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망겜의 시체줍는 천재전사-236화 (236/288)

236

반신의 빛(2)

비검과 탄령의 묘리를 동시에 응용한다.

피하기는커녕 막아설 틈조차 주지 않고 투로를 교차.

「군무섬뢰(群武閃雷)」

두두두두두!

무수한 마력의 폭풍이 제단 주변을 뒤엎는다.

부식과 화염, 냉기와 전격.

어그러진 중력장에 시계마저 왜곡되고, 날카로운 바람의 창끝이 제단을 둘러싼 공간을 난자하는 광경.

그건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천 년이 넘도록 무구에 깊게 스며든 힘의 무질서한 발산이었다.

[금강궁의 보고라도 털었느냐? 허나 이깟 기물에 의존할 정도라면 상대할 가치조차 없을 것이야!]

제단 위쪽과 그 주변의 일대를 빼곡하게 뒤덮고 틀어박힌 무구들 사이로, 압도적인 포격에도 멀쩡한 형상의 혈령이 눈동자를 번뜩인 순간.

“룩스.”

바닥을 뚫고 박힌 무구들이 일제히 밝게 빛나고, 탄령의 힘이 수백 년간 축적된 마력을 임계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콰아아아아―!!

폭발이 층계 위를 가득 채운다.

전당의 3할을 뒤덮을 정도로 장대한 마력의 폭풍.

벽과 천장이 통째로 흔들리며 부스러기를 떨어뜨리고, 층계 윗부분이 화력을 견디지 못하고 끈적하게 녹아내린다.

드넓은 전당에 충격파가 끊임없이 메아리치며 전당을 유지하는 술식 그 자체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주인님! 성공입니다! 한 번 만에···!]

“아니.”

흥분한 악마의 말을 끊는다. 마력광으로 번뜩이는 눈은 폭발 안쪽를 내다보고 있었다.

유물 무기 수십 정의 마력을 폭주시켜 만들어낸 폭발.

전당을 유지하는 술식의 근간에까지 균열을 일으키는 폭풍 속에서, 보란 듯이 웃으며 이쪽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는 붉은 육신을.

[제법이구나.]

여유로운 전성의 울림.

투확!

발구름 한 번에 폭발이 싹 걷혀나간다.

반쯤 녹아버린 제단 위의 혈령의 눈빛은, 숨길 수 없는 탐욕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탐스러운 제물을 바라보는 시선. 그건 종말의 주역으로서 완전하게 강림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갈망이겠지.

종말의 끝을 본 사령술사의 뒤통수를 칠 때에도, 모니터 너머로 본 혈령의 눈빛은 딱 저런 느낌이었다.

[아주 맛있겠구나. 정말로 탐스러워. 너라면 내 진체를 강림시킬 충분한 제물이 될 수 있을 것이야.]

기괴하게 뒤틀린 길쭉한 혀가 입술을 할짝댄다. 댈런은 동요 없이 아공간을 열어 한 무더기의 유물 무구를 더 뽑아냈다.

하나하나가 금화 수백 닢 이상의 가치를 가진 유물 무기라지만, 악신을 상대로 아껴가며 싸울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동안 축적한 황금을 죄다 소모하면서까지 유물 무구들을 쌓아놓은 이유 자체가, 이런 규격 외의 싸움을 염두에 둔 것이었으니까.

5위계를 넘어선 존재들의 전투는 힘의 크기만큼이나 수싸움이 중요한 법.

강력한 무구들을 소모품처럼 사용하고 내다 버리면서, 야금과 제련술만으로 초월의 좌에 오른 대장장이 댈루카힘의 영역에서 엿본 가능성을 재현해낸다.

“엑시. 탓숨.”

다시 한번 퍼져나간 언령의 마력이 허공에서 일백이 넘는 무구를 움켜쥔다.

예열의 과정을 생략하고 각인된 공능을 쥐어짜며, 한 줄기 빛살이 되어 떨어지는 유물 무구들.

오색의 무지개가 별똥별처럼 떨어지는 듯한 정경 아래에서, 혈령은 미동도 없이 댈런을 응시했다.

그 앞을 가로막은 건 잿빛 두건을 뒤집어쓴 인영.

뱀파이어 백작이었다.

“만용은 거기까지다, 인간.”

「참령옥수(塹靈獄手)」

사아아아아···!

쑥대밭이 된 전당 바닥이 쩍 하고 열린다.

사이한 기운이 등골을 저릿하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열린 지면의 틈에서 솟구치는 수십 개의 거대한 팔들.

콰가가가각!

