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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496화 (467/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496화

메인 던전 - Lv.17500 투신 [바알](7)

바알은 조금 지쳤기에 그 자리에 내려섰다.

‘흠, 이거 참. 마법사를 안고 있는 녀석이 이상하게 능숙한데.’

밥 먹고 마법사 자가용만 했나? 왜 그런 짓을?

그러나 실제로 능숙한 것도 사실이다. 바알은 이렇게만 해서는 저 마법사를 슥삭할 수 없을 거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먹과 검을 맞대는 일에서 마법쟁이의 방해는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단숨에 때려죽이는 편이 이상적이다.

잠깐 생각이란 것을 해봐야겠다.

그리고 그렇게 멈칫하는 순간, 무언가가 날아왔다.

바알은 주먹을 내밀었다.

그 무언가가 그 끝에 닿아주려고 하지 않았다.

뱀같은 동작으로 팔을 타고 흐르며 몸뚱이를 노린다.

고개를 갸웃하며 팔을 뻗어 그걸 잡아채려고 했다.

그리고 그러기엔 지나치게 서슬이 퍼런 공격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어이쿠, 세상에.

땅을 박차고 상대가 다가오는 만큼 뒤로 이동한다. 순간적으로 상대 속도가 가까워지니 얼굴을 본다.

* * *

* * *

기천사, 붉게 달아올라있고 양 손에 단검을 쥐고 있다.

주먹도 두 개, 단검도 두 개.

메타트론을 한순간에 도륙내며 쓰러지게 만든 그 기천사다.

그 빠름만큼은 자신에 비견될만했기에 박수를 치며 보고있었다.

그 역시 메타트론의 거체와 인간형으로 싸우라고 하면 그런 식으로 맴돌며 두들겼을 것이다.

“얼마나, 빠른지, 볼까?”

들렸을지는 모른다. 사실 이 목소리보다도 더 빠르게 움직이는 와중이니까.

주먹과 검이 부딪힌다.

끝에 감긴 검은 권능이 아니라면 팔이 달아났으리라.

그 충격이 공간의 파문이 되어 번져나가기 시작하기도 전에 반대편에서 다시 검이 날아든다.

그리고 아래, 위, 다시 옆, 살짝 흘리며 가운데를 노리고, 비스듬하게 사선베기, 그러다가 돌려차기.

무기가 아닌 것을 사용하는 건 미처 예상 못했기에 반응이 조금 늦었다.

바알은 제대로 후려맞고 균형을 잃었다.

다음 순간 가슴팍에 피가 튄다. 통증을 느끼며 팔을 들어 교차하며 방어했다.

팔이 날아가진 않았다. 집중되어있던 권능에 연속적인 참격이 가해졌다.

짙은 어둠이 분해되듯이 갈려나간다.

‘이야 이러다가 죽겠는데?’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감정이기에 좋다.

이 천사는 정말로 빠르고 강하다.

번쩍이는 섬광이 연속되는 가운데 박자를 파악하고 다음 타격에 맞춰 머리를 박았다.

그리고 그마저도 읽혔다.

단검의 뾰족한 끝이 마중 나온다.

산발한 중년의 모습을 한 악마가 씨익 웃는다.

그리고 뾰족한 단검의 끝과 이마가 맞부딪혔다.

이번에는 상대 천사가 예상하지 못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서로가 서로에게서 밀려났다.

소리가 들린 다는 것은 충돌 덕에 양측 모두 속력을 잃었다는 뜻이다.

다시 소리의 세계에서 한순간 마주본다.

미간을 찌푸린 천사, 그리고 이마에서 피가 약간 흐르지만 스르륵하고 사라지는 악마.

‘이럴 때는 어떻게 하는 거더라?’

바알은 생각나는 행동을 했다.

거만하게 가드를 내리고 양 팔을 어이없어하는 제스처처럼 좌우로 든다.

그리고 그대로 오른 손을 앞으로 내밀며 손을 까딱거렸다.

상대가 어이없어하는 느낌이 순간 보였다.

그리고 다시 번쩍이는 섬광.

방금의 짧은 공방으로 서로가 서로를 조금 더 잘 이해하게 된 기분이 든다.

힘은 바알이 훨씬 더 강하다. 그건 당연하다.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으니까.

그러나 바알은 이제 저 천사에게서 유배자들이 말하는 소위 달인이라는 영역을 느낀다.

힘의 배분과 분산이 자연스럽다. 미카엘이 하던 것도 저런 것이었다.

요즘 천사들 사이에선 이런게 유행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한번 따라해보자.

다시 소리가 없는 세계.

이번엔 바알도 마주 따라가려고 한다.

어둠이 빛을 가른다. 그리고 상대가 그걸 흘려내려고 할 때 강제로 힘을 주어 막아낸다.

