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에 갇힌 고인물-532화 (532/563)

망겜에 갇힌 고인물 532화

심연 2857층 - 덴버 탈환(3)

솔직히 말해서 곧바로 수송기에 탑승해 애드먼턴 시로 날아가는 것은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이건 미궁의 김오르골로서의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유시우로서 느끼는 위화감이다.

이거 맞아?

대뜸 미 대통령을 보러 슝하고 날아간다고?

거기다가 대체 왜 애드먼턴이야. 거긴 캐나다잖아. 왜 거기가 미국의 수도가 되어있지?

그 대답은 우리를 실어 나르고 있던 백발의 상사가 해주었다.

“하하, 화성에 고립되어 있다가 탈출했다고 하셨죠. 그럼 모르실만도 하죠. 캐나다는 망했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운이 나빴죠. 지금이야 알래스카 가까이 떨어진 벌레들을 소탕하고 철수했지만, 그렇다고 처음에 캐나다로 떨어진 놈들이 없진 않았거든요.”

그러니까 캐나다의 국가 수뇌부는 굉장히 우연하게도 첫 습격때 직격을 맞았고, 그대로 날아갔다고 한다.

“사실 다른 나라라고 그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미국 옆에 붙어있어서 너무 평안했던 모양이군.”

“따지고 보면 결국 그거죠. 캐나다를 치면 미국을 치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그러니 아무도 걱정을 안 했죠.”

* * *

일어날 수 없다는 확신이 팽배해지면 해이해지기 마련이다. 그건 어리석은 일이 아니다.

확률이 지나치게 낮은 일을 배제하는 것은 효율적인 일이다.

그런데, 정말로 재수가 없었군.

“하지만 우리는 다행이었죠. 어쨌든 이 재앙에 유일하게 대응같은 대응을 했던 나라 옆에 붙어있었거든요.”

어차피 외교는 망가졌다. 남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북으로 후퇴하며 협력을 요청하는 미국의 산하로 들어가기를 원했다.

“저도 원래 캐나다군이었습니다.”

“괜찮나?”

“그럼요. 뭐, 일단 살아남고 나면 어떻게든 되겠죠.”

대화를 굳이 더 하지는 않았다. 상사는 정보를 제공하라는 지침을 받은 듯 묻는 말에는 꾸준히 대답했으나, 내게 질문을 하진 않는다.

나는 지금 ‘기사단장’인 셈인가. 그건 계급으로 치면 어느 정도지?

중장의 반응으로 생각하면 그보다는 높은 암묵적 인정을 받고 있다.

이건 아마 베르의 수완이 좋아서일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기사단이 가지는 지위는 특수전사령부 이상인 모양이었다.

실제로 특수전이라고 할만한 것이 대괴수전 밖에 남지 않기도 했다.

당연히도 오르골의 복제인간들은 가장 그런 짓을 잘하는 존재다.

왜 그런 존재들이 다른 곳에는 없는가?

윤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기가 막힌 일이다.

한구석도 빠짐없이 순수한 악의 조직이기에 가능한 무자비한 인체실험과 연구였다.

그런 것이 뒤늦게 인류의 희망이 되다니.

생각해보면 권선징악을 현실에서 잘 일어나지 않기에 소설이나 영화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면 ‘오르골’은 정말로 이 세계를 집어삼켰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미궁으로 끌려가 몰락했기에 이 세상은 구원받는다.

비행 중의 요격이나 습격은 없었다.

고도를 더 높이면 생길 수 있었겠으나, 되다만 포식자들은 인류를 완전히 다운 상태라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알래스카에 가까운 북부가 안전한 이유도 유기물이 많은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 아래의 아마존의 열대우림이나 어족자원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듯하다.

들으면 들을수록 생각보다 좋은 것 같다가도 나쁘다.

나는 24세기를 잘 모른다. 마법 없는 순수한 과학의 근미래를 잘 모른다.

그러니 판단을 보류하고 잠자코 있었다. 어차피 내가 운영할 나라는 아니니까.

수송기는 곧 착륙했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두 명을 위해 수송기가 뜨는 것은 대단한 사치라는 모양이었다.

내가 날아가는 게 더 빠른데. 그리 생각하면 또 아쉬운 낭비 같다는 생각도 든다.

대통령은 젊은 사람이었다.

