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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에 갇힌 고인물-529화 (529/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529화

심연 2857층 - 어떤 기지(4)

우스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까지 하고도 사실 나는 이 세계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다.

블랑쉐가 자신의 이야기를 꽁꽁 숨기려고 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유배자들끼리의 자연스러운 금기에 의해 자세히 캐묻지는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그리히에 대해서도 지극히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구로 향할 제대로 된 우주선을 확보하자마자 루시를 불렀다.

그리히는 명령에 따라 우주선을 조작했고 나는 조수석에서 과묵하게 앉아있을 뿐이다.

루시는 곧바로 응답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시간대를 정신없이 누비고 있는 모양이었다.

실제로도 신도 관리 자체는 꽤 포괄적으로 하는 것인데다 신좌 자체의 기능에 많이 의존한다.

힘만 센 바보라도 신 노릇은 할 수 있게 되어있지.

이렇게 다수를 한 명 한 명 모니터링하면서 적절한 조언이나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정신없는 일일 터.

루시와 내 시간의 흐름 또한 어떻게 다를지 모르니 얼마나 기다려야할지도 잘 알 수 없다.

옆의 그리히를 본다.

블랑쉐와 닮았지만 확실히 다른 인물이다.

같은 유전자로 만들어진 복제인간임에도 전혀 다른 개성을 가지는 건 왜일까?

* * *

* * *

‘오르골’이 의도한 다양성, 자신을 넘어서는 복제체의 탄생을 기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블랑쉐는 마지막에 자신의 친부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했다.

본인은 그 인정에 아무런 가치를 두지 않는 모양이었으나 그 남자에게는 어땠을까?

평생의 숙원이나 그런 것이 이루어졌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뭘 원했는지 잘 모르겠는 인물이다.

그리고 미궁이 아니었어도 어차피 그의 세계는 이렇게 되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면 그는 살아남았을까?

그렇게 영웅이 되었을까?

모르지.

하지만 그의 이름은 결국 영웅으로 남게 될 듯 하다.

내가 그렇게 해야하는 상황에 처한 것 같으니까.

그리히는 내 시선을 느꼈지만 묵묵히 제 일에 열중하고 있다.

이 충직한 요원은 오른 팔을 잃었음에도 능숙하게 조작을 해내고 있었다.

물론 곧바로 난관에 부딪친다.

“연료가 떨어진 모양입니다.”

“그런가. 잠깐 기다려라.”

슬쩍 나가서 엔진을 조금 본다. 연료만 떨어진 게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가 훨씬 더 많다.

화물선이었던 것 같은 이 우주선은 아무래도 임무에 사용되는 것과는 다른 종류겠지.

이리저리 뜯어고치는 척을 하면서 마법을 마구 걸어대었다.

고친 척을 해야 하니 엔진소리까지고 구현한다. 시동의 진동도 느껴지게하고, 어디보자 디젤엔진 느낌이어야하나?

그리고 루시가 응답해왔다.

「바빠 죽겠는데 뭐냐?」

“아니, 왜 저는 부르면 안 됩니까?”

「넌 좀 알아서 해라…….」

“꼭 전 곤경에 처하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군요.”

「사실이잖냐.」

“지금 좀 곤란하니 블랑쉐에게 물어봐주세요.”

「……?」

사정 설명을 빠르게 한다. 루시가 어이없어했다.

「그럼 거긴 블랑쉐가 떠난 후의 세계냐?」

“아무리 봐도 그렇죠?”

「정말 별 일이 다 있군.」

“그리고 저도 생각을 좀 해봐야 합니다. 물론 여기는 심연이죠. 하지만…….”

「알고 있다. 시간의 신이 개입하는 부분도 수상쩍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모르겠지. 너는 어떻게 하고 싶으냐?」

“그걸 블랑쉐에게 물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블랑쉐가 친부를 싫어했던 이유?

‘오르골’이 자매들을 모두 소모품 취급했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마냥 그렇게 취급했던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복제하여 만들어진 자매들이 마구 죽어나가는 것이 잘하는 일은 아니다.

블랑쉐는 계속해서 그의 친부를 증오했고, 언제고 돌아가서 그를 죽이겠다고 생각했다.

미궁에서 블랑쉐라는 고정 NPC는 언제나 그런 동기로 살아간다.

