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의 시체줍는 천재전사-193화 (193/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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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색정령(2)

눈앞에서 비산하는 성검의 파편. 

그건 마치 영화의 슬로우 모션 같은 장면이었다. 

산산이 부서진 검 조각들은 마지막 순간에도 밀려오는 붉은 벼락의 파도를 튕겨내고 분산시켰다. 

마치 정말로 의지를 가진 듯, 목숨을 다하기 직전까지 주인을 지키려는 몸부림. 

쨍──! 

그리고 검이 내지르는 단말마의 비명이 귀에 닿는 순간. 

누군가 한껏 잡아당긴 듯 느릿하던 시간이 속도를 되찾았다. 

투가가가가각! 

붉은 뇌전의 파도가 일대의 공간을 으스러뜨린다. 채 빗겨내지 못한 일부분이 피부와 근육을 찢어발겼다. 

부서진 성검의 파편은 사방으로 날아가며 영영 모습을 감춰버렸다. 

때마침 두 사람을 둘러싸고 이글거리던 광구 역시 힘을 잃고 소멸했다. 

휘이이······! 

다시금 드러난 설산의 정경. 

숲은 물론 계곡의 암반까지 광구의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초콜릿처럼 녹아내려 거대한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쯧.” 

그 크레이터의 한가운데, 댈런은 새하얀 김을 내뿜으며 짧게 혀를 찼다. 

실금이 쩍쩍 간 채 남은 반토막짜리 검신은 마법사의 심장을 가리키고 있었다. 

성검이 부서지지 않았다면 찢긴 건 마법사의 심장이었지도 모르는 일.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이해할 수가 없군.” 

반토막 난 검신을 내려다보며 마법사가 중얼거렸다. 

“뭐가.” 

“어째서 이렇게까지 사력을 다하는 거지? 예언의 주인공이라는 알량한 자존감 때문인가?” 

마법사의 얼굴은 살짝 창백해져 있었다. 베여나간 옷자락 안쪽에서 붉은 피가 묻어나왔다. 

일대를 녹여버린 광구는 6위계에 다다른 두 존재의 힘이 뒤섞여 만들어진 결과물. 

아무리 6위계의 마법사라 하더라도, 그 내부에서 치고받은 이상 완전히 멀쩡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런 자존감이 널 살려주지 않는다. 살아남지 못하면 다음을 기약할 수도 없는 법이지.”

마법사는 로브를 찢어 상처들을 감싸 묶으며 말했다. 댈런은 그 설교를 반쯤 흘려들으며 어깨를 슬쩍 풀어봤다. 

짧은 말 몇 마디가 오갈 동안 몸은 거의 다 나아있었다. 유일한 A등급 스킬인만큼, 용혈이 확실히 사기는 사기였다. 

물론 아무리 용혈이라고 해도 몸이 완전히 으스러진 걸 치유할 수는 없는 법. 

그가 지금 살아있는 이유는 성검이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해줬기 때문이었다. 

“영웅 놀이에 취해서 본분을 잊지 말아라. 네가 진정 예언의 주인공이라면, 세상 모든 목숨을 희생시켜서라도 살아남아야겠다는 책임감이 있어야 해!” 

“그렇게 끝까지 살아남으니까 어땠는데?” 

마법사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댈런은 픽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높은 지능 수치는 오래 전 기억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해주었다. 모니터 너머에서 활약하던 전격술사의 인생도 그중 하나였다. 

수십 시간의 기획과 설계로 만들어진 캐릭터. 

대륙 각지의 수많은 히든 피스들을, 최대한의 효율로 얻어내는 데 무엇보다 치중했던 회차. 

그건 정석적인 마법사로서 어디까지 닿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도전이었고, 평소와는 달리 악신에게 맞서기보다 힘을 키워내는 것 하나에만 모든 여력을 집중시켰다.

“너는 힘이 있었지만 지키지 않았지. 다른 기연들을 얻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 

“쑴의 군세가 차르국을 무너뜨릴 때 너는 제국의 황실 마법사들을 구워삶았고, 에낙사구스와 테모므론이 제국을 집어삼키는 동안에는 바다 건너 요정들의 땅에서 정령술을 익히고 있었어.” 

“···닥쳐라!” 

으득. 

마법사가 이를 갈았다. 하늘에 일렁거리는 전격의 바다가 주인의 감정에 이빨을 드러냈다. 

댈런은 그걸 올려다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회복된 왼손을 들어, 검손잡이를 쥔 오른손을 덮었다. 

“그렇게 벼르고 벼른 주문으로 쑴을 소멸시켰지만 그뿐이었지. 악신 하나 죽었다고 해서 이미 몰락하기 시작한 세계가 멸망을 피해갈 수는 없었고, 쑴을 소멸시키느라 모든 힘을 다 쓴 너는 대악마에게 목숨을 잃었으니까.” 