물론 대통령 치고는 그렇다는 것이다. 이제 40대의 끝자락으로 접어드는 나이라고 했는데 그보다는 훨씬 더 늙어 보인다.

그럴만도 한게 그는 벌써 11년간 대통령이다.

선거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은 아니겠지만, 이 상황에서 저 책임의 지위에 오르고 싶어했던 이들은 생각보다 적었다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미증유의 재앙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으로 느껴질 만큼의 대응을 해낸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 같다.

과연 관상부터 다르다.

전시의 훌륭한 리더들은 대체로 차분하지만 사나운 인상을 풍긴다.

서버를 전전하며 가지게 된 일종의 선입견이지만, 대체로 옳았다.

늙은 독수리 같은 반백의 남자는 한숨을 쉬듯이 입을 열었다.

“그대가 오르골이군.”

“그렇다.”

“무엇을 할 수 있지?”

단도직입적이군. 베르는 어디 있지?

느낌상 앞서서 먼저 나와 접촉하려고 시도한 것 같다.

내부알력이 완전히 없을 수는 없겠지.

나는 반쯤 귀찮음을 느끼며 답했다.

“무엇이건.”

“농담하지 말게.”

“농담으로 보이나?”

‘오르골’이라면 이렇게 무게를 잡았을까? 잘 모르지만 그냥 지른다.

“내가 아니라면 누가 지금 기사단이라 불리는 조직을 만들어낼 수 있지? 저것들의 습격을 가장 먼저 겪은 후 생환하여 돌아올 수 있지?”

“그런 문제가 아닌데…….”

“그렇다면 원하는 것을 말해라.”

“미치겠군. 다들 자네 복제인간이라고 하던데. 누굴 닮았는지 참 잘 알겠어.”

“시비거나?”

대통령이 입맛을 다셨다.

“그럴 생각이었으면 경호원이 산더미는 있었겠지.”

“소용없을 거다.”

“그래도 시비를 걸 거면 그랬을 거란 말이야. 오르골. 그럼 다른 이야기를 하지. 이곳은 어때 보이나?”

“꽤 살만해 보이는군.”

어쩌다가 미 대통령을 겁박하고 있게 된 거람.

어쨌든 천조국 황상은 재미없는 농담 따먹기를 할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괜찮아 보인다고? 그럴 수 있지. 하지만 알다시피 다 환상이야. 언제 무너질지 모르지. 벌레들이 우릴 이미 끝장났다고 판단해서 유지되고 있는 평화일 뿐이란 말이야.”

준비된 지도가 펼쳐졌다.

“갑작스러울 수 있겠지만 협력해줘야겠어. 자네도 인류가 멸망하는 걸 바라지는 않겠지?”

“좋군.”

“허례허식을 좋아하진 않는다고 들었다네. 좀 떠본건 사과하지.”

“받겠다.”

약간의 주도권 싸움을 해본 모양이다. 기사단이 가지는 입지가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있었다.

대규모 병력을 그렇게 굴리면서도 소수의 강력한 전력을 무시하지 못한다라.

만약 지금 당장 전면전을 벌인다면 틀림없이 조직이 패배한다.

수를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조직 없이는 벌레들에게 희망을 가질 수도 없다.

그런 비장의 카드가 되어버린 모양.

주도권이 내게 있다면 좋다.

어차피 이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전력을 낼 수 있으니까.

대통령은 지도에 다트를 떨어트렸다.

“덴버가 필요하네.”

지도 위에는 여러 가지 표시가 있다. 나는 그걸 읽을 수 있다.

이 지도는 작계의 일부다. 휴면 중인 둥지의 표시들이 보인다.

나머지 둥지들도 보였다.

북미에만 대충 잡아도 300여개에 가까운 둥지가 있다.

둥지 하나하나의 병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억으로 세는 것이 더 빠른 정도의 병력이 존재한다는 뜻.

과연 하이브 마인드가 인류의 다운으로 판단할만도 하다.

저들이 한 번에 덮쳐온다면 결코 이길 수 없다.

“다시는 오지 않을 적기지. 전진 배치된 둥지들은 대체로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느라 휴면에 들지 않았거든.”

대통령이 고개를 든다.

“아참, 자네는 이 사태가 터졌을 때 지구에 있지 않았다고 했지. 어찌, 이놈들의 습성은 어디까지 아나?”

“나보다 잘 아는 이는 없을 정도로.”