그만큼 블랑쉐에게 평생 함께 지내온 자매들은 소중하다.

그러니 그녀들의 처분을 내가 멋대로 할 생각은 없다.

비록 이것이 심연의 허상일 뿐이더라도, 그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너도 꽤 많이 변했구나.」

“그렇습니까?”

「솔직히 말해봐. 3층쯤엔 신경 안 썼을 거잖아.」

“그땐 애초에 블랑쉐가 적이었는데요.”

「흥. 어쨌든 지금 좀 물어볼 수 있겠군.」

“합류한 파티원이 있군요.”

「제니가 블랑쉐와 잠깐 합류했다. 너는 몇 층이냐?」

아무래도 내가 꽤나 지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모양이다.

멀면 멀수록 시간의 흐름도 멀어진다.

빠르게 처리하고 따라가는 편이 좋겠다.

그리히에게 돌아갔다. 마법으로 꾸며진 시동음이 걸리고 내 몸에서 마력이 흘러나간다. 바깥에 새겨진 마법은 아주 자연스럽게 우주선을 기동시킨다.

그리히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뭔가, 조작감이 좀…….”

완벽하진 않았던 모양이군.

그리고 우주선이 날아올랐다.

괴물들 일부가 이쪽을 돌아본다. 그리고 나는 가속시켰다.

조작중인 그리히도 의아해할 정도의 폭발적인 가속 끝에 대기를 벗어나는 수준까지 순식간에 도달한다.

완전히 숨기는 것은 부자연스러우니 일부 괴물들이 눈치를 챈다.

대공 사격이 시작되었다.

그리히는 다른 곳에 신경을 쓸 틈이 없다.

나는 입으로 방향이나 기동을 지시하며 정신없이 G가 걸리는 중인 전면창을 보았다.

대기권이 다가오자 그곳에 떠있는 거대한 괴수들이 보인다.

확실히 [은하의 포식자]와 흡사한 녀석들이다. 어쩌면 먼 옛날 갈라진 분파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마법에 대한 대응능력이 없다.

괴수들은 본래라면 화성을 떠나는 것을 아주 어렵게 만들 장애물들이다.

그건 하이랭커라도 마찬가지다. 우주선이 박살나면 지구까지 가는 것도 너무 오래 걸리지 않겠냐고.

그 자체가 이미 고난이겠지.

자기 목숨 이외의 것이 죄여오는 타입의 층이니까.

하지만 마법사에게는 날로 먹을 만큼 쉽다.

뭐든지 할 줄 알면 삶이 이렇게 편안해진다.

괴수들의 사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통과했다. 화성과 지구 사이의 광대하고도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펼쳐지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히가 속도계를 보며 의문을 표했다.

“이런 속도가 날 리가 없는데…….”

전체적으로 말투나 몸짓을 보아 블랑쉐의 하드웨어에 제니 같은 소프트웨어가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다.

아무리 기술이 좋더라도 ‘오르골’이 한계가 있다고 판단 할만하다.

이후 시간이 지난다면 아무리 그래도 이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겠지.

그 전에 나는 여길 떠날 테니 상관없다.

짧고도 긴 우주여행이 시작되었다.

그리히는 그가 경애하는 아버지께서 어딘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명확하게 꼬집을 수는 없으나 더 친절해졌고 자상해졌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표정부터 그렇다. 엄숙한 표정을 유지하고는 있으나 그곳에 짜증은 없다.

안쓰러움이 대신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리히를 주눅 들게 했다.

때로는 분노보다 안타까움이 더 큰 압박이 되는 법이다.

그리히는 우선 명백하게 임무에 실패했다.

그녀도 안다.

블랑쉐를 대체할 수는 없다.

그 이전의 누아르 언니도 그녀가 대체할 수 있는 인력이 아니다.

그리히는 모든 것을 곧잘 해내고 좋은 평가를 받으나 그것이 다다.

아버지가 원하는 것은 좀 더 너머에 있는 무언가다.

측근으로서 인정받고 색을 나타내는 코드네임을 받았으나, 그 뜻 역시도 그런 의미라 생각되었다.

흑(누아르)과 백(블랑)사이의 회색(그리히)…….

지금 해야 할 일은 최선을 다해 이 분을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다른 모든 것은 중요하지 않아진다.

