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의 시체줍는 천재전사-62화 (62/288)

내분(2)

“내전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루시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오클란이라 불린 성전사는 침울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부단장과 그 휘하의 특임대가 반기를 들고 일어났습니다. 그는 삼백 년 전 기사단의 영광은 어디 갔냐며, 기사단이 이렇게 변방의 소왕국에 틀어박혀있는 건 기사단장의 욕심 때문이라 주장했습니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루시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그 곁에서 댈런은 묵묵히 생각에 잠겼다.

‘성기사단의 부단장, 에버로크 글라스덴.’

재의 마녀와 함께 중반부 최악의 난적 중 하나로 손꼽히는 존재.

사실 완전히 각성한 마녀에 비하면, 그 본신의 무력 자체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악신과 계약을 맺고 힘을 증폭시킨 마녀와는 달리, 부단장은 악신에게 직접 힘을 하사받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놈이 까다로운 난적인 건 그 무력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지금 같은 상황, 성기사단의 내분을 일으키는 주범이기 때문이지.’

대륙의 운명은 벼랑을 양 옆에 끼고 걷는 장님 신세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전운과 호시탐탐 인간을 노리는 악신의 시선 속에서, 그야말로 매 순간 멸망으로 다가가는 상황.

그런 와중에도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었고, 자신의 이익마저 도외시하고 종말에 온전히 맞서고자 하는 세력은 많지 않았다.

비단 전쟁에 미쳐가는 남부 제국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문화가 극명하게 차이나는 동부의 삼왕국은 무슨 재앙이 닥치든 서로를 도외시했고.

서쪽 연맹국들은 지난 백 년동안 그랬듯 돈과 권력을 두고 저들끼리 물어뜯기 바빴다.

수십 년째 야만인들의 침략을 받는 차르국과 균열을 틀어막은 성기사단, 그리고 미궁을 발밑에 둔 팔시온의 초월자들 정도가 그나마 종말을 막고자 노력하는 이들.

부단장 에버로크는 그토록 중요한 세력 중 하나를, 내부에서부터 와해시키는 주범이었다.

‘안 그래도 본단에 도착하면 놈의 근황을 알아보려 했는데, 벌써 내분을 일으킬 줄은 몰랐군.’

종말의 발걸음이 다시금 한 박자 빨라진다.

부단장의 때 이른 반역은, 아무래도 재의 마녀의 영향이 컸을 테였다.

사실 천 년이 넘도록 흔들림 없던 기사단을 분열시키는 건, 아무리 부단장의 지위를 가졌더라도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놈은 오랫동안 재의 마녀와 내통하며, 자신의 그릇된 야망을 이루고자 준비해왔다.

그리고 그 협력자인 재의 마녀가 사망한 지금.

궁지에 몰린 놈에게는 두 가지 선택권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준비해온 야망을 모두 포기하던지, 결과가 어찌되건 마지막 발악을 해보던지.’

현 상황을 보니 놈은 후자를 택한 모양이었다.

“부단장은 역대 단장들이 심문관들을 이용해 권력을 장악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능력이 출중한 성기사들을 모조리 이단으로 몰아 처형했다면서요.”

“어떻게 그런 미친 소리를···! 그걸 믿는 이들이 있습니까?”

“많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특임대 대부분이 그 말을 따랐습니다. 제가 본단을 떠날 때쯤, 놈들은 제 3성소를 완전히 장악하고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성전사는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흰 가닥이 드문드문 보이는 수염이 파르르 떨렸다.

얼굴의 흉터와 깊은 주름들은, 그가 오랜 시간 성기사단에 몸담아 헌신했다는 증거.

그런 완숙한 전사에게도 지금의 일은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운 큰 사건이었다.

루시아는 한동안 말을 잊시 못했다. 잘근잘근 짓씹던 입술이 창백해질 즈음에야, 그녀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잘 알겠습니다.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단장님께서는 만약 루시아 경을 만나게 된다면, 운반 중인 물건을 반드시 사수할 것을 당부해달라 하셨습니다.”

“명심하지요. 그대의 임무를 계속 수행하십시오.”

