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의 시체줍는 천재전사-12화 (12/288)

상인과 대장장이(2)

“이 미친 새끼가!”

건달은 팔을 휙 잡아당겼다. 당연하게도, 놈의 팔은 옴짝달싹 하지 않았다.

댈런은 손아귀에 살짝 더 힘을 주며 말했다.

“사람이 질문을 하고 있지 않냐. 그쪽 손목은 얼마냐니까?”

“이, 이···.”

건달은 당황했다. 무슨 오크에게 손목이 붙잡힌 것 같았다.

경험 많은 용병이었다면 이쯤에서 수준의 차이를 느끼고 물러섰을 터.

“씨발, 손목 따위! 배때지를 쑤셔주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놈은 겉멋과 오기만으로 살아온 동네 건달이었다.

휘릭.

단검을 자연스레 떨어뜨리고, 반대쪽 손을 번개같이 놀려 그걸 잡아챈다. 그리고 곧장 댈런의 배를 향해 단검을 찔렀다.

건달치고는 수준급의 칼 다루는 실력. 사실 놈은 동네 조직에서도 한가락 하는 놈이었다.

그런 건달의 경험상, 아무리 힘이 장사라 해도 날붙이 앞에서는 평등해지는 법.

헐렁한 천옷에 무기 하나 없는 댈런 역시, 놈의 짧은 인생 경험에 의하면 먹잇감에 불과했다.

찹.

그렇기에 건달은, 댈런이 단검을 잡아냈을 때 눈을 휘둥그레 뜰 수밖에 없었다.

“매, 맨손으로···?”

장갑 하나 없는 맨손이, 단검의 날 부분을 단단히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초인적인 근력과 거듭 높아진 기량, 한계를 돌파한 갑주격투의 절묘한 조화였다.

“죄, 죄송······.”

건달은 턱을 덜덜 떨며 댈런을 올려다봤다. 댈런은 피식 웃었다. 이 새끼가 칼빵 놓을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죄송하대?

그가 말했다.

“손모가지 하나에 은화 하나. 어떠냐?”

“아, 안 돼! 안―끄아아악!”

우드득!

손아귀에 가볍게 힘을 주자 손목뼈가 잘게 바스라진다. 이 정도 복합골절이면 지구로 돌아가도 치료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 쓸데없는 생각과 함께, 댈런은 퍼덕거리는 건달의 다른 손목마저 서슴없이 으스러뜨렸다.

우드드득!

“끄아아! 끄아아아아!”

땡그렁!

댈런은 길바닥에 단검을 대충 던져둔 뒤, 고통에 몸부림치는 건달을 발로 툭 밀었다.

그리고 길바닥에 나동그라진 건달 앞에 쭈그려 앉았다. 그가 말했다.

“야.”

“끅. 으윽.”

건달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고통보다도 공포가 더 앞서는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끅끅 신음만 뱉어댄다.

댈런은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작게 속삭였다.

“셋 셀 때까지 꺼져라. 하나.”

“끄으, 텔리아 상회주님, 아니 반칼 형님만 이 사실을 알아도 넌 뒈졌어!”

“둘.”

“으아아악!”

건달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댈런은 그 뒷모습을 보다가 일어나서 허리를 쭉 폈다. 반칼? 어디서 들어봤던 것 같은데.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뒤를 돌아보니, 페니가 대장장이를 부축해 일으키고 있었다. 대장장이가 말했다.

“이, 이보게. 자네 방금 뭘 한 겐가?”

“아무한테나 칼빵 놓는 애새끼를 손 좀 봐줬소.”

뭐 그리 호들갑이냐는 댈런의 태도에, 대장장이는 말문이 막힌 듯 조용해졌다. 약간 충격을 받은 것 같기도 했다.

그 표정을 본 댈런은 순간 아차 싶었다.

‘이 양반 지금 멘탈이 약할 시기지.’

르베론은 댈런의 영입 후보 1군에 있는 NPC 중 하나다. 하지만 이 대장장이가 게임 초반부터 빛을 발하는 건 아니었다.

나중에는 망치로 악마의 머리통도 날려버리는 대장부가 되지만, 지금은 어쨌거나 그의 인생 밑바닥 시점.

댈런은 뒤늦게 머리를 긁적이며 덧붙였다.

“죽이진 않았잖소. 저쪽은 맨몸인 나를 칼 들고 위협했고. 경비대가 오면 정당방위라고 하면 그만이오. 장사에는 별 문제 없을 거요.”