어떻게 나타난 것일지도 모르는 외계생명체들도, 실종되었다가 어떻게 돌아온 것인지도 모를 아버지도.

주어진 것은 단지 임무.

이번의 임무는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녀의 아버지는 온 우주를 지배하기를 원하신다.

결코 이대로 두실 생각이 아니다.

그렇다면 기회다.

군대도 괴멸하고 세상도 조각나 이 상황은 음지의 그림자로 스며들어 있던 조직이 나서기 최적의 때다.

정부의 하부 조직에서 벗어나 세상을 지켜야할 때.

가끔, 좋은 친구였던 블랑쉐가 생각난다.

항상 싸늘한 태도지만 그건 위장에 불과하다. 어릴 적부터 누군가 뒤처진다면 슬쩍 다가가서 도와주곤 했다.

그리히 역시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녀가 죽은 지금, 그 자리를 메꿔 아버지를 보좌해야하는 것은 그녀다.

어깨가 무거워짐이 느껴진다.

잃은 팔이 아쉽다.

그래도 상관없다.

할 수 있는 것은 많다.

늘 최선을 다한다.

그리히가 이곳까지라도 도달할 수 있었던 힘이다.

옆을 슬쩍 보았다.

운행은 이미 인공지능의 손에 인계할 정도에 도달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앞으로 하루 가까이는 이렇게 함께 있어야 한다.

그런 경우는 없었다.

아버지는 조직의 수장으로서 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홀로 다니며, 알리지 않은 어떤 일들을 수행한다.

바쁘다는 것밖에 모른다.

블랑쉐는 좀 더 잘 알았을까?

조금 곁눈질을 하다가 혼날까봐 그만둔다.

아버지의 위장된 얼굴은 여러 번 보았다.

그래도, 이번은 특별히 각별하다.

‘멋있다…….’

남자는 많이 보아왔다.

요원들의 임무는 주로 상류층과 접할 일이 많은 종류의 것들이었다.

잘생긴 배우들은 신물 나게 보아왔다.

그래도 이번처럼 저 페도라와 정장이 잘 어울리는 변장은 없었던 것 같다.

‘유전적으로 동일하고 아버지라고 부르긴 하지만…….’

호칭일 뿐이다.

실질적으로는 동일인물.

하지만 성별이 다르면 그것은 동일인물인가.

그래도 이렇게 단둘이 있을 수 있는 시간만으로도 만족한다.

평소보다 조금 더 친절하고, 조금 더 자상한 모습에 마구 설레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것으로 충분하다.

이루어져서는 안 될 마음도 있다.

그리히는 그 마음을 곱게 접어 깊숙한 곳에 구겨 넣었다.

지구가 점점 커진다.

푸른 지구는 옛말이다.

그녀가 얼어붙어 생사를 오가고 있는 동안 인류의 고향은 진득한 보라색으로 물들어있다.

이제 저것을 찬란한 인류의 터전으로 되돌릴 것이다.

절대적인 믿음 속에서 이미 ‘어떻게?’라는 의문은 없었다.

죽으라고 하면 죽을 것이다.

모두가, 조직의 모두가 같은 마음이다.

충성은 그녀의 삶의 이유이며 목표다.

이룰 수 없는 모든 열의를 다하여 그것을 수행한다.

굳은 다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블랑쉐에게 어떻게 할까에 대해 듣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제니가 합류한 것은 아주 다행스러운 일이다.

블랑쉐는 사실 이렇게 자주 파티원들과 합류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등불이며 기준이다.

모두가 그것을 따라 움직이니 당연히 종종 마주친다.

걱정이라면 희우다. 희우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혐오체는 싸울 수 없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지나치기만 해도 그것이 희우에게 해를 입힐 수는 없다.

일정 구간이 더 지나면 파티플레이 구간이 나타날 것이고 그곳에서는 보게 되겠지만, 전혀 연락이 안 되는 유일한 파티원이라는 점에서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괜찮다고 본인 앞에서는 열심히 말했지만, 사실 진짜 그럴 수는 없으니까.

그래도 시간의 권능은 우리 파티의 가장 핵심적인 안전장치다.

그러니 희우는 그 무게를 짊어져야 한다.

