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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521화 (492/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521화

왕국 - [심연] 탐사 준비(6)

별다른 일이 없다면 미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죄다 각자의 일에 바쁘다.

미궁은 분명 현대과학을 아득히 초월한 영역의 힘을 제공할 수 있으나, 평화를 주지는 않는다.

그러니 형편 좋게 편의 시설들이 발달하긴 힘들다.

대체로 가장 안정적인 왕국이라 할지라도 현대 지구의 선진국들만큼 살기 좋지는 않다.

식량이야 농업이건 조업이건 해서 수급할 수 있다 하더라도 마석 따위의 또 다른 근간 산업은 각 서버들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기도 하다.

왕국은 그 자체로 자생하기 힘들다. 괜히 저번 메인 던전에서도 천사와 악마들을 불러들이고 신좌를 개조했던 게 아니지.

그러니 누구나 각자의 바쁨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 파티가 나름대로 바빴듯이 알고 지내던 많은 이들도 자기 나름대로 바빴다.

한때 신좌에 앉아 있던 이들도 그랬으며, 잠깐 스쳐 지나갔던 인연들도 그랬다.

트동트 영감님의 소식은 우리 파티와 이어져 있던 많은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일을 만들었다.

“새삼스럽게 우리 파티의 지위가 느껴지네요.”

“지금까지는 못 느꼈어?”

“이렇게 대대적으로 돌아다닐 일이 없었잖아요.”

레미의 편의를 위해 우리 파티나 그 관계자들은 신격화가 이루어졌다.

대장 고블린의 훌륭한 이론과 레미의 실행력으로 만들어진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일도 필요하다.

“으으, 속이 쓰린데요.”

제니가 위장이 아프다는 듯이 배를 문지른다.

기자들이 산더미처럼 와 있으며 방문하고자 하는 이들도 수없이 많다.

우리 파티는 신들과는 또다른 의미의 신앙이 되어 있다.

그 일부였던 은퇴 파티원 트동트 영감님은 [아케인]에서 여러모로 얼굴마담을 하고 있었다.

오크 주술사, 그리고 네임드 NPC 출신.

유배자가 아닌 서버 출신들을 홀대하지 않겠다는 프로파간다의 일부다.

“정치적인 일은 이제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어서 좋군.”

아서가 씁쓸하게 웃는다. 이런 일들은 레미와 그 아래의 전문가들이 담당한다. 우리 파티는 그냥 필요에 따라 얼굴을 비출 뿐이다.

“일단 사람들 눈에 안 띄게 들어가자고요.”

“그러도록 하지.”

도착하자 이미 아는 얼굴들이 많이 모여 있다.

제일 먼저 엔젤이 눈에 띄었다.

“가게는 잘되어가고 있어?”

“글쎄요. 안 유명할 수가 없지 않겠어요? 조금 곤란할 정도예요.”

엔젤은 처음 보았을 때의 절박함은 없는 느긋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았다.

이제는 광전사도, 히트맨도 아니다.

그냥 평범한 레스토랑 주인이다.

“들켰어?”

“레미 양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시선을 돌리느라 결국…….”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뭉개야 할 사건이 있었던 모양이군.

마지막으로 찾아간 게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이 왕국에 들어서고 1년쯤 되었나. 지나치게 밀도가 높아서 저번 주가 작년 같다.

유배자 생활을 하다 보면 시간 감각도 많이 고장나기 마련이지.

초 단위의 시간에는 누구보다 민감해지면서, 달력이 넘어가는 속도에는 무뎌지고 만다.

“다음에 가게 찾아갈게.”

“그렇게 말하고 안 오잖아요.”

“그렇긴 해.”

시간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

내 남은 시간은 이제 큰 의미가 없더라도, 미궁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알던 것과 다른 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 왕국의 메커니즘도 그럴지도 모른다.

다들 알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파멸이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다.

미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문제다.

물론, 평범한 유배자들이나 서버 출신의 주민들은 앞으로도 계속 평화로울 거라고 믿으며 지내긴 하지만.

“저는 왜 그렇게 클리어에 집착하는지 모르겠지만, 각자 이유가 있는 거겠죠.”

엔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생각 가끔 하긴 하는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으나 이젠 흐려진 것도 많다.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면 왕국이 결국 과정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궁은 왕국 하나가 영원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침공은 막아도 점점 거세진다.

천사나 악마가 되어도 그 수명을 다 채우고 죽는 유배자는 거의 없다.

그런 이유다.

너무 거대한 타임어택이라 다들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엔젤도 그렇다면 그렇게 두는 편이 좋겠지.

희우가 엔젤과 인사하고 블랑쉐가 엔젤의 경계를 받는 가운데 제니의 옛 동료들이 보였다.

