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2층(2)
미궁에 들어선 지 사흘째 아침.
늑대 크기의 곱등이 비슷하게 생긴 마물들을 처치한 일행은, 마침내 동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여기가···미궁 2층.”
“허허, 오랜만이군.”
뜨거운 바람이 얼굴과 옷깃을 스친다. 모래밭을 밟은 집행관과 난쟁이는 제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댈런은 턱을 긁적였다. 그로서는 모니터 너머에서 숱하게 보던 풍경과 별반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휘이이이―
사방에서 열풍이 불어닥치는 사막. 발밑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부츠 안의 발을 답답하게 조여온다.
방금 나온 동굴 입구를 제외하면, 전후좌우 어디를 봐도 황량한 모래뿐이었다.
‘미궁 2층. 작열사막.’
숲과 늪지, 평야가 혼재하는 1층과는 다르게, 미궁의 2층은 전체가 사막지대였다.
지상의 사막과 유사하지만, 동시에 사뭇 다른 개념의 지형.
지상의 사막이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빛으로 제 몸을 덥혀낸다면, 미궁 2층의 사막은 모래 스스로 빛과 열을 뿜어냈다.
작열사막이라는 별명처럼, 이곳은 말 그대로 스스로 타오르는 사막지대.
“발바닥이 익어버릴 것 같군요.”
“밤에는 얼어버릴 것 같다고 할 걸세. 이 모래지옥에서는 밤이면 차르국의 겨울철 같은 냉기가 올라오거든.”
며칠 동안 그래도 조금 친해졌는지, 사샤와 비요른은 잡담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댈런은 버석거리는 모래밭 위로 몇 걸음을 앞서갔다. 그는 품속 아공간에서 투명한 유리 구체를 꺼내들었다.
“오, 그건 탐색자의 좌안 파편 아닌가?”
푸른 금속 화살표가 둥둥 떠있는 유리공을 본 비요른이,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사샤도 은근히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모습이었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성기사단 본단의 지하 유적에서 회수한 이 아이템은, 강력한 추적 능력이 내장된 유물.
영웅담으로 각색되기 쉬운 검이나 갑옷 등의 무구보다 유명세는 떨어지지만, 그 능력만큼은 같은 계열의 유물 중에서도 손꼽히는 바.
강대한 차르국의 특무대 집행관이나, 화약을 마음대로 다루는 게 가능한 영웅급의 장인이라면 오히려 모르는 게 더 말이 안 되겠지.
‘시에나.’
대상으로 지정할 인물의 이름을 읊조리며, 댈런은 정보상의 모습을 구체화했다.
검은 눈에 검은 머리를 길게 기른 까마귀 둥지의 정보상.
술보다 차를 좋아하고, 짓궂은 미소와 긴 속눈썹이 예쁜 여인.
누구에게도 빚 지는 걸 싫어하지만, 동시에 그 누구보다 가까운 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모순덩어리 주문쟁이.
‘그리고 에클라시아.’
그건 태초의 마녀가 낳은 열세 마녀의 혈통 중 가장 막내, 깃털의 마녀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성씨이자.
시에나가 날 때부터 거머쥐었으며,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봉인했으나 이제 다시 되찾고자 하는 힘의 증표였다.
웅웅웅―
마력을 불어넣자마자 미친 듯 회전하던 바늘이, 이미지를 구체화할수록 속도를 줄여간다.
마녀의 성씨를 언급할 즈음에는 부르르 떨더니 움직임을 뚝 멈추는 푸른 금속 바늘.
지평선 저 너머를 가리키는 바늘을 보며, 댈런은 슬며시 웃었다.
“여기 있군.”
“여기? 누구 말인가?”
“시에나 말이오.”
고개를 갸웃하던 난쟁이는 뒤늦게 아차 하는 표정이 되었다.
탐색자의 좌안 파편은, 대상이 대륙의 정 반대편에 떨어져 있더라도 큰 지장 없이 작동하는 강력한 유물.
허나 하나의 물리적 공간 안에 속한 대륙과는 달리, 미궁은 각 층이 괴리된 세상이었다.
이 뒤틀린 세계에서 탐색자의 좌안 파편이 온전히 작동한다는 건, 대상자와 사용자가 같은 층 안에 위치해 있다는 의미.
시에나는 지금 미궁의 2층에 있었다.
이 드넓은 작열사막 어딘가, 준비가 덜 된 선발대의 병력을 이끌고 반란군을 추격하면서.
“반란군의 최종 목적지가 미궁 3층이라 하지 않았소?”