내 주관적인 시간으로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루시가 블랑쉐의 대답을 가져왔다.

「엄청나게 기니까 메시지로 띄워주마.」

그리고 눈 앞에 누가 봐도 블랑쉐의 말투인 것이 떠오른다.

[그리히는 네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간파할지도 모른다. 유난히 ‘오르골’을 따르는 녀석이었지. 보기보다 마음도 약하고…….]

아니, 그냥 척 봐도 약해 보여. 블랑쉐 시스터스 중에서는 가장 심약한 타입 같다.

산더미 같은 그리히의 신상정보를 빠르게 기억하며 넘기고 다른 이야기를 본다.

내가 보게 될지도 모르는 블랑쉐의 자매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르륵 있었다.

더해서 세력구도 같은 것들도 있다.

[솔직히 그런 상태에 처했다는 것을 믿기는 힘들다. 하지만 미궁의 꼬라지를 보면 뭔들 불가능할까 싶다.]

그렇겠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불교에 귀의한 데미리치가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드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해도 그걸 게이트에서 봤다고 하면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유배자다.

동방의 드래곤들이 불교를 믿기에,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긴 하다.

드래곤 리치인가보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자매들을 빼고는 그 세계에 아무런 감정이 없다. 그곳은 내게 무엇도 주지 않았다. 차라리 미궁이 더 좋은 곳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어쩐지 점점 표정도 밝아지고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블랑쉐는 그렇게 느끼는 주제에 돌아가려고 했다.

기왕이면 미궁에서 얻은 이 힘을 가진 채로 말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마인 블랑쉐도 그랬다.

그만큼…….

[하지만 자매들은 다르다. 그들은 그곳에서 살아가야하며, 그 세계를 좋아하는 녀석들도 많다. 그녀들은 행복했으면 한다.]

그리고 뜸을 들이는 것을 나타내는 듯 한참이나 공백이 이어지다가 한 마디가 있었다.

[부탁한다. 리더.]

블랑쉐는 아주 진지할 때만 나를 리더라고 부른다.

그게 아니라면 그가 아는 ‘오르골’을 덮어씌우듯이 오르골이라고만 부른다.

‘가능한 해피엔딩을 노려야겠군.’

정 안되면 내 시간이 좀 뒤틀리더라도 갈아버리면 된다.

조단위의 병력이 달려들어도 지금의 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모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뭐 어떤가.

진짜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아서 웃음이 나왔다.

지구가 점점 다가온다.

사실 하라고 하면 저걸 통째로 부숴버릴 수도 있다.

새삼 미궁이 얼마나 바깥의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인지 느낀다.

내 웃음을 보고 그리히가 눈을 휘둥그렇게 뜨는 것이 느껴졌다.

진짜 어딘가 제니를 닮았는데.

블랑쉐가 제니를 꽤 좋아하는 건 티가 났다. 하지만 그저 동료들이 다 그러니까인줄 알았는데 말이야.

대기권에 진입할 때가 다가온다.

이곳에도 적의 우주군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떠있었다.

멀때는 몰랐는데.

“함을 버리고 강하한다.”

“네? 그런 말은 못 들…….”

우주선으로는 정밀하게 원하는 위치에 떨어질 수 없다.

의심하라면 하라지. 시간이 아깝다.

그리히는 눈을 몇 번 깜빡이더니 서둘러 강하복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생소한 장비지만 눈대중으로 맞추니 나도 그럴싸하게 입을 수 있었다.

“장비는 어떡할까요?”

“챙겨라.”

“넵!”

장비들은 보이지 않는 마력 방벽으로 덮었으니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

“함은 폭파시켜 교란할 것이다.”

폭약을 설치했다. 능숙한 요원답게 어디를 어떻게 폭파해야 산산조각이 날지를 잘 알고 있다.

“아래에서 보지.”

“알겠습니다!”

결연한 각오가 담긴 대답.

죽음을 각오한 이의 목소리다.

절대 안 죽을 거니 걱정하지 마.

어디보자, 저기가 미국인가?

결국 지구방위군은 미군이다.

이 세계에서도 그랬다.

그나마 저항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도 미국이다.

우리는 함에서 빠져나왔고, 둥근 지평선의 지구가 눈앞에 펼쳐진다.

함이 폭발해 플레어 같은 조각들을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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