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에 갇힌 고인물-510화 (481/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510화

메인 던전 – Lv.20000 [미카엘מיכאל](10)

라파엘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브릿지 자세는 과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에 적절한가?

가브리엘의 껍데기, 아니, 이제 이미 받아들이기로 한 라파엘에게는 가브리엘 그 자체인 여성 천사가 훌쩍이며 라파엘의 자세를 따라 한다.

흘깃흘깃 이쪽을 보면서 참고하는 모습이 깜찍하기 짝이 없다.

라파엘은 여러 가지 감정이 샘솟음을 느낀다.

그 역시 처음 죽었을 때, 비슷한 생각을 했다.

나는 죽었다. 덧없다.

이 남은 껍데기는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세피로트의 잔재이자 자아의 찌꺼기.

그런데 삶은 살다보면 삶이 된다.

라파엘은, 유구한 세월을 살아온 바벨의 자식은 죽어 자아만 남은 채로 그 사실을 긍정할 수 있게 되었다.

유배자들은 그렇게들 살아왔던 것이리라.

어쩌면 세상에 완전한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바벨의 자식이던 시절에는 끝끝내 외면하던 이 마음이 이제는 이렇게 타오를 줄이야.

가브리엘이 훌쩍이면서 라파엘의 옆에 자리를 잡자 라파엘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저기, 가브리엘?”

* * *

* * *

* * *

“라파엘의 껍데기……. 훌쩍.”

브릿지 자세다보니 눈물이 위로 흐른다.

“날 그렇게 부르지 마. 난 이제 아무것도 아니니까.”

라파엘은 일단 이 브릿지 자세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느꼈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될 모양이다.

그리고 기나긴 설교가 필요할 것 같다.

그가 느낀 이 감정을 가브리엘에게 공감시키려면 말이다.

“아니, 넌 가브리엘이다.”

죽은 김에 깨달은 라파엘이 아직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지 못한 천사를 현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블랑쉐는 최선을 다해서 미아를 도왔다.

메모라이즈되어 있는 술식은 더 존재하고 있으나, 이것을 옮기는 것은 미처 준비하지 않았다.

블랑쉐는 아주 잠깐 우리엘이 된 후에 그것을 배달하게 될 것이다.

유리는 쭈뼛거리며 물었다.

“저도 옷을 벗어야 하나요?”

“아니, 문제없어 그냥 비슷하게 흉내만 내도 충분해.”

“으으…….”

부끄럼이란 개념 자체도 잘 모르는 바벨의 자식과는 다르다. 미카엘이 필멸자로서 만들어낸 기천사는 그런 개념이 있는 모양이다.

마음 한구석에 그런 데이터를 메모하며 미아가 턱짓한다.

유리는 꾸물꾸물 자세를 따라했다.

미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거 어려운 자세인데.

썩어도 천사요, 악마라고 다들 어떻게든 한다.

미아는 허리힘이 부족해서 도무지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남사스러운 자세 취하지 말라고 아빠한테 혼났었다.

블랑쉐가 반쯤은 한심하게, 나머지 반쯤은 감탄스럽게 말한다.

“일단 저 천사 둘은 자아와 존재에 대한 성찰에 여념이 없으니 딴 마음은 못 먹겠군.”

“아주 좋은 일이에요.”

라파엘은 열변을 토하고 있고 가브리엘은 파들파들 떨며 그 목소리를 듣고 있다.

정말로 아무 문제없어 보인다.

미아는 세피로트를 통한 작업을 시작했다.

오래 걸리진 않았다.

솔로몬은 마법사이며 연구자다. 그리고 그런 직함을 명함에 새길 수 있는 자라면 무릇 세상 모든 것을 연구 대상으로 여기기 마련이다.

그가 처음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 것은 그의 작품으로 장난질을 치는 제자의 제자였다.

“호오, 참으로 기특한 방식이로군. 그렇게하면 열화를 막을 수도 있으며 후유증도 남지 않지.”

신선한 발상이었다.

솔로몬은 자신이 만든 시스템에 저렇게 애드온을 붙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끌끌. 이래서 젊은 녀석들을 가까이 해야 하는 법이지.”

현자는 바보에게서도 배울 점을 찾는 법이다.

그리고 그 후에 솔로몬이 관심을 보인 것은 이 파티의 전법 그 자체였다.

“쯧쯧, 나헤마 녀석. 조금 더 침착했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었을 건데. 아깝군. 아까워.”

