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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517화 (488/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517화

왕국 - [심연] 탐사 준비(2)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 있다.

미아도 그랬다.

작고 어린 흡혈귀였던 시절의 기억은 그 무엇보다도 선명하다.

가만히 있는 것이 최고였다. 뭐든 하려고하면 눈총받기 일쑤였다.

바르바로이를 비롯해 클랜 내에서 비교적 높은 위치에 있는 이들은 미아를 신경 써주는 편이었으나 역부족이다.

클랜의 모두가 힘든 시기였다.

애초부터 언데드인 흡혈귀에게 운동이란 단순노동에 지나지 않다.

밤의 귀족들은 그 시간에 마법적 능력을 갈고 닦는 것이 더 좋다고 여겼다.

미아는 동양에서 유래한 형태의 마법에 도통 재능이 없었으며, 사회적으로도 부적응한 탓에 어떤 기회도 없었다.

물론 이젠 변명임을 안다. 무언가 더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러니까 헥. 지금은. 헥. 할거에요.”

그때는 몰랐다.

이제는 안다. 기회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만드는 것이다. 미아는 운이 좋았다.

* * *

* * *

입을 벌리지조차 않고 있었음에도 아빠가 찾아와 기회를 떠먹여 주었으니까.

그건 운이다. 미아가 한 게 아니다. 그럼 스스로 한 것도 있어야 한다.

“전 확실히 헥. 몸 쓰는 재주는 헥. 없나봐요.”

알고는 있었다.

호신을 위한 전투 기술을 배우려고 했던 시기가 있다.

배우고 싶어서는 아니지만 배워야 한다기에 시도했다.

칼 다루는 건 재주가 파멸적이었다.

머리로는 아는데 몸은 전혀 따라주지 않는다.

그때 엄마가 내린 평가가 차라리 검술이 프로그래밍 된 에고소드를 만드는 게 훨씬 낫겠다였다.

“그래그래. 알았으니 숨 고르고 마저 말하거라. 숨넘어가겠다.”

그래도 입만은 잘도 살아있다.

아서와 에길은 도움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더 효율적이어야 한다.

무기술 따위의 전투를 위한 단련이 아니라 순수하게 체력단련이라면 현대 과학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투입된 것은 현대보다 조금 먼 근미래에서 온 막내, 현재는 헨리 대신관.

“이제 1시간 정도는 휴식하는 게 좋겠군. 자자, 물 마시렴.”

그리고 의학전문가인 노의사다.

미아는 물을 받아 마시다가 토했다.

“우웨에에엑.”

“내가 내린 결론이지만 이게 맞나 모르겠군.”

악마의 육신은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그럼에도 미아가 고양이와 견줄 수준의 체력 상태인 것은 애초에 기아에 가까운 상황에서 뱀파이어가 되었고, 그게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언데드가 아닌 생물로 다시 돌아오고도 그렇게 잘 먹지는 않았다. 먹는 습관이 안 되어 있어서다.

메인 던전에서 활약하는 와중에도 빼빼마른 조그만 소녀인 채였다.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인간이 아니라 죽지 않았다.

“저도 악마의 트레이너를 하는 것은 처음이군요.”

그렇게 말하는 헨리 대신관은 자애로운 미소가 완전히 입에 붙었다.

누구도 이 경건한 이가 한때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이던 마약 카르텔의 일원이었다고는 믿지 못하리라.

물론 그때도 좋아서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땀을 리터 단위로 흘려도 무사할 수 있다는 건 신기합니다.”

“나도 악마는 그다지 연구한 적이 없으니 오크 같은 종족을 기준으로 잡고 있긴 하네만.”

근성장은 육체에 부하를 걸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악마의 강력한 근섬유에 부하를 걸려면 그만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문제는 그런 와중에 그게 인간인 때보다 덜 고통스럽지는 않다는 점이다.

“다 토했으면 조금 이따가 토한만큼 다시 먹어야 한다.”

노의사가 계량을 하며 말한다. 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합성한 단백질과 탄수화물 복합체는 아주 높은 칼로리를 가지고 있다.

체중부터 너무 가벼우니 늘려야 했다.

“그래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군.”

“원래 처음엔 다들 빠르죠.”

미아는 10분 정도를 꼼짝도 못하고 뻗어 있다가 일어났다.

몸에서 소금이 우수수 떨어진다. 땀을 한 사발은 흘린 것 같다. 인간이라면 죽었겠지만 악마라서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비틀비틀 걸어가서 보충제를 꿀꺽꿀꺽 들이킨다.

눈을 질끈 감고 그러는 모습을 보며 헨리가 입맛을 다셨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군요. 어차피 마법사 아닙니까?”

