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의 시체줍는 천재전사-54화 (54/288)

소문(1)

불의 비는 머지않아 잦아들었다. 애당초 그렇게까지 피해가 클 법한 위력도 아니었다.

아직 댈런의 스킬 숙련도가 높지 못한 것도 이유였고, 범위를 과하게 넓히다 보니 위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한 영향도 있었다.

때문에 댈런이 시전한 주문, ‘헤갈레우스의 화염의 비’는 숲을 완전히 태워먹기는커녕 곳곳에 금방 꺼질 불꽃들을 피워올리는 게 고작이었다.

화르륵.

물론 공기의 변화에 민감한 만드레이크들은, 그 작은 화재로 발생한 연기만으로도 9할 이상이 하루이틀 안에 고사(枯死)할 테였다.

소문을 듣고 몰려든 상인들은 손해를 좀 보겠지만, 뭐 어쩌랴. 사람 목숨이 먼저인 것을.

루시아가 가져다준 널찍한 천으로 몸을 두른 댈런은, 불의 비가 그치길 기다렸다가 구덩이 안으로 내려갔다.

구덩이 안에는 잿빛 시체 네 개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댈런은 손을 뻗어 시체를 회수했다.

[힘 없는 약초꾼의 시체를 회수했습니다. 능력을 계승합니다.]

[계승 보상 : 감각 +1]

[정의롭고 용감한 전사의 시체를 회수했습니다. 능력을 계승합니다.]

[계승 보상 : 근력 +1]

약초꾼과 전사의 시체는 능력치 하나 정도만 주었다.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전사는 보스몹인 재의 마녀를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시체였다.

게임 초반부의 성장과정은 나름 밟아냈지만, 종말이 밀고 들어오기 시작하는 중반부에는 제대로 적응하지도 못했을 적의 결말.

그리고 약초꾼은 말 그대로 컨셉 플레이를 하던 중, 숲 깊은 곳에서 난데없는 함정 주문에 걸려 비명횡사한 시체였다.

‘심지어 그때는 르비바흐 숲도 아니었지.’

댈런이 마녀를 최대한 빨리 처치하고자 한 이유였다.

르비바흐의 주민들을 몰살시킨 이후에도, 마녀는 비슷한 방법으로 몇 차례에 걸쳐 수백 수천의 제물을 악신에게 바치며 힘을 얻어갔기에.

댈런은 다음 시체로 손을 뻗었다.

[마녀를 스토킹한 성전사의 시체를 회수했습니다. 능력을 계승합니다.]

[계승 보상 : 체력 +1, 저주막이의 인장(D)]

“······.”

뭔가 이상한 시체 이름에 자꾸 눈이 간다. 댈런은 애써 외면하며 보상 항목만을 살폈다.

저주막이의 인장은 신성 문신과 비슷하게 피부에 새겨서 얻는 힘.

어깨가 간질간질한 느낌에 몸을 두른 천 자락을 살짝 걷어보니, 엄지손톱만 한 룬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동네 흑마법사의 자질구레한 저주는 기본으로 막아주고, 숙련도가 상승할수록 그보다 강한 저주의 위력도 반감시켜주지.’

스킬을 얻은 경로를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부끄러움이 치민다.

성기사 캐릭터로 재의 마녀와 싸우다 그 본체를 처음으로 본 후.

모니터 너머의 댈런은 예상치 못한 미형의 외모에 반해, 재의 마녀를 한 회차를 내내 쫓아다녔다.

마녀에게 얻어걸린 저주를 신성력만으로는 감당하기 버거워, 어렵사리 연이 닿은 엘프 마법사에게 룬 징표까지 받아 새길 정도로 진심이었던 과거의 그.

‘잠시 미쳤었지. 게임 캐릭터가 뭐 그렇게 좋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댈런은 마지막 시체에 손을 가져갔다.

[소리 없는 암살자의 시체를 회수했습니다. 능력을 계승합니다.]

[계승 보상 : 기량 +3, 마력 +1, 암월의 주문살해자]

“음?”

시체를 회수하자 단검 하나가 손 안에 툭 떨어진다.

상승한 능력치의 고양감을 만끽하던 댈런은, 눈썹을 슬쩍 들고 단검을 바라봤다.

얇은 검신이 두 줄기로 갈라져, 파도치듯 좌우로 휘어지며 교차하는 단검이었다.

‘주문살해자.’

