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밤(2)
끄에에에에―!
아래턱 떨어진 시체괴물이 비명을 질렀다.
아래턱이 박살나며 목 부분까지 일부 떨어졌음에도, 그 비명에는 변함이 없었다.
놈이 비명을 내지르는 방식은, 일반적인 동물처럼 목구멍으로 내지르는 게 아니었기 때문.
흐에에에에에―
놈의 몸뚱이를 구성하고 있는 수십 개의 몸통과 팔다리 사이사이로, 눈을 하얗게 뜬 채 고개를 내민 수많은 머리들.
허어어―
꺄아아아아!
흰 머리칼 노인의 머리, 검은 피부에 코가 오똑한 여자의 머리.
으아아아아!
우어, 우어어어!
입술 절반이 뜯겨나간 청년의 머리, 눈과 코와 귀가 뭉개진 머리.
지옥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을 증명하듯, 인종과 성별이 뒤섞인 얼굴들이 제각기 비명을 질러댄다.
놈이 질러대는 괴성은, 그 다채로운 비명들의 합주곡이었다.
“···지랄을 하네, 진짜.”
댈런은 시체괴물의 위쪽 턱에 매달린 채 얼굴을 찌푸렸다.
코앞에서 수십 명이 떼창을 질러대니, 말 그대로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는 찌푸린 얼굴 그대로 검을 올려그었다.
콰지지직―!
검끝에 내장과 살덩이가 엉겨붙는다. 뼈마디 수십 개가 한 번의 검격에 쪼개졌다.
덜렁대던 머리 윗부분이 그 일격에 몸에서 끊어져 떨어졌다.
콱!
댈런은 떨어지는 시체 덩어리를 걷어차고, 그 반동으로 괴물의 몸통 위에 올라섰다.
끼에에에에!!
머리가 끊어졌음에도, 시체괴물은 여전히 비명을 질러댄다.
애당초 평범한 칼질로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놈은 수십 구의 시체가 지옥의 마력으로 한데 뭉쳐진 마물.
그 마력의 핵을 찾아 파괴하는 것이, 가장 정석적인 사냥법이었다.
콰직!
댈런은 놈의 등판에 검을 박아넣었다.
그의 검끝에 비쩍 마른 남자의 몸뚱이가 꿰뚫렸다. 얽혀 있던 팔다리도 몇 개쯤 잘려나갔다.
흔들리는 괴물의 등판 위. 댈런은 떨어지지 않게 검을 꽉 잡은 채 감각을 넓혀갔다.
평범한 오감이나, 초인의 육감이 아닌 마법사의 마력 감응력.
그건 마력 수치가 10을 돌파할 때부터 어렴풋이 느껴지다가, 주문을 사용하며 확실하게 깨닫게 된 감각이었다.
스으으―
눈을 감고 집중한다. 괴물의 몸속에 휘도는 불길한 마력의 흐름을 읽어낸다.
수십 구의 시체를 붙들어 메고, 이미 죽은 그 몸뚱이들에 고통으로 가득한 내생을 부여하는 지옥의 마력.
높은 지능 수치로 그 흐름을 역산해, 마력이 뻗어나오는 중심부를 찾아낸다.
‘저기군.’
댈런은 눈을 떴다. 그는 깊이 박힌 검을 오른손으로 잡아채고, 빈 왼손을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한 번 거하게 불장난을 쳐 본 이상, 주문을 사용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공기중에 흘러다니는 마력의 바람을 엮어내, 불꽃의 심상을 투영하며 구체화한다.
“이그넬 로트.”
화륵!
영창으로 그 실체를 물질계 위에 빚어내고.
꽈악―
불꽃의 화살을 주먹 안에 말아쥔 후, 댈런은 그 주먹으로 괴물의 등판을 내려찍었다.
뻐어어엉!
살가죽이 터져나가는, 북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
숙련도 70퍼센트를 넘어선 데하만의 갑주격투와, 댈런의 비상식적인 근력이 만나 괴물의 등판에 깊은 구멍을 뚫어버렸다.
그 구멍의 끝, 검붉은 색조로 일렁이는 마력의 구체.
‘빙고.’
댈런은 그 중심을 향해, 손아귀에 잡아두었던 불꽃의 화살을 쏘아보냈다.
화르르르!
마력을 연료 삼아 타오르는 화염이, 괴물의 핵을 향해 쏘아진다.
평소에는 뼈와 근육, 살덩이의 갑주에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는 마력의 핵.
