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에 갇힌 고인물-530화 (530/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530화

심연 2857층 - 덴버 탈환(1)

미 대통령은 아직 생존해있었다. 미국은 갑작스러운 외계인들의 공습에도 어떻게든 대응해냈다.

애초부터 천조국에는 외계인 공습에 대한 작전 계획도 존재하고 있었다.

본디 작계들 중 일부는 대놓고 판타지소설인 법이다.

그 케케묵은 물건은 놀랍게도 비교적 최근까지도 최신화가 되고 있었으며, 그래서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외계생명체들의 공격을 잘 대응해낸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미군의 힘은 현실적이다.

그들의 상대는 스타쉽 트루퍼스의 아라크니드보다 강력했으며, 데드 스페이스의 네크로모프보다 더 잔혹했고, 에일리언 시리즈의 제노모프보다도 기괴했다.

가장 가까운 것은 스타크래프트의 저그 내지, 워해머 40k의 타이라니드였다.

이 사실은 이제 미 대통령 신분 된 이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건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었다.

현실의 일을 논하는 회의에서 그런 창작물 속의 존재가 언급된다는 것이 무슨 말이겠는가?

SF 소설이 현실화 되었다.

당연히 그것은 모두에게 재앙이다.

* * *

* * *

“천천히 말라죽어 가는군. 수복해야할 곳은 늘어만 가고 수복할 희망은 없어.”

“각하,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됩니다. 어떻게든 저곳만 복구해내면 우리에게도 길은 열리겠지요.”

“물론 알고 있소. 장군. 나도 가끔은 푸념 좀 할 수도 있지 않겠소.”

희망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멸망을 앞두었다는 느낌이 팽배한 것. 그것만은 막아야한다.

사람들은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 믿으며 잠들고 그걸 이루기 위해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서있다면 그 사실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다시 되새겨줘야 한다.

그러니 이제 와서 이 인류라는 넝마짝의 지도자들은 일상 하나하나가 거대한 연극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밖으로 알려질 걱정이 없는 회의실이 아니라면 차마 입 밖으로 불평조차 꺼낼 수 없는 것이다.

“후, 휴면기에 접어든 둥지들이 많아서 틈이 생기긴 했지만 여기다가 또 사람들을 갈아 넣어야 하는군.”

“그 계획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이번 작전은 여러모로 분기점이 될 수 있었다.

현재 인류는 북아메리카 대륙 일부를 제외하고서는 모조리 상실한 상태다.

그마저도 따뜻한 곳은 모조리 내주었다.

근원이 전혀 다른 생명체라도 좀 더 따스하고 부드러운 기후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콜로라도 주의 덴버까지 진출한다면 그곳에 남아있는 원자력 시설들을 대거 가동할 수 있습니다. 그 후에는 휴면기 동안 정비할 시간을 대폭 벌 수 있겠죠. 무인기의 가동이 원활할 정도의 전력만 확보된다면…….”

최고 책임자로서 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으나 사실 대통령은 그런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그것을 함께 듣고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대통령은 지친 두뇌를 조금 쉬게 하는 시간으로서 활용 중이다.

다른 생각들을 해본다.

그의 선거 후, 임기 첫날부터 화성에 문제가 생겼다.

그 시점에도 이미 재앙이었다.

대체 내게 왜 이런 일이?

화성이건 달이건 가장 많은 국민들을 진출 시킨 것은 역시 미국이다.

그 다음이 중국이다.

그리고 거리가 멀어진다면 마음도 멀어지는 법.

본토와는 슬슬 구분지어지고 싶어 하는 화성이라는 땅의 국민들이 골치이던 참이었다.

처음 이슈가 발생했을 때는 꽤 괜찮지 않나? 생각했다.

이래서는 독립 여론 따위는 꺼낼 수 없겠지.

하지만 완전히 날아가길 바라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화성이 날아가고 제일 큰 피해를 입은 것도 미국이었다.

그래도 그때까진 아직 모두에게 현실감각이 부족했다.

그렇다고는 하는데 도대체 그게 뭐냐 이거였다.

민중들이 모두 바보여서는 아니었다.

