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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15화 (15/1,559)

# 15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권 15화

펠리스티 공국은 대륙에 있는 여러 국가 중에서도 굉장히 소국이다.

얼마나 작은 국가냐 하면.......

싱가포르와 같이 작은 도시국가의 규모를 지녔다고 봐도 무방했다.

물론, 그 도시의 크기가 보통 여타 다른 도시와 다르게 좀 거대한 수준이지만 말이다.

"우와...... 오라버니! 보셔요! 펠리스티 공국이에요!"

"호오."

절로 감탄이 흘러나오는지 윈리가 팔짝팔짝 뛰며 소리쳐 왔다.

그녀는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는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물의 길을 보며 눈을 반짝거렸다.

"멋지네."

한 치의 거짓 없이 순수한 감탄이 흘러나왔다.

펠리스티 공국은 소국이라 내세울 수 있는 게 적지만 유일하게 한 가지.

수도의 아름다움 하나만큼은 어느 제국에 비해도 뒤지지 않는 절경을 가진 국가였다.

수도를 둘러싸는 거대한 물길은 도시 곳곳과 이어져 하나의 화폭을 담아내듯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펠리스티 공국은 국가로 보기엔 작은 소규모의 도시국가이지만 고대 유적 위로 지어진 도시국가답게 외향 하나만큼은 대륙에서도 유명하죠."

말없이 도시의 절경을 구경하고 있으니 말에서 내린 바리스가 시시덕거리며 설명을 해왔다.

"표정을 보니 꽤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그래,"

한 치의 거짓 없이 떠오르는 감상을 읊어주자 자랑스레 가슴을 펴는 녀석이었다.

"하하하! 형님이 그리 기뻐해 주시니, 준비하길 잘한 것 같네요. 어차피 대회는 나흘간 이어지니까, 그동안 충분히 구경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맞아요. 오라버니, 도시 구경은 내일부터 하시고, 일단은 이 멍청이를 따라서 펠리스티 공국의 자랑거리인 원형 경기장에 가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원형 경기장?"

"네! 물길이 아름답게 조화된 멋진 경기장이라 들었답니다. 내일부터는 사람들로 붐빌 테니 기왕지사 이렇게 된 거 지금 구경을 가봐요!"

"그렇게 할까?"

"내 말 뺏지 마라!"

"헹! 넌 담당관리나 만나고 오시지? 난 오라버니를 모시고 여기저기 구경 할 거니까."

윈리는 검을 배운 적이 없기에 이번 대회엔 참가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녀가 이곳까지 따라온 것은 나라는 이유도 있지만 제 쌍둥이 오빠를 응원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서로 지는 걸 극도로 싫어하면서도 솔직하지 못한 성격이었다.

* * *

펠리스티 공국의 주요 사업은 다름 아닌 관광사업.

실제로 도시 외관부터가 어마어마하게 아름다운 만큼 내부의 건축양식이나 여러 조형물은 신비로우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개중에 현재 내가 두 녀석을 따라 도착한 이곳은 관광을 하러 온 타국의 귀족들이 꼭 한번은 들러 본다는 원형 경기장이었다.

"원래는 투기장으로 사용된다고 해요. 참가한 검투사와 몬스터, 혹은 실력을 겨루기 위한 이들이 모여서 경기를 펼친답니다. 오라버니."

"쓸데없이 야만적이네."

바리스가 묘하게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투덜거렸다.

"평화에 찌든 대중은 자극적인 걸 원하는 법이니까."

내 말에 바리스가 쓰게 웃어 보였다.

"그래도, 인권 부분은 서서히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요. 라운 왕국도 언젠가는......."

큰 꿈에 부푼 듯 녀석이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참가 인원이 총 몇 명이지?"

문득 경기장을 둘러보던 중 의문이 들어 바리스를 향해 물어보자 윈리가 녀석을 밀어내곤 배시시 웃어 보였다.

"듣기로는 이번에 총 8개국이 참전한다고 들었어요. 이래 보여도 바리스는 라운 왕국의 대표이기도 하구요."