루시아가 힘겹게 미소를 자아냈다. 성전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사에게서 패와 문서를 건네받았다.

“명심하시오, 제국의 기사. 이 사안은 결코 퍼져나가서는 안 될 것이오.”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으로 기사에게 경고한 성전사는, 댈런과 그 일행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건네곤 다시 말을 타고 달려갔다.

그 방향은 제국 안쪽을 향해서였다.

단장의 전령으로서 제국 곳곳의 성기사단 지부에 내전 소식을 전달하려는 것이었다.

***

성전사가 떠난 후, 일행은 말없이 검문소를 통과했다.

루시아는 계속해서 입술을 잘근거렸다. 댈런은 언제나와 같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파른은 두 어른을 힐끔거리며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댈런과는 달리 소년은 성전사의 속삭임을 듣지 못했지만, 용병 생활을 하며 눈칫밥을 꽤 먹었던만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검문소를 지나서도 말을 타고 한참을 갔을 무렵.

루시아는 말을 멈춰세웠다.

“댈런. 여기서 의뢰를 마치셔도 좋습니다.”

댈런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는 그렇게 말없이 성기사를 바라봤다.

“여기서?”

“예. 여기서 그만두셔도 의뢰는 완수한 것으로 취급하겠습니다. 보수는 상황이 수습되는 대로 본단에 초청해 지급해드리죠.”

댈런은 턱을 긁적였다. 그리고 무심한 표정으로 물었다.

“내 도움은 필요 없으시오?”

“······.”

루시아는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이내 한숨을 한 번 더 내쉬었다.

“···필요합니다. 그러나 굳이 당신을 사지로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는 그쪽은?”

“저는 성기사단의 심문관입니다. 기사단을 배신한 반역자를 처치하는 게 제 의무죠.”

루시아는 억지로 웃음을 만들어 내비쳤다.

조금 전, 전령으로 길을 떠난 성전사에게 지어보였던 그 미소와 비슷했다.

댈런은 어깨 너머로 손을 뻗었다. 그는 천에 싸인 성검 손잡이를 잡고 그걸 묶은 쇠사슬을 풀어냈다.

차르르르―

사슬과 천이 벗겨지며 성검의 푸른 자태가 드러난다.

넓고 길쭉한 검신의 양손검은, 곳곳에 희미한 물결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먼, 각지고 날카로운 형태의 물결 무늬.

공들여 섬세하게 세공한 것이 아닌, 누군가 실수로 망치를 잘못 놀린 것처럼 불규칙적으로 새겨진 흔적들.

아름다움과 투박함을 동시에 간직한 검신을, 댈런은 손바닥으로 천천히 쓸어봤다.

우웅······.

그러자 성검이 희미하게 울었다.

댈런뿐 아니라 곁에 있는 루시아와 파른도 느낄 수 있는 울림.

댈런은 씩 웃더니 말했다.

“이걸로 하지.”

“예?”

“이번 의뢰의 보수 말이오.”

루시아는 잠시 멍한 얼굴이 되었다. 댈런은 낮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성검은 날 선택했소. 신성력을 상실한 뒤, 내 손에서 그 힘을 되찾았지. 르비바흐 숲에서 마녀가 한 말을 빌리자면, 그건 신이 나를 선택한 거나 다름없소.”

그리고 역사를 보면 그 선택은 언제나 절대적이었지. 댈런은 덧붙였다.

기사단의 오랜 역사에서도 몇 번 없긴 했지만, 성검이 성기사 이외의 존재를 주인으로 인정한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영웅들 중 일부는, 전쟁의 신을 따르지 않음에도 성검의 주인으로 인정을 받곤 했으니까.

그리고 기사단에 굵직굵직한 풍파가 불어닥칠 시기마다, 그 영웅들은 성검을 휘두르며 기사단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루시아는 댈런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깨닫고는 반색했다.

“기사단의 내전에 개입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야지. 아니면 내 보수를 어디서 받겠소?”

댈런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그동안 체력 능력치가 근력을 많이 따라온 상태라, 처음 생각하던 체력 증강 문신을 받을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신성 문신에 체력을 올려주는 것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각 능력치를 높여주는 건 물론이요, 독이나 화염, 주문에 대한 내성을 높여주는 것들도 존재했으니까.