“그렇습니다. 바실리코프의 이야기에 따르면, 악마가 계시한 성소가 미궁 3층에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선발대 역시 결국 미궁 3층으로 향할 예정이겠군.”
사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란군 악마 숭배자들은 사슬 옥좌의 칼카스와 소환 계약을 맺기 위해, 미궁 3층으로 백오십에 달하는 병력을 파견했다.
물론 한 왕실 아래에 있는 특무대와 달리, 놈들은 각기 저들만의 왕자와 왕녀를 따르는 일곱 파벌로 나뉜 조직.
평시에도 내부의 은근한 견제로 인해 온전히 힘을 모으기 힘들어하는 조직이다. 이런 대규모 작전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놈들은 대략 열 개에 달하는 작은 파티로 나뉘어 미궁으로 향했다고 한다.
따라서 시에나가 길잡이로 합류한 선발대에게 주어진 임무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열이 넘는 무리로 나뉘어, 비교적 상대하기 수월해진 반란군의 탐험가 파티를 추격해 척살하는 것.
그리고 두 번째로 가능하다면 놈들을 추월해, 미궁 2층에서 3층으로 넘어가는 입구를 틀어막고 버티는 것.
“갑시다.”
댈런은 품속에 유리구를 갈무리했다. 그리고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
두 시간.
철혈군대에서도 정예만을 선별한 특무대 요원들이, 작열사막의 열기 위에서 행군할 수 있던 최대 시간이었다.
“후우. 후우···.”
“너무 뜨거워. 산 채로 용광로에 들어간 느낌이야.”
“선발대가 살아 있기는 한 건가? 어떻게 이런 더위 속에서 버틸 수 있지?”
너나 할 것 없이 수통을 열고 물을 들이키는 요원들.
조금이라도 열기를 식히기 위해 머리와 옷에도 끼얹어보지만, 이미 물을 담아둔 가죽 수통 역시 뜨끈뜨끈하게 달아오른 뒤였다.
“쯧쯧, 엄살이 심하군.”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이 열기에 멀쩡할 수 있는 건 난쟁이족뿐이에요.”
“내 동족들이 더위나 추위에 강하긴 하지. 하지만 저기 잘만 걷고 있는 인간 용병도 있지 않나?”
비요른이 댈런을 가리켰다. 별 생각 없이 터벅터벅 걷던 댈런은 그 소리에 슬쩍 뒤를 돌아봤다.
“···저분은 예외로 하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샤. 그녀 역시 열기로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채, 턱끝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댈런은 잠시 멈춰섰다. 그는 주변의 위험을 탐색하던 감각 일부를 끌어와, 특무대 요원들의 몸 상태를 살펴보았다.
‘흠.’
꽤나 처참한 상태였다.
바싹 마른 입술과 흐릿한 초점은 양반이요, 벌써부터 발에 가벼운 화상과 물집이 잡힌 이들도 많았다.
불안정한 심박, 숨가쁜 호흡.
떨리는 눈꺼풀과 팔다리는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체온의 여파이리라.
당연한 결과였다.
요원들 전원이 마력을 다룰 줄 아는 뛰어난 전사들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인간의 한계를 벗어던질 수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웬만한 초인이라도 작열사막의 더위 앞에서 멀쩡하기란 쉽지 않다.
게임에서도 어지간해서는 왔다가는 고열에 탈수, 환각, 탈진 등 온갖 상태이상이 덕지덕지 들러붙지 않던가.
지금 댈런이 멀쩡한 건 온전한 용혈을 각성한 결과, 열기에 대해 초월적인 내성을 보유했기 때문이었다.
[뀨웅.]
거기다 왼팔에 문신처럼 들러붙은 새끼용이, 조금 덥다 싶으면 센스 좋게 냉기를 솔솔 불어주기까지 했으니까.
오히려 그런 것 없이도 뒤쳐지지 않고 따라온 특무대의 정신력이 대단할 따름이었다.
북부 차르국이 고향인 이들이라, 추위보다 열기에 특히나 약할 텐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저기서 잠시 쉬어가지.”
잠시 고민하던 댈런은 근처의 모래 구덩이를 가리켰다.
특무대 요원들 사이에서 안도의 한숨이 쏟아졌다.
***
신속하게 캠프가 꾸려졌다.
마법으로 방열 기능을 부여한 얇은 가죽 깔개를 지면에 덮고, 그 위에 천막 여럿을 설치하기까지 삼십 분이면 족했다.
