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의 시체줍는 천재전사-106화 (106/288)

왕실 특무대(2)

갈리오스 상단 지부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커다란 문에서는 수많은 짐수레들이 드나들며 물건을 실어나르고 있었고, 안쪽의 창구로부터 늘어선 줄은 건물 밖 거리까지 길게 이어졌다.

인부들의 외침과 상인들의 웅성거림, 그리고 그런 상인들에게 근처 여관이며 식당을 홍보하는 호객꾼들까지.

번듯한 대로변임에도 대장간 거리 수준으로 시끌거리는 아수라장 속.

댈런은 익숙한 묶음머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페니.”

“아, 댈런 씨!”

“여기 있소.”

짤랑.

반사적으로 내민 두 손 위. 묵직한 돈주머니가 툭 하고 떨어진다.

페니는 놀란 눈으로 댈런과 돈주머니를 번갈아 쳐다봤다. 그녀가 말했다.

“어, 어떻게······. 진짜 되찾아주셨네요?”

“풀어서 빠진 건 없는지 확인해보시오.”

“감사해요. 진짜 감사합니다.”

동글동글 큼직한 눈망울에 살짝 눈물까지 맺힌다. 댈런은 낮게 웃었다.

페니는 주머니 끈을 살짝 풀어 안에 든 전표를 확인했다.

잘 접힌 종이를 펴 바뀐 내용은 없는지 꼼꼼하게 읽은 후, 그녀는 전표를 따로 빼 품속에 곱게 접어 넣었다.

“어라? 그런데 이 붉은 건 뭐죠?”

주머니를 닫던 손이 순간 멈칫한다. 주머니 한쪽의 검붉은 자국을 보며 무심코 중얼거리는 낱말.

“피···?”

“소매치기가 코피라도 흘렸나 본데.”

“댈런 씨, 혹시······.”

“별일 없었소. 소매치기범들의 대장한테 잘 이야기하니 순순히 돌려주더군.”

분명 이야기로 풀었다. 그 전후로 약간의 투닥거림이 있기는 했지만.

“···설마 다짜고짜 싸우신 건 아니죠? 요즘 뒷골목 분위기가 험악해요. 아무리 댈런이라도 조심하세요.”

“싸우다니. 대화로 했소. 대화로. 걱정해주어 고맙소.”

그건 싸움이라 부르기도 뭣한 것이었으니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그보다는 좀 거친 대화라는 표현이 어울리겠지. 아마도.

[···싸움이 아니라 학살이지, 학살.]

‘뭐 새꺄?’

[아, 아닙니다, 주인님. 헤헤. 그보다 금화를 담아둘 곳이 다 떨어져 가는데, 새 궤짝 하나 장만하시는 게······.]

건달의 아지트에서 털어온 전리품을 정리한 악마가, 두 손을 비벼대며 연신 굽실거렸다.

[벌써 금화가 두 궤짝이 넘는다니! 헤헤, 주인님만큼 빠르게 재화를 쌓아가는 용병도 대륙에 없을 겁니···꾸와아아악!]

댈런은 품속에서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어 악마를 슬쩍 만져줬다. 다행히 아공간 입구는 악마의 찢어지는 비명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잠시 품속을 뒤적거리는 듯 보이는 광경.

댈런은 손을 탁탁 털며 말했다.

“아, 내 돈주머니는 잘 있는지 한 번 확인해봤소. 어서 갑시다.”

***

르베론 아하킴의 대장간, 미스릴 제련소는 갈리오스 상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짧은 거리임에도 두 사람의 발걸음은 더뎠다. 당연하게도 바글거리는 인파 때문이었다.

원래도 사람 많던 청동 구역 대로변은, 말 그대로 발 디딜 틈도 없는 상태였다.

갈리오스 상단 지부와 미스릴 제련소는 남부 지구에서도 중심가에 자리잡은 터라, 체감상 다른 곳들보다도 더 심한 듯했다.

‘저는 도시연합 서부에서 왔습니다. 제 부하들도 도시연합 출신이 대부분이고요.’

페니의 앞에서 적당히 인파를 헤집으며, 댈런은 건달이 했던 말을 되새겨봤다.

‘저도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마물들 때문인지 도시에 들어오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인력 수급이 아주 편했습죠. 자리 잡는 데 얼마 안 걸렸습니다.’

“···흠.”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까마귀 둥지를 나서 지나온 길들을 되짚어본다.

높은 지능 수치가 이를 자연스레 반 년쯤 전의 기억들과 대조해주었다.

확실히 불어난 사람들 중에는 난민의 비율이 상당했다.