사실이다. 포식자의 프로토타입으로 보일 정도로 흡사하니까.

이미 검증도 마쳤다.

아주 깊이 들어간다면 다를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마력의 존재를 모르는 포식자다.

“좋아, 그럼 다 이해하겠군. 지도 볼 줄 아나?”

“알지.”

“그럼 내가 이 컨닝페이퍼를 꺼낼 필요도 없겠군.”

대통령이 일종의 대본으로 보이는 종이를 구겨버렸다.

일대일 대면에서 나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 여겼던 모양.

“우린 이미 작전을 모두 수립하고 며칠 후의 실행만을 기다리고 있지. 급하게 끼어들어줘야겠네. 그래서 다시 한 번 묻지. 뭘 할 수 있나?”

이번 질문은 의미가 약간 다르다.

군사적으로 내가 어떤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였다.

난 이미 지도에 표기된 내 위치를 보았다.

훑어보자 기동대와 주력부대 모두에 골고루 ‘기사’들이 배치되어있다.

나는 최전방이었다.

대위가 내 전투력에 대해서 이미 보고를 했을거라고 보는 게 타당하겠지. 그리히는 내 옆에 붙여두었다. 판단을 보류한 모양이다.

“베르는 이 작전을 알고 있나?”

“알고 있다네. 하지만……. 솔직히 자네 부하들을 다 믿기는 힘들어서……. 크흠. 실례일 수 있지만 무슨 말인지 알 거라고 생각하네.”

그야 뭐, 대놓고 아버지 운운하며 세뇌 당하는 요원들이다.

‘오르골’은 요원들에게 전지전능 그 자체일 것이다.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액면 그대로 신뢰하긴 힘들겠지.

나는 가만히 지도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오르골’처럼 말했다.

“병력을 줄여라. 불필요한 희생이다. 내가 좀 고쳐주지.”

“잠깐, 그건 전문가들이 이미 지난 몇 달간에 걸쳐…….”

무시하고 손가락을 긋는다. 지도 위의 표시가 변하기 시작한다.

대통령이 당황한다.

내가 이걸 수정할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을거다.

그러니 수정을 위한 도구도 없다. 펜도 무엇도 없이 지도 위의 표시가 춤추기 시작한다.

병사들의 위치가 변한다. 공세가 아니라 수세로, 우리의 공격에 자극받은 벌레들이 어떻게 흩어져 어떤 행동을 취할지 주석이 달리기 시작한다.

공세에 나서는 병력은 기존의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둥지들을 일제히 밀면서 들어갈 예정이었던 공세의 방향도 달라진다.

커다란 화살표가 모든 것을 무시하고 그대로 덴버를 지나 남쪽으로 뻗어 내려간다.

죽죽 뻗어나가 멕시코까지 도달한 후에 나는 화살표를 정지시켰다.

“이번에 여기까지 밀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차피 미래가 없다.”

“그건…….”

모르진 않겠지.

포식자들은 우주 항행이 가능하지만 의외로 수중행동에 약하다.

헤엄을 칠 수는 있고 충분히 빠르지만 그 전투적인 진화 방식에 비하면 확실히 아쉽다.

우주유영과 수중유영은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유기물이 있다고 반드시 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물이 풍부한 행성은 포식자로서도 드문 케이스다.

그러니 파나마 운하까지 밀어버리고 정비를하게 해두는 편이 좋았다.

그동안 나는 대가리를 베고 다니면 될 것이고.

“결행일은 3일 후군. 오늘 새벽에도 가능한가?”

“이건 나 혼자 결정할 수 없는 문제네. 회의를 소집해야겠지.”

“최대한 빠르길 빌지.”

여기까지하면 ‘오르골’ 같나? 이제 나가야겠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히가 찜찜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경호원들도 바깥에서 마찬가지의 표정이다.

“베르를 보러간다.”

“알겠습니다.”

날 여기로 안내한 장교를 지긋이 보았다.

그는 황망하게 내가 나온 방 안쪽을 보았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반쯤은 어이없음으로, 그리고 나머지 반은 희망으로 지도를 보고 있었다.

곧 그가 소집한 장성들과 각료들이 모였다.

“이걸 봐주게.”

주석까지 친절하게 달려있다. 저절로 생겨난 글씨는 언뜻 보기에는 프린트한 것 같다.