그걸 예상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다른 방향으로 다시 흘린다. 바알은 중심을 다시 조금 잃었다.

어이가 없어 웃으며 발을 강하게 내딛었다. 심장에 칼이 박힌다. 그리고 쾅하며 대지를 강타한 충격이 번져나갔다.

그걸 도움닫기로 그대로 아까처럼 쏘아진다.

동작이 충분히 크기에 천사는 그것을 완전히 예측했다.

그러나 악마는 물리적 공격에 강하며 바알은 더욱 강하다.

심지어 이 육신은 본체도 아닌 것이다.

죽으면 그뿐이지라는 마인드로 웃는다. 그리고 처박는다.

이번에는 하늘로, 대지가 없는 저 높은 곳에서.

“곧 교대해야겠군.”

보스와 일대일로 치고받는다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 아니다. 비상식적인 일을 버젓하게 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무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날개에서 번지는 붉은 기운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하나 이미 저쪽은 스택을 하나 날렸다.

그럼 다른 이가 희생하는 편이 더 균형이 맞다.

일대일에 특화되어 있지 못하는 에길보다는 아서가 더 제격이다.

잠깐이나마 포커스에서 벗어난 미아는 아서에게 곧바로 온갖 지원 마법을 걸기 시작했다.

악마의 마법 저항력은 천사만큼 높지 않기에 강화를 받기에도 유리하다.

거기에 메모라이즈 구슬 몇 개도 이전시켜 주었다.

아서는 광대의 지팡이를 동원하여 미아가 짜낸 술식을 자신에게 간신히 옮길 수 있었다.

사실 이걸 스스로 하는 것이 아서의 완성형이다.

아직 거기에는 미치지 못한다. 도구의 힘을 빌리며 다가가야한다.

늙으면 배우는 것도 고생인 법.

위편의 싸움을 보며 아서도 제법 경탄하고 있다.

바알은 기술과 속력으로 무언가 하기를 포기했다.

그저 우직하게, 다시 우직하게.

쏟아지는 참격과 찌르기를 치명적인 곳만 피하며…….

“안 피하는군.”

딜링 전문가 에길이 옆에서 보충 설명을 한다.

“저건 어차피 진짜 몸도 아니지 않습니까. 좀 죽더라도 상관도 없으니 최대한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목이 베이지 않았나?”

말하는 순간에도 수십차례의 공방이 오가기에 말로는 따라가기도 힘들 정도다.

에길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대답했다.

“재생이 빠르군요.”

“리더도 그렇게 말했지.”

인간형 바알은 영역을 펴거나 권능을 퍼뜨리는 귀찮은 짓을 하지 않는 대신 온전히 저 작은 육신 안에 모든 힘을 담았다.

그렇기에 생명력도 훨씬 끈질기다.

“확실히 시나리오 최종보스 라인이라 그런지 기존 편린들과는 상당히 다르군요.”

“인간형이 더 살상력이 높을 수 있다는 건 많은 경우 사실이지.”

다만 보스들이 그것을 위한 충분한 기술을 함양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미카엘이 제일 걱정이지만 바알 역시 본능적으로 저 육신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제니가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가운데 아서는 준비를 시작했다.

서브 리더가 버티는 것도 잠깐 더다.

바알이 그냥 맞으면서 대응하자 밀리기 시작한다.

흘리는 것도 상대가 최소한은 사릴 때의 이야기다.

더 힘도 강한 존재가 적극적으로 제 목숨을 신경 쓰지 않고 내지른다면 달인의 할애비가 와도 한계가 있다.

다만 그럼 어떻게 전환을 할 것인가?

지금 옆에서 걱정하고 있는 제니는 사실 본인 걱정을 먼저 해야한다.

이 팽팽한 균형이 깨진다면 다시 노려지는 것은 마법사다.

그럼 제니는 또다시 아까 같은 기합 회피를 선보여야하는데 이미 힘들어보였다.

날개가 너덜너덜하다는 것은 기묘한 표현이지만 실제로 타는 냄새까지 나고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아서의 차례가 갑자기 다가왔다.

양측이 거리가 벌어진 사이에 서브 리더가 승부수를 걸었다.

다음 타자가 있기에 가능한 승부수.

목숨을 걸지는 않았으나 최대한의 타격을 남기기 위해 사용하는 전력의 공격.

바알은 그 순간 아래에 있었고 서브 리더는 위에 있었다.

오래 보아온 아서는 어떤 스킬들이 뒤섞이는지 알 수 있었다.

붉은 혜성 같은 속력으로 내리꽂히는 [슈퍼 히어로 랜딩].

그리고 그것을 한 번 더 발동하는 [은의 궤적].