꾀죄죄한 옷차림과 땟국물 낀 얼굴, 절박한 표정과 몸짓은 난민의 증표 같은 것.

뒷골목에는 그 머릿수만큼이나 불어난 오물들이 넘쳐흘렀고, 도시 곳곳의 분위기는 북적임과 동시에 미묘하게 날이 서 있었다.

‘슬슬 본격적으로 중반부에 접어드는군.’

댈런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마녀의 계략이나 부단장의 배신 같은 건, 어떻게 보면 단순한 단발성 사건에 불과했다.

종말의 진행도를 가속시키는 촉매가 될 수 있어도, 흐름 그 자체가 되지는 못하는 각각의 사건들.

반면 도시의 난민 증가는, 하나의 사건이라기보다 명확한 흐름의 전환에 가까웠다.

마물이 전례 없이 활개를 치고, 변방의 시골 마을들은 손쉬운 습격 대상이 된다.

사람들은 자연스레 안전한 성벽이 있는 곳으로 모여들고, 안 그래도 범죄의 온상이던 대도시들의 뒷골목은 마경이나 다름없게 변해간다.

종말의 초석들은 꼭 바깥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이런 거대도시 내부의 갈등 역시, 머지않은 미래에 멸망 앞에 선 인류를 분열시키는 단초가 되곤 했으니까.

“쯧.”

댈런은 짧게 혀를 찼다. 몇 달 전부터 예상하긴 했지만, 원래보다 년 단위로 빠른 진행이었다.

허나 몸이 수백 개가 아닌 이상, 사방에서 마물이 들끓는 현상 자체를 해결할 방책은 없었다.

다만 지금껏 그래왔듯이, 그저 이 시점에 해야 할 일을 할 뿐.

‘종말의 모든 공세를 막는 건 불가능하다.’

그건 몸이 수백이 아니라, 수천이어도 쉽지 않은 일.

다만 그렇다고 아예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누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했던가. 댈런의 생각도 딱 그랬다.

이 세계의 밖에서부터 떨어져, 수많은 미래의 가능성을 경험해온 초인.

그런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그건 방패라기보다는 칼에 가까울 터.

종말이 더 빠르게 다가온다면, 그보다 한 발 더 앞서 그 아가리에 주먹을 먹여주면 되는 일이다.

“어서 오세요! 원하시는 물건 있으신···어라? 아가씨?”

상념에 잠긴 채 걷다 보니 어느새 대장간 앞이었다.

손님을 맞이하러 후다닥 뛰어나온 소년은, 댈런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페니를 발견하곤 호객행위를 뚝 멈췄다.

페니는 나긋한 목소리와 함께 소년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어주었다. 그녀가 말했다.

“항상 열심이네, 앨비.”

“먼 길 오가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가씨. 거래처 일은 잘 마무리 지으셨나요?”

“응. 여기 남은 대금. 전표는 내가 직접 삼촌께 전해드릴게. 댈런 씨, 삼촌 뵙고 가실 거죠?”

페니가 물었다. 댈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간에 페니를 마주친 것 자체는 우연이었지만, 처음부터 목적지가 이곳이었던 것도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둘의 대화를 들으며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던 소년은, 눈앞의 용병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손님이라는 걸 깨닫고 곧장 태세를 전환했다.

“사장님께서는 지금 대장간 안쪽에서 손님과 이야기 중이십니다. 아가씨의 손님분께서는 잠시 응접실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

소년은 자연스럽게 가게 안쪽에 마련된 자리로 댈런을 이끌었다.

수수한 의자와 테이블이 한쪽에 놓여있고, 방의 나머지를 대장간의 상등품들이 전시해놓은 구조.

막 대장간을 옮겼던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충 잡동사니를 쑤셔박아 놓았던 장소는, 이제 부유하거나 중요한 손님을 위한 자리로 재탄생해 있었다.

르베론이 손수 빚은 맥주를 한 잔 하며 대장간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있자면, 아무리 주머니가 굳게 닫힌 상인이라도 계획에 없던 지출을 할 수밖에 없겠지.

평범한 범인의 눈으로 봐도 욕심이 날 법하지만, 안목 깊은 상인이나 뛰어난 전사라면 금화를 주고서라도 살 수밖에 없는 걸작.

미스릴의 제련자가 만든 무구란 그런 것이었다.

“저희 미스릴 제련소의 특제 맥주 나왔습니다! 기다리시는 동안 편하게 쉬세요.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나 절 불러주시면 된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키지도 않은 맥주와 안줏거리들이, 소년의 손에 의해 테이블 위에 올려진다.

소년은 허리를 꾸벅 숙이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댈런은 벽 너머로 울리는 옅은 망치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맥주를 들이켰다.

