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지의 소녀들(1)
“수호룡이라고 했소?”
댈런은 모르는 척 되물었다.
이 시점의 시에나는 버번이 용인 걸 알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다.
용신의 첫 포효, 카일버르쿠스 아르번은 단 한 번도 시에나에게 스스로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았으니까.
‘시에나의 어머니가 남긴 유언 때문이지.’
금강궁에서 쫓겨나, 가문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 깃털의 마녀.
그녀는 자신의 딸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멀리서 지켜보며 도와달라고 버번에게 부탁했다.
수천 년 묵은 고룡이 왜 그녀의 부탁을 들어줬는지는 모른다.
어찌 됐건 버번은 그 청에 따라, 시에나가 어릴 적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그녀를 도와주었다.
스스로의 존재는 철저히 숨긴 채.
“그래. 수호룡. 초대 깃털의 마녀는 한 진룡과 사랑에 빠졌었다고 해. 그 진룡은 말 한 마디로 사막을 숲으로 만들 수도, 산을 깎아 호수를 메울 수도 있었다고 하지.”
시에나는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녀는 다 익은 계란과 베이컨, 그리고 빵조각을 댈런의 접시에 덜어주었다.
“마녀와 용의 사랑이라. 옛이야기답군.”
“그렇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용의 수명은 마녀보다 훨씬 길었어. 오랜 세월이 흐르고 깃털의 마녀가 침상에서 숨을 거둘 때, 용은 그녀와 계약을 맺었다고 해. 그녀의 후손이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 단 한 번 위기에서 구해주겠다고.”
시에나는 기름을 닦고 집기를 정리한 뒤, 미리 내려놓은 찻잔을 무릎 위로 가져갔다.
“이 이야기는 어머니가 들려주신 거야.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나는 이걸 그저 잠자리 동화 정도라고 결론 내렸지.”
“···그렇군.”
“하지만 요즘 든 생각인데, 내가 틀렸을지도 모르겠어.”
댈런은 빵을 우물거리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시에나는 이미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쌍의 검은 눈이 서로를 마주 본다. 한쪽은 빛나는 마녀의 눈, 다른 한쪽은 뚱한 전사의 눈이었다.
‘버번의 정체를 눈치챈 건가?’
수백 회차에 걸친 플레이에서, 그녀 스스로 버번의 존재를 맞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만약 그 명제가 빗겨나간다면, 이건 어떤 변수 때문일까.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변수는, 또 어떤 결과물들을 낳게 될···.
“···만약 수호룡이 정말 있다면, 그건 분명히 당신일 거야.”
···변수는 개뿔.
“피곤한가 보군. 좀 쉬시오.”
“아하하, 농담이야. 설마 당신이 진짜 용이겠어? 그랬으면 비요른 저 영감이 당신이랑 같이 못 다녔지.”
“······.”
그러고 보면 비요른이 보는 앞에서 용의 힘을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긴 했다.
첫 만남 때는 성검으로 용의 힘을 억눌렀었고, 버번을 만난 뒤로부터는 청린용의 능력이 그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었으니까.
간혹 언뜻언뜻 그 존재감이 새어 나올 때가 있긴 했지만.
“수호룡이라니. 다 동화 같은 이야기일 뿐이지.”
시에나가 지나가듯 중얼거렸다. 그녀는 남은 찻물을 모닥불 옆에 쏟았다.
“좀 피곤하네. 당신 말대로 쉬어야겠어. 언제 잘 거야?”
“다 먹고 자겠소. 먼저 주무시오.”
댈런은 계란과 고기, 빵이며 볶은 쌀이 고봉으로 쌓여있는 그릇을 들어 보였다.
시에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천막으로 들어갔다. 모닥불 앞에는 이제 혼자였다.
달그락.
댈런은 그릇의 음식을 대충 섞어 입에 밀어 넣으며, 한동안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금발머리 성기사에 대한 생각도 중간중간 섞어가면서.
***
1층에는 갑각늑대 택시. 2층에는 샌드웜 버스.
다른 두 층과 달리 미궁 3층에서는, 딱히 이동수단이라 할 만한 게 없었다.
끈적한 늪지는 기어가는 수준으로 유속이 느렸고, 그건 이곳에 사는 대부분의 생물들도 마찬가지였다.
철저하게 자신의 영역을 고수하며, 먹잇감이 그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는 포식자들.
