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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57화 (57/1,559)

# 57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3권 6화

"크흡!"

"저...... 저런!"

동시에 그가 전날 밤 확인하고 숨기고 싶어 한 한 가지 사실이 모든 귀족의 눈앞에서 낱낱이 드러나고 말았다.

-세상에...... 하루 만에 저렇게.......

그의 머리는 정수리부터 일정 부분이 동그랗게 바가지를 덮어쓴 것처럼 반들반들하기 그지없었다.

스킨헤드!

태양 있으라!

지독한 원형 탈모!

그 크기가 무려 손바닥만 하게 번져 있다. 모자를 쓰는 동안 더 빠지기라도 했는지 모자가 흩날리며 녀석의 금발 또한 자유를 찾은 전자(電子)마냥 신나게 허공을 날아다녔다.

-아하하하하!!!!

부들부들 떨다 못해 자지러지는 페르세르크를 무시한 채 나는 픽 웃음을 흘리며 녀석을 바라보았다.

놈은 곧 나와 시선을 마주치고 격노하며 뭐라 소리치려 했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동물의 울음소리뿐이었다.

쾅!!

이윽고 칼루스를 끌어낸 회의장의 문이 닫히자 나는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칼루스의 기괴한 행각에 얼이 빠져 있던 귀족들은 곧 불편해하는 크리아네스 국왕의 헛기침에 정신을 차린 듯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하인스 영지를 다루기엔 녀석은 아직 철이 없네요."

담담하게 말한 내가 바리에타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럼 이제 제가 발언하겠습니다."

내 말에 혼란스러워하던 귀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꽂혀 들어왔다.

"바리에타 공작."

"예 저하."

담담한 대답에 내가 씨익 웃어 보였다.

"공작은 언제부터 왕의 위에 올라섰습니까?"

"저하?"

실로 불경하기 짝이 없는 말. 하지만 내 발언은 날카로웠다.

갑작스런 내 말에 대답한 것은 바리에타 공작이 아닌 다른 귀족이었다.

"그 무슨?!"

"다시 묻겠습니다. 공작. 이 나라가 공작의 것입니까?"

"그럴 리가요."

한 치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평이한 어조. 하지만 그 목소리 속의 적의는 분명 느껴졌다.

결국은 그도 사람이니.

"저하, 제 행동은 모두 이 나라 라운 왕국을 위해......."

"그런데 왜 좀 전에 개소리를 지껄이던 인간들과 똑같은 소리를 하십니까?"

"저...... 저하 그 무슨?!"

"왜요, 나도 공작과 똑같은 말을 한 것뿐인데."

내 말에 그가 입을 다물었다.

"내가 보기에 공작께선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되시나 봅니다."

빙그레 웃으며 그와 눈을 마주쳤다.

"고기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소화초 씹지 말라고."

"저하. 이곳은 국정회......."

"그래서, 그 국정회의에서 이번 논제에 관해 그대는 무엇을 해결했습니까? 저들의 요구에 따라 왕족을 자랑스럽게 파는 것? 그 틈을 타서 영지와 사업을 독점하는 것?"

아주 찰나의 순간.

그의 눈동자에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이 어리는 게 보였다.

제아무리 왕족이라도 공작가의 위세가 압도적인 현재 시점에서 내 행동은 굉장히 위험한 짓이나 다름없었을 테니까.

담담하게 말한 내가 그를 향해 씩 웃어 보이곤 국왕 크리아네스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요지는 성국의 요구만 어떻게든 무마시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겠지요. 폐하,"

"그 말인즉슨 성국의 요청을 덮을 방법이 있다는 게냐?"

오묘한 감정이 담긴 그의 질문에 나는 픽 웃어 보였다.

"성국도 사람 사는 곳 아니겠습니까. 그래 봐야 대신관 정도."

* * *

회의는 무산되었다.

뭐, 그건 귀족들의 입장이지 내게는 제법 뜯어낼 것도 많았던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고요한 1 왕자궁으로 돌아오기가 무섭게 나는 통신용 마나석이 부착된 수정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미리 준비시켜두었던 값을 입력해 어딘가로 연락을 넣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정구가 옅은 빛을 내뿜으며 젊은 신관 한 명의 모습을 비추기 시작했다.