“크으.”

오랜만에 맛보는 르베론의 수제 맥주는 여전히 명품이었다.

시원하게 톡 쏘며 목구멍을 간질거리는 끝맛은, 어느 주점의 맥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풍미.

어디선가 풍겨오는 화약 냄새가 살짝 거슬리기는 했지만, 그 정도야 명주를 음미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응접실 문이 벌컥 열리며 땅딸막한 키의 사내가 뛰어 들어왔다.

“댈런! 이게 대체 얼마 만인가!”

응접실을 쩌렁쩌렁 울리는 반가움의 외침.

미스릴의 제련자, 르베론 아하킴은 다짜고짜 댈런을 덥석 끌어안았다.

우드득.

갑옷 판금이 마찰하며 불편한 소음을 냈다.

댈런만큼이나 굵은 팔뚝에서 나오는 힘은 가히 초인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영감. 갑옷 부서지겠소.”

“뭐가 문제겠나! 그럼 내가 고쳐주겠네! 아니, 아예 더 좋은 걸로 만들어주지! 으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더 힘껏 끌어안는 대장장이. 아마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갈비뼈가 부러졌을 테였다.

물론 댈런의 골격은 평범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고, 맞춤 갑옷을 몇 번이나 제작해온 르베론도 그걸 알기에 이렇게 반가움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결국 리벳 두어 개쯤을 분질러 먹고서야 댈런을 놓은 대장장이는, 여전히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얼굴로 소리쳤다.

”으하하하! 어젯밤 꿈자리에 난데없는 용이 나타나길래 기이하다 싶었어. 그 용이 자네일 줄은 몰랐네!”

”···예지몽의 재능도 타고난 줄은 몰랐는데.”

”흐흐, 당연히 그냥 개꿈일 걸세. 하지만 꿈보다 해몽이라지 않나. 자네가 몇 달 사이에 사람에서 용으로 변한 건 아닐 테니 말이야! 하하하!”

대장장이는 장난기를 가득 담아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댈런은 마주 웃으며 코 언저리쯤을 긁적였다.

그는 곧 품속에 손을 넣어 아공간에서 작은 금속 궤짝을 꺼내들었다.

”여기. 선물이오.”

”그게 뭔가?”

”성기사단에서 가져온 기념품. 대장간 일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거요.”

르베론은 습관적인 손길로 궤짝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이내 섬세한 세공에 연신 감탄하며 궤짝을 열었다.

달칵.

작은 구슬 크기의 공간 안쪽. 신비한 백색 불꽃이 일렁인다.

하얀 불씨를 본 르베론의 눈이 큼직해졌다. 그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거, 설마···백은의 불씨인가?”

”맞소.”

”······.”

대장장이는 침묵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루시아를 통해 단장에게서 전달받은 백은의 불씨.

균열 탐사 의뢰의 보상으로 받은 이 백색 불꽃은, 성기사단의 강력한 무구에 사용되는 백은강을 제련할 수 있는 원천이었다.

실력 있는 대장장이에게 백은의 불씨란, 천금을 주고도 구할 수 없는 지고의 보물 중 하나.

백은강으로 만든 무구는 신성력 전도율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은 물론, 성물을 벼려내기도 하는 만큼 그 자체로도 굉장히 단단하고 탄력있는 금속이기 때문이었다.

“···고맙네.”

르베론이 다시 입을 연 건, 댈런이 말없이 맥주를 홀짝이다 잔을 다 비웠을 즈음이 되어서였다.

”내 자네에게 이걸 받을 자격은 없으나, 사양하지는 않겠네. 대신 앞으로 내 가게에서 물건값을 낼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걸세.”

”그거면 됐소.”

댈런은 낮게 웃었다. 어차피 그의 입장에서야 미스릴의 제련자가 빠르게 성장할수록 좋은 일이었다.

그는 턱을 긁적이며 화제를 전환했다.

”그나저나 손님이 있다고 들었는데.”

”아, 맞네. 저 멀리 북쪽에서 오신 손님이지. 어쩌면 자네와 안면이 있을지도 모르겠구만.”

”그럴 것 같아서 꺼낸 말이오.”

마침 그 손님이라는 사람의 기척이 문밖에 서성거리고 있기도 하고. 댈런은 덧붙였다.

처음 대장간에 들어섰을 때부터, 댈런은 무두질 용액과 금속 내음 사이의 화약 냄새를 놓치지 않았다.

감각을 조금 예민하게 가다듬은 뒤에는, 아예 상대방의 정체를 확정했을 정도였고.

대장간이 넓다 해도 한 건물 내부.

