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에 갇힌 고인물-527화 (527/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527화

심연 2857층 - 어떤 기지(2)

주어진 상황이 어떤지 알고 나면 똑같은 것도 다르게 보인다.

기지 내부에서 기록을 찾기 시작했다.

가능한 빨리 움직이는 편이 좋다.

심연은 길다. 이런 층들이 켜켜이 쌓여 있기 시작하면 얼마나 길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여기저기 지켜보고 있느라 바쁜 루시가 말을 걸어왔다.

「거긴 한눈에 봐도 시간이 질질 끌릴 것 같은 층이로구나.」

“어쩌면 고의적으로 저에게 배정되는지도 모르죠.”

「그건 좀 참신한 발상인데. 미궁이 콕 찝어서 너를 견제한다고?」

“그럴싸하지 않습니까. 지금까진 다 알고 있는 일들이었는데, 이번 회차만 너무 새로운 와중이니까요. 아마 이번에도 그렇겠죠.”

「일리는 있군.」

루시는 다시 조용해졌다.

아마 다른 쪽을 살피는 모양이겠지.

입맛을 다셨다. 루시와의 대화는 꽤나 반가웠다.

파티원들 앞에서야 시간 내에 도달할 자신이 있니 하는 말을 했지만, 그리고 그건 분명 사실이지만.

“적적하구먼.”

* * *

* * *

파티에 소속된 적은 많다. 파티의 리더였던 적도 많다.

필요에 따라서 온갖 곳에 몸을 담고 움직였고, 동료나 친구를 만들었다.

“생각해 보면 공허했지.”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클리어에 미친 괴물이었고 세상을 직시하지 않고 있었으니까.

말하자면 이번의 파티원들은, 그리고 왕국의 수많은 사람들은 내 미궁생활에서 처음으로 내 마음 속에 들어와 있는 이들이다.

머리를 벅벅 긁는다.

“이때쯤 제니가 우는소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럼 미아와 희우가 달랠 것이며 아서와 에길이 흐뭇하게 바라볼 것이다.

블랑쉐는 쓸데없이 멋있는 자세로 벽에 기대서 있겠지.

이게 계속 보다가 못 보니까 생각 이상으로 빠르게 그리워진다.

딴생각을 하며 부스럭거려도 단서를 놓치지는 않는다.

“흠, 보존 상태가 좀 안 좋은데.”

생각보다 오래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기록 하나를 발견했다. 별다른 원인이 없음에도 삭아서 읽기 힘들어 보이는 일기장이다.

극한상황에 처하면 일기를 쓰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 자신을 발견해 주었으면, 그것이 머나먼 미래라도 좋으니 여기 있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사람이란 그런 존재다.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은 얼마 없었다.

가장 마지막 장이 번지지도 삭지도 않고 남아 있다.

그리고 대충 예상한 대로의 내용이 적혀 있다.

영어로군. 이건 오랜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원산지가 지구인 영어는 오랜만이다.

2297년 9월 7일.

괴물들이 화성에 도달한 지도 3개월이 지났다.

일부 섹터를 빠르게 폐쇄한 덕에 몇몇 사람들과 함께 살아남기는 했지만 이젠 미래가 없다.

식량도 다 떨어져 간다.

누누이 말했으나 저 괴물들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출현했다. 외우주에서 관찰된 적도 없다.

정말로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시 가동 중인 장비들에 전혀 걸리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술력이 있어 보이는 벌레들조차 아니었다.

저것들은 대체 뭘까?

내가 꾸는 악몽일까?

그래도 살아야 한다.

그러니 안전한 이곳을 벗어나 바깥으로 나갈 필요가 생겨 버렸다.

전투원은 나 뿐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자매들이 무사할지도 모르겠다.

고립된 지 3개월이나 지났지만 기지 내에 남은 것은 많다.

수경재배 기구라도 일부 분해해 올 수 있다면…….

“실패했겠군.”

그렇지 않다면 여기 미라들이 이렇게 발견되진 않았을 것이다.

상황을 알고 다시 미라들을 조사해 보았다. 사인은 음독에 의한 자살인 것 같다. 다들 평온해 보인다.

굶어 죽기 전에 스스로 떠나기를 택한 모양이다.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이 섹터가 어딘지도 파악이 되었다.

의료 시설이 밀집된 곳이었다. 비상식량 개념의 물건도 있을 법했으며 생명 유지나 보안도 철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숨어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바깥의 외계 생명체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은 우연일까?

