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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25화 (25/1,559)

# 25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1권 25화

억지로 묻어버리듯 녀석의 말을 끊자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혼란스런 감정이 묻어나왔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녀석에게 내가 네 원래 주인의 제자다! 라고 해본들 녀석이 믿어줄 리가 없다.

오히려 고인을 모독한다며 길길이 날뛰지만 않으면 다행이리라.

회랑의 존재는 어떤 의미론 비밀에 가까우니 말이다. 쉽게 믿기 힘든 이야기이기도 했다.

가볍게 타박하며 반쯤 갈라져 버린 거대한 붉은 보석을 바라보았다.

신검의 힘을 제대로 빌린 일격의 위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였다.

완전히 박살 나진 않았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샤리는 뛰어난 힘을 가진 뱀파이어였지만 그게 위협이 되진 않았다.

그녀는 제가 패배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겠지.

죽었건 살아서 도망쳤건 이제 와서 내가 그녀를 쫓기엔 그리 여건이 좋지 않았다.

지금의 힘으로는 추격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게다가 도망쳐버린 것 같은 샤리보다 더 중요한 게 지금 여기에 남아 있다.

이 붉은 안개의 원천은 그 내부에 있는 뱀파이어를 제외한 모든 생명체의 생명력이니까.

한번 붙은 불은 산소와 연소재만 있으면 끝없이 타오르는 법이다.

더 늦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블러드 폴리스...... 아 오랜만에 보는 공기...... 구역질이 나네.

짜증스런 신검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거 알아? 이 붉은 안개, 네가 핵을 파괴한 덕분에 더 커지진 않겠지만 이대로 두면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거야.

"그래."

-어느 정도 약해진 덕분에 해제하려면 최소 6급 이상의 광역 정화마법을 몇 달간 사용하면 되겠지만 그래도 이미 생명력이 빨린 인간을 살리진 못해. 그리고 그 안에 대부분의 사람이 죽을 거고.

"그 말도 맞지. 더 엿 같은 건 오래 노출된 사람들이 죄다 감염자처럼 변하겠지."

-밖의 인간들은 보나 마나 망설이고 있겠지, 정체불명의 안개에 들어가도 되는 건지. 모르긴 몰라도 이미 이 근방은 발칵 뒤집혔을걸?

오랜 시간을 살아온 자아답게 제법 눈치가 빨랐다.

-인간은 겁이 많은 존재니까.

"그건 어느 생명체나 똑같아. 생존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종을 발전시키는 거니까."

-그런 의미에서 넌 정말 운이 좋았어. 아직 젊은 것 같은데 마스터 급으로 굉장히 강하잖아? 블러드 폴리스의 영향이 미치기엔 네 경지가 높은 것 같네.

녀석의 말에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마스터뿐일까.

경지만 따지면 소드마스터 그 상위의 영역까지 도달한 바가 있다.

"마스터라...... 틀린 말은 아닌데, 아직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해."

내가 강한 건 다른 이들처럼 순수 마나로 밀어붙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마스터, 그 상위의 존재까지 가봤던 내가 가진 깨달음과 마나 숙련도가 만들어낸 기형적인 도핑 덕분이었다.

덕분에 환골탈태는 완전히 물 건너가게 생겨버렸지만 말이다.

-뭐어? 그건 무슨 말...... 가만, 너 뭐야?

경악한 듯한 신검 칼디라스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이제야 눈치챈 모양이었다.

-이건...... 완전 괴물이잖아! 너 뭐야?!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린 녀석이 빽빽 소리를 질러댔다.

-이 말도 안 되는 마나는 뭐고! 게다가 사령 마나에 신성력까지?!

자아를 가진 에고 소드 칼디라스는 쥔 자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 힘으로 주인과 연동해 자신의 힘을 어느 정도 제어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다.

주인을 보호하는 검은 비단 물리적인 이유만 있는 게 아니었다.

과도한 아이템빨은 주인을 망치기 마련.

게임에서도 아이템 레벨제한이 왜 있겠는가.

헛소리이긴 하다만.

녀석의 경악을 무시한 채 나는 깨어있으면서도 쉬이 움직이지 않는 마나와 사령 마나에 인상을 찡그렸다.

조금 자극을 줘야 움직일 것 같은데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세 가지 힘이 공존하다니,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어...... 너 정말 인간 맞지? 막 유희를 나온 괴이한 존재라거나 그런 건 아니지?