그리고 종말이 끊임없이 발을 빠르게 놀리는 이 때, 그런 문신들의 하나하나의 값어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법이다.

‘거기다 신성력을 얻으려면 언젠가는 성기사단을 한 번 들러야 하고.’

신성 문신이든 성검이든,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신성력을 얻어야만 했다.

그리고 댈런의 기억 속, 신성력을 가장 확실하게 얻을 수 있는 시체는 균열 저 안쪽에 들어가야만 찾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루시아가 다시 입술을 깨물었다.

댈런은 픽 웃으며 성검을 다시 천으로 싸맸다. 그가 말했다.

“거 신성 문신 없었으면 진작에 입술 다 헐었겠소.”

천으로 싸맨 성검을 사슬로 등에 멘 댈런은, 고삐를 살살 흔들어 말을 출발시켰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은 어두운 남색이었다. 태양은 이미 지평선 위로 넘어가 있었다.

사라진 태양은 작별 선물이라는 듯 지평선 위에 보랏빛과 붉은빛, 주황, 노랑을 켜켜이 쌓여 층을 만들어냈다. 댈런은 그걸 보며 달달한 칵테일을 떠올렸다.

까마귀 둥지에 돌아가면 버번에게 칵테일 한 잔 만들어달라 해야겠군.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댈런은 슬쩍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말했다.

“어서 갑시다. 조금만 더 가면 마을이오. 오늘은 씻고 침대에서 자야지.”

댈런은 말에 박차를 가했다. 그의 말은 곧장 길을 따라 내달렸다.

용병 소년도 어어 하더니, 실수로 말 옆구리를 차버려 저도 모르게 그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

마지막으로 남은 루시아는 전사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삐를 쥐고 말을 출발시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일행의 선두가 되었다.

댈런에게는 아직까지도 승마 스킬이 없었다.

***

성기사단의 본단은 노리아 왕국의 남서쪽에 있었다.

대륙 남부의 대수림으로 이어지며, 끝을 모르고 깊어지는 거대한 계곡인 ‘균열’.

그 균열의 입구를 틀어막은 게 바로 기사단의 본단이기 때문이었다.

제국 국경을 넘은 이후, 일행은 며칠 동안 말을 타고 노리아 왕국을 가로질렀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오클란과 같은 전령들을 몇 명 더 마주쳤다.

그리고 소문은 보통 말을 타고 달리는 전령만큼이나 빠른 법.

마을 여관이나 도시의 대장간을 방문할 때마다, 기사단의 분열에 대한 소문이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그 강성하던 기사단에 내분이라니. 믿기지 않는군. 역시 인간은 필멸자 중에서도 줏대 없기로 손꼽히는 놈들이야.]

악마가 아공간에서 중얼거렸다. 댈런은 턱을 긁적였다.

“혼잣말이냐, 아니면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

[호, 혼잣말이었습니다, 주인님!]

“혼잣말이 좀 큰 것 같은데.”

[···죄송합니다.]

악마가 쭈글쭈글한 목소리로 말했다. 놈이 아공간에서 두 손바닥을 싹싹 빌어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댈런은 픽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기지개를 켜며 주변을 둘러봤다.

깊은 숲 속의 야영지. 타오르는 모닥불. 깊게 잠든 성기사와 소년. 저녁 남은 걸 데워먹은 빈 그릇.

르비바흐를 떠난 지 보름이나 되어, 어느새 익숙해진 밤풍경이었다.

‘어쩌면 이 풍경이 마지막 날일지도 모르겠군.’

댈런은 숲 너머의 산자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들이 노숙하는 곳은 노리아 왕국 남서쪽의 이름 모를 숲이었다.

이 숲에서 눈앞의 산맥까지는 대략 하루 거리. 거기서부터는 성기사단의 영역이었다.

내전이 진행중이라고는 하나, 루시아의 말에 따르면 산맥의 관문까지 부단장의 부하들이 장악했을 확률은 낮았다.