미아는 그 목소리가 진짜로 걱정되어서 나온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대꾸해야했다.

삼킬 것을 다 삼키고.

“삼촌은 안 가봐서 그래요! 할 수 있는 건 하나라도 더 많아야 해요. 아빠가 한 명 한 명 전부 앞가림 해줄 수는 없으니까 스스로 노력해야죠!”

잘 모르는 헨리로서는 할 말이 없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해요. 미궁도 우리에게 이렇게까지? 싶은 시련을 주니까요.”

“누구보다 유배자다운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토해낸 만큼 마저 채워 넣는다. 소화를 위해 대기.

신체능력이 인간과 다른 악마는 루틴을 훨씬 빠르게 순환시킬 수 있다.

회복도 빠르며 소화흡수도 빠르다.

괜히 고위종족이 아니다.

하지만 정신마저 그렇지는 않다.

가혹하지 않은가.

이를 위해 스스로 식사를 대체하는 물질들도 잔뜩 합성했다고 한다.

“이러지 않았을 때가 더 가혹해질 거예요.”

헨리로서는 대체 무엇이 이렇게까지 만들었나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노의사는 어느 정도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뭐, 정 위험하면 닥터 스톱할테니 잘 해보게.”

“그래도……. 조금만 더 쉬다가 하면 안 될까요?”

“그러도록 하지요.”

미아는 배를 문지르며 다른 파티원들을 생각했다.

힘 캐릭터가 아닌 블랑쉐조차도 지금 미아가 하는 수준의 운동은 새끼손가락으로 해낼 것이다.

마인드맵의 보정이 없더라도 식후 운동으로도 부족하다고 여기며 해내겠지.

다른 모두도 마찬가지다.

“근육 괴물들…….”

은발 마법사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에길은 굳은 표정으로 카드를 받아들었다.

제법 바르게 익숙해진 다른 파티원들과 다르게 그는 마지막까지 날개에 제대로 익숙해지지 못했다.

천사를 한 것은 그게 처음인 게 맞다.

하지만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그는 존재하지 않던 신체부위에 적응하는 것이 약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해야 한다.

데인족의 고향은 춥고 척박한 땅이었다. 그곳에서 약한 자는 죽을 뿐이다. 누구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지는 않는다.

파티의 짐이 될 가능성이 생긴다면 전력으로 마주하려 그것을 제거해야하는 법.

에길은 카드를 찢었다.

그리고 해양 생물 특유의 비늘과 지느러미가 가득한 하반신이 사라지고 다리가 생겨난다.

그런데 다리가 넷이었다.

“좋아. 서있을 수는 있군.”

“왜 하필 켄타우로스요? 그건 하는 사람들만 하는 종류인데.”

딱히 고위종족도 아니다. 스테미나와 주력에는 특장점이 있으나 그만한 단점도 공존한다.

체온 관리라거나 체격, 신체의 이질적인 부분에 따른 갑옷 선택의 제약.

하다못해 식사량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거기에 당연히 몸을 다루는 것도 어려워진다. 하반신이 말이 되는데 어떻게 자유자재로 움직이는가.

에길은 가만히 눈을 감고 꼬리를 흔들어 보더니 대답했다.

“혹시 모르니까. 언제 내가 말이 되어야할 필요성이 있을지 모르지 않나.”

“그런 일이……. 없다고는 못하겠지만.”

일그림은 한숨을 내쉰다.

하이랭커고 나발이고 고블린들이 우르르 몰려와 만들어둔 인프라는 너무나도 달콤했다.

부귀영화 이전에 왕국 자체를 훨씬 살기 좋은 낙원으로 만들어버린 파티의 일원이다.

그 권력은 절대적.

일그림이 딱히 세속적이어서가 아니라 이들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는 자네는 왜 그렇게 다양한 종족을 해보았나?”

“그야……. 나름대로 열심히 하던 게임의 종족이면 다 체험은 해보고 싶어지지.”

“자네도 별나군.”

“부정은 않겠소만. 어어, 다리 그렇게 움직이면 균형이……!”

에길은 인간으로서도 굉장히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한다.

따라서 켄타우로스로서도 어마어마한 크기의 거마가 된다.

그 체격이 중심을 잃고 쓰러지자 땅이 살짝 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쳐서 그 이상의 충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하이랭커 일그림이지만, 그냥 쓰러져서 이런 충격이 나오는 것은 놀랍다.

“거, 내 생각엔 거인 카드나 구해 보는게 좋을 것 같은데 말이오. 그 피지컬을 살리자면 말이지.”