너무 빨라서다.

어떠한 인식이 생겨나기도 전에 화성은 함락 당했다.

그리고 그것들이 우주 공간을 넘어 달까지 도달했을 때.

사실 꼭 그 타이밍에 달이 지구의 방파제가 되어준 것은 천운이라 할만 했다.

그곳이 벌어준 시간 덕에 비로소 지구의 모든 국가들이 인류가 멸종위기에 직면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순식간에 모든 일이 일어났다. 대다수의 국가들은 순식간에 학살당했다.

패닉을 일으킨 일부 유사 국가들이 더 큰 문제를 만들지 못했다는 것 정도나 다행이다.

정체불명의 습격자들은 놀라울 정도로 인간의 문명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유기물질을 원했다.

포식의 대상은 어떤 식으로건 인간이나 동물, 그리고 식물이다.

그 과정에서 인류의 문명들은 온전히 보존되었다.

지금도 자동으로 관리되고 있는 무수한 네트워크들은 살아있다.

자동화된 발전소들은 여전히 연료를 공급해 전기를 만들어내며, 중앙 제어 시스템은 드론들을 통해 각 시설들을 유지 보수한다.

대다수의 인간들이 격렬한 저항을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잡아먹혔기에, 그것들이 보존되어있다.

이렇게까지 벼랑 끝에 몰렸음에도 희망을 가지고 있는 이유였다.

그리고 또 다른 도움…….

“의미 있는 탈환이 될 것입니다. 그곳에는 우리 조직의 시설도 그대로 살아있으니까요.”

베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후 지금까지 협력해오고 있는 여인이 회의에 함께하고 있다.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 이 습격 덕에 때문에 수면 위로 드러난 조직이 있다.

명칭도 없다. 그것은 그저 앞에 정관사를 붙여 고유명사화한 조직으로서 불리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 그림자의 존재는 어렴풋이 알고 있다.

CIA나 FBI같이 도시전설처럼 떠도는 그런 소문이 많은 조직들은 미국에도 있다.

인류의 터전이 저 우주의 어딘가로 조금 더 확장 된 후부터 다시 냉전마냥 온갖 정치적 모략이 일기 시작했던 것은 역사에 새겨진 사실.

그에 따라 냉전 시대의 케케묵은 단어였던 첩보원이라는 것이 현실에 다시 부활했었다.

그리고 개중에 정말로 전설 같은 기괴한 소문들이 있었다.

미녀들로만 이루어진 첩보암살단이니, 그 배후에 화성연합이 있니, 온갖 괴소문들이 가득하다.

실제로 그랬다.

그런 조직은 실존했으며 화성과 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고 이제는 독립하여 소속 없는 괴이한 군벌이다.

한 남자,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다는 저들의 수장, ‘오르골’이라는 자가 만들어낸 위업이었다.

너무 터무니없기에 과소평가되고 있었던 실체는 생각 이상이었다.

순식간에 무너진 화성과 달은 우두머리가 없었다.

국가도 아니고 일개 조직 따위가 이런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 기묘하다.

하지만 뭐 어떤가.

인류가 처한 상황도 기묘하기 짝이 없다.

지푸라기라도 되는 이상함이라면 기쁠 따름이니.

비현실 위에 비현실을 쌓아올리며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삶이다.

미 대통령은 허울뿐인 이 국가가 이제 인류 최후의 공식적인 국가이며, 다시 재건해야할 사명이 있다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회의에 집중한다. 들러리라도 뭘 아는 들러리가 될 필요는 있겠지. 군 최고 통수권자는 일단 자신이니.

베르라는 여인은 늘 그렇듯이 여러 가지 의견을 냈다.

전쟁이라는 관점에서는 미흡한 부분이 있으나, 특수전이라 불러야할 침투 따위에 있어서는 이제 모두 인정하고 있다.

묘기에 가까운 여러 가지 중대한 작전을 그녀들이 수행해냈다.

그들 역시 서포트 대부분을 잃었으나, 이제는 미국의 남아있는 기술자들과 병력의 지원을 받는다.

잔존한 DEVGRU 멤버들과 이루어낸 샌프란시스코 수복은 이미 기적으로서 널리 알려지고 있다.