“제니!”

“그 아이가 너희 자식이야? 세상에 너무 귀엽다!”

“오오, 제니…….”

로건과 다른 동료들도 풍족하게 지내고 있다.

레미가 제니와 스토리를 만들어 엮은 덕분이다.

영웅의 일원으로서 이 자리에 와 있는 셈이다.

제니가 그쪽으로 빠지고 탱커 길드의 블랙 타이거도 보였다.

그는 내게 먼저 인사를 걸 정도로 친하지는 않다. 대신 옆에 있던 카베와 동료들이 말을 건다.

“공략은 잘 되어가나?”

“카롤리, 아직도 살아 있었어? 죽어서 [웨폰 마스터] 좀 풀어주지.”

“그럴 수는 없지. 차리라 파티에 참가하겠어.”

“그러기엔 레벨이 좀 딸려.”

“그건 그래.”

유쾌한 트롤, 그리고 거인도 묵묵하게 내려다본다.

“뜻하는 바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네.”

“전쟁은 없었죠.”

“침공이 없어 얼마나 다행인지.”

카베는 노쇠했으나, 그래도 거인이다.

수명이 다해가는 거인이라는 건 너무 굉장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인간 기준으로는 아주 오랫동안 정정할 것이다.

“침공 방어만 아니라면 내 죽어 스킬을 남길 수는 있을 것 같네만.”

“아이고. 되었습니다. 우리는 필살기성 스킬은 중시하지 않아서요.”

카베의 유니크 스킬은 엔드 스펙에서 아주 중요하진 않다. 어차피 편린들이 그런 걸 맞고 바로 뻗어주지도 않으니까.

아서가 그곳에 남아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한다. 전사들의 우상으로서 존재하던 기사니까 오랜만에 보면 할 말은 많겠지.

몇몇 신들이 보인다.

신좌에서 아예 내려온 이도 있고 잠깐 강림해서 나타난 이들도 있다.

신좌를 모두가 포기하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닌 탓이다.

전사했던 폭풍의 신의 자리에 새로이 앉은 이도 보인다.

그는 쭈뼛쭈뼛 다가와서 내게 인사했다.

옆에 강림해 있던 레베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아가 ‘교수님!’ 하면서 레베카에게 달려간다. 마법의 신치고는 영 못미더운 스펙이지만……. 내 기준이 너무 높은 거겠지.

이플릭셔스도 미소 지으며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일그림이나 러셀도 볼 수 있었다.

“어이, 요즘 업무는 좀 할 만하나?”

“전사 놈들 다루는 게 대체 어떻게 할 만하지? 너는 내게 똥을 주었다.”

“하하하, 난 에길 씨를 도와준다고 자리를 비울 수 있었지.”

“정말 개똥 같은 일이었다. 나ㅇ트 크로우 맙소사! 그래도 네 딸이 흡혈귀가 아니게 된 것은 축복할 일이로군.”

러셀은 여전하다.

일그림도 마찬가지고.

그 옆에는 새침한 표정의 에리나가 서있다.

그녀는 그냥 고개만 까딱하여 인사했다.

[더 시티즌]에서 [무기고]의 길드 마스터였던 대장장이 요키는 블랑쉐와 굉장히 친해진 모양이었다.

블랑쉐가 최근에도 함께 여러 작업을 진행중인 공돌이들과 대화하러 떨어져 나갔다.

희우와 에길만 남았다.

“그러고 보면 에길은 지인이라 할 만한 사람들이 없군요.”

“나는 본래 혼자 지내는 편이었으니.”

“신이었던 당신도 그랬죠.”

“또 다른 나와 대화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일거야. 할 수 있다면 재밌겠는데 말이지.”

희우가 헹, 하면서 말한다.

“에길은 이제 우리집의 문하라고요. 그러니까 없는건 아니죠.”

바이킹이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끙, 그건 그렇다만.”

“쉽지 않나 봐요?”

“대충 상식적이진 않은 무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저도 동의해요.”

“하하하, 지금 뭐라고?”

마지막은 한야의 목소리였다.

일단은 그들도 굉장한 활약을 했고, 영웅으로서 기려지긴 한다.

서훈의 품계가 조금 낮긴 해도 말이지.

사실 이 자리에 있는 것은 희우 가족 보너스가 맞다.

하지만 에길은 깨갱 했다.

“으음…….”

당연히 희우보다는 원래부터 사범인 한야가 더 잘 가르친다.

그러다보니 그런 식의 교류가 생겼던 모양이다.

“잠깐 이야기 좀 할까요?”

그 옆에서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은 희우의 친언니인 한월이다.

에길이 신음했다.

“나는 잠깐…….”