더하여 그 모든 것을 다시 한 번 세상에 재생하는 [섬광 재생].

바알은 어퍼컷으로 그것에 대응한다.

설명은 길지만 충돌은 결국 한순간이다.

충격이 번지기도 전에 아서는 이미 뛰어 올랐다.

바알은 진짜로 몸이 너덜너덜해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체험했다.

그리고 그 상태 덕에, 조금씩 둔해지자 그것을 노려졌다.

직접 공격이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으나, 공세가 멈춰 섰다.

생각이 달랐기에 생긴 틈이 있다.

상대는 틈을 강제로 잡아 늘여 벌리는 것처럼 움직였다.

귀신에 홀린 듯하다는 것이 어울리는 감각이었다.

어느 새 천사가 멀리 있었다. 바알의 머리 위에.

그대로 무언가 왔다.

바알도 대응했다.

이 육신에 무리가 갈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인간의 몸은 불편하군.

그런 생각과 함께 땅에 잠깐 처박혔다.

벌떡 일어나 천사를 찾는다.

조금 멀리 물러나서 마치 휴식이라도 하는 듯한…….

그대로 보이지 않는 참격이 바알의 몸을 갈랐다.

순간적으로 반토막 났으나 권능이 잡아 붙인다.

“오, 세상에. 이건 좀 아팠어.”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그 말보다 더 빠르게 참격의 진원지를 향해 돌격했다.

마법사 같은 복장을 입은 노기사.

그러나 쌍대검을 휘두르던 모습을 기억한다.

지금은 쌍수가 아니었다. 그 검은 로브 등짝에 메여있다.

대신 든 것은 금색으로 빛나는 승리의 검.

‘저건 좀 강했지.’

메타트론의 일격을 쳐내다 못해 퍼 올렸다.

그때의 쓰러짐은 방금의 천사 홀로 만들어낸 것은 아닌 탓이다.

‘차륜전인가?’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바알은 정신이 지칠지는 몰라도 몸이 지치는 종류의 생물이 아니다.

충돌, 다시 충돌.

대검은 느렸다.

바알의 속도를 따라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바알이 어디로 들어올지는 아는 것처럼 움직인다.

방금 전과는 다른 의미로 간파당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뿐이면 때려 뚫을 것을, 조금 전의 천사보다 물리적으로는 훨씬 강고하다.

마법사의 차림이 이보다도 안 어울릴 수가 없다.

그 로브자락 속에서 단단한 풀플레이트의 갑주가 보이자 절로 납득한 이유다.

아니 왜 이딴걸 밖에 걸치고 있어?

대검은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였다.

때때로 무언가 스킬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바알의 몸을 노리고 바알의 주먹을 튕겨낸다.

부딪힐때마다 서로의 힘이 길항하며 방금의 속도전과는 다른 묵직한 충격을 선사한다.

조금씩 밀려나고는 있으나 바알은 이 기사를 더 밀어내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싸우는게 쉽지는 않군.’

미카엘은 이걸 어떻게 그렇게 잘 하는거지?

바알은 그래도 인간형을 포기하지 않는다. 재밌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것 같이 움직이는 대검의 빈틈을 찾는다.

사실 그런건 없다. 하지만 힘과 속력으로 강제로 만들어낸다.

피가 펄펄 끓는 듯한 느낌. 어둠이 감정에 호응하여 절로 새어나온다.

더 짙게 응축된 어둠은 곧 힘이 된다.

빛의 대검과 부딪히며 그 충격을 서로에게 뿌려댄다면 더 안정적으로 다음 행동을 취하는 것은 바알이다.

펑하고 밀려난 상대의 품 속으로 파고든다.

대검은 이걸 따라올 수 없다.

그리고 그 순간 기사의 뒤편에 있던 은빛 구슬이 하나 터져 나왔다.

바알은 자신의 몸이 순간적으로 정지함을 깨닫는다.

투사체에 맞았다.

디버프일 것이다.

몸에 휘감은 이 어둠을 꿰뚫고 육신에 직접 작용했다.

마비? 기절? 무엇인지는 모른다. 바알은 완벽하게 무방비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빛의 대검이 그 위로 떨어진다.

유니크 액티브 [팬드래건 : 엑스칼리버]

아이템 액티브 [선택받은 왕]

빛의 참격이 초근거리에서 물리적으로도 스킬적으로도 바알의 이마 앞까지 도달했다.

끓어오르는 피와 함께 비현실적으로 가속된 사고가 그 사실에 무언가를 느낀다.

‘흠, 본체가 드러나야 하나?’

그리고 웃었다.

‘아직은 아니지. 유배자들.’

이 기사를 물러나게 하면 다음은 그 도끼든 거한인가? 그 맛까진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언제 나타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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