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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6화 (56/1,559)

# 56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3권 5화

"왕국의 1년 지출의 반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오. 실제로 그로 인해 자금 사정이 좋지 않던 라운 왕국에 회생의 빛이 든 것도 사실. 그로 인해 흥분들 하신 것 같은데, 가장 원초적인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소이까."

마치 나를 돕듯 그는 한 치의 사심도 없어 보이는 말투를 고수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요?"

"그렇소, 지금 그대들이 의논하고 있는 논제는 달의 풀 사업을 어찌 이용해야 왕국에 보탬이 되는가가 아니오?"

"그렇습니다. 이 사업은 정말 혁신적인 사업입니다. 잘만 이용하면......."

"한데, 어째서 그렇게 크게 공헌한 데이비 왕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멋대로 국가에 귀속시키려 하고 멋대로 정하는 게요?"

바리에타 공작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

"그대들의 위상이 이 나라의 왕족보다 높았던가."

갑자기 사업하나가 너무 크게 성공해버려서 머리가 굳어버린 모양인데 실상 그것을 국유화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하물며 데이비 왕자님께서는 이미 궁에서 독립하신 몸이 아니신가."

"하...... 하지만......."

"파론디스 후작."

"예...... 예."

"국가의 안위를 위해 그대의 재산을 모두 국가에 귀속시키라 하면 하겠소?"

"그...... 그것은......."

바리에타 공작의 말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그가 어째서 그대를 돕는다 생각하나?

'저게 돕는 거로 보이나? 같잖은 말장난 같은데.'

애석하게도 그가 뭘 하려고 하는 건지는 대충 눈에 보여버렸다.

내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였다.

"크흠!"

바리에타 공작의 말에 회의장이 침묵에 휩싸였다. 불편한 헛기침 소리만 여기저기서 들려올 뿐이었다.

제 딴에는 어떻게든 사업을 독점하지 못하게 해서 이득을 챙겨보려는 작자들로 가득했다.

개중에는 영지에서 벌어들인 돈을 이용해 제 배 속을 채워볼 궁리를 했던 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모든 것은 데이비 왕자님이 정하실 일이오, 그대들이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는 게지."

"크흠...... 그...... 그렇군."

"생각이 짧았소."

수그러드는 분위기는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바리에타 공작이 아무런 이유 없이 내 편을 들어줄 이유는 없었다.

"하인스 영지의 사업은 하인스 영지에서 해결하도록. 그것이 나라를 위한 일이지, 그렇지 않습니까 저하. 만약 이 사업을 강제로 국유화한다면 이것은 억압입니다. 그 누구도 사업을 하려 하지 않겠지요."

무감각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묻는 그 모습에 나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여 보였다.

"옛말에 고기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소화초만 씹어 삼킨다는 말이 있죠."

비꼬는 듯한 내 말에 귀족들의 얼굴이 창피로 붉게 일그러졌다.

"그래서, 공작.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전부가 아닐 텐데, 내 말이 틀렸습니까."

"그리 보였습니까, 맞습니다. 실은 그 일보다 중한 사유가 있었지요, 한데 상황이 이리되어 일단은 중재가 필요하다 생각했을 뿐입니다."

누가 들으면 무심한 듯 신경 써주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새네.

그리 말하며 바리에타 공작은 품 안에서 작은 종이 뭉치를 꺼내 들었다.

고풍스러운 밀봉이 되어 있는 양피지로 황제의 칙서와 같은 기분이 드는 물건이었다.

"성국 발샤스의 대신관께서 보낸 서신입니다."

"서신?"

"예, 폐하."

바리에타 공작이 서신을 크리아네스에게 내밀었다.

"내용은 데이비 왕자님의 성흔 발현 여부를 확인하고, 발현되었을 시 성국으로 이적해 성자의 칭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떻냐는 내용입니다."

타국, 그것도 통수권자나 다름없는 법왕의 바로 아래, 대 원로회가 보낸 서신을 왕의 허락도 없이 멋대로 확인했다.