“그게 아니라······.”

르베론은 말을 잇지 못하더니,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미안하게 됐네. 그래도 나와 내 조카딸을 구해 준 은인이니, 혹시 들어가서 맥주라도 한 잔 하며 이야기하겠나?”

댈런은 머리 긁적이던 손을 멈췄다.

맥주?

그거 좋지.

***

“미안하네. 내 고맙다는 말부터 했어야 하는데. 요즘 너무 많은 악재가 겹쳐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

대장장이는 큰 잔에 맥주를 담아오며 말했다.

“나는 르베론 아하킴이라고 하네. 이쪽은 내 조카, 페니. 내가 딸처럼 아끼는 아이일세.”

“음.”

댈런은 맥주잔을 기울인 채로 고개만 끄덕였다.

르베론이 만든 맥주는 게임에서도 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오죽하면 게임 중반부부터는 그의 대장간 옆에 항상 주점이 딸려 있었을까.

전세계에서 모인 수많은 영웅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극찬할 정도의 명주.

직접 마셔보니, 과연 일품이었다.

“아까 그 건달은 채권자가 보낸 사람이라네. 장사하는 사람이 다 그렇듯이, 나도 빚이 조금 있었지.”

탁.

댈런은 소리나게 잔을 내려놓았다. 그는 입가에 묻은 거품을 훔치며 물었다.

“조금?”

“···원래는 조금이었네.”

그때 부엌에서 페니가 맥주잔을 들고 오더니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 댈런이 마신 양을 보고 뜨악한 얼굴이 되었다.

“···제 것도 드실래요?”

“술 안 좋아하시오?”

“딱히.”

“사양하지 않지.”

금세 잔을 비우고 새 잔을 들이키기 시작한 댈런 앞에서, 르베론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놓았다.

그의 가게는 대장간 거리에서도 입지가 썩 나쁘지 않은 곳에 있었다. 당연히 땅값도 비쌌다.

때문에 처음 가게를 열 때, 그는 빚이 조금 생겼다.

말 그대로 조금이었다.

원래의 채권자가 그 빚을 텔리아 상회에게 넘기기 전까지만 해도.

“채권자가 바뀌었다니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날 대하는 태도가 썩 괜찮아 보였네. 그들은 이자율을 낮춰줄 테니, 돈을 더 빌려가지 않겠냐고 했지. 대장간에 필요한 기구들도 자신들이 싼 값에 팔아주겠다고 하면서. 그렇게 빚이 늘어가기 시작했네.”

원래 돈은 벌기보다 쓰기가 더 쉬운 법. 여기저기 필요한 곳에 돈을 쓰다보니,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르베론은 원래보다 거의 열 배나 되는 빚을 떠안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뒤늦게 현실을 자각한 그는 어느 날, 더 이상 돈을 빌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상회는 그날부로 태도를 180도 뒤집었다.

“놈들이 이자율을 늘리기 시작했네. 나중에는 전 채권자에게 내던 이자보다도 더 많이 요구하기 시작했지. 거기다 어느 순간부터 손님도 줄어들고, 계속해서 이상한 재료만 가게로 납품되더군.”

나중에 알아보니 그 모든 건 상회의 뒷공작이었다.

전말을 알게 된 르베론은 분노에 치를 떨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는 이미 산더미같은 빚을 떠안고 있었으니까.

“···상회는 나에게 거래를 제안하더군.”

크흑.

취기가 올라왔는지, 르베론은 눈물을 삼켰다.

세 잔째 맥주를 비우고 막 네 잔째에 손을 가져가던 댈런은, 그 울음기 섞인 목소리에 잠시 손길을 멈칫했다.

스윽.

물론 손길이 멈춘 건 잠시였다. 대신 예의상 질문은 하나 던졌다.

“무슨 거래요?”

“가게를 접고 자신들의 공방에 들어오라고 했네. 5년만 일하면 빚을 다 갚은 걸로 쳐주겠다더군. 하지만 알잖는가? 나 같은 동네 대장장이는 가게를 접는 순간 망한다는 걸. 5년동안 빚을 갚고 나와봐야, 남의 대장간에서 일하다가 쫓겨나는 미래밖에 남지 않는단 말일세.”

하긴, 경력직 신입이라도 나이 제한이 있긴 하지.

댈런은 반쯤 비운 잔을 내려놓았다. 시원하게 톡 쏘는 끝맛이 잔잔하게 목구멍을 간지럽혔다.

