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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5화 (65/1,559)

# 65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3권 14화

"아니, 이 양반들아, 집안 가보를 그렇게 막 내놓으면 어쩝니까."

"괜찮소! 어차피 다루지도 못하는 재료! 은사께서 만드는 천일야장의 유작의 재료라면 선조들도 기뻐하시겠지!!"

정말 그럴 것 같은 종족이 드워프라 겁이 난다.

"허어......."

절로 탄식을 흘리며 내 눈앞에 놓인 재료들을 바라보았다.

-재료가 달려?

'이젠 그것도 없어지게 생겼네.'

오리하르콘에 아다만티움, 거기에 오랜 시간 숙성되어온 각종 시약까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메인마감 재료가 될 고대용의 뼈까지 생겼다.

'구상했던 걸 조금 손봐야겠는데.'

준 것이라면 쓴다. 나는 이 상황을 좋게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

* * *

"최고 장로의 권한을 발령하겠네! 이 이상 양보 못 해!"

"치사한 영감탱이!"

"에잉! 쯧쯧!"

결국 공방을 빌려주겠다면서 옥신각신하던 싸움은 골고다의 치사한 수법에 끝을 맺었다.

치사하다면 치사하고 현실적이라면 현실적이다.

"어...... 어떤가! 은사! 은사의 마음에 쏙 드는가?"

"하하...... 너무 좋은데요?"

괜히 최고 장인이라 불리는 게 아닌지 빈말이 아닌 감탄이 나왔다. 깔끔하게 정리된 물건들, 그리고 대화로와 그대로 연결된 커다란 화로, 여러 가지 종류의 형태를 띤 모루와 망치들.

"크흠! 내 마음 같아선 은사가 하는 그 마무리작업을 곁에서 돕고는 싶다만......."

말끝을 흐린 그가 욕심이 어린 듯 모루 위에 놓인 두 자루의 검을 스윽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결심한 듯 고개를 휙휙 저어 보였다.

"장인으로서의 법도가 있으니 그럴 수야 없겠지. 은사가 작업을 하는 동안 우리는 은사의 말대로 고민을 해보겠네."

"흐음...... 그냥 봐도 되는데."

비장한 어조로 말하고는 돌아 나가는 그를 보던 내가 중얼거렸다.

-누가 기술을 훔쳐 배우면 어찌하려고?

"어차피 봐도 모르니까."

빈말은 아니었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고."

푸르게 타오르는 청색의 뜨거운 화로를 바라보던 내가 미련 없이 두 자루의 검을 그대로 화로 속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양손을 펼치고 눈을 감았다.

우웅!!!

동시에 내 몸에서 푸른 기류들이 흘러나오며 허공에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기 시작했다.

꿩 대신 닭,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수르트만큼의 뛰어난 장인이 되기엔 그 깨달음이 부족했지만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그의 경지를 따라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천 년 가까이 수련을 했는데도 한 인간의 생에 쌓은 업을 왜 따라잡지 못 했냐고?

괜히 그가 괴물 같은 대장장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이렇게 보면 나도 재능이 마냥 좋았던 건 아닌 거 같은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상념을 털어버렸다.

수르트에 비해 부족한 부분은 다른 방면으로 채우면 되리라.

푸른 화염에 휩싸여 스스로 빛을 내기 시작하는 두 자루의 쌍둥이 검을 꺼낸 나는 짧게 숨을 들이켜고는 망치를 쥐었다.

* * *

고요해진 공방.

그 내부에선 쉴 새 없이 망치 두드리는 소리만 들려왔다.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실력을 쏟아부어 무언가를 만드는 기분이 들었다.

카앙!! 캉!!

내 망치가 푸르게 타오르는 검을 때릴 때마다 푸른색의 꽃과 같은 불꽃들이 허공에 피워 올랐다가 사그라졌다.

이미 거의 다 완성되어있지만 나는 미련 없이 검을 화로 속에 넣어 달군 후 새로이 두들겼다.

마감 재료가 미스릴 정도에 그쳤다면 특정 부분만 도금한 후 마무리작업으로 끝내버릴 요량이었다.

하지만 공방 안의, 드워프들이 가보랍시고 가져다준 소량의 오리하르콘, 아다만티움. 그리고 고대용의 뼈로 인해 계획이 완전히 수정 된 상황이다.

본래 생물체란 일정 이상 성장 후 그때부터는 서서히 바스러지고 시간이 흘러 결국은 풍화되는 편이다.

하지만 드래곤의 뼈는 달랐다.