그리고 리치는 곧바로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에게 놀랐다.

“호오. 내가 어째서 보스놈들을 응원하고 있지?”

언더독을 응원하게 되는 것은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보스로서 존재하는 녀석들이 불쌍할 정도로 두들겨 맞고 소멸하고 있다.

그 꼬라지를 보니 사실 보스는 저 제자놈의 파티가 아닐까 싶어진다.

참으로 귀한 구경거리였다.

“이거 이거, 이러다가 다 밀겠구먼.”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그래 보였다.

바알의 목마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는 조금 허무함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대체 지금껏 왜 아무도 미궁을 공략하지 못한 거지?”

물론 안다.

보는 것은 쉽다. 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제3자의 입장이 되고 나면 실수 하나 없이 철컥철컥 맞물리는 기계 같은 모습을 보게 된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게지?”

그리고 어디까지 설계한 것이지?

마법사는 결국 설계자이기도 하다. 파티의 유틸을 담당한다는 것은 파티를 지휘한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진짜 리더가 따로 있다 한들 마법사는 파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조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귀한 클래스가 괜히 귀하겠는가.

솔로몬은 마법이 아니라 공략이라는 면에서 몰입하기 시작했다.

이보다 좋은 유흥거리도 없다.

그 역시 도전자였던 몸, 아니, 더 정확히는 메인 던전보다는 메인 던전을 구성하는 시스템에 더 큰 의미가 있었으나 아무튼 안다.

그 위험성을.

그리고 지금은 그런 위험한 던전의 보스 한 자리마저 맡고 있지 않나.

유배자들이 결국 공략을 포기하는 것은 평범하며 정상적인 일이다.

“뭘 더 숨겨놨겠군.”

솔로몬이 저들을 적대했다면 토벌 당했을 것이다.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갑자기 내 무덤에 찾아왔을 때, 죽이려고 들지 않기를 잘했구먼. 그래.”

안 그랬다면 그 자리에서 죽어 사라졌겠지.

잠깐, 아닌가?

그때 저 녀석들 시간을 돌렸었다.

솔로몬은 미카엘과 싸우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이놈들 혹시 아슬아슬한가?”

그럼 안 되는데.

아직 저 기특한 제자의 제자를 제대로 데리고 놀아보지 못했다.

생에 미련은 없으나 뜻에 미련은 많다.

이건 너무 아쉽지 않은가.

“위대함의 편린이 되고서도 다른 세계로 건너갈 수 있을지 모르겠군.”

그게 가능할 확률은…….

따로 연구는 해보지 않았으나, 솔직히 될 것 같지는 않다.

메인 던전은 그 상태 그대로 박제되어 있는 곳이다.

박제가 그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이미 이상하지 않나.

“쯧, 좀 도와줘야겠군.”

그러면서 솔로몬은 아마 자신의 호의를 사는 것까지도 이 테마의 기믹일 것이라 생각했다.

미궁이란 것은 운명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단순한 출력의 증가가 상위호환으로만 끝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이 얼마나 많은 사소한 것들의 균형으로 이루어져있는가를 알면 누구나 놀랄 것이다.

미카엘은 막대한 출력을 인간형으로 활용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럴 기회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던 탓이겠지.

따라서 파고들 틈이 생겨난다.

견고한 철벽과도 같던 안정적인 검격이 흐려진다.

언뜻 보기에는 비슷한 형태지만 거기에 서린 기백이 다르다.

물론 그 기백은 압도적인 출력으로 대체되고 있다.

연속해서 검을 받지 않는다.

내가 한 번 받아내면 아서가 받아낸다.

희우와 규율의 신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미 사고의 속도로만 따라갈 수 있을 지경의 검격에 간신히 반응하며 그 힘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한 번 받아내었다.

버티려고 하지 않는다. 충격을 뒤로 흘리며 밀려난다. 검이 튼튼한 물건이라 다행이다.

이어져야 할 연격 사이로 아서가 끼어들었다.

검을 맞대고 역력히 밀리지만 최대한 흘리며 떨쳐졌다.

빛을 잔뜩 머금은 검은 그 다음 순간 아서의 목가까이 다가간다.

희우는 이미 붉은 증기를 피워 올리는 상태다. 세피로트의 보정 없이 받아내려면 그것만으로도 목숨을 걸어야 한다.

아서는 믿었고, 다음 방어를 준비했다.

