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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겜의 시체줍는 천재전사-124화 (124/288)

사슬옥좌(3)

얼마 전, 기량 수치가 임계를 넘어섰을 때.

이전까지 볼 수 없던 것들이 댈런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물리 법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개념적인 힘의 방향과 흐름.

그건 육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었으나, 육감으로 인지할 수 있는 수많은 선들의 뒤섞임이었다.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다루는 기예는 진일보했으며, 조금 비틀어내자 이전에는 할 수 없던 일들마저 가능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 바로 염사와 답보.

영역을 통해 새롭게 빚어진 스킬들에, 한 차례 더 손을 댐으로써 만들어진 이적.

그리고 마력 수치마저 임계를 넘어서자, 변화는 다시 한 번 찾아왔다.

스으으···.

먹구름이 몰려든다. 그 위치는 하늘 위가 아니었다.

검붉은 구름은 마치 아지랑이처럼, 사슬 가득한 지면에서부터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대, 댈런! 자네 설마···.”

난쟁이가 당황한 어조로 물었다. 그 의문에 대답은 필요 없었다.

손끝이 복잡하게 수인을 맺어갈수록, 시시각각 형태와 규모를 바꿔나가는 먹구름이 그 대답을 대신했으니까.

우르릉.

사슬로 뒤덮인 숲 한가운데.

땅에서 솟아난 먹구름이 천천히 얽혀들며 회전하기 시작한다.

사용하고자 하는 주문은 하나였다.

‘헤갈레우스의 화염의 비.’

염열 계열 마법의 오랜 선구자, 이그넬라 마탑의 전대 마탑주가 만들어낸 주문.

마탑의 교육 및 연구과정에서도 최상급 레벨에 올라가야만 배울 수 있는 주문은, C등급 스킬답게 광범위한 기상 조작과 화려한 퍼포먼스를 자랑했다.

그 화려함 덕에 대외적으로도 잘 알려진 마탑의 상징격 주문들 중 하나.

그런 주문이, 지금 댈런의 손끝에서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되고 있었다.

쿠르르르···!

나선형으로 겹겹이 얽혀들던 먹구름은, 이내 높이 십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기둥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차디찬 지옥의 그림자 한가운데서 열기를 내뿜으며, 냉기를 몰아내고 도처에 깔린 사슬마저 녹여내는 검은 기둥.

“이그넬― 셀티데오 라그레타.”

그리고 기나긴 수인의 마지막을 짧은 영창이 장식한 순간.

콰아아아아―!

검붉은 구름기둥의 색깔이 반전되어, 선홍빛의 불기둥이 주변을 밝게 비추며 타올랐다.

「홍염주(紅炎柱)」

주문과 초능력이 실존하고, 무협지에나 나올 무술들이 전수되는 이 세계.

불가능이 가능케 되는 영역의 힘은, 마력이라는 매개를 원동력 삼아 현실에 모습을 드러낸다.

임계를 넘어선 기량이, 힘의 흐름을 인지하고 비틀어낼 수 있게 했다면.

임계를 넘은 마력 수치는, 그 흐름을 직접적으로 주무를 수 있는 권능.

까딱.

댈런은 가볍게 손끝을 움직였다. 그러자 화염 기둥에서 수십 갈래의 불꽃이 쏘아져 일그러진 공간을 향해 뻗어갔다.

쩌저저저정!

쏟아지는 화염의 폭격에 비틀리던 상이 하나씩 고정되기 시작하고.

쿠구구구···!

반대로 시험의 배경인 지옥의 그림자는 지평선에서부터 서서히 소멸하기 시작한다.

“주문을 마음대로 조작하다니, 이건 고등 마법사나 할 수 있는 일일 텐데······.”

곁에서 지켜보던 비요른이 입을 떡 벌린 채 그런 말을 중얼거린다.

댈런은 피식 웃었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모니터 너머.

수백 번이나 되풀이한 도전의 절반 이상을, 정석과는 거리가 먼 잡캐로 키워온 그다.

치트성 현질 없이 게임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결국 잡캐가 답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

아마 지금 자신의 모습은, 그 당시에 모니터 너머에서 꿈꾸던 캐릭터의 이상향에 꽤나 가까워졌겠지.

물론 당시 가졌던 의지와는 달리 거금을 현질해서 얻어낸 육신과 재능이지만 뭐 어떠랴.

이 세상은 더이상 게임이 아니었고, 그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었다.

다가오는 종말을 쳐부수고, 살아남아 돌아갈 기회를 얻는 것.

쩌저적···!

수백 조각으로 갈라졌던 공간의 균열이 복구되어간다. 마치 방탄유리를 총으로 쏜 다음, 그 장면을 슬로우 카메라로 되돌려 재생하는 듯한 광경.