“다 안다는 것처럼 말하지 마라. 세상이 불타는 걸 지켜보기만 하는 무력감을 네가 알기나 하는가!” 

“그래.” 

부서진 검끝을 마법사에게 향한 채 내놓은 대답. 

“너만큼이나 잘 안다.” 

“개소리하지 마!” 

그 끝에서, 붉은 뇌전의 줄기가 세상을 가로질렀다. 

━━━┳┻┳┻┳┻┳┻ 

하늘을 수백 갈래로 쪼개며 떨어지는 붉은 뇌전. 댈런은 반토막 난 검을 치켜든 채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거꾸로 솟아오르는 폭포」 

「반전(反轉)」 

녹아내린 지반이 쩍쩍 갈라지며 하늘을 향해 치솟고, 쏟아져내리는 뇌전의 비를 막아선다. 

마치 거대한 돔처럼 근방 일대를 뒤덮은 바위와 흙더미. 붉은 낙뢰의 줄기가 경로를 가로막은 수백 톤의 질량을 두들겨댔다. 

“언젠가 떠날 것이기에 천공요새의 부름을 거절했다! 결국 상처줄 것이 두려워 마음을 나누던 여인을 외면했어!” 

으지지직━━ 

마법사가 노성을 토하는 것과 동시에, 붉은 스파크가 바위틈을 비집고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뒤집혀 솟아오른 대지가 벌어준 시간은 사실상 찰나에 불과. 

허나 오롯이 자신의 의지로 빚어낸 이 세계에서, 영역의 힘을 끌어올리는 데 그 찰나면 충분했다. 

「영역 공명」 

「닫힌 설산의 하늘」 

「종언에 드리운 회백의 하늘」 

「쌍천(雙天)」 

회백색으로 물들어가는 발밑의 정경 사이로, 검붉은 먹구름이 지하수처럼 솟아오르며 으르렁거린다. 

「뇌람 : 공명」 

「뇌령신수(雷零神樹)」 

「청뢰조(靑雷條)」 

발 아래에서 솟구친 전격의 나무와, 거기서 시작되는 새파란 벼락의 다발. 

뻗어나간 가지들이 머리 위 수천 톤의 암반을 뚫고 들어오는 녹색 낙뢰와 정면에서 충돌하고. 

꽈릉━━━!! 

잠깐 버티던 벼락의 가지가 꺾이며 터져나오는 폭음을 뒤로 한 채, 댈런은 마법사를 향해 성검을 들고 내달렸다. 

“다가오는 멸망을 알고 있었기에, 그에 맞설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만이 내 의무이자 책임이었어!” 

뒤로 빠르게 물러나며 황색의 번개를 내던지는 마법사. 댈런은 속으로 진룡을 불렀다. 

‘적창.’ 

[이번이 마지막이니라.] 

검붉은 열선이 황색 벼락을 향해 쏘아지는 걸 인지하는 즉시, 잿빛 기운을 둘러싸고 공간의 틈을 비집는다. 

쩌━━━━ 

마법사는 같은 수에 다시 당하지 않고자 저 멀리 물러서 있었다. 

회백색 그림자로 공간을 비집고 건너뛰며, 그 신형을 따라잡아 지면에 발을 구른다. 

쿠웅─ 

「대하주염(垈煆柱炎)」 

「축열지화(築熱池火)」 

머리 위에 드리운 먹구름에서 떨어진 불기둥이 두 사람을 둘러싸고 거대한 우리를 만든다. 

발 아래에서 펼쳐진 거대한 용암의 못은 땀방울마저 증발시킬 열기를 뿜어댔다. 

퇴로를 막고 이쪽에 유리한 전장을 구축해 다시 판을 만든다. 

물론 축열지화의 열기도 마법사의 몸을 두른 전격의 역장을 뚫을 수는 없었지만, 그 힘을 일부나마 분산시키는 걸로 충분했다. 

마법사는 어느새 황색 벼락의 창을 하나 더 뽑아들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모든 걸 외면하고 힘을 길렀다. 온 세상의 벼락을 전부 모았다고 자부했지. 그때 내게 남은 게 뭔지 아나?” 

댈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검을 쥔 채 마법사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갈 뿐이었다. 

“···불타버린 고향과 젊을 적 친우들의 시체들이었다. 어쩌면 연인이 될 수 있었던 바르샤바크의 수석 마법사는, 쑴의 악마에게 찢겨 시신조차 찾아볼 수 없었지.” 

“······.” 

“그렇게 힘을 기르고서도 악신을 죽인 건 기껏해야 자기위안일 뿐이었다는 이야기다. 하물며 나만큼의 능력도 없는 네가···!” 