[아카샤의 눈]이 가까스로 미카엘의 검격에 가서 닿았다.

이쪽이 전력으로 다한 공격은 저쪽이 가볍게 휘두른 것에 억지로 상쇄된다.

밀려났던 내가 다시 파고들고 미카엘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게 카운터를 밀어 넣었다.

하지만 공격할 생각이 애초에 없다면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흘리는 것은 기대도 안 한다. 그냥 덜 아프게 맞을 생각으로 검과 방패를 든다. 패링? 아까 다 지웠다. 이제 못 한다. 이걸 상대로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미카엘은 그 사실을 모른다.

방패를 경계하며 검로를 틀어 방패를 피해 찌른다.

그 짧은 틈새로 스킬적 마법이 끼어들었다.

전사들에 의해 단단히 보호받는 포지션의 규율의 신은 식은땀을 흘리며 미카엘에게 방해를 가하고 있다.

군중제어 따위의 거창한 이름을 붙일 유틸리티가 아니다.

그의 마법은 끊임없이 미카엘의 눈가에 아른거리는 파리와 모기가 되고 있다.

겨우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본인이 가장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지금 우리들 개개인은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미카엘은 곤란한 표정이 되었다.

20여 초만 더 주어지더라도 그는 승리하리라.

누군가 하나가 무너지기만 한다면 그다음은 도미노니까.

그런데 그 시간이 없다.

적은 더 합류 중이다.

고로 미카엘은 날개를 펼쳤다.

큰 동작이었다.

그럼에도 그걸 찌를 여력은 없다. 나는 지금 목숨을 불태우는 중이 아니다.

대체로 소리보다 빠르기에 드라간의 함성이 들려오지도 않는다.

흘깃 보니 거의 다 왔다. 거대한 트롤은 환희에 찬 표정으로 천상의 군주를 노려보고 있다.

[5초.]

억겁과도 같은 시간일 수도 있다.

미카엘의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본다.

그는 이런 페이크에 익숙하지 않다. 검을 잘 다루는 것이지 싸움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규율의 신이 천상의 군주의 눈부신 눈빛과 마주한다.

파티원들은 이미 그 사실을 인지했다.

온갖 보정이 처 발린 신경계를 작은 전격이 내달리며 뇌까지 정보를 전달하고 근육에 신호한다.

규율의 신은 살려둬야 한다.

미카엘이 빛이 되기 직전에 나와 희우가 규율의 신과 미카엘 사이의 경로에 끼어든다.

날개는 이미 입자화되고 있다.

아까 보았던 아광속에 가까운 무언가가 다시 일어난다.

아서는 침착하게 지금까지 쌓아온 기본기 강제 연계의 보정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희우의 눈이 피잉하며 회전하는 것 같았다.

[은빛 섬광][팬드래건 : 엑스칼리버]

그리고 나는 순간적으로만 엔진을 가동했다.

뼈가 으스러지고 여러 가지 빛이 번쩍인다.

물리적 시야가 아니라 뇌리에서 내려치는 신경계의 번개가 잠깐 동안 시야를 지배했다.

그 와중에도 시간 감각은 건재하다.

[3초.]

미카엘은 마법사를 공략하지 못했다.

창백해졌을 규율의 신이 무언가 더 한다. 공간이 조금 일그러지고 비틀리며 멀어진다.

하지만 다음 순간 미카엘이 검을 떨치는 것만으로 부서져 내렸다.

아서가 병을 내 몸에 던져 깼다.

그리고 전면으로 나서 부딪혔다.

검은 튼튼하다. 아서의 몸이 그렇지 못했다.

휘두른 검 그대로 팔과 함께 무너진다.

나는 회복 중이라 도울 수 없었다.

희우가 순간적이나마 미카엘과 동등한 수준의 속력을 냈다.

그리고 가서 닿으며 부서졌다.

실제로 거의 그 정도였다.

미카엘이 조금 가볍지 않게 휘두른 주먹과 닿자 신체가 견디지 못한다.

짤막한 신음과 함께 기천사는 추락했고, 곧 부활했다.

[3개 남음.]

생각으로만 대화하는데도 단문이 된다. 입은 열기만 해도 죽을 것이다.

미카엘은 답답하다고 판단했는지 제 몸을 아끼지 않으려고 했다.

[1초 미만.]

지척까지 다가온 드라간과 에길을 무시하고 순간적이나마 무력화된 우리를 그대로 베려고 한다.