수준 이하의 주문은 닿기만 해도 그냥 소멸시켜버리며, 강력한 주문이라도 물리적인 검격으로 대응할 수 있게 만드는 보검.

더불어 살짝 베어내는 것만으로도 마법사의 마력 감응력에 일시적인 혼란을 일으키는 저주가 담긴 검이기도 했다.

‘여기서 아이템을 얻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이템도 계승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겪은 건 이번이 처음.

거기다 지금까지 회수한 시체가 두 자릿수에 달하는 걸 생각하면, 아이템에 대한 기대감은 아예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나온다고 해도, 그 아이템이 과연 쓸모가 있을지도 문제였고.

‘암월단의 보물이라면 못해도 어지간한 C등급 스킬 값은 하지.’

댈런은 천 자락을 조금 찢어 단검을 잘 감쌌다.

그는 잿구덩이 밖으로 나오면서, 상태창을 열어 레벨업한 능력치를 체력에 투자했다.

“음?”

그리고는 문득 고개를 돌려, 방금 지나온 발 아래를 내려다봤다.

벼락이 내려친 경계의 조금 바깥.

서로 얽히듯이 자라난 두 송이의 붉은 꽃이, 통째로 재가 될 위기를 모면한 채 피어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

공터로 돌아가니 루시아가 소년을 치료하고 있었다.

이마에 얹은 손에서 흘러나온 신성력이, 죽어가던 소년의 육신을 회복시키는 중이었다.

댈런은 허리띠에 손을 찔러넣었다. 아니, 찔러넣으려 했다.

잠깐 손을 허우적대던 그는, 지금 입고 있는 게 큼직한 천 한 폭뿐인 걸 깨닫고는 팔을 그냥 편하게 내렸다. 그가 물었다.

“애는 괜찮소?”

“일단은요. 당장 죽지는 않도록 해뒀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치료하려면 신전의 사제를 찾아가야 합니다.”

댈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제물로 잡혔던 다른 포로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들은 어떻게 된 거요?”

“···죽었습니다. 손 쓸 틈도 없이.”

“하긴, 살아있는 게 대단한 일이긴 하지.”

댈런의 말에, 루시아는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숙였다.

공터에 남은 흔적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마녀의 인신제사는 보통의 그것과는 궤를 달리했다.

팔만 떼어내 토템을 만들거나, 눈알을 적출해 짐승에게 먹인 뒤 그 짐승의 배를 갈라 태우는 건 예사였다.

장기를 끄집어냈다 다시 집어넣고, 살가죽을 벗기는 고문으로 끔찍한 고통을 주면서도 끝끝내 희생자를 살려놓는다.

지옥과 같은 고통을 맛본 사람들의 원성과 비명이 제물로 바쳐지고, 만신창이가 된 몸이 그 고통에마저 둔감해질 즈음 그녀는 제물의 목을 그었다.

마치 대사도와 유사한 형태의 인신제사 집행.

그러나 그보다 배는 잔악하고 사특한 방식이었다.

그토록 처참하게 유린당한 희생자들이 정상적으로 살아있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철제 우리에 갇혀있던 건 대부분 사실상 산 송장들. 마녀의 주문에 의해 강제로 목숨이 붙어있던 이들이었다.

소년 용병 파른이 목숨을 건진 건, 그나마 가장 최근에 제물로 끌려왔기에 가능한 일일 테였다.

“시발 에낙사구스.”

댈런은 작게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면 이런 극악무도한 인신제사의 현장은 다 그놈과 엮여있었다.

모니터 너머로는 익숙해졌던 악신의 만행.

진짜가 아니었기에 대충 넘겼던 참극의 현장들.

그러나 그가 디딘 땅과 숨 쉬는 공기는 이제 실재하는 현실이었고, 한때 넘겼던 비극들은 몇 곱절이나 되는 씁쓸함으로 그의 심중을 후벼팠다.

내가 이 땅에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저걸 막기 위해서일까.

애당초 내가 이 게임을 하지 않았다면 이 세계는 현실이 되기나 했을까. 비극의 근원은 어쩌면 내가 아닌가.

오래전에 잠재웠던 목소리들이 다시금 내면을 흔들어댄다.

이제는 그의 일부가 된 우악스런 야만전사는 그 목소리들에 꿈쩍도 하지 않았으나.

깊은 가슴 속 남아있는 마우스를 딸깍이던 남자는 그렇게 강인하지 못했다.