간혹 활동성이 높은 마물도 있긴 했지만, 죄다 탑승물과는 거리가 먼 놈들이었다.
따라서 일행은 두 다리로 늪지를 걸어야만 했다. 당연하게도, 수많은 마물들의 영역을 통과하면서.
아루룩! 우그르르!
“프로그맨이다!”
눈 네 개짜리 프로그맨이 발톱을 들이민다.
얕은 늪지에서 느닷없이 솟구쳐올라, 먹잇감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개구리 머리통의 마물들.
물론 이끼 사이에서 끔뻑이는 눈을 본 댈런이 미리 주의를 줬기에, 특무대가 급습당하는 일은 없었다.
“사격!”
타다다다당!
우그르륵! 오르륵!
오히려 조준을 끝마친 총구가 납탄 세례를 쏟아내며, 물컹한 놈들의 살거죽을 걸레짝으로 만들었을 뿐.
끄우아악! 우르락!
그때 늪지 저 안쪽에서 괴성이 울려 퍼졌다. 보통의 프로그맨과는 좀 다른, 더 높고 날카로운 울음소리.
“주술사다!”
지이이이잉―!
원시적인 주문의 힘이 지팡이 끝에 모여들고, 세 줄기 굵은 광선으로 현현해 특무대를 덮쳐든다.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지금 일행에는 저런 주술사보다 훨씬 뛰어난 마법사가 함께했으니까.
“녹스, 펠리렘!”
파지지지직!
주문을 외자마자 떠오른 세 개의 보호막이, 광선의 궤도를 정확하게 예측해 가로막고 굴절시켜낸다.
튕겨난 광선은 늪지의 끈적한 오물을 갈아엎으며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댈런은 도끼를 가볍게 던졌다.
패래랙― 퍽!
영역의 힘을 쓸 필요도 없었다.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손도끼는, 프로그맨 주술사가 다음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놈의 미간에 꽂혔다.
놈의 세 쌍 눈이 정확히 세 개씩 반반으로 나뉘었다. 댈런은 손을 뻗어 도끼를 불러들였다.
“사격!”
그 사이 다시금 조준을 마친 특무대가 총알을 쏟아내고.
“흐하하하! 폭탄 받아라!”
꽈광! 콰과과광!
난쟁이가 던지는 유탄이 그 화력의 공백을 넘치도록 메워준다.
전투는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일행은 이런 식으로 미궁 3층을 어렵지 않게 누빌 수 있었다.
60명이나 되는 특무대 요원들과 외눈의 명공이 만들어내는 화력은, 일반적인 차르국 총병 중대급을 아득히 웃돌았다.
여러 발을 동시에 장전할 수 있는 시제품 격의 장총과, 비요른의 특제 폭약이 환상의 조합을 이룬 덕분.
물론 근본적으로는 미궁의 지리를 꿰뚫고 있는 댈런이 적절한 경로로 그들을 이끌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시에나의 주문 역시 적재적소에서 일행을 보조하며 활약했고.
그렇게 사흘이 지났다.
***
‘대략 이틀길 남았군.’
개인 천막 안.
저녁 회의를 마친 댈런은 갑옷 끈을 넉넉하게 풀어두고 모포에 몸을 뉘였다.
선발대가 미궁 1층에서 반란군 포로를 심문해 알아낸 바가 맞다면, 악마가 지시한 성소까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저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걸까요? 앞서갔을 반란군들의 시체는커녕, 뼛조각이나 찢어진 갑옷조차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악마의 조언을 받는다지만···사망자가 한 명도 없는 건 불가능할 터인데.’
회의 때 집행관 사샤가 남몰래 풀어놓았던 고민. 댈런은 문득 떠오른 그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원래 미궁에서 죽은 사람 시체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소.’
불안한 얼굴의 그녀에게, 댈런은 이렇게 답했었다.
하루하루가 생존을 위한 투쟁인 미궁. 이 마경에서 버려진 시체는 어느 마물에게나 좋은 먹잇감이다.
따라서 내버려진 탐험가의 시체는 보통 하루이틀이면 사라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3층에서는 그 속도가 더 빨랐다.
제 영역을 지키는 늪지의 마물들은, 다 먹어치우지 못한 사체를 늪 깊은 곳으로 끌어가 묻어두었기 때문.