혹은 미궁의 장난질이겠지.

좀 더 뒤적여 보았으나 이 일기장 말고는 읽을 수 있는 상태의 것은 없었다.

의료 기기로 추정되는 각종 장비들은 아직 작동도 하는 것 같았다.

“좋아. 그럼 루트는 이것뿐이군.”

이미 뚫어버리긴 했지만 이 남자가 출발했던 통로는 다른 곳인 것 같다.

곧 발견할 수 있었다.

환풍구는 사람이 다니라고 만든 곳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게임이나 영화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통행할 수 없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다는 법은 없다.

애초부터 유지보수를 위해 사람이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환풍구가 보인다.

괴물의 흔적은 없다.

정말로 여길 발견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냥 복도라고 불러도 좋을 사이즈기에 날개를 구겨 접을 필요는 없었다.

“탐지 한번 걸어볼까.”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 오래된 먼지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바람이 통하지 않는다.

“저쪽에선 막혔나 본데.”

조금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일방통행이잖아.

루트도 일방통행이다.

하지만 지루한 게 좋다.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스펙타클함이 벌써부터 시작되면 미쳐 버리고 말거다.

“에휴.”

그래도 참 이번 층은 그냥 길기만하고 재미없을 것 같은데.

심지어 위험할 것 같지도 않다.

마력을 탐지하지 못하는 몬스터들을 상대로는 너무 날로 먹을 방법이 많아서.

대량 학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지구를 수복해야 한다면 대가리들만 커팅하면 될 것이다.

미궁은 생각을 유도하고 해결책을 찾아내길 바란다.

하이브 마인드 같은 무언가가 있을 거고 그 녀석만 빠르게 제거하는 게 최고다.

기록에 따르면 지구보다 화성이 먼저 이 꼴이 났던 모양이니 화성에 아직 있을지도 모르겠다.

군체 의식을 가진 녀석들은 소모전을 시작하면 답도 없으나, 압도적인 힘이 있다면 도리어 편하다.

환풍구가 막혀 있는 곳에 도달했다.

마법을 동원하면 기계가 있어야 할 일을 하는 것은 아주 쉽다.

안전하게 뚫어내고 계속 간다.

그리고 사거리라 할 수 있는 구간과 전투의 흔적이 보였다.

“흠터레스팅.”

인간의 핏자국은 말라붙다 못해 부스러져 사라졌다. 환풍구가 제법 매끈한 재질인 탓이다.

그리고 대형견만 한 외계 생명체의 시체도 몇 개가 있었다.

“일기장의 주인이 여기서는 이겨낸 모양이군.”

미라들은 전투가 없었던 시신이라 정확히 언제 죽었는지 알기 힘들었다.

난 전투로 사망한 시체만 공부했다.

이번 왕국의 노의사도 큰 도움이 되었다.

“전격으로 지졌네. 여긴 총탄이 있군. 발이 억센 괴물이야. 그래서 좀 우그러진 흔적이 있고.”

천천히 전투를 재구성한다.

예상대로 이 외계생명체들은 미궁 기준으로는 그리 강하지 않다.

랭커가 아니더라도 상대할 만하다.

이 개체들로 따지면 레벨은 아무리 잘해봐야 200 수준에 그칠 것이다.

스펙이 그렇단 것이고 지능 같은 부분은 더 낮을 테니 더 쉬울지도 모른다.

좀 상위 개체들이 있더라도 랭커급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마력을 감지하는 기관 같은 건 전혀 발달하지 않았군.”

그렇다면 마법적 은폐를 아예 감지할 수 없다.

암살에 용이한 환경이다.

“대신 물량은 조 단위로 세야 할 정도지만.”

억 단위 따위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달리 정보가 있는 게 아니라 개체별 전투력으로 판단하는 심연의 난이도를 예측하는 것이다.

온전한 현실이라고만 생각하면 이런 식의 추측은 불가능해지지.

정말 미묘한 간극이다.

전투는 굉장히 힘겨웠던 모양이다.

격렬한 흔적은 더 디테일한 재구성을 가능하게 해준다.

혈흔이 모두 사라졌음에도 어디로 향했는지는 알 수 있었다.

“지도가 있으면 더 좋을 텐데.”

적의 수준까지 확실해지면 산책하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저레벨 몬스터라도 압도적인 물량에 휩쓸린다면 장담할 수 없어지지만, 마법을 감지하지 못하는 이상 위험은 없다.