결합되며 하나로 온전해져가는 상은, 거대한 공동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비추고 있었다.

촤르르르···!

한 지점을 향해 뻗어가는 수백 갈래의 굵은 사슬들과.

까가가가강!

흐릿한 깃털의 잔상과 함께, 그 공세를 힘겹게 받아치는 마녀의 힘.

시에나는 예상 이상으로 분전했지만, 슬슬 한계가 다가오는 듯했다.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본거지인 지옥을 떠나 약화되었다고는 하나, 상대는 엄연한 상급 악마.

이는 결단코 그녀가 되찾은 마녀의 힘이 약한 게 아니다.

오히려 갓 되찾은 힘으로 여태까지 버텨낸 게 대단한 일이겠지.

쩌적···!

어느새 장벽은 실금 몇 가닥을 제외하고 온전해졌고, 반대로 지옥의 정경은 9할 이상이 증발해버렸다.

그건 곧, 두 번째 페이즈의 끝이 코앞이라는 이야기.

이쯤 되자 마녀를 손에 넣기 위해 몰두하던 칼카스 역시 이상을 눈치챘는지, 흠칫하며 댈런과 비요른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고.

쩡―!

온전히 상이 맺힘과 동시에 지옥의 그림자가 사라지며, 두 사람의 신형이 공중에서 동굴의 바닥을 향해 낙하했다.

[성검의 전사···!]

악마가 안광을 번뜩이며 소리친다. 놈에게는 공교로운 타이밍이었다.

마침내 마녀를 무너뜨리고, 그토록 원하던 힘을 손에 넣기 일보직전의 상황.

생각대로 풀리지 않아 분노로 일그러진 눈빛 앞에서, 댈런은 사납게 웃으며 성검을 뽑아들었다.

우르릉···!

익숙하게 성검을 울리는 우렛소리가, 섬광과 함께 검끝에서 터져나오고.

동시에 동굴의 두터운 천장을 뚫고, 거대한 빛의 기둥이 악마의 머리를 향해 내리꽂힌다.

어둑한 공동을 가르는 두 줄기 섬전.

「뇌격(雷擊)」.

꽈르르릉―!

뇌격에 정통으로 맞은 악마가 비틀거리며 물러난다. 그 사이 댈런은 시에나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괜찮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선혈을 흘리면서도 내려갈 줄 모르는 입꼬리.

십수 년 만에 되찾은 힘의 쾌감이란 그런 의미겠지.

댈런이 지금껏 겪어온 그 어떤 레벨업이나 시체 회수보다도 더한 충만감이, 그녀의 온몸을 지배하고 있을 테였다.

“계속 싸울 수는 있겠소? 그토록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힘이면, 다시 되찾았을 때 돌아올 몸의 반동도 상당할 텐데.”

“당연하지. 저 개새끼 면상에 주문을 꽂아넣을 수 있는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그렇다면야.”

댈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손을 뻗어 도끼를 회수했다.

그때 두 사람의 곁으로 난쟁이가 다가왔다.

“저거 저놈, 방금 한 방으로도 죽지 않은 것 같네만.”

“그럼 명색이 악만데 번개 한 줄기 맞았다고 골로 갈 거라 생각했어?”

시에나가 웃었다. 그녀는 입에 모인 피를 땅에다 뱉었다.

“이제 시작이지.”

후드드득···!

검은 두 눈이 마력광으로 일렁이는 순간, 그녀의 주변 공간에서 수많은 날갯짓이 환청처럼 울려퍼졌다.

깃털의 마녀가 가진 힘.

그 힘은 기본적으로는 환각 계열이지만, 동시에 파괴력으로도 모든 마녀의 혈통 중 세 손가락 안에 들었다.

“크하하, 음습한 동굴에 악마라니. 이거 폭탄 터뜨리기 딱 좋은 환경이구만.”

비요른 역시 숲에서 받은 정신적인 피해를 극복해냈는지, 활짝 편 얼굴로 산탄총에 수제 탄약을 욱여넣었다.

[성검에서 발현되는 영역의 힘이라···인상 깊군.]

그즈음 뇌격에서 발생한 스파크를 완전히 떨쳐낸 칼카스가, 지팡이를 들어 반쯤 부스러진 사슬 로브를 털어내고.

꽈광―!

즉시 댈런의 신형이 사라지며, 방금까지 서 있던 돌바닥이 쩍 하고 갈라졌다.

3 페이즈의 시작이었다.

***

촤르르륵!

수십 갈래의 사슬들이 쏘아진다.

그 첨단마다 둘러진 냉기의 마력은, 아무리 못해도 대포에서 발사된 포탄 이상의 위협.

꽈과과과광!

닿는 곳마다 돌벽과 바닥이 으스러져나가고, 그 파편이 채 비산하기도 전에 얼어붙어 고정된다.