무감정한 얼굴 뒤에서, 기나긴 시간처럼 느껴지는 찰나의 혼란이 지나간다.

댈런은 입을 열었다.

“···갑시다. 날이 밝겠소.”

“예. 파른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할 테니.”

루시아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댈런은 조심스레 소년 용병을 등에 업었다.

얇은 천 자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느껴지는 소년의 체온은 따뜻했다.

작은 위안이었다.

***

르비바흐로 돌아간 일행은 하루를 푹 쉬었다.

정확히는 댈런만 쉬었다. 루시아는 파른을 간호하느라 하루를 꼬박 깨어있었다.

사실 돌아온 날 새벽부터 사제를 찾아가 치유의 기적을 받은 이상, 그녀가 할 만한 일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젊은 수습기사는 따뜻한 물수건을 갈아주고, 입에 묽은 죽을 흘려 넣어주며 어린 소년을 간호했다.

마치 자신이 잠든 사이 아픈 동생에게 어떤 이변이라도 생기진 않을까 하는 누나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정성 어린 간호가 진짜 효과가 있기라도 했던 것일까.

소년 용병 파른은 이튿날 새벽 정신을 차렸다.

“···한 시간 내내 비명을 지르다가 다시 의식을 잃기는 했지만요.”

소년을 보러 방에 찾아온 댈런을 향해, 루시아가 말했다.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녀의 눈. 피로가 한계에 다다른 얼굴이었다.

“어린 나이로 감당하긴 힘든 기억일 테지. 곁에 있어 주느라 고생했소.”

“고생이라 할 것도 없습니다. 신전의 사제가 말한 대로, 영혼의 밀도가 강한 아이인 만큼 스스로 잘 버텨낸 거죠.”

“어린 나무는 아무리 심지가 곧다 해도 버팀목을 대어줘야 잘 자라는 법이오. 그쪽은 버팀목의 역할을 잘 해준 거지.”

루시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는 손을 들어 눈을 슥슥 비비더니 물었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어느 정도.”

댈런은 어깨를 휘휘 풀며 대답했다.

사실 그라고 처음부터 루시아 혼자 소년을 간호하게 둘 생각이었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여관에 돌아와 긴장을 풀자마자, 어마어마한 피로가 온몸을 덮쳤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마녀의 저주에 노출되었고, 그걸 용혈의 재생인자 하나만으로 버텼던 게 원인.

결국 댈런은 하루종일 잠만 잤다.

물론 루시아는 그와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하며 그 능력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기에, 이를 충분히 이해했다.

“좀 쉬시오. 내가 대신 지켜보고 있겠소.”

댈런이 그렇게 말하고 등을 두드리자, 루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게 하품을 했다.

“무슨 일 있으면 깨워주십시오.”

“알았으니 주무시오.”

그녀도 피곤하긴 마찬가지일 테다. 칼카스의 사냥개 두 마리를 홀로 상대한 데다, 쉬지도 못하고 소년을 치료하고 간호했으니까.

성기사가 침실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뒤, 댈런은 소년이 누워있는 간이침대 앞에 앉았다.

‘꼴이 말이 아니군.’

소년의 몰골은 처참했다.

어깨 조금 아래에서 잘려나간 왼팔과, 새의 부리에 쪼아 먹힌 듯 거칠게 뽑혀나간 왼쪽 눈.

루시아의 신성력과 사제의 기적으로 썩어가던 상처의 말단부는 완치되었지만, 잃어버린 부위들이 새로 돋아나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른 제물들처럼 장기가 뜯기고 피부가 벗겨지는 고문을 당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랬다면 사제의 기적으로도 살리기 힘들었을 테니까.

똑똑.

그렇게 두어 시간쯤 지켜보고 있었을까.

누군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누구시오?”

“어, 댈런인가? 나일세! 볼크마!”

한창 바쁠 상인 양반이 여긴 왜 왔어? 댈런은 고개를 갸웃하며 일어섰다.

문을 열어보니 볼크마 갈리오스는 커다란 쟁반을 들고 휘청거리는 중이었다.

쟁반 위에 얹어진 스튜와 양갈비, 빵과 맥주가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그가 말했다.

“조, 좀 들어가도 되겠나?”

“일단 내려놓으시오. 그러다 전부 쏟겠군.”

댈런은 쟁반을 받아 방 안의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볼크마는 그제야 휴 한숨을 내쉬고선 방으로 들어왔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콧수염을 매만지던 그는 간이침대 위에 눕혀진 소년을 보고 잠시 얼어붙었다.