공짜 먹이를 노리는 시체 청소부들을 사전에 막고, 산소를 차단해 부패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든지 먹어치울 수 있도록 보존하는 습성이었다.
회의 내용을 뇌리에서 털어낸 댈런은 몸을 일으켰다. 그는 속으로 악마를 불러냈다.
‘야.’
[옙, 주인님.]
‘그거 꺼내 봐라.’
[예, 여기 있습니다.]
이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악마다. 스르르 열리는 아공간 입구.
댈런은 그 안에서 조심스레 내밀어진 단검 손잡이를 잡아들었다.
얼마 전, 흑마법사의 시체에서 얻어낸 아이템이었다.
스아아···.
칼집에서 뽑아드는 것만으로도, 불길한 소리가 천막 안을 아스라이 메워간다.
어렴풋하게 들리는 비명과 신음들. 눈앞에 어른거리는 듯한 원혼의 형상.
평범한 인간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은 댈런의 감각마저, 단검을 뽑은 순간 그 범위가 야영지 안쪽으로 제약될 정도였다.
‘이런 느낌인가.’
저주와는 다르다. 어깨의 인장은 반응하지 않았다.
이건 아이템 자체에 붙은 디버프 옵션 중 하나.
텍스트 상으로만 보던 환각과 환청의 효과를 직접 체감하는 한편, 댈런은 단검을 좀 더 자세히 뜯어보았다.
손잡이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표면이 우둘투둘하고, 옅은 핏빛의 검신은 유려하게 휘어져 있었다.
매끄러운 앞날과 톱 같은 뒷날. 검면 위에 점점이 찍힌 짙은 붉은색의 자국은, 마치 핏방울이라도 튄 것 같은 모양새.
‘핏빛 제례용 단검.’
이건 흑마법사 캐릭터를 키운다면, 중반부가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얻어내야만 하는 필수 아이템 중 하나이자.
동시에 적대 흑마법사가 이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면,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해주는 물건이기도 했다.
‘영혼제사의 모든 과정을 생략시켜주는 아이템이지.’
흑마법사로 전투의 일선에 나서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열 중 아홉은 되는 어중이떠중이를 제외한, 제대로 된 흑마법사라도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으로 흑마법사는 누군가의 육신과 영혼을 제물로 바치고, 악마나 악신에게서 특별한 힘과 능력을 얻어낸다.
문제는 이 제사의 과정이 굉장히 복잡할 뿐만 아니라, 악마들마다 취향과 입맛이 까다로운 경우도 많다는 것.
자칭 흑마법사들 중에 어중이떠중이가 괜히 많은 게 아니다. 그중 태반은 몇 번의 제사 끝에 실패한 놈들.
납치와 고문, 살인이라는 피웅덩이에 발을 담갔음에도, 악마의 선택을 받지 못한 실패자들이 뒷골목 흑마법사의 대다수였다.
‘어찌저찌 제사와 계약에 성공했다고 해도, 필요할 때마다 영혼을 바칠 수 없다는 게 문제지.’
영혼은 마력처럼 어디 담았다 뺐다 할 수 있는 에너지의 개념이 아니다. 더군다나 악마가 원하는 건 신선한 영혼.
따라서 대부분의 흑마법사는 스스로의 영혼을 그릇으로 삼아, 죽은 이의 사념과 영혼을 붙들어두는 방식을 택하곤 했다.
영혼을 신선하게 담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그릇은, 바로 다른 영혼이었으니까.
[이 단검이라면 그 모든 제약에서 자유롭죠.]
악마가 중얼거렸다. 숨길 수 없는 탐욕이 묻어나는 목소리.
[흐흐, 만약 내 손에 이 물건이 있었다면, 지금쯤 그 동굴에 나만의 지옥을 만들고 인간 세계를 점령할 수 있었을···우으읍! 크읍!]
이 새끼 안 맞은 지 좀 되긴 했지. 댈런은 피식 웃으며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었다.
몇 번 만져주자 아공간에서 탐욕스런 중얼거림 대신 비명이 메아리쳤다.
[훌쩍···무슨 말도 못 하고······.]
“처맞을 말을 하니까 그렇지.”
[아아, 인권, 아니 악마권이여······.]
“또 처맞을 말을 하는군.”
[···.]
악마가 입을 다물었다. 댈런은 놈의 뾰로통한 표정을 무시하고, 핏빛 검면을 몇 번 두드려봤다.