그리고 퍼붓는 사슬 폭격 사이로 댈런은 달렸다. 그의 발은 지면이 아닌, 허공을 거듭해서 디뎌내는 중이었다.

터텅― 터터텅!

중력을 무시한 듯 퉁퉁 튀어오르며 내달리는 건, 고유 스킬 답보의 능력.

보이지 않는 바닥과 벽, 천장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기동은, 악마의 사슬이라도 피해내기에 충분한 움직임이었다.

물론 칼카스의 권능이 사슬 폭격 하나만 있는 건 아니었다.

크르르릉!

놈이 마력을 끌어올림과 동시에 곳곳에서 열린 지옥문의 파편.

그 안에서 뛰어나온 수십 마리의 사냥개가 일행을 노리고 이빨을 들이밀었다.

“이놈들은 내가 맡겠네!”

퍼버벙! 꽈릉―!

능숙한 손놀림으로 날린 폭약이, 적재적소에서 터지며 원하는 방향으로 수백 조각의 철편을 흩뿌린다.

평범한 파편이 아니었다. 하나하나가 난쟁이의 룬 마법이 새겨진 철편들.

사냥개를 두른 사슬에 닿는 순간, 룬이 내뿜는 강력한 빛이 사슬에 깃든 냉기를 날려버리고.

파지지지직!

깨갱! 깨개갱!

사슬을 타고 흐르는 강력한 마법적인 전류에, 집채만 한 사냥개들이 산 채로 통구이가 되어간다.

[인간 놈들의 알량한 화약 무기 따위로···!]

분노에 찬 노성을 토해내는 악마. 허나 시선을 돌릴 틈은 주어지지 않는다.

악마가 비요른을 향해 지팡이를 내뻗음과 동시에, 수십 갈래의 마력 줄기가 놈의 본체를 노리고 쏘아졌다.

휘리리릭!

바람 찢는 소리와 함께 날아드는 흐릿한 깃털의 형상들.

촤르르― 까가가강!

황급히 지팡이를 회수해 수백 가닥의 사슬을 한 차례 더 둘러내지만, 전방위에서 날아드는 깃털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마녀!]

“언제까지나 처맞고만 있을 줄 알았어?”

[냄새나는 인간의 편에 붙은 배신자의 혈통 주제에···!]

꽈르르릉!

놈의 말을 끊고 백색의 벼락이 천장을 다시 한 번 부수며 날아든다.

한 번 당한 게 있어서인지 재빠르게 놈의 머리 위를 가리고 형성되는 사슬의 방벽.

쩌저저적!

사슬에 담긴 냉기가 폭발하며 벼락을 막아냈다.

그러나 어느새 발밑까지 다가온 댈런이 쏘아낸 섬광은, 보란 듯이 악마의 어깨를 관통했다.

[커헉···! 성검의 주인, 어디 그 검을 잃고도 싸울 수 있을···.]

“말이 길다, 새꺄.”

가볍게 자리를 박차며 비웃는다. 뒤늦게 날아든 사슬의 폭격은 애꿎은 돌바닥만 박살낼 뿐이었다.

전황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봐도 무방했다.

인외의 경지에 접어들어가는 전사와 혈통의 힘을 타고난 마녀, 그리고 마개조한 화약에 특유의 전투 센스를 겸비한 장인까지.

고작 세 사람만으로 이루어진 파티였지만, 방금 막 소환된 악마는 정신을 못 차리고 두들겨맞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으니까.

이유는 다양했다.

‘시에나가 생각 이상으로 마녀의 힘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어. 비요른의 화약과 룬 마법이 칼카스의 권속들을 상대로 상성이 좋기도 하고.’

그것뿐만이 아니다. 댈런의 능력치는 보통의 플레이라면 이미 중반부의 끝자락에서나 볼 수 있는 수준.

지금까지 쌓아온 재능과 힘에, 영웅들의 능력과 약간의 행운까지 더해진 싸움이다.

이 정도까지 유리해진 조건에서 패배해서야, 수백 회차를 플레이한 고인물의 체면이 서지 않겠지.

[이 버러지 같은 놈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전세는 점점 더 기울어져간다.

칼카스는 위풍당당한 등장과는 다르게 여기저기 상처가 늘어가며 구석으로 몰려났다.

푸른 피를 흘리며 잔뜩 일그러진 입술. 오만한 분노보다는 독기에 가까워진 두 안광.

‘답답하겠지.’

댈런은 피식 웃었다.

제 정수를 사슬옥좌에 박아넣은 탓에, 지금 놈이 낼 수 있는 최대의 힘은 지옥에서와 비하면 3할 정도다.