작전이 완전히 뜯어고쳐졌다.

디테일은 부족하지만 이게 가능성이 있다면 그렇게 수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곧 감식 결과도 도착했다.

“완벽한, 아주 완벽하게 평범한 지도입니다. 재질도 성분도 달라진 바 없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그냥 종이 위에 펜으로 그리고 프린트로 인쇄한 것입니다.”

CCTV에 남아있는 영상에는 갑작스럽게 변하기 시작한 지도를 그대로 남겨두었다.

초자연적인 어떤 현상의 모든 증거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일어난 현상엔 어떤 트릭도 없었다.

“그래, 그 퍼포먼스는 그렇다 치자고. 내용은 어떤가?”

몇몇 참모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 또한 어디론가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자문을 위한 박사가 서둘러 도착했다.

“이건 현재 추정되고 있는 그것들의 습성이 사실이라 가정하면 성립합니다.”

“이런 제기랄 설명을 좀 하라고 해!”

“요청은 해보겠습니다.”

기사단은 여전히 비밀이 많다. 최선의 협력을 하는 것은 표면상일 뿐이다.

내부 조직의 구조와 인원은 속속들이 알고있지만 그들의 과거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필요하니까 거기까지 차마 캐지 못하고 공투할 뿐이다.

찝찝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그 수장이라는 남자는 오랜 실종에서 돌아오더니 더욱 찝찝함을 더한다.

참모들의 의견이 종합되었다.

국방장관이 의견을 말했다.

“각하,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근거는?”

“지금까지 의심되던 벌레들의 습성이나 둥지의 형태에 대해 너무나도 명료하게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멕시코까지 밀고 들어가겠다는 그 남자는 얼마나 강한 건가? 내 눈이 삔 것이 아니라면 이 병력으로는 불가능한데.”

국방장관은 담담하게 말했다.

“기사단의 요원들이 지금까지 했던 저 남자에 대한 찬양이 전부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장난치는 건가?”

국방장관은 고개를 저었다.

“저런 벌레들이 11년 전에 갑자기 외우주도 아닌 태양계 내부에 출현해서 우리를 끝장냈습니다.”

국방장관은 기존의 작전안과는 다르게 수비로 돌려진 병력들의 규모를 하나하나 읊는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이런 규모의 전력 압축을 해낼 수 있는 전력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개소리지 않나.”

“저도 압니다. 하지만 세상에 일개 사단급의 전력을 홀로 지닌 인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전쟁은 처음부터 그런 것이었습니다.”

불합리, 비현실, 비과학.

“실패한다면?”

“나쁠 것 없지 않습니까.”

기사단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수장은 죽고 권위는 실추되니까.

필요한 전력을 온전히 미군의 전력 하에 넣을 수 있다.

성공하는 것이 가장 좋겠으나, 최악의 경우에도 덴버는 탈환할 수 있다.

그걸 위해 긴 시간을 준비해왔으니까.

그럼에도 대통령은 이런 급조 작전에 인류의 운명을 맡겨야하는가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했다.

세상이 이 꼴이 되어도 가장 높은 곳에서 책임을 지는 자는 고민해야한다.

그의 결정이 곧 인류의 결정이 된다.

멸망 혹은 재기.

대통령이 결단했다.

“좋아. 일단 알고 있는 것 전부 불라고 좀 하게. 안 되더라도 제발 좀 토해내라고.”

“작전은…….”

“당장 가서 마저 수정해와!”

시간이 없다.

다들 흩어진 빈자리에서 대통령은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세상이 미쳤군. 그래. 내 임기 첫날부터 미쳐있었지. 돌아가시겠어.”

기이한 정장과 페도라의 남자가 보내던 눈빛을 떠올린다.

세상에 초연한 듯 한 무심함이 있었다.

그러면서 이런 재앙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고 빨리 끝내야하는 귀찮은 일이라는 듯 한 감정이.

더해서 그걸 숨길 생각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눈을 마주쳤을 때는, 어째서인지 뒷걸음질을 칠뻔했다.

인간이 아닌 것 같았다.

그 탈을 쓴 괴물.

사실은 바깥의 저 벌레들과 크게 다르지도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흐으, 그래야지. 차라리 그래야지.”

괴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대통령은 생각했다.

왜 우리만 불합리하게 당해야하나?

저 벌레들도 좀 당할 수 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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