빛이 몰아치는 듯하고.

함성이 마침내 도달했다.

“죽어라아아아아아아!”

에길은 약간 더 늦다. 거대한 트롤은 그 강력한 힘만큼이나 빠르다.

그렇지만, 드라간으로서도 의외일 일이 일어났다.

공간을 뒤흔들고 기체 행성을 붕괴시킨 필살의 일격이 작렬하는 순간.

미카엘이 제 검을 뻗어 찌르듯이 망치를 향한다.

거대고 투박한 [라그나로크]와 미카엘의 검이 맞닿았다.

그리고 멈춰 섰다.

공간을 찢어발길 힘은 모두 그 검극에 잠잠하게 묻혀 잠들어 있다.

[그건 전에도 본 적이 있지.]

드라간이 사납게 웃는다.

[그런가!]

그대로 발을 뻗어 걷어찬다. 미카엘은 베었다.

망치가 자유로워지자 머리를 노린다. 미카엘은 베었다.

거대한 트롤의 몸이 두부처럼 조각나기 시작한다.

머리를 노리려고 할 때 쯤, 너덜거리는 손이 천사의 몸에 닿는다.

그리고 움켜쥐었다.

빠져나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틀림없이 운신에 제약이 된다.

트롤은 힘껏 그것을 휘둘렀다.

제 주먹 째로 다가오는 에길의 묵룡에 가져다 댄다.

미카엘은 베려고 했다.

이번에는 에길이 약간 더 빨랐다.

드라간의 주먹이 폭발했다. 빛을 머금은 피가 조금 튀었다.

부활해서 올라온 희우가 재생을 마친 내게 묻는다.

[이제 어떡하죠?]

[부활 스택 돌아가며 소모해야지.]

날개 한 장을 잃은 미카엘이 다시 일어섰다. 에길은 서둘러 빠져나가려했고 재생 중인 드라간은 무력화 상태다.

빛이 그 뒤를 추격하기 전에 나와 희우가 뛰어들었다.

[미아가 우리엘을 가져올 거야.]

그 순간, 보랏빛 번개가 내려쳤다.

이건 누구의 패턴도 아닌데?

해골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좀 도와주지.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데, 안 그런가?]

[오, 세상에. 스승님. 아직 살아계셨습니까?]

[뻔히 다 아는 놈이 뻔뻔하기는. 미카엘이 저걸 얼마나 빨리 때려 부술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이상으론 못 도와준다.]

실제로도 그럴 것이다. 언데드는 나타나는 순간 순식간에 죽는다. 마법사는 미카엘의 속도에 반응조차 하지 못하리라.

보스룸, 그러니까 미카엘이 존재하고 있는 공간 자체가 통째로 분할되어 뜯겨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멀어지고 있다. 기계신의 신좌에서만 가능한 이적이다. 눈부신 태양이 깜빡이고 있다.

미카엘은 검을 들었고 휘둘렀다.

공간이 단번에 작살나지는 않았다.

천사가 한숨을 쉬는 것이 보인 것 같았다.

나는 얼른 다른 이들의 부활 스택을 확인했다.

[그거 다 써야겠다. 그냥은 안 되겠어. 시간이 끌리면 끌릴수록 우리만 손실이야.]

미카엘이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 무의 영역을 지나 다시 이곳까지 도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아와 블랑쉐가 도달했다.

나는 생각했다.

별로 할 만하지 않다. 말은 할 만하다고 했지만 세피로트나 클리포트를 감고도 겨우 대응하는 게 전부다.

인간 모양 바벨의 자식이라니.

겪어보니 여고생 모양 탱크만큼이나 불합리한 존재다.

그래도 이제 가용한 전력이 늘었다.

가브리엘의 달빛 날개를 늘어뜨린 미아가 얼른 블랑쉐에게 깃든 우리엘의 자리를 희우에게 넘긴다.

[이제야 겨우 계획한대로 되겠군.]

그걸로도 모자랄지도 모르지만.

바알의 어둠. 그걸 내가 쓰는 게 나을까?

품속의 악마 카드를 만진다.

루시에게 뭐라 할 처지가 아니군.

일단 데빌 카드를 하나 따로 분리해 두었다.

사탄은 눈을 떴다.

기이한 공간 속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공간.

그리고 무너진 세상의 잔해와 상공에서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이 보였다.

그 새하얀 태양이 무엇인지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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