"야! 이래 보여도는 뭐야!"

"헹!"

묘한 비웃음을 던지며 윈리가 키득거렸다.

"초대 주최국인 팔란 제국을 시작으로 라운 왕국 플립 왕국에 쇼르단 왕국 등등 여러 국가에서 대표가 선발된답니다."

대륙 검술대회의 취지는 젊은 계층의 재능발굴이라는 모양인데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니 결국 국가 간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젊은 계층을 위한 대회인 만큼 20세 미만의 남녀만 참가 가능해요."

"그럼 선발되지 못한 이들은?"

"일단은 국가의 인재들이 모인 국가 대회니까요. 완전한 인재발굴을 위한 검술대회는 시즌이 아니라는 모양이에요."

묘하게 마음에 안 든다는 듯 윈리가 투덜거렸다.

"재능발굴이라면 각지의 재능있는 이들이 공평하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할 텐데......."

"그렇게 하기엔 참가자가 너무 많아지니까."

그 말도 사실이었다.

결국 빛좋은 개살구가 딱 이런 꼴이었다.

"아참! 듣자 하니 이번 대회엔 팔란 제국의 검의 공주님도 참가한다고 들었어요."

"검의 공주님?"

"모르시나요? 꽤 유명한데? 라운 왕국에서도 그 이름을 말하면 작은 애들도 알 걸요?"

"흐음......."

바리스가 의아한 듯 물어보지만 솔직히 정말로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이전의 기억력은 꽤 선명하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내가 혼수상태에 빠진 사이에 새로이 알려진 인물이라는 사실 밖에 건진 게 없었다.

"야! 오라버니는 혼수상태 셨다고!"

바리스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윈리가 잔뜩 성을 내며 바리스의 정강이를 걷어 까버렸다.

"으악!"

"헹! 꼴좋다!"

"이게 진짜!"

투덕거리며 싸우는 두 사람을 멍하니 바라보길 잠시.

바리스가 끙끙 앓는 목소리를 냈다.

"[일리나 데 팔란] 팔란 제국 황제의 금지옥엽이에요. 아시다시피 팔란 제국은 황자만 여덟 명이고 황녀가 딱 한 명이니까요."

"흠...... 팔란 제국이면 확실히 강대국이긴 하지."

"물론, 팔란 제국이 강대국이고 유일한 황녀이기 때문에 유명한 것도 있지만 사실 그것만으론 조금 부족하죠. 일리나 황녀가 유명한 이유는 사실 신검의 주인이라는 타이틀 때문이에요."

"신검?"

신검이라는 말에 순간 흥미가 돋았다.

"네. 고대 영웅, 검신 하레스의 애검으로 유명한 신검 [칼디라스]의 주인. 천일야장이 만들어낸 일생의 역작 중 하나죠."

칼디라스.

꽤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그 게으름뱅이 검신이 성격은 그 모양이라도 검 실력 하나만큼은 확실했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사용한 신검이라면 이미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경험이 있었다.

마왕을 베어버린 검이라고 했던가?

"칼디라스라......."

내게 검을 가르쳤던 이는 총 두 명이었다.

한 명이 이 티오니스 대륙의 고대 역사에 나와 있는 검신 하레스.

그리고 또 한 명이 마교의 천마 독고준이다.

생각해 보면 하레스는 이곳의 사람이었으니 그의 흔적이 남아 있어도 이상하진 않으리라.

"수천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검날 하나 상하지 않은 신검이죠. 듣기로는 에고가 어려있고 스스로 마법을 발현하는 엄청난 마법검이라 들었어요."

"에고라......."

장인의 혼이 담기고 검사의 정이 담긴 무구에 어린다는 검령.

그게 바로 에고였다.

"수백 년간 주인을 가린 그 신검이 최근에 와서 주인을 골랐어요. 그게 일리나 황녀랍니다."

윈리가 여상히 웃으며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형님, 그리고 일리나 황녀가 유명한 이유가 하나 더 있지요."

