“그리고 메타트론.”

마지막으로 껍데기가 된 노인이 망연하게 앉아있다.

우린 그를 죽이지 않았다.

그도 딱히 그걸 바라는 것 같진 않았다.

“성배 좀 주시죠. 성배.”

“마음대로…….”

“당신도 뭐 이건 내가 아니야 그런 상태입니까? 조엘?”

“조엘이라……. 이젠 정말이 되었군, 흐흐흐.”

라지엘은 메타트론이 정말로 죽길 바라진 않는 것 같았다. 노천사가 노천사에게 가서 묻는다.

“유배자는 결국 이 미궁의 중심이에요. 보다시피 당신은 처음부터 틀렸어요. 메타트론.”

“닥쳐라 배신자!”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앞으로는 생각이 바뀌겠죠.”

좋아. 저쪽 사정은 내 알 바 아니다. 다만 라지엘이 메타트론을 내버려둔 채 내게 와서 말한다.

“다음은 나헤마군요. 유배자들. 조심하시지요. 그는 평범한 상태가 아닌 것 같았으니.”

그게 무엇인지 물으려고 했다.

라지엘이 먼저 말한다.

“제가 나헤마의 편을 든다고 해서 완전히 그에게 공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세상이 유배자의 손에 달렸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동지 정도죠. 그러니 계속 중립으로 있을 겁니다.”

그건 안 궁금한데. 라지엘은 위협이 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녀는 이미 진작부터 껍데기였으니까.

“바알은 살아있지만 대신 다른 악마들이 사라졌어요. 그게 무엇인진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재차 말했다.

“마침 성배를 안치하여 기계신의 힘을 끌어내는 장치는 이 멸망으로부터도 살아남아있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바라던 종류의 소식이었다.

나헤마는 릴리트를 집어삼켰다. [악마 죽이기]는 여전히 원활하게 기능했다.

다른 악마. 또다른 악마 없는가.

그렇게 생각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곧, 나헤마는 세상이 붕괴를 멈추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것이 일시적인 유예일 뿐임은 명확하다.

나헤마는 성배의 빛줄기도 보았다.

그리고 세상이 어떤 형식으로 재배치되었는지도.

그는 보스였다.

저 아래에 떨어진 유배자들이 하나하나 도전하며 올라와야할 보스.

“그렇다면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군.”

유배자인 그는 이런 상황에서 멋대로 메타트론의 싸움에 끼어들어서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극도로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존재한다면 미궁이 개입한 탓이다.

그러도록 만들어져있기 때문이다.

그가 개입하여 유배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칠 수 있을지는 모르나, 나헤마 개인에게는 좋지 않은 결말로 이러지리라.

보스가 되었다면 그 사실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의 차례가 오기 전까지는 한없이 안전하다.

가만히 명상에 잠겼다.

릴리트의 힘은 나헤마와는 상극인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그래서 그 힘을 집어삼킨 지금 그는 완전하다.

“저것들을 처리하고 올라가면 된다. 그럼 성배는 내 것이다. 세상도 내 것이다.”

계략도 모략도 필요하지 않다. 일개 인간으로서 악마군단장까지 도달한 그 힘을 증명할 때다.

과히 유능한 녀석들이긴 하였으나 그 역시 위대함의 편린이라 불리는 보스진의 일각.

그와 동시에 바벨의 자식 셋을 집어삼킨 강대한 존재다.

힘의 총량이 무한한 마법사를 상대해본 적이 있나?

나헤마는 모든 힘을 제 안에 융화하여 갈무리한 후, 일어섰다.

메타트론이 쓰러져있다. 이미 그러고도 시간이 제법 흐른 것 같았다.

“그러면 내 차례군.”

선공을 가하는 것 정도도 미궁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는 잘 없다.

미아는 한 가지 메시지를 받았다.

[내 힘을 구현하는가. 마법사.]

일반적인 신의 메시지다.

하지만 메시지의 형태를 취하지 않고 있다. 서술형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말을 전달한다.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존재가 하나 있다.

“대신격?”

그리고 심연의 신일 것이다.

미아가 긴장했고 다음 메시지가 나타났다.

[심연에서는 그것을 허가하지 않겠다.]

그리고 끝이었다.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미아는 비로소 무슨 상황인지 깨닫고 입맛을 다셨다.

어둠의 정령왕들이 쥐새끼호에 탑승한 시점부터 고려하고 있던 것이다.

[심연]에서 같은 일을 하는 것은 더 쉬울 테니까.