반파된 제단을 중심으로 휘적대는 창백한 손아귀가, 쏟아지는 무구들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을 형성한다.

날카로운 무구들에 손바닥과 팔뚝이 찢기고 꿰뚫리지만, 강력한 음기가 되려 피부를 찢고 박힌 무구의 힘을 흡수해버리기 시작했다.

단 하나의 술식으로 유물 무구의 폭격을 무위로 돌리는 이적. 얼굴을 가린 로브에도 그 술식의 주인이 누구인지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백작.”

혈령을 제외하고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사령술사.

사백 년 전 제국의 광대한 영토를 빼앗은 혈귀전쟁의 주인공이자, 혈령의 제단을 수백 년간 유지해온 흑마법사.

“늦어서 죄송합니다, 혈령이시여.”

두건을 걷고 창백한 얼굴을 드러낸 뱀파이어 백작은, 댈런을 한 차례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려 혈령에게 고개를 숙였다.

놈이 말했다.

“도망치던 배신자 라비루스크 자작을 처단하느라 잠시 자리를 비워야만 했나이다.”

***

뱀파이어 백작의 합류,

고작 한 명이 추가되었을 뿐임에도, 전당에 팽팽한 고요가 내려앉는다.

당연한 일이다.

혈령이 흡혈귀의 정신적인 지주라면, 뱀파이어 백작은 실질적인 통치자나 다름없는 존재.

고위 뱀파이어 태생의 6위계 사령술사이자, 백안의 선각자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살아온 노괴다.

악신을 상대하기로 작정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온 댈런이라도, 저 둘을 한번에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

백작 역시 그걸 알고 있기에, 저토록 여유롭게 등을 보일 수 있는 것이겠지.

[무얼. 되었다. 나름 흥이 돋는 싸움이었느니라. 그 아이는 잘 처리했느냐?]

“예. 놈의 육체는 먼지로 돌아갔나이다. 그리고 저 인간 전사는···.”

[자작 그 아이가 남기고 간 선물이다. 아주 질 좋은 제물을 데리고 와주었어.]

혈령이 웃었다. 끌어올려진 입꼬리 안쪽에서 핏빛 기운이 넘실거렸다.

주군의 흡족한 미소를 본 백작은 다시 한번 고개를 조아렸다.

“그렇다면 마땅히 혈령의 제단에 진상되어야 할 것입니다.”

백작은 혈령 앞에서 두어 걸음 물러서더니, 돌아서서 댈런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에 맺혀 일렁이는 사이한 마력.

가볍게 까딱여 맺어낸 단조로운 수인에, 갈라진 바닥에서 백 개가 훌쩍 넘는 팔들이 추가로 솟구쳤다.

「참령옥수(塹靈獄手)」

「백사령(白死靈)」

창백한 손바닥 안쪽에서 흰자위만 존재하는 눈이 희번뜩거리고.

새까만 손톱이 길게 자란 귀신의 손가락이 허공을 움켜쥔다.

쿠구구구구···!!

댈런이 쏘아내는 무구를 전부 막아냈던 먼젓번의 팔들보다, 기세나 숫자 어느 쪽이건 압도적인 귀수(鬼手)의 파도.

그러나 댈런이 아공간에서 무구를 한 움큼 꺼내기도 전에, 전당의 입구 쪽에서 육중한 무게감의 마력이 파도처럼 밀어닥쳤다.

[엘르.]

전당에 울려 퍼지는 웅장한 전성.

[메멘토 엘레구스.]

황금빛 정광이 전당의 갈라진 바닥 위에 내리찍힌다.

동심원의 파동이 공간을 휩쓸고 지나간 순간, 살기등등하게 뻗어나가던 창백한 손아귀들이 허공에서 멈춰서고.

「영역 개방 : 태엽을 되감는 대지의 손」

[메멘토 카시볼그.]

치이이이이···!

기이한 잡음과 함께 동영상을 거꾸로 재생하듯, 갈라진 바닥이 창백한 손과 팔을 도로 빨아들였다.

쿠웅!

지저룡의 용골로 만든 지팡이가 땅을 내리친 것과 동시에, 상처가 아물 듯 스스로 닫혀버린 전당의 바닥.

“···마법사.”

“자네는 내 상대일세. 한눈팔지 말게나.”

떨어진 문짝을 밟고 펠버가 걸어들어온다.

노인의 갈색 눈과 수염, 길게 길러 묶은 머리카락은 전부 천연한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분명 부하들에게 자네들 전부를 막으라고 명령했는데.”

뱀파이어 백작은 미간을 찌푸린 채 펠버의 어깨 너머를 노려봤다.