에길이 거인이 되면 정말로 초대형 거인일 것이다. 그 압도적인 질량에서 나오는 물리적 파괴는 어느 정도의 힘일까?

상상하기가 두렵다.

에길은 입맛을 다셨다.

“구한다고 구해지겠나. 수배해도 없더군. 그리고 거인을 내가 지금 소모하는 것은 아무래도 아깝지.”

“그도 그렇군. 그런데 그런 사람이 천사를 그렇게 내다버려?”

치천사라는 종족을 연습한다는 명목으로 버릴 수 있는 유배자?

일그림이 아는 한에서는 없다.

“흠, 이렇게 걸으면 되나.”

비틀거리지만 어떻게 걷기는 한다. 체중에 짓눌린 말굽이 대지에 깊숙한 상흔을 남긴다.

거 참 기깔 나는군.

일그림은 그리 생각하다가 다시 화들짝 놀랐다.

“아니, 무기 들지 마! 똑바로 걷지도 못하면서!”

에길은 다시 비틀거리다가 쓰러졌다.

“다리가 네 개라는 건 아주 어렵군.”

“후우, 괴물 전문가가 목표라고 하시면 도와드리겠지만 말은 좀 잘 들어요.”

“알겠네. 잘 부탁하지.”

일그림은 나쁘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감정에 호응하듯 등의 날개도 펄럭인다.

“자네는 아주 잘 다루는군.”

“하피라면 많이 해봤으니.”

이 일에 대한 대가로 치천사 카드를 한 장 제공 받았다.

남아도 너무 남는 장사다.

일그림은 최선을 다했고, 에길은 그날 안에는 어떻게 구보까지 성공할 수 있었다.

목표는 구할 수 있는 모든 종족으로 일그림과 싸워 이기기다.

“오래도 걸리겠군.”

“시간은 몇 달 있으니. 노력해봐야지.”

그렇다곤 해도 일그림은 몇 달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에길은……. 인간의 몸뚱아리는 그렇게 잘 다루면서 파츠가 뭔가 늘거나 줄기만 하면 곧바로 갓난아기처럼 헤맨다.

당연히 없던 신체 파츠가 생기면 혼란에 빠지겠지만…….

‘세상은 의외로 공평할지도 몰라.’

정말 지지리도 재능이 없는 것 같다.

“어어어, 잠시만! 무기 그렇게 휘두르면 균형이 어긋나잖아!”

“어이쿠.”

쓰러지며 휘둘러 빗나간 공격에 땅이 폭발하듯 튀어 오르며 크레이터를 만든다.

‘이 사람 혹시 몸치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종족치라고 해야 할까.

“끄응, 켄타우로스는 일어서기 힘들군. 아니, 왜 오른쪽 뒷다리가 움직이질 않지?”

에길은 얼굴이 시뻘개질 정도로 힘을 주고 있지만 그 힘은 꼬리에 들어가서 빳빳하게 서고 있다.

일그림은 입맛을 다셨다.

“걸음걸이를 의식하지 마십시다.”

“……노력해보겠네.”

학장은 비주얼만큼은 소름끼칠 정도로 대마법사인 노인을 마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은 계산에 약하시군요.”

“크흠.”

전사들은 흔히 뇌가 근육이라는 인식이 있다. 물론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그것은 컨셉 잡기에 더 가깝다.

정말 멍청한 이는 뛰어난 전사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이딴걸 암산으로 하는게 더 이상하지 않소.”

“그건 그렇습니다만, 마법사라면 말이죠.”

“제길. 멀린이 가르쳐준다고 할 때 더 노력해야했소.”

옆에서 보면 제자로 보일 나이의 어린이가 고아한 대마법사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모습으로 보일 것이다.

실상은 정반대지만.

“그냥 써서하면 안되오?”

“그러면 전투에는 써먹을 수 없겠지요.”

“끙.”

아서는 온갖 난해한 계산식과 분투중이다. 광대의 지팡이는 지나치게 위험해질 수 있는 물건이었기에 정석으로 마법을 구사할 수 있게 될 필요가 있다.

아주 뛰어날 필요는 없다. 가벼운 응용, 사실 요구받는 소양은 블랑쉐가 처음에 익혀야했던 공간 마법보다도 낫다.

아서의 포지션은 서브 마법사가 아니다.

마법을 전사의 싸움에 응용할 수 있는 마검사다.

“거기 계산 틀렸소이다.”

“흠, 설명 부탁하네.”

“여기를 이렇게 이어가면 이쪽이 비게 되죠?”

아서는 1분을 노려보았다.

“그렇군.”

“그 뒤에 이쪽을 이렇게 절단하면 저쪽 술식이 따로놀게 되지 않습니까.”