-정말 제멋대로인 남자에 개판인 나라로군.

이것만 봐도 그의 위세가 얼마나 개막장급으로 치솟았었으며 왕권이 얼마나 흔들리고 있는지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조선 말 김 씨 세가의 위세가 이러했을까.

'결국 어느 세상을 가건 나라가 어려우면 벌어지는 일은 뻔하지.'

"데이비 왕자님께선 일직이 성흔을 발현하셨습니다. 하지만 아직 그 누구도 왕자님께 성자의 칭호를 부여하라 말하는 이가 없더군요. 이는 안 될 말입니다."

"말도 안 됩니다! 데이비 왕자님은 이 나라의 1 왕자이십니다! 그런데 성흔이 발현되었다고 성국으로 보낸다니요!"

지금껏 침묵한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젊은 백작 하나가 급히 소리쳤다.

"허허, 론다 백작. 성국입니다. 성국이요. 성국 모릅니까?"

"알지요! 너무 잘 알지요! 성국! 말이 성국이지 국력은 제국 급에 달하는 나라! 주신 프리아 님을 모시는 국가!"

"허어...... 아는 사람이 그럽니까!"

"하지만 이건 부당한 처사입니다! 다른 분도 아니고 왕자님이십니다! 이건 마치 성국에 조공을 바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어허! 말조심하세요!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이 나라는 성국이 아니라 라운 왕국입니다! 언제부터 라운 왕국이 성국의 속국이 된 겁니까!"

"허허! 한 치 앞도 못 보는 아둔한 작자를 봤나!"

론다 백작이라는 젊은 귀족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귀족들이 서로 쉬쉬하는 모양새였다.

"그래, 내 성흔 발현 여부를 확인하고 보내겠다?"

결국은 더 두고 보지 못한 내가 천천히, 그리고 담담하게 묻자 바리에타 공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일은 왕자님의 일신상에도 큰 도움이 될 일입니다. 그리고 왕족이라면 마땅히 수행해야 할......."

"그래, 내가 성흔을 발현한 건 다들 아는 사실일 테고."

"저하, 나무 말고 숲을 보십시오. 성국 발샤스는 라운 왕국의 형제국이자 우방국입니다."

"그래서 내가 가서 성자의 칭호를 하사받으면 성국이 왕국을 더욱 많이 비호해 준다?"

내 질문에 그가 입을 잠시 다물었다.

"왕족은 그만한 책임을 안고 가는 존재입니다. 잊지 마시지요. 성국의 비위를 거슬려서 좋을 것이 없습니다."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그 모양새에 그저 침묵하기를 잠시.

주변 파악 못 하고 있던 한 귀족이 짜증스레 소리쳤다.

"하면!! 영지는 어찌 되는 겝니까! 데이비 왕자님이 영주로 계신 하인스 영지 말입니다! 달의 풀 사업도 그렇고!"

"아쉽게도 왕자님께서 성국의 소속으로 이적해 성자의 칭호를 받으시면 국법상 영지를 관리하는 건 불가하지요!"

바리에타 공작의 말에 뭔가 깨달은 것일까.

귀족들의 눈에 순식간에 탐욕이 어리기 시작했다.

지금껏 관심도 주지 않던 저주받은 땅이었던 하인스 영지였지만 이제는 차지하는 순간 돈방석에 앉는 건 꿈도 아닌 일이었으니 말이다.

-개수작을 부리는군.

'이야, 이거 재밌게 굴러가네.'

흥미가 돋아 피식 웃으며 그들을 보고 있자 귀족들이 다시금 시끌시끌 떠들며 설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마치 내가 가는 게 확정이라도 된 것처럼 말이다.

"하면 새 영주를 재빨리 임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왕자님께서 성자의 칭호를 하사받으신다면 따로 적합한 자를 찾아 새로이 영주로 임명하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크흠! 마침 제 부족한 자식놈이 성년이 되어......."