출입문에서 다소 떨어진 복도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전투가 한창이었다.

콰광! 콰과광!

[―――!!]

폭약이 터지며 총구가 붉게 달아오른 산탄을 사방으로 뿌려대고, 해골 궁수들이 쏘아낸 화살비가 시간을 역행해 되돌아가다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다.

망령 기사들의 쇄도를 차디찬 정면에서 쓸어버리는 용 숨결과, 주문을 영창하는 뱀파이어 사이사이를 지나치며 심장과 목을 동시에 꿰뚫는 검은 깃털의 군무.

펠버의 도움 없이도 나머지 일행은 유령선의 뱀파이어들와 언데드 군세에 맞서 팽팽한 접전을 이루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백작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것과 동시에, 펠버가 어깨를 으쓱이며 가볍게 도발을 날렸다.

“부하들이 좀 무능한가 보군. 아니면 우리가 너무 유능한 것이려나.”

용골로 만든 지팡이의 끝부분이 자연스럽게 수인을 그려낸다.

[엘르― 툴리아 아쿨로르.]

짧은 영창이 맺어지자마자 바닥을 부수고 나타난 건, 석재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신장 십여 미터의 골렘 십수 채.

하나하나가 지저룡과의 싸움에서 놈이 용언으로 빚어냈던 골렘에 뒤지지 않는다.

그동안 펠버가 지팡이에 담긴 지저룡의 마력을 깊게 연구했다는 증거.

“댈런, 저 혈귀 놈은 내게 맡기게나.”

도열한 골렘 사이를 걸어나오며 펠버가 말했다. 댈런은 고개를 끄덕였다.

펠버는 댈런보다도 먼저 초월의 위계에 도달한 재능의 보유자.

땅의 심상에서 출발해 시간선을 주무르는 천재이자, 5위계의 끝자락에 도달한 초월자다.

단신으로 뱀파이어 백작을 완전히 꺾어버릴 수는 없더라도, 시간을 끄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겠지.

판단을 내린 순간, 댈런의 발은 이미 허공을 내딛고 있었다.

“마법사. 한낱 인간의 몸을 입고서 네놈 따위가 감히―”

「회명(回冥)」

분노가 실린 백작의 일갈이 끝나기도 전, 잿빛 그림자와 함께 댈런의 신형이 모습을 감춘다.

다음 순간 혈령의 등 뒤에서 등장해, 목덜미를 우악스레 움켜쥐고 땅을 걷어찬다.

「답보(踏步)」

투웅―!

순식간에 솟구치는 두 존재의 신형.

전당의 천장이 가까워지지만 멈추지 않는다.

손아귀 안에서 반발하는 악신의 마력을 억누른 채, 다릿심을 더해 허공을 더욱 강하게 밀어찼다.

꽈과과과광!

음속을 뛰어넘는다. 천장을 부수고 복도를 헤집는 자취.

선체를 구성하는 술식을 맨몸으로 찢어발기면서, 혈령의 붉은 육체를 공간을 박리하는 마찰 속에 갈아버린다.

콰지지지지―!!

혈령 역시 언제까지나 댈런의 손아귀에 잡혀있지 않았다.

핏빛 마력을 폭발시키며 우악스런 손길에서 벗어난 놈이, 단번에 몸을 반전시키며 두 팔을 안쪽으로 크게 휘저었다.

쿠기기기긱!

유령선의 선체가 적대감을 품고 일그러진다.

살아있는 짐승의 위장처럼 꿈틀거리며, 벽과 천장을 좁혀들어 댈런의 몸을 산 채로 우그러뜨리려는 것.

혈령의 제단은 그저 옥좌가 놓여있던 물리적인 제단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작게는 옥좌가 있던 전당 전체, 넓게 보면 유령선의 선체 자체가 혈령의 마력으로 빚어진 제단이라 할 수 있는 바.

그리고 제단이 그 주인의 의지를 따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유령선 자체가 댈런을 압사시키기 위해 달려드는 건 그런 이유였다.

[정말로 혼자서 날 상대하려는가! 필멸의 미물로 태어난 주제에 만용이 하늘 끝에 닿은 자로다!]

혈령이 광소하며 외쳤다.

[과연 그대가 쑴을 죽인 전사이겠지! 허나 그놈은 영락한 화신체일 뿐이다! 제 저열한 욕망 하나 자제하지 못하고, 한낱 인간에게 패해 파멸궁전에 틀어박힌 머저리!]

“···알고 있다.”

콰지직!

정면에서 쇄도하는 기둥을 커다란 망치로 내려쳐 멈춰 세운 댈런이, 살짝 가빠진 호흡으로 대답했다.