“저 소년, 이번 상행을 호위한 용병이잖나. 동패로 승급한 뒤에 곧장 다음 의뢰를 맡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었네만······.”

“맞소. 그 의뢰에서 다친 걸 우연히 발견해, 데려와서 치료했지.”

“···시셀라시여. 어린 나이에 저런 모진 꼴을 당하다니.”

볼크마는 주섬주섬 품을 뒤지더니 돈주머니를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금화 반쪽을 꺼내, 침대 곁 탁자에 살포시 놓아두었다. 그가 말했다.

“아이가 깨어나면 내가 주는 위로금이라 말해주게.”

“의뢰가 끝난 동패 용병에게 주는 것 치곤 좀 큰 돈인 것 같은데.”

“어찌 큰 돈이겠나. 이 소년의 창창할 미래에 비하면 금화 반쪽은 한없이 작은 금액이지. 나는 그저 한때나마 연이 닿았던 상인으로서, 그 미래에 약간의 투자를 하고자 할 뿐이네.”

댈런은 말없이 한쪽 눈썹을 슬쩍 들어올렸다. 이 양반이 또 헛소리 시작했네. 그게 끝이 아닐 텐데?

“물론 그런 선심을 보임으로써, 오크 삼백을 단숨에 때려죽인 그의 보호자에게 잘 보이려는 의도도 있네.”

댈런의 눈길에 볼크마는 껄껄 웃으며 덧붙였다.

“예전보다 철면피가 더 두꺼워졌군.”

“그거야말로 상인의 덕목 아니겠나? 으하하!”

댈런은 마주 낮게 웃으며 맥주잔을 들어올렸다. 단숨에 반쯤을 들이킨 그가 물었다.

“그래서 한창 바쁘실 상인께서 여긴 무슨 일이오? 이렇게 쟁반까지 들고.”

“자네랑 성기사가 하루종일 내려오지 않기에, 먹을거리라도 좀 가져다줘야 할 것 같았네. 아, 바빴던 일은 전부 사라졌다네. 예정되었던 경매며 거래가 죄다 취소되거나 미뤄졌거든.”

댈런은 피식 웃었다.

“난 또. 상단이 망해서 여관 직원으로 재취업한 줄 알았잖소.”

“···그런 끔찍한 소리 말게나.”

상단주가 부르르 떨었다. 댈런은 한 번 더 웃고는 맥주잔을 들어올렸다.

안 그래도 하루종일 잠만 자다가, 깨어나자마자 파른을 간호하느라 배가 고프던 차였다.

큼직한 잔의 나머지 절반을 단숨에 들이키고, 양갈비를 하나를 한 입에 훑어낸 그가 말을 이었다.

“경매랑 거래가 취소되었다는 건 무슨 말이오?”

“그저께 밤에 르비바흐 숲에서 괴상한 일이 벌어졌다더군. 하늘이 잿빛 기운으로 뒤덮이더니 그걸 뚫고 번개가 내리치고, 곧이어 화염이 비처럼 내렸다지 뭔가.”

양갈비를 뜯던 댈런의 손길이 잠깐 멈칫했다.

물론 그건 정말 잠깐이었다. 댈런의 입은 갈빗대에 붙은 고기를 자연스레 마저 흡입했다.

“약초꾼들이 하나같이 당분간 숲에 못 들어가겠다고 학을 떼더군. 악마가 지옥문을 열고 나오다 천벌을 받았다는 둥, 어느 마탑의 대마법사가 마녀와 결투를 벌였다는 둥, 별의별 이야기가 다 돌고 있네.”

댈런은 빵을 스튜에 푹 찍어 씹어 삼키면서 생각했다.

사람들 추리력이 생각보다 훨씬 정확하다고.

물론 그 소문이 거짓말이라 생각하는 상단주는, 약초꾼들이 죄다 미신에 절어 있다느니 하며 한탄을 늘어놓았다.

댈런은 그 푸념을 한 귀로 흘리며 쟁반에 가져온 음식을 먹어치웠다.

그렇게 양갈비와 스튜가 바닥을 드러낼 무렵, 볼크마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주제를 바꿨다.

“아, 그런데 그 소문 들었나? 여기서 일주일쯤 떨어진 제국의 북쪽 변방에서 죽은 자들이 일어나고 있다던데.”

그 말에 끊임없이 음식을 집어 들던 손이 우뚝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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