"또 있다고?"

"예, 그것은 바로......."

뜸을 들인 녀석이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

"기가 막힌 미녀랍니다."

"오오, 그건 흥미롭네."

"그것도 한창 꽃피고 있는 대륙 5대 미녀 중 하나라 불리죠."

검신 하레스의 애검이었던 칼디라스의 주인이고 뭐고 방금 바리스가 한 말이 가장 끌리는 말이다.

* * *

귀족들의 생리는 꽤 단순한 편이다.

대륙 검술대회에 참전하는 이들은 모두가 국가에서 선발된 대표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국가를 이끌어나갈 기대주들이기도 했다.

그런 그들을 그저 대련만 시킬까.

당연히 아니었다.

앞으로 대륙을 이끌어나갈 기대주들끼리 친목을 다지도록 연회가 벌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다만, 대회에 참가하는 바리스는 그렇다 치고 동행한 나와 윈리까지 연회에 참석하는 건 조금 의외이기도 했다.

"음......."

"마음에 안 드시나요 저하?"

내가 신음을 삼킨 채 휘휘 둘러보자 에이미가 조심스레 물어왔다.

"너무 눈에 튀는 거 아닌가? 조금 더 수수한 옷 없어?"

"아니에요! 그 정도면 오히려 수수한 편이라구요 저하!"

울상을 지으며 절대로 이 이상 양보 못 한다는 듯 단호하게 소리쳐 왔다.

내가 너무 굴렸나 싶을 만큼 억울해 보이는 그 얼굴 때문에 괜히 양심이 쿡쿡 찔려온다.

"거참......."

"저하, 저하의 품위는 곧 나아가 라운 왕국의 품위와 직결되어요. 마음에 안 드시더라도......."

"그래. 신경 써줬으니 됐다. 이대로 가자."

"네!"

내 말에 당장에라도 울음을 터뜨려버릴 것처럼 올려다보던 녀석이 힘차게 답했다.

연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준비에 바쁜 편이다.

물론, 남성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덜해서 다행이다만 윈리 같은 경우는 본인의 말대로 아주 지옥을 본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헹,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냐?"

"이게!!"

퍽!!

연회 참석을 위한 준비를 마쳤는지 투덕거리고 있는 작은 쌍둥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앗! 오라버니!"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리던 중, 윈리가 먼저 나를 발견하곤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뛰어왔다.

좀 전에 정강이를 걷어찬 바리스는 이미 안중에도 없는 듯한 태도였다.

"우와! 역시 오라버니는 정말 멋지셔요!"

"고맙다."

"저기 있는 저 바람둥이랑 다르게요!"

"야! 내가 왜 바람둥이야!"

"뭐, 내가 틀린 말 했어?"

저들끼리 다시 투덕거리며 싸우는 모양새를 과연 다른 이가 본다면 어찌할까.

물론, 겉으론 저래도 둘 다 사이가 꽤 좋은 편이라는 걸 모르진 않았다.

"예쁘네. 요정님이 내려온 줄 알겠어."

"헤헤헤. 오라버니도 참......."

립서비스 같은 말이다만, 빈말은 아니었다.

녹빛 머리칼과 같은 색상으로 맞춘 녹색 드레스는 괜스레 무리한 화려함도, 어울리지 않는 성숙함도 느껴지지 않는 제 나잇대 소녀의 예쁜 모습이었다.

실제로 몇 년만 더 지나면 남자깨나 울릴 미녀가 탄생하지 않을까.

내 칭찬에 기분이 한껏 좋아졌는지 드레스 자락을 쥐고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아 보인 윈리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멋진 왕자님. 오늘 저를 에스코트해주실 영광을 주실 건가요?"

"주객이 바뀐 것 같다만. 못 해줄 것도 없지."

가볍게 녀석의 손을 잡아주자 바리스가 혀를 차는 게 보였다.

"저 불여우 같은 게."

물론 잔뜩 기뻐하고 있는 윈리는 이런 일이 익숙한 듯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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