지구답게 말랑말랑한 난이도다.

방이 여럿 지나간다. 비어 있기도 했고 때로는 괴물들이 있었다.

날 눈치채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디가 목적지였는지 모르겠다. 식량과 관련된 것이 있을 법한 곳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다시 전투의 흔적.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큰 개체, 단일 개체의 시체가 보인다.

그리고 사람의 신체 부위도 있었다.

“팔꿈치 아래를 잃었네. 왼팔인가?”

수트?

그렇게 보이는 것 팔 부분의 복식이 남아 있다. 그 속에는 하완골이 들어 있었다. 피부나 근육조직은 깨끗하게 사라져 있다.

절단면은 엄청나게 예리하다. 총을 들고 있었던 모양인지 근처에 나뒹굴고 있다.

“총기 제작 기술은 딱 패러테라포밍을 시행할 정도의 수준이군.”

내가 온 현대보다는 월등하지만, 고블레타리아를 위시한 각 서버의 미래에는 미치지 못한다.

근미래.

“수트라…….”

괴물도 살펴본다.

사슴벌레처럼 입가에 있는 뼈가 아주 예리했다.

“생명공학의 신비로군.”

미궁 식으로 비교하자면 재질은 아다만타이드 따위의 상위 금속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예리함만큼은 준아티팩트로 분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궁의 생물들은 억세지만 이렇게까지 살상력을 지닌 방향으로 발달하지는 않는다.

“[은하의 포식자]와 아주 비슷한 행동 양식이겠는데.”

전투종족이라고 부를 만한 진화의 형태였다.

아까 본 것들이 경보병이라면 이 녀석들이 중보병 정도 될까?

“그래도 아직까진 승리했던 모양인데.”

대량의 혈흔은 완전히 바스라지지 않았다.

내가 추적해야 할 길을 뚜렷하게 표시하고 있다.

“아니, 이거 상위 개체는 생각보다 더 강할지도 모르겠는걸.”

전쟁을 위해서만 진화해 온 생명공학의 신비들이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껏 해봐야 랭커급이겠지.

내 스펙만으로도 짓누를 수 있다.

다음 전투는 없었다. 출혈도 지혈되기 시작했다. 모종의 전투 수단이 있었던 모양이다.

평범한 지구 기준의 인간으로서는 경이로운 전투력이다.

그리고 전력이 살아 있지 않은 구간이 나타났다. 어둠 속에서 마법적 시야를 통해 더듬어 향한다.

고통의 흔적이 보인다.

몸을 질질 끌며 움직인 자국은 오랫동안 남는다. 구토했던 것 같기도 하다.

생명이 경각에 달한 것 같다.

그리고 흔적이 멈췄다.

목표한 지점까지 도달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농장이었던 곳 같지는 않다.

사실 아래를 보기만 해서는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자체가 거대한 잔해에 불과해 보인다.

“여기서 멈춘 이유는 있겠지. 더 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쓰러져 기어가지는 않았다. 그럼 의도가 있어 이쪽으로 향했을 터.

혹시 간이 의료 시설이라도 존재하나?

그러나 아래쪽의 잔해는 원래 있던 것을 커다란 무언가가 밀고 지나간 느낌이다.

이젠 아무것도 없다.

괴물들 몇몇이 자고 있다.

나를 감지할 수 없게 마법을 동원해 착지하고 그대로 영원히 깨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죽인 게 아니다. 메인 던전 구간의 심연은 경험치 획득이 적을수록 시간의 흐름이 안정된다.

마법을 잘 모르는 이 괴물들로서는 저항할 방도가 없을 뿐이다.

“파봐야 하나.”

조심스럽기도 귀찮다.

소리와 진동이 새어 나가지 않도록 조치한 후, 마력을 담아 검을 내려찍었다.

잔해들이 아무 소리 없이 폭발하고 사방으로 흩어진다.

감지 끝에 원래 존재했었을 것 같은 시설이 걸려들자마자 멈춰 섰다.

공감각은 아직 유지 중이다. 정확하게 원래 없었던 것만 걷어내고 바닥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렇다곤 해도 다 박살이 나 있다.

“여기서 뭘 찾아야 하지?”

방탈출 게임이라도 하는 느낌이다.

아무 생각 없이 다 쓸어버릴 수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지.

한쪽에 일그러진 문이 보인다.

