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의 시체줍는 천재전사-64화 (64/288)

작가의 말(외전)

***

“흐음.”

모닥불 앞. 루시아가 미간을 좁혔다. 가만히 불멍을 때리던 댈런은 고개를 들었다.

“왜 그러시오?”

“마음에 안 듭니다.”

마음에 안 들어? 다짜고짜 뭐가?

평소 같으면 무시하고 넘겼을 발언이지만, 기름기 뚝뚝 떨어지는 사슴 앞다리살을 앞에 두고 있자니 그럴 수만도 없었다.

모닥불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저 고기는, 분명 하루치의 여독을 사르르 녹여줄 만큼 탐스러운 미식이 될 터.

그 미식을 제공하는 요리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게 있으면, 뭐가 되었건 간에 도끼로 머리를 찍어버리는 게 옳았다.

“으에···?”

무심코 허리춤으로 향하는 손을 본 건 불사의 악마뿐이었다. 놈은 저주로 맛있게 녹여먹던 들쥐 시체를 툭 떨어뜨렸다.

그때 루시아가 말했다.

“불이 마음에 안 듭니다.”

“불?”

댈런은 허리춤으로 향하던 손을 거뒀다. 불은 도끼로 찍어버릴 수 없었다. 루시아는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지그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기사단에는 모닥불의 세기를 대략적으로나마 조절할 수 있는 마도구가 있습니다. 원정을 떠날 때면 항상 챙겨가곤 하죠. 무게가 좀 나가긴 하지만 야전 요리에는 그만 한 게 없었는데 말입니다.”

아쉬운 듯 중얼거리는 목소리. 댈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니까 휴대용 버너가 필요하단 거군.”

“휴···예?”

“되었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군.”

루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댈런은 등 뒤로 시선을 돌렸다.

모닥불의 빛이 닿지 않는 댈런의 그림자 속. 반쯤 녹은 들쥐 시체를 막 다시 집어들던 악마 아르보르가, 댈런과 눈이 마주쳤다.

“어···주인···님?”

악마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모닥불의 빛을 등진 댈런은, 그 가장자리가 붉게 빛나고 얼굴을 포함한 나머지 부분은 그림자 속에 묻혀서 음영이 졌다.

아르보르가 보기에 그건 마치 붉은 지옥의 기운을 겉에 두른 어둠의 악마 같은 모습이었다.

악마도 두려워할 악마. 그의 입이 열렸다.

“야, 너 지옥불 다룰 줄 알지?”

아공간 주머니에게 또 다른 역할이 주어지는 순간이었다.

휴대용 버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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