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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37화 (37/1,559)

# 37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2권 12화

"신성 마법은 무적이 아니야. 나는 한 명도 죽는 걸 허락한다고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정신 안 차려?"

내 말에 그들이 상념에서 빠져나오듯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제야 깨달은 듯 보였다.

자신들의 영지에 부임한 저 유약해 보이는 인상의 소년이 뭐하는 작자인지를 말이다.

"다치는 놈들은 영지로 돌아가서 손수 굴려줄 테니 유념하도록."

경고성 짙은 내 목소리에 반발심이 들 법도 하건만.......

"영주님의 기대에 부응하자!"

"놈들을 쓸어버려!!"

"기회를 놓치지 마! 놈들의 머리를 으깨버리라고!"

이미 자경단원들은 그런 건 관심 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흡사 버서커의 광기에 가까운 사기 증폭에 고블린들의 얼굴이 퍼렇게 질려가는 건 알고 있는 것일까.

분명 불리해 보이던 정공법이었지만 고블린들의 수는 순식간에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고블린들은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일 것이다.

기괴한 빛을 몸에 두른 인간들은 놈들도 처음 봤을 터.

그놈의 빛 때문에 이기는 것도 힘들고 상처입히기도 힘들다.

꾸역꾸역 밀고 들어가 어떻게든 상흔을 만들면 백색의 빛이 몸을 회복시켜버린다.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 이건 뭔가 아니라고 외치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럼 뭣하나. 이미 늦었는데.

-케르르르륵!

-까아아악!

그제야 죽음의 공포를 느낀 고블린들이 하나둘 도망치기 시작했지만 이미 불붙은 자경단원들은 도망치는 놈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일방적인 토벌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찌나 쌓인 게 많았는지 자경단원들은 놈들이 도망갈 틈을 주지 않고 미친 듯이 무기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결국 도망치던 최후의 고블린 한 마리가 내가 가볍게 쏜 화살에 몸이 꿰뚫리며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끝으로 죽음의 마지막을 고했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침묵하길 잠시.

검을 늘어뜨린 채 숨 쉬는 것도 잊고 침묵하던 자경단원 하나가 부르르 떨며 양손을 높이 쳐들었다.

"이...... 이겼다......."

"이겼다!!!"

"우와아아아아!!!"

동시에 전염된 분위기는 마치 세계를 구한 이들의 모습처럼 퍼져나갔다.

"영주님 만세!!"

"성자님이 함께하신다!!"

오글거리는 멘트를 서슴없이 던지는 걸 보면 영 적응이 되질 않는다.

-표정관리가 안 되고 있음이야.

'내 손 무사한지 좀 봐주라.'

-물리 법칙상 그대의 손발가락이 오그라들진 않을 터.

그리 말하면서도 본인조차도 조금 거북한지 표정이 떨떠름하기 그지없다.

계속해서 나를 향해 만세를 외쳐대는 그 모습을 쭉 보고 있자니 낯간지러운 기분이 사라질 것 같지가 않았다.

결국 나는 이들이 잊고 있는 사실 하나를 상기시켜 강제로 분위기를 흩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놈들이 뭣들 하는 거야, 영지민이 아직 갇혀있다! 빨리빨리 움직여!!"

"앗!"

"옙!!"

"가자!!"

굉장히 고압적인 외침에도 그들의 얼굴엔 이미 맹신이라는 단어가 새겨진 후였다.

흡사 광신도에 가까운 모습.

채찍과 당근.

그러니까 적당히 반발심과 경외감을 심어주려 했더니 오로지 영주님을 외치는 꼴이다.

뭔가, 선택을 잘못한 것 같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17. 밖에 비 온다! 주룩! 주룩! 주룩!

영지민의 수는 대략 200명 전후.

자경단과 기사들의 수를 합치면 대략 3, 40여 명 정도가 있다.

영지민의 수를 생각하면 자경단의 비율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는 소리다.

나잇대가 어린 소년부터 지긋한 중년까지. 모두가 제 영지를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다.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훈련, 기술부족과 자금이 부족해 제대로 만족하지 못한 장비까지.