원래의 힘이라면 손쉽게 쓸어버릴 수 있으니, 당할 때의 억울함 역시 배는 더 크겠지.

물론 한편으로 그건 놈을 여기서 죽여봐야 완전히 소멸시킬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슬옥좌에 담긴 정수가 건재하는 한, 놈은 언제든지 자신의 지옥에서 다시 부활할 테니까.

‘상관없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다만 이 작전의 핵심은 놈이 지상에 소환되는 걸 막는 것.

처음부터 악마를 소멸시키는 게 목표가 아니었으니 상관없는 일이다.

‘경험치도 문제없이 들어오고 말이지.’

꽈르르릉―!

뚫리다 못해 무너져 하늘이 내다보이는 동굴 천장에서, 다시 한 번 벼락이 내리친다.

만신창이가 된 악마가 가까스로 세운 사슬 방벽을 부수고, 넝마에 가까운 놈의 몸을 다시 한 번 찢어놓는 섬광.

[크아아악!]

단말마에 가까운 비명이 공동을 쩌렁쩌렁 울린다. 쿵. 10미터 넘는 거체가 주저앉듯이 무릎을 꿇었다.

칼카스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다. 마녀의 권능과 영역의 힘이 악마의 초월적인 재생력마저 끈질기게 방해했기 때문.

“끝난 것 같군.”

“······.”

갑자기 플래그를 세워버리는 난쟁이의 말에 순간 흠칫했지만, 댈런은 최대한 내색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도 이걸로 보스전은 끝이었다. 댈런은 바닥에 가볍게 착지해 놈에게 다가갔다.

[크으, 흐흐흐···.]

“뭘 처웃냐.”

[확실히, 강하구나. 용의 피에 힘입어 청린을 떨어뜨렸다는 이야기가 거짓이 아니었어. 아직 그 힘을 제 것처럼 사용할 수는 없는 모양이지만···육신의 내구성이 상승하는 것만으로도, 필멸을 넘어선 힘을 가진 영웅에게는 강력한 이점인 법이지.]

거참 혀 한 번 기네. 누가 보스몹 아니랄까.

댈런은 무심하게 검을 들어올렸다. 현실에서까지 엔딩 컷신 분량을 채워줄 이유는 없었다.

그 순간, 칼카스의 푸른 안광이 번뜩였다.

[에낙사구스께서는 경고를 남기셨지. 전사, 너를 조심하라고.]

후웅―

검이 내리그어진다.

악마의 목도 자를 수 있는, 심상 너머의 벼락과 함께.

[그리고 한 가지 선물도 남겨주셨다.]

‘선물?’

[손님맞이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 말씀하시며.]

꽈릉―!

섬광이 거인의 두터운 목을 자른다. 잘린 머리통의 두 안광이 길게 휘어진 채 흐릿해졌다.

동시에 놈의 손에서 반의 반 토막 난 지팡이가 툭 떨어지고.

꿀렁―

그 나무토막에서부터 뻗어나온 끈덕한 액체 같은 마력이,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칼카스의 시체를 집어삼켰다.

“댈런! 위험···!”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던 시에나가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임계를 넘어선 마력 수치가 미친 듯이 경고를 보내왔다.

‘이게 무슨.’

주어진 시간은 찰나.

뇌가 팽팽 돌아가며 상황을 분석한다.

칼카스의 본체는 죽었다. 경험치 역시 제대로 들어왔다.

하지만 놈의 시체는 끈적한 마력에 먹혀 말 그대로 증발. 그리고 그 마력은 댈런 역시 몇 번이고 보아온 종류였다.

문제라면 그 경험이 모니터 너머, 게임의 후반부에 접어들었을 때나 있는 일이라는 거지.

‘이런 시발 에낙···!’

촤아아아―!

생각을 끝맺기도 전에 마력이 폭발한다. 어디론가 끌려가는 감각과 함께 시야가 반전됐다.

핑 도는 어지러움을 빠르게 털어낸 후, 댈런은 검을 앞세우고 주변을 둘러봤다.

휘이이이···.

숲이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가 있었던 바로 그 숲.

얇고 굵은 사슬들이 죽은 지옥나무와 바싹 마른 지면을 뒤덮은,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옥의 풍경.

‘칼카스의 지옥, 사슬옥좌.’

다만 몇 시간 전까지 마주하던 지옥의 그림자와 다른 점은, 바로 그 숲의 한가운데에 거대한 옥좌가 자리했다는 것과.

[흐흐흐. 네 표정을 보니 손님맞이에 신경을 쓴 보람이 있구나, 전사야.]

그 위에 상급 악마 칼카스가, 상처 하나 없는 완전한 몸으로 앉아있다는 점이었다.

[어디 한번 아까처럼 입을 놀려보거라.]

썩을, 게임에서도 4 페이즈는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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