드래곤의 뼈는 마나로 이루어진 거대한 생명체가 죽고 남기는 유일한 흔적, 그렇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강해지고 그 시기가 만년이 넘으면 그 힘이 고스란히 남아 마나만 공급되면 절대 풍화되지 않는다.

말이 귀한 물건이지 솔직히 대륙에 정말 고대용의 뼈가 남아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었다.

다른 재료와 다르게 홀로 고고히 놓여 있는 고대용의 뼈를 바라보던 내 눈이 슬쩍 가늘어졌다.

다루지 못할 재료는 아니었다.

당시 기억이 슬그머니 나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마! 콩알 가시나야! 좀 내놔 바라!]

[누가 절벽 콩알이냐, 이 빌어먹을 자식아!]

[이 가시나 와이카나! 절벽이라곤 안 캤다!]

[닥쳐! 데이비를 태워버리겠어!]

[이년이 와이라노! 와 멀쩡한 아를 태울라 카는데!]

놀린 건 수르트인데 왜 불똥이 내게 튀었는지.......

영웅들의 혼이 모여있던 회랑은 영웅들의 심리가 적용되어 만들어지는 어떤 의미로는 낙원에 가까운 세상이다.

고생했으니 이제 여기서 푹 쉬어라 뭐 그런 의미 같은데, 그 덕분에 수르트는 마법사의 신이라 불리던 오딘의 힘을 빌려서 고대용의 뼈를 내게 건네준 적이 있었다.

당연히 고등급 품질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선 그만한 노력이 필요한 법. 당장 수르트라고 해서 고대용의 뼈를 뚝딱 찍어낼 순 없었기에 소량 용의 뼈를 구현한 적이 있던 오딘을 아주 지지고 볶아 삶아 먹은 적이 있었다.

엉엉 울면서 건네주는 그 키 작은 마법사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그놈이다, 그놈아가 신검의 메인 재료 중 하나인 기라. 구하기야 어렵지만 혹여라도 보게 된다면 다룰 줄은 알아야 하지 않긋나.]

그때 당시엔 존재하지도 않을 것 같은 고대유물을 왜 다루라고 하는지 짜증만 잔뜩 냈던 것 같은데, 완전히 전화위복이 따로 없지 않은가.

한번 집중하기 시작하자 주변의 다른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기 시작했다.

모든 신경은 두 자루의 검을 연마하는 데에 집중되었고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나는 무아지경이 된 것처럼 망치를 휘둘렀다.

망치가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두 자루의 검은 각기 고유의 색을 더욱 짙게 빛냈다.

푸른 화염이 바스러지듯 사라질 때마다 검면에 새겨진 푸른색과 붉은색의 빛은 제 존재감을 드러내듯 서서히 짙어져 갔다.

카앙!! 캉!!

보통 쇠를 두드리는 것보다 훨씬 시끄러우면서도 청명한 소리가 공방 전체를 흔들 듯 울려 퍼졌지만 나는 그 소리를 하나하나 새기고 확인하듯 귀를 막지 않고 더욱 속도를 올렸다.

-아름다워.......

그저 묵묵히 내 작업을 지켜보는 페르세르크조차 검면이 내뿜는 빛깔에 매료된 듯 옅게 중얼거렸다.

이윽고, 피처럼 붉고 어둡던 검은 옅은 빛을 머금으며 속이 투명한 루비색을 띠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와 연동되듯 푸른 검은 밤하늘에 푸르게 떠오른 초신성처럼 신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파이어색으로 변해 들어갔다.

스스로 빛을 내뿜으며 공명하기 시작하는 검을 쥔 채 마지막 작업인 그립과 폼멜의 조립을 마무리한 내가 천천히 검의 날을 숫돌에 올려놓고 천천히 갈았다.

기계로 뱅뱅 돌려 갈아버리는 양산형 무기마냥 쉽게 되면 좋겠다만 무기의 질이 질이고 재료가 이렇다 보니 어지간한 숫돌로는 흠집 하나 내는 것도 쉽지 않으리라.

다행히 드워프 중 하나가 가보랍시고 내놓은 아주 귀한 숫돌이 있었던 탓에 어렵사리 마나까지 씌워 날을 세우는 데에는 성공했다.

우웅...... 우우우웅!!

마지 제 탄생을 알리는 아기처럼. 강렬하게 마나를 흘려대며 진동하는 두 자루의 검을 본 내가 이마에 흥건해진 땀을 스윽 닦아냈다.

끝도 없이 타오르는 화로의 화염 때문에 공방 전체가 거의 사우나를 방불케 했지만 나는 화염저항 마법 하나 걸지 않고 그대로 그 열기를 받아들였다.