"애석하게도."

담담하게 말하며 내가 녀석을 쥐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회랑의 영웅들은 하나같이 나를 상대로 미친 재능의 보유자라고 말했다.

솔직히 재능 면에선 뛰어나다는 느낌을 피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 많은 것들을 이토록 이룩해내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럴 리 없어...... 마나와 신성력 사령 마나는 서로 충돌하는 힘이야! 하나는 몰라도 두 개 이상을...... 그것도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보유하고 있으면 육체가 터져버리다 못해 주변 일대를 완전히 날려버려야.......

"그 상식이 박살 나는 인간이 여기 있잖아."

-이게 가능해?! 미, 미쳤어!!

"미쳤다니, 수백 년에 걸친 연구결과로 만들어진 새로운 방법을 매도하지 말라고."

담담하게 말하며 녀석을 땅에 역으로 박아넣었다.

칼디라스는 직검형 디자인의 거검이다.

그 탓에 거꾸로 꽂아넣은 녀석은 그야말로 신성력을 대량 머금은 십자가의 형태가 되어버렸다.

"한번 빌린 거 끝까지 좀 빌리자. 지금 움직일 수 있는 내 힘으론 다룰 수가 없어."

-그건 무슨 말이야?

"이 상황을 정리하자고."

저들을 살리고자 나를 희생할 이유는 없다만, 그것이 내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밑거름으로 써주리라.

'기왕이면 굳어서 잘 회복되지 않는 힘에 윤활유도 뿌릴 겸. 공짜 노동은 절대 사양이라.'

마나든 신성력이든 사령 마나건, 근간을 이루는 기운들은 사용할수록 늘어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마법사들은 마나 고갈 직전까지 마나를 사용하고 그것을 회복하면서 늘리는 방식을 채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명상을 하거나 이 방법을 쓰거나 일반적인 방법이라면 결국은 속도가 굼벵이 속도겠지만 말이다.

반대로 나는 이미 대량의 기운을 품고 있으니 그저 움직이게끔 자극만 해줘도 총량이 늘어난다. 그리고 그 자극량이 커지면 커질수록 회복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이 이상 설명하지 않은 채 내가 녀석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양손을 모아 경건하게 기도하는 사제처럼 눈을 감았다.

"아, 이건 내 취향이 아닌데."

절로 혀를 차면서.

"만물을 굽어살피는 주신 프리야시여. 그대의 어린양이 어두운 길을 헤매고 있음에 한 치 앞도 안 보이니 손전등 하나 줬으면 싶기도 하고. 뭣하면 직접 처리해줬으면 싶지만 그러진 못할 거라 알고 있사오니.......

-무, 무슨 기도가 그래!?

경악스런 내 기도에 칼디라스가 기겁했다.

언뜻 들으면 신앙심은 쥐뿔도 느껴지지 않는 기도문이었다. 오히려 신벌을 받는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불경한 기도문이었다.

실제로 내 신성력의 원천은 성녀 다프네의 수련 결과 덕분에 조금 이질적이다.

내 힘의 원천은 신을 떠받드는 신앙심이 아니라 이해와 믿음이다.

분명히 구분해서 나는 신의 사랑을 받는 게 아니라 신의 호기심을 받는 케이스였다.

"주신의 어린양들이 마에 물들어 고통에 신음하고 있으메, 당신의 불경한 어린양이 템빨만 믿고 이를 구원하고자 하오니...... 아 몰라! 다 보고 있을 텐데 그냥 쓸 거니까 알아서 허락해줍쇼!"

신관들은 모르고 있다.

입으로만 독실한 신자가 신의 사랑을 받는 게 아니라 실천하는 자가 관심을 받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내가 하려는 짓은 현재 움직일 수 있는 내 신성력으론 어림도 없다는 게 사실.

하지만 거대한 신성력 덩어리인 신검, 칼디라스의 신성력을 모조리 끌어모으면 충분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놈은 신검이라 불린 초유의 검이다.

녀석은 내 의도를 깨달으면 기겁하겠지만.

정화마법으로 안개를 정리하는 건 가능해도 이미 생명력을 빨린 건 해결할 수 없다고?

강한 힘으로 억압하려 한다면 그보다 더 강한 힘으로 찍어누르는 수밖에.