“미안하다.” 

마법사의 어깨가 다시 한 번 울렁거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 

길게 길렀지만 이리저리 그을리고 잘려 짧아진 머리칼 사이로, 전사의 검은 눈이 마법사를 바라봤다. 

“그 당시의 나는 피하는 방법밖에 모르는 머저리였거든.” 

10년. 강산이 변한다고 알려진 세월. 

부푼 꿈을 한가득 안고 대학에 진학했던 스무 살 청년은,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며 변질되기 시작했다. 

꿈이 꺾이고 삶에 치이는 걸 거듭하던 어느 순간, 눈앞에 놓인 문제들을 회피하는 건 일상이 되었다. 

‘···이번 명절에는 내려오니?’ 

얼굴 보기도 서먹해진 끝에 가족을 잃었고. 

‘미안해. 도저히 오빠랑 함께하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 

꿈을 내던진 대가로 연인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그냥저냥 괜찮다고 여겼다. 외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삶인 것 같았다. 

그래도 혼자 먹고 살 정도로는 충분히 벌고 있었고, 남는 시간에는 게임이 친구가 되어줬으니까. 

하지만. 

“모든 걸 잃고 이 빌어먹을 중세랜드에 떨어지기 전에는 몰랐지. 내가 외면했던 것들이, 사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대체 그게 무슨 소리···.” 

“그래놓고서도 한참을 고민했지만···얼마 전에 결정을 내렸다. 어쩌면 내가 만들었을지도 모르는 너희의 비극을, 더는 외면하지 않기로.” 

첫 시체를 회수했을 때부터 가졌던 의문이었다. 

이들의 인생은 과연 내가 조종한 것일까. 아니면 그 인생이 내 모니터에 나타난 것 뿐일까. 

게임 속으로 떨어지기도 하는 마당에, 원래 존재하던 삶이 모니터를 통해 투영되지 말란 법도 없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내 잘못이라고는 그저 무의식적으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두드리고, 그 결과물이라고 여기던 화면을 바라보던 것뿐이라고. 

“지금도 정답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 결과들을 초래한 게 나일지도 모른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야.” 

가능성이 있는 이상 완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스스로를 속이고 외면함의 결과는 더욱 더 깊은 수렁이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하나뿐이겠지. 너희가 지키지 못한 걸 지켜내는 일.” 

그저 지옥이 된 세상에서 홀로 살아남는 걸 바라지 않는다. 

소중한 걸 모두 놓치고서도, 나는 아무렇지 않다고 되뇌이던 인생은 한 번으로 족했다. 

그렇기에 반토막난 검이라도 놓지 않았고, 금이 쩍쩍 간 검을 들어 마법사를 향해 겨눴다. 

그 순간. 

파직! 

반토막난 검면에서 전격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건 무슨?” 

파지지지직!! 

잘린 단면에서 시작된 전격이 순식간에 검 전체를 뒤덮는다. 

미세한 전격의 줄기는 반쪽자리 검면을 뒤덮다 못해, 댈런의 허리춤으로 왼손으로 옮겨붙어 도끼의 형상까지 만들어냈다. 

치지지지······. 

소음이 서서히 잦아들고, 완전하게 형태를 갖춘 백색의 검신과 도끼. 

보통 투척용 도끼보다 조금 커다란 손도끼는 댈런의 덩치를 고려하면 딱 적당한 크기였고, 마법사를 겨눈 검끝은 원래보다 조금 더 길고 뾰족해져 있었다. 

“······.” 

당황한 건 댈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검을 겨누기만 했을 뿐, 뭔가 다른 수를 쓴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불현듯 시야 한구석에 어떤 남자가 보였다. 한 손에 큼직한 도끼를, 다른 한 손에 장검을 든 거구의 전사. 

하이 오크 대선조의 무덤 앞에서 봤던 바로 그 존재였다. 

‘누구···.’ 

물어보려 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남자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온몸에 차오르는 활력. 

마치 성기사의 전투 기도 버프를 받았을 때처럼, 지친 근육이 팽팽하게 살아나고 머릿속이 찬물을 끼얹은 듯 맑아졌다. 

‘···어째서?’ 

남자는 들을 수 있는 것 같은데도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도끼 든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마법사를 가리킬 뿐이었다. 

의미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했다. 

저 마법사를 쓰러뜨리고 계속 나아가라는 것. 그럼으로써 종말을 이겨내기 위한 이 삶을 이어가라는 것. 

‘주문쟁이 뚝배기를 깨뜨리는 일에는 내가 또 전문가지.’ 

말 한 마디 없이 손만 까딱이는 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거야 언젠가 주먹이든 뭐로든 돌려주면 될 일이다. 