몸 가장 깊은 곳에 감춰져 있다는 건, 곧 괴물의 가장 큰 약점이라는 걸 의미한다.
쩡―!
불꽃의 화살이 마력핵에 충돌하는 순간, 쩌적 하며 뭔가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고.
끄에에에에―!
놈을 구성하는 모든 시체가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른 직후, 거대한 몸뚱이가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쿠르르르―
폭포처럼 쏟아지는 살덩이와 뼛조각, 팔과 다리, 내장의 향연.
뒤틀린 시체의 조각들이 사방팔방으로 굴러간다.
“우읍···!”
대열을 갖추고 서 있던 침묵중대원들 중, 몇몇의 안색이 노랗게 질린다.
비위가 약한 마법사 중 두엇은 역겨움을 참지 못하고 구토를 해댔다.
한편 쏟아진 시체의 언덕 위에서, 댈런은 여상한 태도로 어깨에 붙은 내장조각을 툭툭 털어내고 있었다.
그의 고개가 문득 광산 입구 쪽으로 돌아갔다.
그 시선의 끝.
갱도 안쪽에 처박혀 박살난 카트가 덜컹거리더니, 은가면 사도가 천천히 일어나는 게 보였다.
***
“과연 대단한 전사로군. 망자 골렘을 홀로 쓰러뜨리다니.”
은가면 사도, 라크티는 온몸에서 진액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
전사의 도끼는 그의 팔뚝에 박혀 있었다.
피하지는 못했으나, 찰나의 순간에 팔로 막아내는 데는 성공한 것.
원래라면 팔이 잘려나간 후, 이마에 도끼가 박혔어야 할 터.
그러나 비록 혼혈이긴 해도, 리자드맨 혈통의 가죽이 굉장한 방어력을 자랑하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오는 손도끼를 막고도, 팔이 잘려나가지 않았으니 말 다한 셈.
그 충격으로 카트에 처박힌 채 광산 벽에 내던져진 꼴이 됐지만, 대사도가 내려준 재생력은 이 정도 타박상쯤은 거뜬하게 치유할 수 있는 기적이었다.
촤악!
라크티는 팔에 박힌 도끼를 뽑아들었다.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눈앞의 전사에게 던졌다.
휘리리릭!
단숨에 상대방의 머리를 쪼갤 듯 날아가는 손도끼.
그는 확신했다.
설령 피하거나 막는다 해도, 이 공격으로 말미암아 전사의 자세에 틈이 생기리라고.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틈은, 내 공세의 첫 주춧돌이 되어줄······!’
휘리릭― 착!
거구의 전사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도끼를 잡아내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전사가 말했다.
“고맙다. 돌려줘서.”
라크티는 멍청한 표정이 되어 전사의 손에 잡힌 도끼를 쳐다봤다. 그가 중얼거렸다.
“···과연, 나 혼자 상대할 수 있는 전사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겠군.”
라크티는 등 뒤에서 커다란 양날도끼를 끌러내렸다.
도끼머리가 평범한 사람의 몸통만 한, 들고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이는 전투도끼.
그런 물건을 가볍게 그러쥔 채, 그는 세로로 죽 찢어진 눈을 빛내며 말했다.
“허나 홀로 상대할 필요 없지. 지옥의 문은 열렸고, 네놈의 살점을 탐하는 마물들이 이미 달려오고 있으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땅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두두두두···.
광산 저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낮고 선명한 울림.
라크티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웃어젖혔다.
갱도 안쪽을 지그시 바라보는 저 전사는, 분명 어둠을 꿰뚫어볼 수 있는 시야의 소유자겠지.
그렇다면 놈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수백에 달하는 마물의 군대가, 갱도를 우르르 진동시키며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광경을.
라크티가 말했다.
“허나 나 뿐만 아니라, 수백 마물의 군대와 악마의 힘을 얻은 대사도님을, 과연 네 혼자 힘으로 상대할 수 있겠는가?”
“나도 솔플 아니거든.”
“···뭐라?”
라크티는 처음 듣는 단어에 멍한 얼굴이 되었다. 그걸 본 전사가 픽 웃었다.
“솔플로 보스전 뛰러 온 거 아니라고, 새꺄.”
전사는 손도끼를 허리띠에 꽂아넣고, 방패를 끌러내려 왼손에 들었다.
그리고 그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침묵중대! 앞으로―”
“아티움―메룬!”
함께 온 마법사와 병사들이, 광산 입구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
“일자진― 펼쳐!”
가웨인의 명령에, 침묵중대가 진형을 해체하고 우르르 달려나온다.