아서는 1분하고도 17초를 노려보았다.

“좋아, 이해했네.”

“아닌 것 같으니 다시 써보시죠.”

“잠시만, 지금…….”

아서는 양손을 들어 관자놀이에 가져다댄다. 눈을 감고 이해한 계산의 과정을 제대로 떠올리려고 노력한다.

“흐음, 좋아. 좋아. 이걸 이렇게 해서.”

그리고 단숨에 써내려갔다.

전사의 무시무시한 손놀림은 마법사가 감히 따라할 수 없을 정도다. 앗 하는 순간 눈앞에 잔뜩 적혀있다.

“어떤가? 이렇게 맞지?”

“틀렸습니다. 여기랑 여기가 이어지는 게 아니라니까요.”

“큭. 우리 마법사는 이런 걸 잘도 하는군.”

“하하, 그쪽 파티 마법사는 저도 못 따라갑니다. 계산조차 생략하고 그냥 보면 답을 아는 것 같으니까요.”

“후우, 좋네. 계속 하지.”

그래도 학장이 경이로움을 느끼고 있는 점이라면 아서의 체력과 끈기였다.

마법은 엉덩이로 배우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만큼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에 비례한 성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재능이니 뭐니해도 출발선에서 앞서있을 뿐.

하지만 때때로 출발선이 좀 많이 뒤에 있는 이들도 있다.

아서는 의외로 그런 인물이었다.

학장은 고민을 해야 했다.

배우는 것보다, 가르치는 것이 더 어려울 수도 있다.

“경의 이해력에는 문제가 없는 것 같으니 말을 좀 바꿔보지요.”

확실히 그건 그렇다. 아서는 시간이 걸릴 이해해낸다. 이 위대한 기사가 바보일 리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할 정도로 느린 성취의 속도는 의문이다.

학장은 마법사다운 탐구심으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 했다.

그림을 슥삭슥삭 그려낸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전장의 배치도다.

아서는 의아해하면서도 경청한다.

“여기에 병력이 이렇게 있습니다. 이 배치는 좋지 않지요.”

“과연, 그렇군.”

“이걸 이렇게 치게 만들면 저쪽이 비지 않겠습니까.”

“흠, 그렇지.”

“기초적인 전술이지요?”

“그렇네.”

학장은 복잡한 전장의 지도를 그리며 전술적으로 그것을 설명했다. 아서는 의아해하면서도 흥미로운 형태의 전장이라고 평했다.

“그럼 이제 보시죠.”

학장은 병력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주었다.

불의 원소라거나, 빛의 원소라거나, 때때로는 특정 술식의 이름이다.

아서의 눈이 커졌다.

천천히 방금 전의 대화를 손가락질 하면서 따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화등잔만 해진 눈으로 학장을 보며 말했다.

“자네 천재인가?”

“괜히 마탑주를 했겠습니까.”

“획기적이군!”

학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전사어로 번역을 해줘야한다는 말이군. 이건 흥미롭겠어.

학장은 아서를 가르치는 일이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론을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또 달랐다.

실습 때, 분명히 완전히 이해한 마법을 구현하다가 폭발이 일어났다.

종족이 악마다보니 마력만큼은 높다.

그 어울리지 않게 막대한 마력이 깃들어버린 실패 술식은 꽤나 성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학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보통 저 정도 폭발이 일어난다면 생사를 걱정해야겠으나.

“후우, 어째서 실패한 것이지.”

역전의 기사는 그냥 수염만 조금 그슬린 채로 걸어 나오는 것이다.

“경은 적어도 마법사고로 목숨을 잃지는 않겠군요.”

“다행이지 않나. 체력이나 맷집이라면 자신 있지.”

“정말 다행입니다.”

바보 같은 마력량에 기물이 좀 파손되고 있긴 하지만 뭐 어떤가. 전쟁보다는 낫지.

이들이 메인 던전을 다 박살내버리는 바람에 후폭풍인 침공이 그냥 소멸했다고 들었다.

거긴 대체 뭐하는 곳이길래 그런 양반들이 각자 못하는걸 메우려고 끙끙대는지 모르겠다.

학장은 평생 메인 던전은 근처도 가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대체로 잠을 자지 않는 24시간 체제로 마법 수업은 계속 이어졌다.

학장이 인형의 몸에 깃들어 있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아서는 그 정신력마저도 바보 같은 체력으로 유지하며 마법을 익혀나갔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이지……. 학생들도 운동을 좀 더 시켜야겠군.’

학장은 마탑에 정식 과목으로 체육 수업을 추가하는 것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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