“으음, 저도 좀…….”

희우까지 세트로 팔려 가버렸군.

무술의 위계질서란 건 잘 모르겠단 말이야.

그리고 레미와 헨리가 있었다.

“오셨군요.”

“사냥꾼 아재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해 보니 마지막까지 이름도 몰랐어.”

“그게 유배자 아니겠습니까.”

“초회차 아니었어?”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헨리는 정말로 본래 이런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기껏해야 1년 정도 신앙을 가지고 있었을 건데 수십 년 수행한 고승 같다.

그런데 조금 다른 의미로도 그렇다.

“거 좀 홀쭉해졌는데.”

“더 이상은 힘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그건 또 그렇긴 한데…….”

이전엔 이 정도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체격이야 그대로지만 확실히 이젠 전사 같은 위압감은 없다.

진짜 성직자로군.

옆에서 레미가 피곤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영감님이나 뵈러 가죠. 다른 파티원들은 좀 있다가 오는 거죠?”

“그렇지. 여러모로 오래간만이니까. 당장 떠나실 것도 아니지?”

“맞아요. 미리 질러야 대대적으로 왕국의 분위기가 환기가 되니까요.”

레미는 뭐랄까, 달라진 점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다르다.

투덜투덜하던 처음과는 다르게 이젠 그냥 저절로 품격이 흘러나온다고 해야 하나.

그냥 꽃잎요정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매료 효과라는 건 꽤 강력한 거라서.

문득 생각나서 묻는다.

“파라켈수스랑은 잘되어가?”

“약혼은 했어요.”

“오……. 괜찮아?”

“뭐가요?”

“알잖아.”

안정된 곳인가?

왕국은 그런 곳이 아니다.

레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미궁이 어느 날 훅 불면 꺼질지도 모르는 무수한 촛불 중 하나가 이 땅이라는 것을 말이다.

“제가 결혼하면 리더가 미궁을 클리어해야 할 이유가 하나 늘겠죠?”

“그 생각은 못했는데.”

레미가 히죽 웃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호화찬란한 병실과 그것이 거북해 당장 죽을 것 같은 표정의 트동트 영감님이 있다.

“영감님, 정말 오랜만이군요.”

“흠, 자네 왔나. 어서 병실 좀 옮기라고 이 요정 아가씨에게 말 좀 하게.”

“요즘 단단히 삐지셔서 이름으로도 안 불러줘요.”

“그거 참 대단한 문제군.”

“닥치게나. 진짜 노환보다 이걸로 먼저 죽을 것 같으니.”

정정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노쇠의 기운이, 그리고 죽음의 기운이 선뜻 코앞까지 와 있다는 것이 보인다.

유배자만큼 죽음의 기운에 민감한 이들도 없을 것이다.

그걸 겪고도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정말로 그냥 오크로 죽으실 겁니까?”

“그래야지. 안 그럴 거였으면 진작 그 뭐 천사인지 악마인지 하지 않았겠나.”

“영감님이면 거인을 더 좋아할 줄 알았는데.”

“그건 주술을 그냥 내다 버려야 하지 않나. 그건 내 평생이야. 자네가 보기엔 별것 아닐지 몰라도.”

“그런 생각 안 합니다.”

물론 그렇다고 영감님이 정말로 기력이 다 쇠해가는 느낌은 아니다.

아마 어느 날 잠자듯이 세상을 뜰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유배자는 보통 그렇게 죽지 못한다.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참 오래도 보고 있었던 것 같군.”

“사실 1년 남짓에 불과하죠.”

“하지만 시간은 상대적인 것이지. 어떤 시간을 보냈는가가 얼마나 보냈는가보다도 중요하지 않겠나.”

“그리 생각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고맙긴 내가 고맙지. 주술사로서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었으니 말이야. 거기에 모시던 신도 직접 뵙게 되었고.”

가만히 앉아 있던 드라간이 흥 하고 콧김을 뿜었다.

“나는 본래 영웅을 후대한다. 이 주술사는 충분한 위업을 이루었다.”

좀 의아한 발언이다.

“뭘 이뤘는데요?”

“네놈을 나와 만나게 한 것. 그리고 네놈이 나와 루시를…….”

“오! 드라간! 먼저 와 있었나?”

“크흠, 쿨럭. 크헙.”

서둘러 말을 주워 담고 루시가 발랄하게 인사한다.

“어이, 영감! 죽는다며!”

“하아, 혼돈의 여신이시여.”

영감님조차도 어딘가 기가 차다는 듯 루시를 본다.

루시가 눈치를 본다.

“아니, 왜. 그 뭐, 슬픈 일이어야 하나?”

영감님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여신님께서 저보다 연상이란 것에 문득 회의를 가졌을 뿐이옵니다.”