갱도 입구에서 신속하게 일자 대형을 재구축한 뒤, 방패와 무기를 앞세워 방어선을 가다듬는 중대원들.
널부러진 시체에 비위가 상하건 말건, 훈련으로 연단된 동작은 칼 같이 정확하고 빨랐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번쩍!
펠버가 시전한 주문으로, 수박만 한 빛의 구 십여 개가 빛을 뿜으며 광산 안을 향헤 날아들었다.
눈이 시릴 정도로 강렬한 빛을 뿜어대며, 갱도 저 깊은 곳까지 환하게 밝히는 구체들.
그 빛 아래, 갱도 안쪽에서부터 달려나오는 마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끼에에에에―!
끄에에에!
가장 앞장서서 내달리는 건 뒤틀린 인간의 형상이었다.
사람을 꺾고, 일그러뜨리고, 접붙여서 만든 듯한 괴인들.
저마다 팔다리를 세 개나 다섯 개, 혹은 열 개 가까이 단 흉측한 몰골이었다.
심지어 머리가 둘이거나, 아예 반쪽밖에 없는 놈도 있었다.
쿠웅―
그리고 그 뒤에서 천천히 기어나오는, 댈런이 잡은 것과 비슷한 형태의 거대한 망자 골렘들.
수백 괴인과 열에 가까운 망자 골렘의 돌격은, 침묵 중대의 방어진이라 해도 짓밟아버릴 수 있는 질량이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방어선의 뒤쪽.
엘가이아 마탑의 마법사들이, 두 번째 주문의 수인을 막 맺은 참이었으니까.
“엘르―발라둠!”
“엘르 로트!”
꽈과과광―!
돌화살이 비처럼 쏟아진다. 갱도 내부에서 거대한 종유석들이 돋아났다.
그 날카롭고 단단한 첨단이 노리는 건, 비명을 지르며 기어오는 망자 골렘.
콰직! 으지직!
끄에에에에―!
옆구리를 파고드는 뾰족한 대지의 창에, 골렘들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무슨!”
후두둑 빗발치는 돌화살을 도끼로 쳐내며, 은가면 악어인간은 당혹스런 목소리로 외쳤다.
댈런은 놈을 향해 픽 웃으며 말했다.
“솔플 아니라고 했잖냐.”
“그게 무슨 마―크윽!”
퍼버벅!
놈의 어깨와 허벅지를 찢어놓는 돌덩이 화살.
말이 화살이지 돌로 만들어진 창이나 다름없기에, 빗겨맞았음에도 가죽이 찢어질 정도였다.
진액 섞인 피를 후두둑 흘리는 악어인간을 보며, 가웨인이 이 악문 소리로 말했다.
“댈런. 저 놈은 내가 상대하겠소.”
그러고보니, 침묵중대장은 저 악어인간에게 개인적인 원한이 있지.
댈런은 무의식적으로 게임 속의 자잘한 설정들 중 하나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경험치는 살짝 아쉽긴 하지만, 그런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당장의 전투는 크게 불리하지 않았으나, 어찌됐건 악마가 소환되고 지옥문이 열린 상황이다.
악마를 불러내는 게 극도로 어려울 뿐, 마물의 소환은 그렇게까지 힘든 일이 아닌 바.
마물들은 기본적으로 악마에게 이끌리기에, 그들을 이끄는 악마가 물질계에 현현해있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더 많은 숫자가 넘어올 수 있었다.
‘지옥문의 안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정 주기가 지나면 지금과 비슷한 숫자 정도는 소환될 확률이 높겠지.’
그걸 막는 길은 단 두 가지였다.
마력이나 신성력을 때려부어서 악마가 연 지옥문을 닫거나.
‘아니면 소환된 악마를 두들겨 지옥문과 함께 역소환시키거나.’
첫 번째 선택지는 지금의 능력으로는 고를 수 없었고, 가능한 건 두 번째.
제 시간 안에 악마를 두들겨 패기 위해서는, 여기서 시간을 끌면 안 되었다.
마물과 사도는 동료들에게 맡겨두고, 댈런은 대사도와 악마를 상대하러 가야 한다.
다행히 경험 많은 침묵중대장과 원로 마법사는, 그런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노인장, 잘 부탁하겠소.”
“걱정 마시게.”
끝없이 수인을 맺으면서도 씩 웃어보이는 펠버를 보며, 댈런은 다시 한 번 과거의 선택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댈런은 슬슬 다리를 풀었다. 침묵중대는 이미 선두의 괴인들과 맞붙어 싸우고 있었다.