신의 허락을 받아 사용하는 내가 익힌 최고위 성마법이자 역대 최고의 힘을 지녔던 성녀 다프네가 만들어낸 최고위 기적.

-헹! 그런 말도 안 되는 기도를 들어줄 신 따윈.......

"너도 신에 대해선 잘 모르는구나."

내 미소에 실체가 없는 녀석이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침묵한다.

물론, 뱀파이어 시녀도 그랬지만 이 녀석도 눈치가 제법 느리다.

'신은 미친놈을 좋아해. 그것도 아주 미친놈을.'

[9 위계 최후 성마법.]

[신의 성역(Saint Sanctuary)]

-9, 9 위계?! 뭐, 뭐 하는 거야! 날 말려 죽일?!.......

"거 엄살은, 안 죽어 안 죽어. 걱정 마."

-야...... 야이 미친놈아아아아!!

내가 하려는 행위를 눈치챈 칼디라스가 비명 섞인 소리를 내질렀지만 이미 늦었다.

우웅!!!

정체불명의 기괴한 기도에도 마치 그 기도가 전해진 듯 등 뒤로 화끈한 감각이 내려졌다.

마치 인두로 지지는 듯한 느낌.

결코 이 세계에서 만들어낼 수 없는 특이한 방식의 상처, 즉 흔적이다.

역시 살아있는 존재라 성흔이 새겨질 수밖에 없나. 그런데 성흔의 크기가 좀 크지 않습니까?

신이라는 작자들은 제 신자의 몸에 상처를 내는 걸 즐기는 변태일까.

절로 울컥하는 구토증세가 몰려왔지만, 손을 풀지 않은 채 미쳐 날뛰는 신성력을 모조리 사방으로 흩어버렸다.

우우웅!!

쩌엉!

동시에 거대한 빛의 결계가 경기장을 뒤덮듯 퍼져나가며 순백의 깃털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마치 천사가 강림하듯.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눈부시지 않은 따스한 순백의 빛이 붉은 안개들을 집어삼키듯 지워버리기 시작했고 생명력이 빨려 나가는 사람들의 몸에서 빛이 스며들며 낯빛이 편안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그리고 사람들의 생명력을 빨아 붉은 안개를 뿜어내던 붉은 혈석이 마침내 무수한 균열을 일으키며 완전히 깨어지듯 사라져 버렸다.

투웅!

거대한 신성력의 충격파가 소리 없이 일대를 완전히 뒤흔들었다.

서서히 흩어지는 빛 너머로 보이는 것은 흰 깃털처럼 보이는 빛의 조각뿐이었다.

"크으...... 따가워라."

제 힘을 대부분 사용한 탓일까.

칼디라스는 비명도 잊은 채 부르르 떨며 침묵했다.

물론, 초고위 신성 마법의 반동이 녀석에게만 가지는 않았다.

어마어마한 피로가 동시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조금 과하게 힘을 썼나.

심의 힘을 잠깐 불러왔더니 굳어있던 신성력이 뭉텅이로 뜯겨 나가 엄청난 피로를 몸에 주는 것 같았다.

"쓰읍...... 하아......."

짧게 숨을 고르며 잔뜩 흐려진 시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신성력의 사용이 조금 많긴 하지만, 칼디라스는 살아있는 신성력의 보고나 다름없으니 괜찮겠지.

굳어있는 신성력을 제외하고 티끌도 남김없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신성력의 남은 양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힘없이 주저앉아 숨을 고르며 시선을 돌리자 블러드 폴리스를 유지하던 붉은 안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 후였다.

고통에 신음하던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한 표정들이었다.

그때였다.

삐릭.

기괴한 기계음과 동시에 피로로 인해 잔뜩 흐려진 내 눈에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성명 : 데이비 올 라운.

-나이 : 16

-성별 : 남

-종족 : 인간

-칭호 : 회랑의 정신 나간 영웅들의 제자.

-상태 이상 : 신성력 탈진상태

-특이사항 :

상식이 어긋나버린 반쯤 미친놈(?)

일정 수준까지 환골탈태 불가.

성흔 보유.

-메리트 부여, 대상의 상태 간략하게 확인 가능

"이봐요 프리아 님, 미친놈은 아니잖아."

절로 짜증스레 중얼거렸다.

이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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