비인도적인 유전복제와 조작 실험의 산물이라 멸시하는 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어야 했다.

그들의 생명 역시 저 비윤리적인 조직이 지켜내고 있으니.

과학이 윤리를 저버린다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저 조직의 요원들은 지구가 아닌 곳에서 싹텄기에 만들어진 기적 같은 괴물들이다.

그러니 그 ‘오르골’이라는 남자, 저 모든 요원들의 원본이라는 걸출한 천재만 다시 나타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개인 하나가 추가된다고 뭘 더 할 수 있겠나만은, 저런 비현실적인 조직을 실현시킨 수완에 기대를 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거기에 실제로 전면전을 벌일 여력이 없는 지금 저런 식의 강력한 유전자 조작 인간들은 유의미한 전력이 맞다.

하이브의 연결을 끊고, 통제를 잃은 괴물들보다 상대하기 쉬운 경우는 없으니까.

이미 그러한 초인들은 한 가지 병종으로서 기능하고 있을 지경이었다.

“그럼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결행은 다음주 중이 될 것 같습니다. 가장 많은 둥지가 휴면에 드는 타이밍으로 예측됩니다.”

이제 이 자리의 최고책임자로서 발언할 차례다.

“잘 들었소. 그것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한 발짝 더 이 종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겠지.”

“그렇습니다. 손실된 첨단 기술이 돌아오면 전면전의 희망도 생기니까요.”

무인화 된 전력들 대다수가 뭘 해보기도 전해 무력화되었다.

그것이 무기인지조차 모르는 괴물들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고 그저 방치하고 있다.

“섬유질은 특히 소화기간이 길기에 남미 쪽 대부분의 둥지들은 이미 휴면기입니다. 이보다 좋은 때는 앞으로 몇 년간 없을 겁니다.”

“기묘한 생태야. 정말 기묘해.”

“창조가 아닌 포식만이 목적인 우주의 유목민 같은 것들이라 생각하면 편하죠.”

“징기즈칸은 저것들에 비하면 아주 잘생겼을 거 같은데.”

“하하.”

삼키고, 에너지 화한다.

대다수의 병력들은 언제 건 에너지 소모가 없는 휴면이 가능하니 그런 식으로 개체수를 유지한다.

전투는 저 괴물들의 생업이며, 휴면은 다음 전투를 위한 준비다.

이미 정복이 끝났다고 판단하여 남은 우리들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절망적일지라도, 바로 이럴 때.

한방을 먹이고 반전을 꾀해야하는 것이다.

“잘 부탁하네. 전문가들. 이번 작전에 인류의 미래가 달렸어.”

베르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언제는 안 그랬습니까.”

일단 분위기는 좋았다.

누구도 절망에 집어삼켜지지 않았다.

그리히는 이 강하의 성공률을 그다지 높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마법적으로 가리고 날개를 펼쳤다.

그대로 다가가서 옆구리에 낀다.

그리히가 당황했다.

“오르골? 어째서?”

그리고 추진체를 역으로 분사한다. 본래는 속도를 낮추어 착지하기 위한 장치다.

대지가 가까워지는 속력이 더욱 빨라졌다.

소수의 비행체들이 우리를 노리고 날아들기 시작한다.

개체수가 많지는 않다.

생각해보면 화성에 존재하고 있는 것들도 대다수는 활동 중이지 않았다.

[은하의 포식자]를 기반으로 생각하면 알법하다.

휴면을 반복하며 에너지를 아끼는 형태로 진화한 모양.

마력이라는 영역까지 진화하지 못한 이상 이것들은 [은하의 포식자]의 하위호환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닮아있다.

혹시 이것들의 미래가 메인던전의 팩션인 것일까?

시간이 어떻게 꼬여있는지 모를 이런 미궁에서 가능성은 쓸데없이 무궁무진하다.

추진체를 핑계로 날개와 마력으로 가속한다.

그리히는 뭔가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나 인간을 초월한 수준의 G가 걸리면서 그대로 기절했다.

이 녀석도 초인인데 즉시 기절? 내가 너무했나.