“너무해…….”

나는 피식피식 웃으면서 영감님께 속삭였다.

“신들의 실체를 보고 뭐 실망 같은 건 안 하셨습니까?”

“자네는 아버지의 추한 모습을 보고 패륜을 저지르나?”

“그렇군요.”

서버의 주민들에게는 결국 일개 유배자에 불과한 신들도 그런 존재인 모양이다.

영감님은 정말로 마지막까지 다른 것에 물들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나이가 있어서인지, 혹은 그렇게 노인인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보면 레미가 영감님을 서버 출신 주민들의 상징으로 써먹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도 전쟁과 야성의 신의 주술사이며, 그의 전사인 오크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러길 원할 것이다.

나는 그걸 미신이라거나, 어리석은 짓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각자의 삶에는 종착역이라는 것이 있기 마련이며, 우리 모두는 스스로 그것을 정할 자격이 있으니.

미카엘도 그렇게 마지막에 위대함을 내려놓았었지.

사실 영감님과 할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위독하다는 말을 들은 이상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 좀 주시겠습니까?”

“흠, 이것 말인가.”

“원하시는 대로 해드립지요.”

“그래주게.”

트동트 영감이 서버에 두고 온 친인척은 거의 없다.

오크는 노인이 적다. 그야 그 전에 싸우다 죽으니 당연하다.

그리고 실로 오크답게도 원래 그들은 가족 관계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

그보다는 전사로서의 동료, 그리고 주술사로서의 사제 관계에 더 집중하는 종족이다.

그리고 영감님에게는 제자가 있다.

리프트로 갔다. 그곳에 예전에 메이릴리스에게 받아 보관하고 있던 징표를 받아 떨어뜨렸다.

부유감과 함께 짧은 로딩이 지나가고.

“왔군.”

저승사자를 기다리는 것 같던 대성녀가 나를 본다.

“올 줄 알았어?”

“그래. 나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아니까.”

근미래 정도의 시간대에 존재하고 있는 메이릴이다.

할머니가 되어있어도 어리던 시절의 흔적은 보인다.

“시간을 넘나드니 아주 편리하겠어.”

“덕분에 이런 만남도 성사가 가능하지.”

“스승님께 데려가 주는가.”

“맞아.”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모른다.

트동트도 메이릴도 마지막의 순간에 다시 마주하고 싶다고 했었다.

무언가 보고하고 무언가 칭찬받고 그럴지도 모르지.

이런 만남을 주선하는 것에 규율의 신이 그 서버의 미래에 일으킬 전쟁과 패망은 중요하지 않다.

메이릴이 그것까지 알 필요는 없다.

그는 단지 인생의 마지막에 마찬가지로 끝을 앞둔 스승을 만나러 갈 뿐이다.

내 끝은 어떻게 될까?

다른 이들의 끝은 많이도 보아왔으나 아직도 나의 끝은 잘 모르겠다.

메이릴은 하루를 머물고 자신의 세계로 되돌아갔다.

나중에 다른 파티원들도 트동트 영감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일단은 성대한 행사의 일부이기에 영감님이 어떻게 생각하건 레미는 장대하고도 화려한 예우를 계속하여 했다.

먹고 마시는 축제같은 분위기였다. 에길은 발할라가 있다면 이런 곳일게 분명하다고 중얼거렸다.

루시는 미아에게 키가 따라잡히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서는 에길이 배우는 정씨 가문의 무술을 따라하려다가 포기했다.

블랑쉐는 미아와 신무기를 만들다가 폭발을 일으켰다.

아무튼 떠들썩했다.

그리고 영감님은 나흘 후에 세상을 떠났다.

조용히 잠자듯이 편안한 얼굴이었다.

미아가 꽤 많이 울었다.

최초의 마법 스승님 중 한 명이었지.

희우도 좀 울먹였지만 다른 이들은 너무나도 죽음에 익숙해서인지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

드라간이 직접 영감님의 무덤을 파주었다. 그렇게 해주겠다고 했을 때, 영감님은 엄청나게 기뻐했었다.

제46 서버의 중세 오크 주술사로 태어났던 네임드 NPC 트동트는 고향을 떠나 유배자의 왕국에 묻혔다.

우리 파티는 거대한 장례식을 끝마친 후에 다시 모였다.

“좋아, 이제 심연으로 진입해 볼까?”

“더 준비할 것도 없는 것 같아요.”

“트동트 할아버지 무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침공이 없도록 해야겠어요.”

미아가 또 훌쩍였다.

그새 키가 좀 더 자란 것 같다. 노인은 죽고 아이는 자란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

나의 시간도 흐른다.

가능하면 미궁 바깥에서 끝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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