하나같이 자신들이나, 혹은 혈육, 혹은 관련인들을 어떻게든 엮어보려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걸 두고 볼 바리에타 공작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것 때문에 영지 사업을 국유화하면 안 된다고 못을 박은 것일 테니까.

"그 점에 한해선 감히 제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이윽고 바리에타 공작이 크리아네스 국왕에게 말했다.

"현재 하인스 영지는 이 나라의 땅 어느 영지보다 중요한 시기에 접어들어 있습니다. 아무나 앉힐 수 없는 그런 자리이지요."

"계속하라."

"해서 데이비 왕자님이 성국으로 떠나시어 성자님의 칭호를 받으시면 영지를 관리할 수 없으니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야 합니다. 신이 아는 한에서 그것이 가능한 분은 칼루스 2 왕자님 한 분뿐이지요."

그의 말뜻은 간단했다.

리네스 왕비의 아들, 2 왕자 칼루스를 앉혀라.

사업을 독자화시킨 다음 칼루스에게 넘겨 그 이득을 바리에타 공작가에서 독점하겠다.

뭐 그런 의도인 듯싶었다.

결국 빙빙 돌리긴 했지만 귀족들이 처음 설레발 치던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개소리였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금까지 침묵하고 있던 소년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2 왕자 칼루스였다.

다만, 이전과 다르게 녀석은 머리에 특이한 모자를 쓰고 있었기에 더욱더 시선을 잡아끌었다.

나를 향해 한껏 비웃음이 담긴 얼굴을 하고 있던 녀석은 곧 자리에서 일어난 채 크리아네스 국왕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후 자신만만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모두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기다리고 있는 순간.

"개굴!"

녀석의 입에서 사람의 것이라고 보기엔 기괴한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푸훕!

동시에 내 어깨가 잘게 떨렸고 웃음을 참지 못한 페르세르크가 조막만 한 귀여운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았다.

선물은 중요한 곳에서 개봉해야 제맛이다.

24. 드워프와의 접선법.

"이...... 이건......."

제 입으로 말하고도 당혹스러웠는지 칼루스가 인상을 왈칵 찌푸렸다.

하지만, 그의 입은 그의 의도와 다르게 신나게 제 존재감을 드러냈다.

"까아악! 꼬꼬댁!!"

이윽고 기괴한 새의 소리를 내는 녀석의 모습에 귀족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오죽하면 평정심을 유지하던 바리에타 공작의 얼굴에도 미묘하게 균열이 생길까.

"칼루스, 이게 뭐하는 짓이냐."

"그...... 그것이 꽤애애액!"

제 입으로 낸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제어가 안 되는지 놈의 얼굴은 당혹 그 자체였다.

"폐, 폐하! 크르르릉 월월!"

좋게 봐주려야 장난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그대, 이건 좀...... 크흡! 아하하하하핫!!!

결국 참지 못한 전(前) 마왕님은 웃음보가 터지고 말았다.

"푸흡......."

그 사실은 그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귀족 중 몇몇은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결국 웃음을 터뜨리고는 황급히 입을 틀어막으며 표정을 관리했다.

그중에 나는 겨우 웃음을 참고 있는 꼴이 되었지만.

"감히, 국정 회의장에서 장난을 치려는 게냐! 썩 물러가거라!"

결국 분노를 터뜨린 크리아네스 국왕의 노호성에 녀석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려 했다.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녀석이 급히 소리쳤다.

"폐하 믿어주십시오! 꽥꽥!"

"근위병! 놈을 방에 가둬라! 내가 명할 때까지 근신하라!"

"폐하!! 폐하!! 꼬꼬댁!!! 꼬꼮!"

필사적으로 부르짖으며 근위 기사에게 끌려나가는 칼루스의 발버둥이 심해지고 급기야 녀석의 머리에 씌워져 있던 모자가 휙 하고 벗겨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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