소량의 마나석을 연동시켜 만들어낸 값비싼 통신 마법구였다.

만들고자 한다면 어려울 것 없는 시스템이지만 마나석의 가격이나 기술 값 때문에 어지간한 부자가 아니면 함부로 쓰기 힘든 물건이기도 했다.

물론, 현재 내게는 어마어마한 돈이 쥐어져 있다는 게 문제일 뿐.

이래서 사람은 사업아이템 구상을 잘해야 한다.

의도하지 않게 영지에 뿌려진 만년 이상 된 저주가 완전히 도약의 구름판이 되어버렸다.

[핫! 연락받았습니다! 데이비 왕자님, 성국 예산 관리부의 벨리암 부주교입니다.]

"갑작스레 연락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벨리암 부주교님."

[아이고, 그런 말씀 마시지요, 이미 이야기가 되어있었던 부분이지 않습니까.]

"하하, 그렇다면 법왕께선 어떤 결론을 내리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내 질문에 수정구 속의 신관이 허허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지 않아도 좀 전에 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법왕께선 왕자님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신다고 좀 전에 응답을 주셨습니다. 이번 일은 뮬레스 대신관의 독단으로 차후 그런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말라고도 전하셨습니다.]

그렇지, 제아무리 신의 성역 위에 만들어진 국가라 해도 결국은 사람이 사는 나라고 사업을 굴려야 하는 이들이 있는 곳이다.

내가 법왕에게 전한 사실은 한 가지,

하인스 영지와 나라는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빠진다면 달의 풀 잎사귀가 재배될 수 없을 거라는 사실뿐이다.

법왕 정도 되는 인물이라면 그게 무슨 뜻인지도 깨달았을 테고.

[그나저나 설마 라운 왕국에서 왕자님을 성국으로 보낼 생각을 할 줄은 몰랐네요. 뭐, 저희 측에선 나쁘지 않은 일이지만 미래를 보면 이쪽도 손해라는 입장입니다. 하하!]

말끝을 흐린 그가 히히 웃어 보였다.

젊은 청년답게 무게감보다는 굉장히 친근한 느낌의 사내였다.

"그럼, 계속 신경 써주세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하하! 물건만 제때에 공급된다면 절대 성국에서도 나쁘지 않은 일입니다. 저...... 그런데 말입니다.]

"그 부분은 걱정 마세요. 다음 분기엔 성국에 매각하는 양을 일정 확보해두겠습니다."

[아이고! 그렇게까지 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 법왕께서도 결과만 좋다면 흡족하시다고, 앞으로 좋은 물량을 많이 매각해 달라 개인적으로 부탁하셨습니다.]

"남는 자리를 조금 개간해서 추가로 성국에 팔 물량을 재배하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세속적이고 속물적인 거래.

하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특별 대우를 받고 싶다면 차라리 무언가를 가져와라.

그런 의사를 대놓고 공표한 것이다.

제아무리 내가 일정 물량을 풀었다곤 하지만 그래도 아직 만족할 만한 물량이 나오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더럽다고? 내가 괜히 물량을 일부만 팔아치우는 줄 알았는가.

사실상 내가 이렇게 부탁할 것도 없이 성국의 입장에서도 달의 풀을 지속해서 공급받는 게 나를 라운 왕국에서 빼내 성국에 소속시키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물론, 나와 하인스 영지의 조합이 아니면 불가능한 재배라는 사실을 알아야 하는 문제였지만.

다른 단체에서 이 사실을 알아낸다고 한들 그들은 항의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성국처럼 무언가를 가져다주어 자신들도 이득을 보려 할 터.

그렇게 사업의 규모를 천천히 늘리면 되는 일이다. 다 같이 수렁에 빠져들면 누가 누굴 탓할 것도 없다.

모두 다 같이 수렁 속으로! 이른바 물귀신 사업.

"사업 참 쉽다."

-거짓부렁.

페르세르크의 일침에 내가 쓰게 웃어 보였다.

"자, 그럼 성국 문제는 해결되었고."

나를 성국에 이적시키려 한 대신관은 뮬레스 대신관.

그는 대 원로회라는 높은 직위에 있는 사내인 만큼 그 입김은 어지간한 소국의 왕보다 거대하다.