사실 일반적으로 작열사막을 탐험할 때는, 이렇게 주간에 쉬고 야간에 이동하는 게 맞았다.
추위는 옷을 껴입으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어도, 모래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답이 없었으니까.
냉기 속성의 마도구를 몸에 둘둘 감고 다니면 그나마 낫긴 할 테였다.
물론 그랬다가는 마물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좀 다른 경우였다.
댈런이 노리고 있는 이동수단은 오직 낮에만 활동했다.
그리고 작열사막의 중심부에 둥지를 트는 놈들의 특성상, 어느 정도는 사막 안쪽으로 들어가야 마주칠 확률이 높아졌다.
‘완전 외곽 지역은 벗어났으니, 운 좋으면 한 마리 정도는 만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댈런이 육포를 우물거리며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사샤가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그나저나 어제 말씀하셨던 작전 말입니다.”
조금 더위가 가셨는지, 홍조가 약간 가라앉은 얼굴.
“말씀하신 대로 아직 부대원들에게 이야기는 안 했습니다만, 정말 괜찮겠습니까?”
“안 괜찮을 건 뭐요?”
“효과적인 이동 수단이라는 건 알겠습니다. 다만 너무 위험하지 않을지······.”
사샤는 말끝을 흐렸다. 특무대씩이나 되어서 위험이 어쩌고 하는 게 조금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애당초 미궁에 내려온 이상 매 순간이 위험한 게 현실. 그녀도 그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댈런은 뭐라 한소리 하는 대신, 자리에서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가 말했다.
“선발대는 반란군 놈들을 다 잡지 못했을 거요. 길잡이가 아무리 유능하다 해도, 이 드넓은 사막에서 뿔뿔이 흩어진 반란군 파티를 다 족치는 건 불가능하지.”
지금쯤 반란군 파티 중 두엇은 이미 3층 입구로 접어들었을 거고. 댈런은 도끼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덧붙였다.
“그럼 선발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요. 보름이나 늦게 출발해 언제 합류할지도 모르고, 미궁의 마력풍 때문에 연락조차 안 되는 우리를 하염없이 기다리던가.”
“···아니면 적은 전력으로라도 의식을 막아보기 위해 3층으로 내려가던가군요.”
“그렇소.”
댈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들었던 특무대의 충성심이 사실이라면, 아마 선발대는 후자를 택하겠지. 그게 우리가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서둘러야만 하는 이유요.”
선발대의 출발 인원 마흔.
시에나가 아무리 활약했다고 해도, 스스로의 힘을 일부밖에 쓰지 못하는 지금 실정으로는 사상자가 아예 없을 수 없었다.
미궁을 통과하며 반란군과의 전투를 동시에 겪어냈으니, 어쩌면 절반 가까이 죽어나갔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렇게 남은 스물 남짓 되는 병력을 가지고, 악마와의 의식 현장을 들이받는 건 지나치게 무모한 짓이었다.
‘단지 악마의 힘만을 내려받는 게 아니라, 직접적인 소환 계약을 맺는 의식이니까 더 위험할 테고.’
하지만 차르국 특무대는 충성심을 빼면 시체라 불리는 이들.
자칫 늦었다가 고향 땅이 악마의 놀이터가 될 판에, 제 한 몸 건사하겠다고 주저하는 짓을 할 사람들은 아니었다.
시에나 역시 칼카스에게 중요한 볼일이 있는 만큼, 평소와는 다르게 그 자살돌격 같은 공격에도 거리낌 없이 합류하겠지.
댈런이 이토록 서두르는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그는 조금이라도 빨리 미궁 3층의 입구에 도착해, 선발대와 시에나의 무모한 선택을 막아야만 했다.
“다행히 운이 좋군.”
“···예?”
댈런이 중얼거렸다. 사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비요른 역시 산탄총을 꺼내들며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그가 말했다.
“동감하네. 다른 때 같으면 운이 나빴다 할 상황인데, 지금은 댈런 말처럼 운 좋다 느껴지는군. 이 친구랑 있으면 이상하게 안심이 돼.”
“드워프가 그런가, 감이 좋은데.”
“그야 우리는 땅 속에서 한 세기 넘게 안 나오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렇지. 이걸 나보다 빨리 느낀 자네가 대단한 걸세, 으핫핫!”
“······?”
사샤는 두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뭐가 운이 좋고 안 좋고 하단 말인가?
“······!”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도 단련된 오감에도 미묘한 진동이 걸려들었다.
“설마 이 울림······.”