그런데 그것을 대신격이 직접 행차하여 금지시켰다.

아마 다시 하더라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대신격이, 미궁의 의지 그 자체일지도 모르는 존재가 직접 말까지 걸어가며 개입했다.

미아가 만든 것은 그런 일인 것일까?

“레베카 교수님이 알면 좋아하시겠는데.”

그런 연구를 하시니까.

마법이 먼저일까? 미궁이 먼저일까?

이러니 모든 마법사들이 그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것이리라.

그리고 아빠는 그 사실을 전달받고 굉장히 불안해했다.

“더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데. 좋아. 일단은 보스전 반도 안 끝났으니 그걸 신경 쓰자고.”

곧바로 미래의 일을 밀어놓고 그렇게 말하게 되었다.

나헤마는 어떤 자인가. 선공을 가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자다.

몇몇이 위를 감시하고 있는 가운데 얼른 성배를 안치한다.

라지엘은 새로운 기능을 끌어내어 주었다.

무기의 수리가 바로 그것이다.

아서가 반색했다.

“내구도가 많이 회복되는가?”

“글쎄요. 그렇게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퍼센티지로 10%정도일 것 같으니까 기껏해야 다음 던전까지 쓸 수는 있다가 아닐까요?”

내구도라는 개념은 직관적인 수치로 표기해주지 않기 알 방법이 없다.

그래도 엑스칼리버에 난 흠집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미아는 물속 깊숙한 곳까지 푹 잠겨서 마력과 기력을 회복하는 중이다.

디스보다 나아졌을 뿐 여전히 저질체력이다.

희우도 함께 물에 잠겨서 뽀글거리며 대화하고 있다.

이제 남은 시간은 어디보자. 10분도 너무 길게 잡는 거겠지?

“라지엘 당신은 이제 어떻게할 생각입니까?”

“지식의 천사답게 세상의 향방을 마지막까지 보고 기록할 것입니다.”

“정말로 그게 다에요?”

“글쎄요. 사실 살만큼 살았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해요.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라면 모를까 저 아이들은 당신이 좀 책임져주겠어요?”

이건 어떤 플래그일까?

마음을 곱게 먹는 것은 어딘가 미궁이 좋아하는 일이다.

그러니 우선은 승낙했다.

유리와 친구들도 쥐새끼호에 태워야 하나? 하지만 일단 전투다. 그들은 이곳에 자리하고 있기로 했다.

무너져가는 세상은 놀라울만치 더 이상 무너지지 않았다.

역시 솔로몬이 어디선가 개입 중인 것 같은데.

나헤마는 그의 제자다. 그러니 그가 어떤 기믹으로서 출현할 지도 모르겠다.

사제 대결인가. 전혀 본의는 아닌데 스승님이 누굴 더 마음에 들어할지 모르겠군.

유리와 친구들을 태울 계획을 말하자, 블랑쉐가 눈을 부릅떴다.

“수용소가 아니다! 쥐새끼호도 아니다! [블랑]이다!”

“본인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그건 아니다.”

우리 블랑쉐가 달라졌어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측은지심이 뭔지를 안다. 경사로세.

“어쨌건, 블랑쉐. 메타트론전의 MVP는 미아야.”

“겸허하게 인정하겠다. 하지만 갑자기 내게 왜 그 말을 하는가?”

“네가 상심한 것은 알겠지만, 바로 다음은 마법사 전이란 거지. 마법사의 카운터가 누구지?”

“나는 상심하지 않았다. 마법사의 카운터는 사수와 암살자지.”

“그럼 누가 중요할까? 마법도 구사할 수 있는 사수이자 암살자가 나설 차례겠지? 여동생 관리도 좀 잘 하고. 알지?”

때때로 사람은 정말 별 것도 아닌 것으로 강렬한 동기를 부여받는다.

블랑쉐는 무표정하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거면 된다.

“선빵 치자. 저쪽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으니까.”

그렇게 고고도까지 올라간 블랑쉐의 블랑이 불을 뿜었다. 나헤마는 뭔가 하려다가 얻어맞고 쓰러졌다.

회복을 마치고 나오자마자 곧바로 격돌한다.

[대마법사전 PVP라고 상정하십쇼! 달리 말하면 순삭도 가능해요. 메타트론처럼 튼튼하지 않습니다!]

마법사 계열과의 보스전은 대체로 너도 나도 한 방이다.

물론 편린급이 된다면 저쪽은 여러 방, 우리만 한 방이지만.

“방패는 제가 들죠.”

메타트론의 방패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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