이 정도 거리라면 상대방 역시 댈런의 기척을 느끼지 못했을 리 없겠지.

애당초 그는 기척을 숨길 생각마저 없었으니, 저렇게 다가온다는 건 무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뜻.

허나 서로 살갑게 대할 사이까지는 아니기에, 문밖에서 안타깝게 서성거리고만 있는 것일 테였다.

댈런은 의자에 편안하게 몸을 묻었다. 도끼머리에 자연스레 손을 올리자 문 너머의 기척이 움찔하며 물러선다.

댈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들어오시오. 쥐새끼처럼 숨어있지 말고.”

끼익.

문이 열렸다.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여자는, 저번 만남과 달리 암행복 차림이 아니었다.

차르국 군대의 정복을 입고, 머리칼 역시 단정하게 쓸어넘긴 모양새.

차르국 왕실 특무대의 집행관, 사샤 타란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다시 뵙습니다, 댈런. 차르국 왕실 특무대의 집행관, 사샤 타란입니다.”

여전히 공손하면서도 사무적인 몸짓.

허나 잘게 떨리는 손끝과 조금 불규칙한 호흡만으로도, 그 속에 묻어나는 초조함을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허허, 서로 아는 사이라면 이야기가 편해지겠구만. 댈런, 이쪽 집행관께서는 이번 달 들어 내 가장 큰 고객일세. 미궁에 내려가기 위해 육십 명분의 갑옷과 무기를 주문하셨지. 집행관, 이쪽은 내 은인 댈런이오. 이미 소문은 익히 들으셨을 거라 생각하오.”

“···미궁에 내려가신다라.”

르베론이 껄껄 웃으며 두 사람에게 서로를 소개하는 동안, 댈런은 사샤를 빤히 바라보며 턱을 긁적였다.

집행관씩이나 되는 고급 인력이, 미궁 같은 위험지역에 발을 들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그만큼 중요한, 그리고 절박한 작전이 진행중이라는 이야기.

그 작전이 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바로 얼마 전, 반란군의 수뇌부 중 하나를 족쳐서 넘겨준 게 바로 댈런 자신이었으니까.

“그 산적수염에게서 꽤 중요한 정보를 캐냈나 보군.”

“···정확하시군요.”

“미궁으로 내려간 반란군을 쫓을 생각이오?”

길고 얇은 눈썹이 움찔거린다. 댈런은 피식 웃었다.

“놈들이 미궁 속의 악마라도 불러내려 하나 보군.”

“···어떻게.”

“그냥 던져본 말이오. 그쪽 반응을 보니 맞는 듯한데.”

사샤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사실 댈런에게 있어, 이건 추측하기 어려운 일조차 아니었다.

차르국 반란군, 자칭 ‘일곱 왕관의 수호단’이라는 놈들은 시작부터가 악마의 끄나풀 같은 존재였으니까.

더군다나 놈들이 섬기는 악마들이 에낙사구스의 휘하에 있는 놈들이라는 걸 생각하면, 아예 악마의 직접적인 도움을 받으러 이 시점에 움직였다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다섯 악신 중 가장 전략적으로 종말을 앞당기려 하는 존재가, 바로 운명과 역천의 악신 에낙사구스였으니까.

여기서 차르국이 너무 큰 손실을 입는 것도, 미래를 생각했을 때 바람직한 그림은 아니겠지.

눈앞의 집행관이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댈런은 작은 조언 정도는 건네주기로 했다.

“미리 말해두겠지만, 미궁에 섣불리 발을 들이는 건 조심하는 게 좋을 거요. 수십 단위의 군 병력으로 들어갈 생각이라면 더더욱.”

“알고 있습니다. 미궁은 전문 탐험가들이라도 방심한 순간 미아가 되는 마경이라죠. 다만 이미 앞서 내려간 부대가 있는 이상, 저희도 지체할 수만은 없는 입장입니다.”

사샤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댈런은 팔짱을 꼈다. 이미 내려갔다고? 그건 좀 빠른데?

“몇 명이서 갔소?”

“먼저 내려간 특무대 인원은 마흔 명입니다.”

“그럼 이미 죽었다 보는 게 좋겠군. 그쪽 실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 상대하는 거랑 미궁에서 살아남는 거랑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다소 급하게 내려간 건 사실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저희 요원들을 보낸 건 아니었습니다. 특별한 훈련과 장비로 만반의 대비를 했고, 뛰어난 길잡이도 고용했죠.”

“길잡이?”

그렇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정말 노련한 탐험가라면 수십의 인원까지는 아슬아슬하게나마 이끌어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사샤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은, 댈런조차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예. 까마귀 둥지의 정보상이 저희 선발대를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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