반대로 내가 거래를 한 것은 현재 성국의 통수권자인 법왕이었다.

성국도 결국은 사람 사는 나라.

정치싸움은 그들끼리 할 몫이니 더 이상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내부문제로 인해 성국이 입을 다물어버린다면 당연히 라운 왕국의 귀족들도 더 이상 나를 터치하지 못할 테고.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곧장 벨리암 부주교와의 통신을 끊은 후 다른 수정구를 꺼낸 내가 마나석을 가볍게 터치하자 이번에도 똑같이 빛을 흩뿌리며 한 명의 사내를 투영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번엔 두 명이었다.

[으아앙...... 시종장님, 저 너무 힘들어요오.......]

[어허! 장차 왕자님의 일을 곁에서 보좌하는 영광을 하사받은 것이 어찌 그리 게으른...... 헛! 저하.]

서류 더미에 처박혀 울상을 짓고 있는 에이미와 현재 영지의 내정관리를 인수·인계받아 나 대신 처리하고 있는 베르닐 시종장이다.

한 명은 시종장, 한 명은 오랜 시간 나를 돌봐주었던 전속 시녀.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시종장과 전속 시녀가 아니라 비서나 대리인에 가까웠다.

"고생이 많아, 베르닐 시종장."

[응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에이미는?"

[저...... 저하? 저하세요?! 저하! 저 좀 살려주시어요!]

[어허! 내가 낸 과제를 끝내지 못하면 저녁 식사도 없음이렷다! 크흠! 저하, 못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하하...... 너무 굴리진 말고."

에이미는 시녀치고는 굉장히 총명한 소녀였다. 그렇기에 내가 그녀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있는 실정이고.

이것이 클린한 기업의 참 풍경이 아닌가.

지금이야 아직 어리숙한 정도에 그치고 있지만 몇 년 안에 에이미는 제법 뛰어난 인재가 될 것이다.

"그보다 시설 개선 작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이제야 영지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땅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다만 너무 오랜 시간 방치되고 낙후되어온 곳이라 당장 발전시키기엔 너무도 큰 문제점들이 많았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기술과 시간의 부족.

무슨 건물을 짓건 기반이 튼튼해야 한다고 했던가. 어정쩡한 기술력으로 다져놓은 영지가 되어버린다면 후에 내가 만들 도시의 청사진에 중요한 문제가 될 확률이 높았다.

돈이 있을 때 뭐라도 해놔야 이후의 일이 편하다.

[후우...... 일단 저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검토는 해보았습니다만, 역시.......]

"시간이 문제지?"

[그렇습니다. 저하께서 남겨두신 도안대로 재건축하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릴 수밖에 없지요.]

예상시간은 약 10년에서 20년.

낙후되고 무너진 하인스 영지가 제대로 된 기반을 다지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건물이고 수로시설이고, 경작지고 당장 뚝딱 건드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니까.

마냥 돈으로 전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마탑과 연금학파나 상단은?"

[물자재가 아직 도착하지 않아 간이 숙소에서 머물고 있지만 도착하는 대로 분양받은 땅을 이용해 건물을 올릴 수 있게 허가서를 받아갔습니다. 모두 말씀하신 대로.]

"그렇지, 내가 정해둔 규정만 어기지 않으면 돼."

[받잡겠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숙여 보인 노신사, 베르닐 시종장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기술적인 문제는 걱정하지 마, 조만간 대륙 최고 기술자들과 기술을 가지고 돌아갈 테니까. 두 번째 사업도 시작해야지."

[대륙 최고 기술자들이요?]

내 말에 베르닐 시종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대륙 최고 기술자라는 말에 의문이 든 것이다.

"그래, 고집불통이고 잘 거래하려 들지도 않지만 내 제안을 절대 거절하지 않을 만한 종족이 하나 있어."

이른바 옥수수로 다이아몬드 거래하기.

사업할 때 리스크가 적은데 리턴이 큰 것만큼 좋은 사업아이템도 없다.

내 말에 그는 내가 말한 대륙 최고의 기술자라는 것이 누구들을 지칭하는 말인지 깨달은 듯 눈을 살짝 크게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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