조금이라도 온도에 착오가 생기면 그대로 실패할 만큼 아슬아슬한 작업이었으니 말이다.

우웅...... 우우웅!!

제 존재감을 드러내며 붉고 푸르게 빛나는 검들의 검면을 스윽 쓸어내리자 처음의 투박하고 거칠던 검면은 이미 사라진 듯 매끄러운 촉감이 손끝을 타고 전해져 왔다.

"이제 이름을 지어줘야겠네."

처음 두 자루의 검을 봤을 때부터 정해둔 이름은 있었다.

"이제부터 너희 이름은 청단이 홍단이다."

우우웅!!!!

이름을 부여받고 나서야 드디어, 제 존재를 확실시 인지한 듯 검들이 정신없이 공명하며 울려대기 시작했다.

자아가 깨어나기까진 시간이 걸리겠지만 검에 깃든 자아가 본능적으로 제 이름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리라.

-작명 센스가 최악이군.......

멀리서 지친 듯 들려오는 페르세르크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그보다 먼저 검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에 휩싸였다.

'정보확인.'

그리고 그런 욕구를 참을 이유가 없었기에 기대감이 잔뜩 어림 심정을 숨기지 못하고 곧바로 검을 향해 손을 뻗어 페르세르크의 권능을 빌려 사용했다.

삐릭!!

명칭 : 홍단이

상태 : 제작 완료 중.

형태 : 검날이 넓은 양날형 환두대도.

길이 : 88센티.

너비 : 6센티.

계약자 : 데이비 올 라운

완성도 : 99.9%

세부사항. :

-제련에 마나를 사용한 위대한 대장장이가 꺼져가는 생명을 쏟아 넣어 혼신의 힘을 쏟아부은 마지막 유작 중 첫 번째 검.

-위대한 대장장이의 유일한 제자가 스승의 유지를 이어받아 보수하고 완성한 검이다.

-정줄놓은 스펙의 첫 번째 검.

-자아가 아직 깨어나지 않아 완성도가 100%에 도달하지 못함.

-원소 마나와 사령 마나가 대량 순환하고 있다.

-생자(生者)를 베어내는 필멸의 권능이 어려있다.

-검날에 가해지는 모든 물리계통의 저항을 무시하고 베어낸다.

-쌍둥이 둘째 검과 함께할 시 모든 효능이 증폭됨.

삐릭!

명칭 : 청단이

상태 : 제작 완료 중.

형태 : 검날이 넓은 양날 형 환두대도.

길이 : 88센티.

너비 : 6센티.

계약자 : 데이비 올 라운.

완성도 : 99.9%

세부사항. :

-정줄놓은 스펙의 두 번째 검.

-쌍둥이 검 중 두 번째 검.

-정령의 힘과 신성력이 대량 순환하고 있다.

-사자(死者)를 베어내는 권능이 어려있다.

-물리계통에 존재하지 않는 모든 것을 베어낸다.

-불사의 권능을 파괴한다.

-마(魔)속성 존재에게 매우 치명적인 공격을 가함.

-쌍둥이 첫째 검과 함께 쥐고 있을 시 모든 효능이 증폭됨.

"......."

나는 말없이 홍단이를 들어 올려 가볍게 미스릴 제 모루를 향해 내리그었다.

가벼운 베기, 힘도, 마나도 실리지 않은 가벼운 베기였다.

하지만.

'벤다.'

서걱!

베어내겠다는 의지가 담기기가 무섭게 검날에 닿은 미스릴 제 모루가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하게 잘려나가 버렸다.

대량으로 응축된 오러 블레이드로 내리쳐도 쉽게 흠집이 나지 않는 드워프제 최고의 모루가 그저 휘두른 것만으로 잘려나가 버렸다.

"......."

-.......

아주 잠깐의 침묵.

곧이어 나는 푸른 검인 청단이를 들어 이번엔 허공을 베어 넘겼다.

쩌억!

동시에 무언가가 허공에서 잘려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우야......."

-무슨 검이 휘둘러지는 것만으로 마나를 베어?!

청단이는 홍단이처럼 모루를 가볍게 잘라내진 못했다. 하지만, 청단이가 휘둘러진 허공에 유영하던 마나들이 일제히 소거된 것처럼 완전히 잘려 흐름이 끊어져 버렸다.

물질계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베어내는 권능.

마나는 엄연히 비 물리 법칙에 속하는 에너지체였으니까.

아무래도 나는 무지막지한 걸 완성해버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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