그런 마당에 고블린들이 작정하고 약탈을 시작했으니.......

지금까지 버틴 것도 용하다.

"발견했습니다!"

부락으로 걸어 들어가는 도중 고블린 놈들의 시체를 확인하던 내 곁으로 자경단원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고블린들을 향해 격한 분노를 드러내던 소년이었다.

"그래?"

"넵!"

처음 불신 가득하던 눈빛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뽕 맛이 좋긴 좋았나 보네.

중독되면 안 될 텐데.

담담하게 일어나 녀석이 안내하는 인공동굴로 들어갔다.

동굴은 오크들이 사용하던 식량 창고였던 모양이었다.

엉성하게 다듬어진 동굴 속으로 들어가자 자경단원들이 무기를 빼 들고 대치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직 남아 있었나?'

-제아무리 지능이 떨어지는 놈이라도 학습을 아예 못하는 건 아닐 테지.

남은 고블린은 10마리 정도.

금방 처리할 수 있는 인원이지만 놈들은 자신들이 납치한 영지민을 인질로 삼듯 그들의 뒤에 숨어 녹이 슨 무기를 쥐고 있었다.

저것도 영지를 공격하면서 털어간 무기이겠지. 관리가 안 되어 녹이 잔뜩 슬어있지만 베이면 위험할법한 무기다.

반대로 인질이 된 영지민들은 엉성한 포박상태이긴 하지만 잔뜩 다치고 지친 얼굴이라 제대로 된 전력이 될 순 없어 보였다.

다행이라면 아직 고블린 놈들이 손을 댄 이는 없다는 점일까.

종족 불문하고 여성체의 적이나 다름없는 이 고블린들은 주로 잡아온 여성포로를 지칠 대로 지치게 한 뒤 겁탈하는 습성을 지녔다.

납치를 당한 건 전날 밤이니 아직 손을 대진 않은 것이리라.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불합리한 일이지. 자칫했다간 영지로 돌아와서도 배척당하기 일쑤일 테니.......

"크...... 이 비겁한 놈들......."

제아무리 버프를 받은 상태라곤 하지만 놈들이 인질을 다치지 못하게 할 만큼 빠르게 파고들진 못한다.

그 탓에 자경단원들과 기사들은 함부로 놈들에게 접근을 못 하고 있었다.

"흐음......."

그 모습을 보던 내가 짧게 신음했다.

"고든, 프리먼. 전부 내가 신호하면 놈들을 베어버려."

"영주님?"

내 말에 두 자경단원은 물론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고블린 부락을 습격한 것도 저들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내가 인질은 상관없다는 듯 말하니 당황한 듯 보였다.

놀란 눈으로 나를 보는 이들을 향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어깨를 으쓱여 주는 정도뿐이다.

"뭣들 해, 여기서 밤샐 거야?"

"영주님!! 놈들은 영악한 놈들입니다요! 인질이 있는데 무작정 돌진할 순......."

-허허, 믿음이 부족하구나. 불신자여.

"뭔가 착각하는 거 같아서 하는 말인데."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다시 한 번 내 손에서 빛이 난다.

인질이요?

"인질이 어디 있는데."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지치고 다친 포로들의 몸에 새하얀 빛이 닿아 마치 껍질처럼 그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이 막장 싸움을 보다 못해 도망친 놈들이 이곳에서 인질을 데리고 농성을 벌인 모양새였다.

그러니 지금 인질들의 몸에서 빛나는 저것들이 뭔지도 깨달았을 터.

실시간으로 파랗게 질려가는 저 초록 괴물 놈들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

-까아아악!

-끼에에엑!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는 놈들을 향해 내가 소리쳤다.

"언제까지 멍때릴 거냐, 냉큼 튀어 들어가!"

"헙?! 죽어라! 이 빌어먹을 놈들!"

"쳐 죽일 강간마 놈들!"

동시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깨달은 자경단원들과 기사들이 쏜살같이 파고들어 고블린의 목덜미에 검을 찔러넣었다.