지금 중요한 건 당장 눈앞에 놓인 싸움. 그리고 몸을 충만하게 채운 이 기운은, 그 싸움을 이기게 해줄 강력한 한 수였다. 

“너, 어떻게···!” 

사색이 된 마법사를 향해 가볍게 땅을 밀어찬다. 그것만으로도 공간이 으스러지며 지면이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마치 공간을 건너뛴 것처럼 단숨에 마법사의 코앞에 도달하고, 놈이 내리치는 벼락을 향해 뻗어내는 오른손의 검. 

「뇌격(雷擊)」 

꽈릉━ 

뇌성과 함께 뻗어져나온 검격이 벼락을 으스러뜨린다. 

원래라면 받아낸 반동만으로도 근육이 찢어지고 장기가 짓이겨질 위력의 격돌. 

후우. 

그러나 근원을 알 수 없이 넘쳐흐르는 힘으로, 그 반동을 모조리 무마시키며 오히려 한 발을 더 내딛는다. 

파짓! 

마법사는 그 짧은 틈에 전격에 몸을 싣고 거리를 벌린 채였다. 뇌전 하나만으로 공간을 비집고 넘나들 수 있는 경지의 술식. 

상관없었다. 머리에 도끼 꽂히면 죽는 건 하수도의 찌끄레기 주문쟁이나, 사상 최고의 전격술사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슬그머니 검을 놓은 댈런이, 주먹을 모아쥔 채 어깨 뒤로 한껏 당겼다. 

쿵. 

왼발은 앞에. 

으지지직― 

오른발은 뒤에. 

자세를 잡은 것만으로도 공간이 뒤틀리며 주변 풍경이 일그러지고, 희끗한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지면을 뚫고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오래 전 대사도를 쓰러뜨린 권격에서 비롯된 심상은, 그 당시처럼 스스로의 몸을 으스러뜨리는 위험성을 가진 양날의 검. 

더불어 모든 영역의 근원이 되는 심상이기에, 상상과 의지가 곧 현실이 되는 이 세계이기에 내뻗을 수 있는 일격이다. 

후우. 

그 일격 위에 온몸에 차오르는 힘을 끼얹는다. 근원을 알 수 없는 힘은 마치 원래부터 그의 소유였던 것마냥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그 기운에서 위기감을 느낀 마법사가 빠르게 수인을 맺어내고. 

마법사의 두 손 안에서 붉은 번개가 공간을 뒤틀고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저게 쑴을 죽인 번개지.’ 

싸움 내내 하늘을 찢어발기던 붉은 번개. 

그 원리나 능력을 자세하게 알 수는 없지만, 쑴을 처치할 때 개방했던 영역의 이펙트가 그와 비슷했던 건 기억하고 있었다. 

더불어 이전까지와는 달리 복잡한 수인을 맺는 걸로 봐서, 그 위력이 차원이 다를 거라는 사실을 짐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주문을 완성할 시간을 주지 않으면 되는 일.’ 

수인이 끝맺어지기도 전에 활시위가 튕겨나듯 내뻗어진 권격이, 수십 미터의 거리를 넘어서서 마법사의 몸을 후려친다. 

「닫힌 설산의 하늘」 

「권(拳)」 

━━━━━! 

근원을 알 수 없는 힘이 더해진 권격에, 완성되지 못한 주문이 와장창 부서지며 마력이 쏟아졌다. 

파지지지지──!! 

사방으로 튀어오른 붉은 벼락의 잔여물이 주변 일대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했다. 

댈런은 호흡을 끊지 않았다. 

후우. 

주문이 깨지며 만들어진 실낱같은 틈. 

왼손에 쥐어진 새하얀 도끼를 들고, 그 틈을 향해 그대로 내던진다. 

패래래래─ 

댈런은 캐릭터 댈타리온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6위계의 초월자이지만, 능력치를 신체능력이 아닌 마력과 지능, 감각에 모조리 때려박은 게 유일하다시피 한 약점. 

평소에는 전격의 역장으로 스스로를 철저하게 보호하지만, 마력이 고갈되거나 주문이 흩어진 순간 연약한 육신은 평범한 창칼에도 쉽게 상한다. 

──퍽! 

백색 도끼는 그 가죽과 뼈를 어렵지 않게 가르고 들어갔다. 

누군가 뒤에서 잡아당긴 듯 휙 하고 꺾이는 몸뚱이. 

털썩! 

마법사의 등이 지면에 닿는 것과 동시에 댈런의 시야가 한 바퀴 반전하고. 

“·········댈런!” 

다시 눈을 뜬 곳은, 얼어붙은 하늘과 검붉은 먹구름이 치고받는 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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