벽면이 우그러지면 함께 일그러졌지만 비교적 멀쩡하다.

소리를 다시 되돌려 놓았다. 그러자 웅웅 하는 소리가 들린다.

뭔가 작동 중이란 뜻이다.

“이게 뭐지?”

공간이동으로 들어간다는 식의 방법은 괜한 위험을 만든다.

그냥 썰고 지나감이 최고다.

미카엘의 검은 금속을 곤약처럼 벨 수 있다.

뚫린 너머로 한기가 쏟아져 나왔다.

“냉동고?”

그리고 얼어붙은 인간들.

괴물은 없다.

불빛을 만들어냈다.

육안으로 보자 창백한 시체들이 잔뜩 보였다.

“사망자를 보존하는 시설이었구나. 여기로 들어온 건가?”

하나, 팔이 없는 사람이 있다.

반듯하게 누워 있지도 않고 안간힘을 다해 기어온 것 같은 모습.

“여자였네? 아니, 근데 죽었잖아.”

일단 엎드린 모양을 엎었다.

굉장한 미녀다. 어딘가 낯익기도 하다.

마력을 흘려 생명 반응을 체크한다.

한없이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나 아직까지는 간신히 살아 있다.

말이 되나 생각을 하기를 잠시.

잃은 팔 쪽의 수트가 수축해서 죄여주고 있는 것을 깨닫는다.

알고 있는 기능이다.

잠시만, 이 수트…….

너무 낯익은데.

그걸 깨닫고 다시 얼굴을 보니 알겠다.

“미친…….”

이런 게 가능한가?

루시와 대화하기가 무섭게 처음 겪는 일이 또 일어났다.

이 수트는 기능이 아주 훌륭하다. 그 자체로 억지로 생명을 붙들어놓는 기능을 한다.

냉동고에 온 것은 그것을 극한까지 써먹기 위한 노력이었을 것이다.

애초에 이 녀석들은 유전자가 조작된 초인이다.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더라도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수트 자체의 기능에 더해 온도까지 낮춰 냉동인간 비슷한 상태가 되어 있다.

이곳의 기술력이 소생이 가능할 정도인진 모르겠지만 희망을 건 셈이다.

그리고 내게는 방법이 있다.

포션을 꺼냈다. 그리고 입가로 흘려주었다.

밖으로 꺼내고 온도도 높인다.

기적의 만병통치약은 언제 냉동된지도 모를 인간을 거짓말처럼 살려내기 시작했다.

꿈틀거리며 움직인다. 생명 활동이 다시 시작된다.

다만 너무 오래 빈사 상태였던 나머지 사고능력이 되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손상이 있을지도 모른다.

팔의 결손 역시 회복되지 않았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탓이다.

자세히 보면 다른 부상도 많다. 찔리고 베인 낭자한 상처들.

포션은 너무 오래된 그 상처들을 회복시키지 않았다.

한숨을 내쉬고는 마법을 동원한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인간을 만지는 방법이라면 노의사에게 배우지 않아도 터득한 게 많지.

적당히 꿰매고, 마력으로 생명력을 자극하여 활성화시키고, 대기 중의 습기를 모아 수분을 제공한다.

약 1시간 정도의 조치 끝에 생명 활동이 완전히 되돌아왔다.

소생했다.

그리고 눈을 떴다.

백치가 되어 있진 않나 걱정인데, 그렇다면 기억을 되찾는 여정까지 해야 할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그렇지는 않았다.

어디서 많이 본 동작으로 낙법을 치며 기상한 그녀는 일단 경계했다가 내가 인간임을 확인했다.

날개와 링은 숨기고 있다.

조금 당황한 듯한 요원이 잠이 덜 깬 것 같은 눈빛으로 물었다.

“당신은 누구지?”

나는 기억을 약간 더듬었다.

같은 인간의 유전자로 만든 복제인간이라 대체로 비슷하게 생겼으나, 이전 회차와 이번 회차의 블랑쉐는 내게 꽤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그녀의 가족들, 그녀의 자매들.

그러니까 이 여자 요원은 아마…….

“코드네임 그리히. 내가 이런 곳에서 얼어 있으라고 명했던가.”

그리히의 눈이 커졌다.

“죄송합니다. 오르골.”

그리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살아 계셨군요. 믿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죽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조금 머뭇거리며.

“……아버지.”

지루하다는 말은 취소한다.

미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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