그 역시 알고 있었다.

핏빛 기운으로 이글거리는 저 존재는, 북부의 에클라힘 성벽 앞에서 싸웠던 쑴의 화신체와는 비교도 안 되는 강자.

충동적인 선택으로 스스로의 격을 깎아가면서까지 불완전하게 강림했던 광신과 달리, 사백 년의 안배와 인내로 육신의 격을 완성한 존재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그거 아냐?”

치이이이···!

입을 벌려 새하얀 증기를 뿜어낸 댈런이, 벌린 입술을 그대로 한가득 끌어올렸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나는 웃음. 그건 사냥감을 노려보는 맹수의 미소였다.

“그땐 지금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았어.”

근육과 내장이 욱신거리고 목구멍에서 비릿함이 울컥 치솟는다.

용골을 이식하지 않았더라면 이미 몸이 으스러졌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허나 쑴의 격 자체를 감각이 받아들이지 못해, 형체조차 제대로 인지할 수 없었던 북부에서와는 달리.

지금 댈런의 부릅뜬 눈에는 붉은 기운으로 구성된 혈령의 몸뚱이가 명확하게 보였다.

“어려운 싸움이라고 족족 포기해버리면 아무나 영웅 하겠지. 불가능한 상황을 돌파해내는 건 만용이 아니라 용기다, 새꺄.”

승산이 보인다는 것.

그것만으로 족했다.

승산조차 논할 수 없던 전장조차 이겨냈다.

이 정도 어려움에 쉽게 포기해서야, 그 처절한 전투에서 스스로의 목숨을 내버려 승산을 만들어낸 이를 어떻게 다시 마주하겠는가.

‘창공 위 서릿발의 수호자.’

승산이 존재하지 않던 싸움터.

믿음으로 희망을 만들어준 희생을 되새긴다.

스스로의 목숨을 바쳐 악신을 저지했을 뿐 아니라, 사후에도 찾아와 서리바람이 불어닥치는 대지의 심상을 선물해준 은사.

차리나가 품었던 영역의 정경을 떠올리는 것과 동시에, 그 정수를 담아낸 검의 이미지가 구체화되고.

「회검(回劍)」

다음 순간 죽은 자작의 해골 수레에 실려있던 성검이, 공간을 뛰어넘어 손아귀 안에 단단히 잡혀들었다.

우웅―

성검이 울었다. 댈런은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수천의 산 제물을 바쳐 강림한 저 악신의 화신체를 쓰러뜨리고, 놈의 지옥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히고자 하는 의지.

수천 년 전 악마와 악신을 베어 넘긴 전쟁신의 투지가, 열두 자루의 성검 중 하나를 통해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것일까.

댈런은 어깨를 으쓱했다. 성검에서 흘러나오는 의지의 근원이야 다음에 탐구해도 되는 일이었다.

중요한 건 그 역시 이 순간 같은 생각을 품고 있다는 것.

눈앞의 적을 쓰러뜨리겠다는 의념이 심상 너머의 정경에 닿은 순간, 주변을 둘러싼 공기가 순식간에 돌변했다.

[허튼 수작을···!]

한순간에 기이하게 변한 마력의 흐름.

본능적으로 뭔가 이상함을 느낀 걸까.

여지껏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하던 혈령이, 황급히 양손을 동시에 내뻗었다.

쿠드드드드드···!!

선체가 순식간에 수축하며 사방에서 몰아치는 파도로 화한다.

천장을 뚫어버린 돛대가 머리 위에서 덮쳐들고, 벽과 바닥이 해체된 뒤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며 질량으로 찍어누른다.

뼈와 돌, 금속과 나무가 순수한 살의를 품고 달려드는 모습은, 마치 자연재해 앞에 홀로 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광경이었다.

상관없었다.

세계에 맞설 수 있는 건 동격의 세계뿐.

「영역 완전개방」

혈령의 강림을 위해 쓰인 이 유령선은, 댈런의 심상 너머에 축적된 세계에 비하면 한낱 조각배나 다름없었으니까.

쿠구구구구───!!

요동친다.

아래에서부터 시작되어 뼈와 돌의 파도 자체를 우그러뜨리는 압도적인 충격량.

눈을 반개한 채 심상 너머를 내다보던 댈런이, 새하얀 산맥의 정경을 뇌리에 새기며 푸른 검신을 내리그은 순간,

「설산에 내리쬔 시작의 빛」

쩌저━━━━━━━━!!

황량한 대지 위에 거대한 산봉우리들이 솟아오르며, 유령선의 선저를 파고들어 두 쪽으로 갈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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