대화는 이쯤 하면 충분한 듯했다.

“나도 참 은혜를 모르는 놈일세. 손목이 날아갈 뻔한 걸 구해준 은인에게, 이런 푸념이나 하고 있다니······.”

“얼마요?”

“···뭐라고?”

댈런은 다시 말했다.

“빚이 얼마인지 물었소.”

르베론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가, 댈런의 속내를 알아채고 고개를 저었다.

“이보게, 이건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네. 순은 구역에서도 이런 거금을 쉽게 만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게야.”

아 그러니까 얼마냐고.

댈런이 말없이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두드리고 있자, 르베론은 한숨을 푹 쉬며 고백했다.

“이십오, 아니 이번 달 이자까지 이십육 플로린이네.”

“대신 갚아주겠소.”

드르륵.

댈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생각했다. 충동적인 현질이었지만,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고.

초인적인 육신과 계승자 옵션은 이미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보스몹이 됐어야 할 낮은 거리의 괴인은, 그 고통스러운 삶을 일찍 매듭지었다.

프로그맨 군세를 이끄는 학살자 델릭 발렌티노는, 하수도에 버려진 차가운 주검이 되어버렸다.

‘페니 역시 원래라면 하수도에서 죽었을 운명이었겠지. 델릭 발렌티노의 프로그맨들에게. 수백 회차 동안 한 번도 못 본 이유가 있었어.’

이미 뒤바뀌기 시작한 미래.

댈런은 그 흐름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빠르게 바꿔나갈 생각이었다.

멸망을 향해 다가가는 암울한 세상.

충분한 힘과 가능성이 있는 이상, 그 운명을 바꾸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건 이 세계의 주민들을 위한 길인 동시에, 댈런 자신을 위한 길이기도 했다.

“대체 어떻게 갚겠다는 건가? 자네가 아무리 뛰어난 전사라도, 그 많은 금화를 어디서 가져오려고?”

절반 남은 잔을 마저 비우는 그를 향해, 르베론은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어조로 물었다.

댈런은 낮게 웃었다.

“다 방법이 있으니 걱정 마시오.”

그가 기억하는 르베론의 첫 등장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하나뿐인 조카를 허무하게 잃고,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파묻혀 거리에 내몰린 걸인의 모습.

모니터 너머로도 느껴지던 그 좌절감마저도 이겨내고, 결국 대륙 최고의 대장장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그다.

“이보게! 대체 그 방법이 뭔지나 말해보게.”

“그건 궁금해할 것 없고, 대신 빚 갚아주면 내 갑옷이나 좀 만들어 주시오. 검이랑 방패도.”

댈런은 그 출발점을 조금 올려볼 생각이었다.

인생의 저 깊은 계곡마저도 딛고 올라선 전설의 장인이, 좀 더 나은 새출발을 할 기회를 얻게 된다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고작 금화 한 줌으로 그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남는 장사도 없겠지.

“빚을 갚아주면 그것 정도야 못해주겠나. 하지만······.”

댈런은 씩 웃었다.

“기대하겠소.”

그는 나가기 전 가게 안에 진열된 손도끼 하나를 집어들더니, 허리띠에 척 끼우고 말했다.

“이건 선금으로 받아가도록 하지. 맥주 잘 마셨소.”

쿵.

댈런이 나간 자리에는, 황혼녘의 붉은 햇빛만이 둥둥 떠다니는 먼지를 비출 뿐이었다.

그때 주방에서 맥주를 한 잔 더 가져온 페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댈런 씨는요?”

“···페니야. 저 사람은 누구니?”

르베론의 말에, 페니는 목덜미를 긁적였다.

“어···사실 사람인지 아닌지부터 고민해보긴 해야 되거든요.”

***

대장간을 나선 댈런은 곧장 상인 길드로 향했다.

자고로 돈 버는 사람에게는 밤낮이 없는 법. 상인 길드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볼크마 갈리오스가 어디 있는지 아시오? 필요하면 이곳에서 이름을 대라 했는데.”

길드 창구에 그렇게 묻자, 직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죄송하지만 누구시기에 갈리오스 상단주님을 찾으시는지······.”

“댈런이오.”

댈런은 용병패를 꺼내 직원에게 보여주었다. 은패를 본 직원이 벌떡 일어났다.