게임의 경험을 되새겨봐도, 보통 산맥의 관문과 본단 건물은 부단장의 손에 넘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놈이 주로 본거지로 삼는 곳은 각종 성물과 특별한 무구를 보관해두는 제 3성소였으니까.

애초에 부단장이라는 직책 자체가, 기사단의 무기고라 불리는 제 3성소의 관리를 겸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뚱한 눈으로 산자락 위에 걸린 별자리를 바라보던 댈런은 문득 물었다.

“에낙사구스에 대해 잘 아냐?”

[저, 저한테 말씀하신 건가요?]

머릿속에 울리는 악마의 목소리.

“그래. 같은 악마잖아.”

댈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숲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악마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에낙사구스라···지옥의 다섯 신들 중 가장 교활한 존재지요. 뒤집힌 하늘의 지배자이자, 종의 탈피를 연구하는 천 개의 손. 제가 태어난 곳도 에낙사구스의 솥구덩이였습니다. 대륙에서는 운명을 엮는 난쟁이라는 별명으로 가장 유명하다더군요.]

“그런 추상적인 내용 말고는 없어?”

[어······.]

악마가 입을 다물었다. 놈도 딱히 더 이상 아는 건 없는 모양이었다.

하긴, 대륙의 비밀 대부분을 아는 댈런마저도 악신에 관해서는 모르는 게 더 많았다.

유일하게 확실한 정보는, 놈들이 모든 종말의 배후에 도사리는 원흉이라는 사실.

그나마 악신 에낙사구스는 다른 악신들보다 정보가 많은 편이었다.

가장 교활한 악신이라는 말대로, 놈은 대륙 곳곳에 자신의 종복들을 암약시켜두었기 때문.

그만큼 모니터 너머에서부터, 댈런은 놈과 간접적인 충돌을 숱하게 겪어왔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인가. 팔시온에 도착한 뒤로 이상하게 그놈이랑 자주 얽히는군.’

역행의 사도들과 대사도, 놀 전사장 바르구프, 불사의 악마, 재의 마녀.

그리고 그 마녀의 영향을 받은 부단장 에버로크 역시 악신의 영향을 받았다 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댈런이 팔시온에서부터 해온 싸움은, 몇몇을 제외하고는 거의 에낙사구스와의 대결이나 다름없을 정도.

‘신들이 주시하는 전사.’

죽은 대사도와 초월자 중 하나인 에버론이 했던 말이,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다시금 곱씹어진다.

신적인 존재들이 실제하는 이 세계에서, 저 신들은 누구를 의미하는 것일까.

제국의 만신전? 지옥의 악신? 아니면······.

바스락.

상념은 거기에서 끊겼다. 댈런은 고개를 돌렸다.

아무 것도 없는 숲 속.

빽빽한 나뭇잎에 별과 달도 가려져, 짙은 음영은 그 경계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흐릿했다.

그러나 댈런의 눈은 그 어둠을 꿰뚫고 바라볼 수 있었다.

광을 지워낸 판금과 부드럽고 유연한 가죽으로 만든 흑색의 갑옷을 입고, 날을 검게 칠한 무기를 뽑아든 스물 남짓의 인영들.

사실 놈들이 일행의 뒤를 밟기 시작한 건 저녁즈음부터였다.

굳이 쫓아가서 처리하자니, 아무리 그라도 다 잡아낼 수 없을 정도로 넓게 퍼져 있었기에 내버려뒀을 뿐.

그러나 한밤중이 되니 생각이 달라진 걸까.

댈런이 숲에 발을 들일 때부터 천천히 좁혀오던 포위망은, 어느새 그를 중심으로 백 걸음 정도의 간격을 두고 원을 형성하고 있었다.

댈런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성검을 천천히 뽑아들었다.

검을 감싸고 있던 천과 사슬이 떨어지며, 숨겨졌던 성검의 모습이 드러난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푸른빛의 검신.

그 모습에 포위망을 구축한 인영들이 동요하는 게 느껴졌다.

댈런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리고는 발끝에 힘을 줬다.

그러자.

퍼억―!

방금까지 서 있던 땅이 가볍게 터져나가며, 그의 신형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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