마법사들의 끊임없는 지원으로, 마물의 돌격은 이미 현저하게 약화된 상태.
빗발치는 마법의 세례를 뚫고 운좋게 도달한 놈들을 상대로, 침묵중대의 방어선이 밀릴 일은 없을 것이다.
쨍! 쨍! 쾅!
“네놈이 죽인 내 가족들! 기억하나?”
“네 어미의 야들야들한 살점이 인상깊었지! 넝마쟁이의 아들이 또 넝마쟁이를 할 줄은 몰랐지만!”
가웨인 역시 악어인간과 공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의 약점과 원한이 지독하게 얽힌, 언젠가는 극복했어야 할 싸움.
이 전투로 인해 그의 능력과 영웅적인 면모는 한층 더 성장할 테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되겠군.’
그런 생각을 하며 입꼬리를 슬쩍 끌어올린 댈런은, 다리에 힘을 주고 땅을 밀어찼다.
콰아앙!
포탄처럼 쏘아지는 그의 신형.
가로로 돋아난 거대한 종유석을 딛고, 다시 한 번 도약한다.
콰과광!
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늘어지듯 스쳐 지나간다. 속도가 줄어들려 하면 종유석을 밟고 다시 도약했다.
망자 골렘의 등판이나, 갱도 벽의 구조물 역시 좋은 발판이었다.
그렇게 수십 번의 도약으로 마물의 군대를 훌쩍 넘어간 그는, 땅을 딛고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타다닥―
댈런은 거침없이 달렸다.
수백 회차의 플레이 중에서, 사교도들이 이 광산을 본거지로 삼은 적도 몇 번쯤은 있었다.
그렇기에 대사도가 어디에 있을지 추측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제 다시금 중요해진 건, 놈이 어떤 악마를 소환했느냐.
‘어찌됐건 악신을 섬기는 놈이니, 궁지에 몰렸다 해도 아예 다른 진영의 악마를 소환하지는 않았을 테다.’
생각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교도의 본거지가 광산 저 깊은 곳에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
한 버려진 갱도의 끝.
댈런은 막장에 쌓인 바윗더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원래라면 정해진 사교도들의 주문을 암호 삼아, 바위가 움직이며 샛길이 드러나는 구조.
콰르르르!
댈런은 그냥 힘으로 바윗더미를 무너뜨리고, 그 뒤에 숨겨진 샛길을 따라 계속 뛰었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장정 두 명이 지나갈 법한 넓이였던 샛길이, 탁 트인 공간으로 접어들었다.
후우웅―
넓은 공동 안에 바람이 휘돌며, 댈런의 덥수룩한 머리칼을 흩날린다.
정중앙에 악신을 위한 거대한 제단이 위치한, 예의 하수도 공동만큼이나 커다란 공간.
제단 주변에는 오백여 구에 가까운 시체들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고, 하나같이 살가죽이 벗겨지거나 배가 갈라져 내장을 흘리는 채였다.
끔찍한 고문 끝에 맞게 되는 죽음.
그 과정에서의 비명과 저주를 제물 삼아 열어낸 지옥의 문.
제단 위, 검붉은 빛으로 일렁이는 타원형의 차원문 앞에서.
등 뒤에 수십 가닥의 촉수를 늘어뜨린 동색 가면의 대사도가, 댈런을 향해 몸을 돌렸다.
“어서 오라.”
놈이 말했다.
“신들이 주목하는 대전사, 다가올 수많은 멸망의 샛길을 피하고자 하는 영웅이여―억!”
퍼억!
댈런의 도끼가 놈의 얼굴에 틀어박혔다. 댈런은 손을 슬슬 털었다.
평소보다 좀 더 강하게 던져서 그런지, 방금은 댈런 자신마저도 쫓아가기 힘든 속도였다.
얼굴에 도끼를 꽂은 채 쓰러진 대사도를 보며, 댈런은 무심한 얼굴로 검을 뽑아들었다.
“한 방에 안 죽은 거 다 안다.”
그가 말했다.
“그러니 지랄 말고 일어나.”
“흐흐, 감이 좋군.”
대사도가 촉수로 몸을 지탱하며 일어섰다. 놈은 도끼에 맞아 쩍 갈라진 얼굴로 웃음을 흘려댔다.
그리고 댈런은 볼 수 있었다.
놈의 머리 위, 주르륵 나열되는 글자들을.
[여섯 번째 은가면 사도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사로잡힌 대전사의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그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두 개의 메시지가 나란히 떠 있는 광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