속력을 조금 낮추고.

블랑쉐만큼 튼튼하진 않군. 너무 마인드맵이 있는 블랑쉐 기준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상이 가까워진다.

비행체들은 나를 전혀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

보는 눈이 있긴 하니까 적당히 끼워 맞출 뿐, 결국 내 힘은 이 세계에서는 지구를 습격한 외계생명체들보다도 더 초현실적인 무언가다.

불타는 유성이 너무 눈에 띄어도 곤란하니 더 이상 가속하지 않고 공간을 연다.

연속적인 공간이동은 순식간에 나를 지상으로 인도했다.

그리히는 시간감각이 혼란할 수 있게 그냥 기절한 채로 두자.

착륙한 곳은 뜯어먹힌 숲이었다.

이상한 표현이지만 실제로 그랬다.

거대한 생체 전차들이 벌목이 아니라 수림을 꼭꼭 집어삼키고 있다.

“오, 회수반인가.”

포식자에도 존재하는 녀석들이다.

마력이 깃들어 있는 모든 것, 그러니까 그야말로 모든 물질을 집어 삼켜 에너지로 환원한다.

이 녀석들의 경우에는 아직 유기물로만 한정되는 모양이다.

포식자들도 기왕이면 살아있는 유기물을 더 선호했다. 생명력이야 말로 그 무엇보다 더 강력한 마력이니까.

“이거 너무 내가 아는 거랑 딱 들어맞는데.”

마력 탐지는 수십 km를 퍼져나간다.

낯익은 장면이 많다. 실제 메인 던전에서 그것들을 만나도 이런 양상으로 진행되곤 한다.

휴면을 반복하는 괴물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틈을 만들어야 하니까.

“정말 이게 포식자의 과거라고 생각한다면…….”

더 비효율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하므로 휴면기도 더 길고, 그렇다면 지구가 버티는 것도 설명이 된다.

최초의 강력한 공세로 적의 저항을 분쇄한 후에는 가장 에너지 효율이 좋은 형태로만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메인 던전에서는 그것은 항성계 단위로 한다.

여기서는 행성 몇 개를 가지고 하는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잘 모르겠어서 대충 가운데다 떨어지긴 했는데, 이거 위에서 봐서 어디가 근거지인지 알 수가 없으니 말이야.”

투덜거리면서 걷기 시작했다. 날개는 다시 접어 넣는다. 괜히 저 일꾼들을 건드려서 위치를 노출시킬 필요는 없다.

하이브 마인드는 현재 승률을 엄청나게 높게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그때 그냥 달려가서 찢어버리면 끝이겠군.

“사람을 찾는 게 제일 큰일인데.”

마력탐지를 남발할 수 있는 건 좋지만 그래도 몇 시간 걸릴 거 같아서 슬프다.

그리히를 옆구리에 끼고 열심히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인간들은 함부로 초음속으로 날아다니면 이상하니까 적당한 속력으로만.

하이브 마인드의 이상한 주의를 끌지 않을 정도로만.

그리고 기왕이면 배치를 확인하고 내가 아는 포식자들과 다른 점이 있는지를 꼼꼼하게 체크한다.

화성에서 본 기록에 따르면 북부가 그나마 잘 버텼다고 했다.

조금 더 북부로 착륙하는 게 좋았겠지만, 이대로 북쪽으로 움직이면 곧바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나는 운이 좋았다.

그리히가 의식을 되찾을 때 쯤, 전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주 최근, 그러니까 무장한 인간과 되다만 포식자들의 전투였다.

물론 몇 km 바깥의 전투다.

나는 공간을 그 근처로 열었다.

그리히가 뭔가 눈치 채기도 전에 전장의 바로 옆까지 도착했다.

“오, 생각보단 살만한가 본데?”

재래식 병력이 전부일거라 생각했는데 전차를 끌 수 있네?

와, 저거 혹시 전기로 움직이나?

24세기는 신기하구만.

아예 마력으로 돌아가는 마도공학도 아니고 순수 과학의 고오급 기술은 미궁에서도 보기가 드물다.

미궁은 보통 마법이 먼저 발달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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