“그쪽도 인간 치고 나쁘진 않군. 합격 주겠네! 흐하하!”
쿠르르르.
땅이 떨린다. 지진과는 달랐다.
지진이 일어날 때 땅 전체가 대놓고 출렁이는 듯하다면, 이건 저 지하 깊은 곳에서 누군가 지면에 대고 노크를 하는 느낌.
현대에서 살아본 댈런은 이것과 유사한 감각을 느껴본 적이 있었다.
안전관리자로 터널 공사 현장에 근무했을 적. 거대한 굴삭기가 땅을 파는 진동.
사무실 안쪽까지 느껴지던 울림이, 바로 지금의 떨림과 꼭 같았다.
쿠르르르······.
점점 거세지는 울림.
머지않아 늘어져라 휴식을 취하던 요원들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일어났다.
모래언덕의 사면이 스르르 흘러내리고, 가죽 깔개와 그 위의 텐트도 들썩이기 시작한다. 사샤는 장총을 끌러내려 장전하며 외쳤다.
“특무대! 전투 준비!”
집행관 사샤의 명령에, 특무대 전원이 신속하게 군장을 갖춘 채 장총의 장전을 마쳐낸다.
치이이이···!
그동안 비요른은 눈을 감고 지면의 떨림을 계산하면서, 손에 쥔 막대형 폭약의 심지에 불을 붙였다.
댈런도 창을 뽑아들었다. 아무래도 손도끼 가지고는 제대로 흠집도 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쿠르르르! 쿵. 쿠쿵···!
끊임없이 강해지는 진동.
천막이 죄다 무너지고 몸까지 흔들린다.
그러던 어느 순간, 문득 떨림이 멎었고.
“······?”
몇 초 뒤.
뻐어어어어엉―!
눈앞의 모래언덕 윗부분이 통째로 사라지면서, 거대한 기둥이 땅에서 솟아올랐다.
[캬아아아아아!]
아름드리나무 몇 그루를 모아야 저 동체의 굵기와 맞먹을까.
폭발한 언덕 위로 드러난 길이만 수십 미터에, 몸통 위를 빼곡히 채운 황톳빛 비늘은 하나하나가 장정 몇 명을 덮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랗다.
카가가가가각!
고대 드워프제 굴삭기처럼 원형으로 회전하며, 끊임없이 마찰하는 열 겹에 가까운 주둥이.
그 주둥이에 빼곡하게 돋아난 수천 개의 이빨은, 펄펄 끓는 모래사막의 기반암마저 아무렇지 않게 갈아버린다.
사실상 이 사막의 최대 포식자 중 하나이자, 미궁 2층이라 하면 으레 떠올리곤 하는 대표 격의 마물.
“···샌드웜.”
크기로만 봐서는 어지간한 용마저도 압도하는 괴물 위용 앞.
산전수전 다 겪은 특무대 요원들마저 입을 떡 벌린 채 총구가 파르르 떨리고.
스릉―
“늦지 않게 도착했군.”
르베론 아하킴의 최신 걸작을 손 안에서 한바퀴 돌린 댈런은, 입가에 사나운 미소를 머금은 채 제자리에서 훌쩍 뛰어올랐다.
꽈앙―!
간만에 전력을 다한 도약. 발끝이 떠난 지면에 작은 모래기둥이 치솟는다.
“레니아― 바사크.”
주문을 읊어 비검의 힘으로 무기에 전격을 둘러내고, 동시에 허공을 두어 번 격하며 괴물의 머리통 부근까지 접근하기까지 한순간.
그때 마물의 주둥이 근처를 둘러싼 작은 비늘들이 꿈틀거리며 열렸다.
수천 개의 검은 눈동자가 눈꺼풀을 벗고 뒤룩 구르며 댈런에게 집중되었다.
[캬아아아아!]
마찰로 불꽃을 튀기며 쩍 벌어진 주둥이.
시선에서부터 쏘아지는 강력한 저주.
[흐어으어업!]
그 즉시 입안이 터질 듯 포식하기 시작한 악마가, 아공간에서 행복한 신음을 내지르기 시작하고.
[······?!]
저주가 통하지 않는 걸 눈치챈 영민한 짐승의 눈동자가, 뭔가 잘못되어도 대단히 잘못되었음을 느낀 순간.
“뭘 꼬라봐.”
파지지지직―!
허공을 가볍게 밀어찬 댈런이, 화살 같은 빠르기로 쏘아지며 번개 머금은 창끝을 괴물의 비늘에 박아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