히야아아···.
으흑, 으흐흑.
손이 닿을 때마다 함께 커지는 환청. 이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그도 알지 못한다.
지옥 깊은 곳에서 담금질 된 금속이 주재료라는 사실만 알고 있을 뿐, 아이템 설명란에도 별다른 내용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출처와는 달리, 그 능력만큼은 아주 명확했다.
까다롭고 복잡한 제사의 모든 과정을, 그저 찌르고 베는 것 하나로 축약해버리는 것.
더불어 그렇게 취한 영혼과 사념을, 마치 시간을 동결시킨 듯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게 단검의 능력이었다.
사실상 제물과 제단, 그리고 제사의 모든 과정을 손 안에 가지고 다니는 셈.
그렇기에 이 단검 한 자루만으로도, 흑마법사의 전투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스각.
댈런은 단검을 칼집에 꽂아 넣었다.
당장은 사용할 일이 없지만, 앞으로 어떻게 일이 흘러갈지는 모르는 법.
때마침 얼마 전 시체에서 회수한 스킬, ‘지옥문의 열쇠’와도 궁합이 잘 맞는 아이템이었다.
단검을 아공간에 돌려놓자 스산한 바람이 잦아들며, 감각을 어지럽히던 환각과 환청도 가라앉았다.
댈런은 문득 고개를 들었다. 감각권에 뭔가 수상한 기척이 걸려들고 있었다.
“시발.”
펄럭!
갑옷 끈을 조일 새도 없이 천막을 나섰다. 야영지는 아직까지 조용했다.
타오르는 모닥불 앞, 불침번들이 무슨 일인가 싶은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봤다.
그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적습.”
스릉―
짧은 대답 뒤에 곧바로 검을 뽑아들었다. 요원들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어렸다.
물론 몸은 알아서 총을 집어들고 어깨에 견착하는 중이었다. 요원들의 분대장이 다시 물었다.
“적이라니, 어디에···.”
“저기 오는군.”
댈런이 고개를 까딱였다.
불침번들의 시선이 숲 안쪽으로 향했다.
3미터가 채 안 되는 낮은 관목들 사이, 어둑한 그림자를 뚫고 한 인영이 걸어오고 있었다.
“루터?”
요원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자세히 보니 같이 불침번 서던 동료였다.
아까 전 볼일을 보고 오겠다며 숲으로 들어갔던 요원.
“어이, 루터! 놀랐잖냐! 오줌보 터질 것 같다더니!”
“조용.”
눈치 없는 요원의 외침을, 분대장이 나직하게 가로막는다.
아직 거리가 좀 있었지만, 분대장은 볼 수 있었다.
루터라 불린 요원이 정상이 아님을.
“아, 으아······.”
비척이는 발걸음. 파르르 떨리는 눈동자와 손끝.
축 처진 어깨와 목덜미에 돋아난 힘줄은, 어떤 보이지 않는 무거운 지게라도 짊어진 것만 같았다.
분대장은 천천히 총구를 들어올렸다. 그가 경계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아는 루터가 맞다면, 그 자리에 멈춰 서라.”
저벅. 멈춰선 발걸음.
“도, 도···망쳐······.”
입술을 타고 선혈이 주륵 흘러내린다. 요원의 눈이 순간 정상으로 돌아왔다.
“···도망치십시오.”
저도 모르게 부하를 구하러 달려나가려던 분대장을, 댈런이 검을 들어 가로막았다.
“이미 늦었다.”
그게 기점이었다.
콰직!
“커허어억!”
목덜미 언저리가 움푹 떨어져나간다. 분수처럼 솟구치는 피.
우드득!
직후 어깨와 허리가 기괴하게 비틀리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보랏빛으로 물든 요원이 쓰러졌다.
“루터!”
대답은 없었다.
등에 난 네 개의 구멍에서는 핏줄기가 왈칵거리고, 그 위에서 누군가 고개를 천천히 들어올린다.
“무슨···?”
분대장이 침음을 흘린다. 당연한 일이었다.
보이는 건 허공에 둥실 떠오른 붉은 흔적들뿐.
아무것도 없는 투명한 공간에, 진한 핏자국만이 눈두덩과 속눈썹, 콧잔등, 얇은 입술을 그려낸다.
“···투명한 마물인가?”
그러자.
피로 물든 입술이 벌어지고.
히죽.
붉은 이빨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