도망을 치려 해도 출구는 우리가 막고 있었느니 결국 놈들은 구석에 몰려 모조리 도륙당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한 마리가 피를 흩뿌리며 억울하다는 듯 울음을 흘린다.

그리고는 추욱 늘어져 싸늘한 시신이 되어버렸다.

백 마리가 가볍게 넘는 고블린 부락을 아무런 계책도 없이 정공법으로 밀어붙인 것치고는 굉장히 허무한 결말이었다.

담담하게 준비해온 모포를 꺼내 든 내가 포로로 잡혀있던 영지민들을 향해 다가갔다.

저들은 나를 처음 보는 것일 테지.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 못 한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들의 몸에는 심각한 구타의 흔적이 보였지만 옅은 빛이 감돌며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게 보였다.

멍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는 이들 중 작은 소녀에게 모포를 둘러주며 빙그레 웃어 보였다.

공포에 질려있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심시켜주는 것이니까.

"무서워하지 마. 구하러 왔으니까."

"흑...... 흐흑......."

담담한 미소에 반쯤 공허한 얼굴을 하고 있던 소녀의 눈에 눈물이 방울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무서웠던 건지 소녀는 금세 내 품에 안긴 채 엉엉 울기 시작했고 다른 영지민들도 자신들이 살았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전원 구출되었습니다요!"

말없이 소녀의 등을 토닥여주는 내게 자경단원 하나가 다가와 절도있게 경례를 붙이며 보고를 올려왔다.

"그래? 그럼 뭣들 하나! 잽싸게 퇴근해야지, 집에들 돌아가기 싫은가!"

"아닙니다!!"

말없이 품에 안겨 우는 소녀를 안아 든 내 말에 자경단원을 포함한 모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 * *

새로이 부임한 내가 자경단원 대부분을 이끌고 간 사실 때문일까.

불신과 불안함이 가득한 얼굴로 낡아 빠진 성채를 지키고 있던 자경단원들은 그들의 예상 이상으로 빠르게 복귀하는 토벌대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뭣들 하는 거냐! 지미! 당장 목책을 치워!"

"영주님 들어가신다!"

"빨리빨리 움직여 이 굼벵이들아!"

하지만 곧 나를 따르던 자경단원들의 외침에 허겁지겁 뛰어나와 목책을 치워냈다.

그러면서도 의아한 표정들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저들이 내게 이런 말도 안 되는 맹신을 보이는 지 말이다.

내 입으로 딱히 말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침묵을 지킨 채 그저 묵묵히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아직 고블린 부락은 몇몇 더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주기적으로 놈들을 청소할 거야."

"옙!!"

불신은 이미 사라졌다. 내 외침에 그들은 당연한 일을 한다는 듯 우렁차게 소리치며 답했다.

상황을 모르던 남아 있던 자경단원들은 내 모습과 자경단원들의 모습에 혼란스러운 듯한 시선을 보내올 뿐이다.

"전부 해산! 내일부터 아주 바빠질 테니 쓸데없이 무리하다가 걸리는 놈은 후회하게 해주마."

"영주님 만세!!!"

"성자님 만세!!"

.......

내 외침에 자경단원들이 일제히 쌍수를 들고 외쳐대니 영지 내의 영지민들까지도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내가 무슨 최면이라도 건 줄 아는 모양인데 나는 건전한 것밖에 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마약을 먹인 것과 무에 다르겠는가.

'시끄러워.'

키득거리는 페르세르크의 말을 무시한 채 나는 재빨리 단상을 벗어났다.

이대로 있다간 진짜 사이비 종교라도 만들어질 기세라 상당히 부담스러운 정도.

그래도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냥 저들이 특이한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한 내가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더라.

* * *

그러니까...... 시작은 영지 내에 감도는 남아 있는 불신을 지우기 위해서 남은 자경단원들을 이끌고 산을 오르면서부터였다.

날이 밝기가 무섭게 에이미에게 영지의 내정을 조사해달라고 시킨 뒤 자경단원 10명과 기사 3명만 이끌고 산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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