“아, 댈런 님이셨군요! 그렇잖아도 상단주님께서 일주일쯤 전에 미리 언질을 넣어두셨습니다. 댈런 님께서 자신을 찾으시면 두 말 없이 모셔오라고 말이죠.”

뭐야, 그 양반이 그렇게까지 해 뒀다고?

필요하면 길드에서 본인을 찾으라기에 온 거긴 하지만, 솔직히 으레 하는 말인 줄 알았다.

사회적인 지위를 놓고 볼 때, 상단주와 은패 용병의 격차는 상당히 크니까.

그렇기에 댈런은 큰 기대 없이 왔다. 길드에서 알려주지 않으면 그냥 시에나를 통해 찾아가면 될 일이니까.

그랬던 와중에 이토록 급격한 직원의 태도 변화라니. 댈런의 입장에서 조금 놀랄 일이었다.

“고블린을 맨손으로 두 동강 낸 전사시라지요.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 이쪽으로. 갈리오스 상단 지부로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직원은 곧장 창구를 뛰쳐나와 길드 건물 밖으로 안내했다. 그 적극적인 모습에 댈런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역시 큰 돈이 움직이는 곳은 서비스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좋았다.

립서비스도 포함해서.

“고블린 습격 사건은 저도 들었습니다. 상단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곳의 모두를 구해내셨다죠. 마치 북부인들이 섬기는 투쟁의 신···.”

“그건 그렇고, 갈리오스 상단이 지부도 있었소?”

“아, 상단주님께서 이번에 지부를 새로 만드셨답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팔시온에서 신규 사업을 확장하실 계획이시라고······.”

“······.”

이거 립서비스가 좋은 게 아니라 그냥 수다쟁이한테 걸린 것 같은데.

다행히 수다쟁이 직원은 말만 잘 하는 게 아니라 능력도 좋았다.

얼마 가지 않아 나타난 4층짜리 벽돌건물 앞에서, 직원은 두 손을 공손하게 모으며 말했다.

“여기가 갈리오스 상단에서 이번에 매입한 지부 건물입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안내 고맙소.”

은화를 튕겨주자 허리까지 깊이 숙이며 받아낸다. 직원이 늘어놓는 감사의 말을 뒤로 하고, 댈런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쾅! 쾅!

덜커덕, 쿵!

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후끈한 열기와 소음.

“어이! 새 물건 들어온다! 여기 있는 짐 다 저쪽으로 옮겨!”

“무두질한 가죽은 따로 분류해야지 멍청아! 당장 다시 작업해!”

“갈고리 조심해라! 상단주님께서 어떤 상황에도 안전이 먼저라고 하셨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나르는 나무상자, 바구니, 가죽 포대와 장구류 묶음들.

해가 떨어졌음에도 부산스레 돌아가는 지부 건물은, 갈리오스 상단주가 새로운 사업을 확장한다는 소문이 거짓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댈런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인부들의 작업을 구경했다. 그 안에서 상단주를 찾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는 다른 인부들과 마찬가지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지시를 내리는 동시에 짐을 옮기는 중이었다.

“오늘치 수레 두 대분 남았다! 모두 힘내자! 자, 이것 좀 저쪽으로 옮겨주시게나. 그리고···.”

“오랜만이오, 상단주.”

댈런의 인사에 상단주는 잠시 눈을 끔뻑거렸다. 그리고 이내 환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댈런? 아니, 북부의 대전사가 이곳까지 어쩐 일인가! 어쩐지 어제 꿈자리가 좋더라니. 자네를 만날 길조였나 보군!”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갈리오스 상단주를 보며, 댈런은 낮게 웃었다.

역시 남 얼굴에 금칠 하나는 끝내주게 하는 사람이라니까.

상단주는 소매로 주룩주룩 흐르는 땀을 훔치며 말했다.

“그래서, 고블린을 동강낸 전사께서 나를 찾아오신 이유가 뭔지 알 수 있겠나?”

“돈 좀 주시오.”

상단주는 땀을 훔치다 흠칫 굳었다. 그는 황급히 표정을 수습하며 말했다.

“이런. 내가 너무 일을 열심히 한 것 같네. 자네의 말을 곡해해서 들은 것 같구만. 혹시 다시 말해줄 수 있겠는가?”

살짝 당황한 그 모습에, 댈런은 씩 웃었다.

그는 한 손은 주머니에, 한 손은 허리춤의 도끼에 턱 걸치고 말했다.

“돈 좀 달라고 했소. 금화 한 줌 정도. 주머니도 덤이면 더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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