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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68화 (68/1,559)

# 68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3권 17화

또다시 발작하는 저주에 칼루스가 이를 악물었다.

그러자 페이스가 자지러질 듯 낄낄거리더니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크흐흣. 누군가가 재밌는 짓거리를 해놨군요."

파창!!!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칼루스의 몸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까짓 장난질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해주해드릴 수 있지요. 뭐, 이번 건 서비스입니다."

"정체가 뭐냐. 핫?! 괴상한 울음소리가......."

"방금 해주가 되었으니 더는 나오지 않을 겁니다. 그보다 그게 중요합니까?"

"뭐?"

보통 같으면 벌써 동물의 울음소리가 어미에 따라붙어도 이상하지 않건만, 칼루스는 저를 괴롭히던 기괴한 울음소리가 단번에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와 계약하시지요. 당신이 증오하는 그 인간을 저희 쪽에서 처리해 주겠습니다."

"흡?!"

허언으로 던지는 말이 아닌 것을 깨달은 칼루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무형의 무언가가 전신을 압박하는 기분이 들어 절로 움찔거린 그는 표정을 험악하게 일그러뜨린 채 창백하게 질렸다.

"어떠십니까?"

"네놈은...... 놈을 죽일 수 있다? 데이비 놈은 성흔을 지녔다. 그 외에도 누군가가 놈을 보호하고 있지, 보통 놈이 아니다."

함부로 입 밖에 꺼내선 안 될 진실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그의 행동거지에 놀랄 법도 했건만, 페이스는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으쓱였다.

"고작해야 인간일 뿐이지요."

"네놈은 인간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구나."

"글쎄요. 뭐, 결과는 곧 나올 겁니다. 벌써 제 수하들을 보내두었으니까요."

그리 말하며 그가 천천히 일어났다.

동시에 정신을 잃고 십자가에 매달려있던 시녀 샤리가 다시 허공으로 사라졌다.

"지금쯤이면 이미 목을 취했을 테니까요."

피처럼 붉은 그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

* * *

혈액을 모종의 힘에 의해 금속보다 단단해지게 하는 능력, 혹은 혈액을 이용한 다른 여러 가지 능력을 발현하는 권능은 딱 한 가지.

뱀파이어의 권능인 혈기의 힘이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것은 뱀파이어라고 보기엔 미묘한 무언가였다.

"누구냐!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모습을 드러...... 헉! 장로님! 저길 보십쇼!"

갑작스런 공격에 놀란 드워프들이 우왕좌왕하다 곧 무언가를 발견한 듯 입을 쩍 벌렸다.

-마수...... 그것도 꽤 상위종이군.

'혈기는 뱀파이어 고유의 힘일 텐데. 마수가 지니고 있다라.'

녀석의 덩치는 과장하나 보태지 않고 거의 집채만 한 사이즈를 지니고 있었다.

거대한 발톱에 가시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털까지.

겉보기에도 굉장히 위협적인 형태를 지닌 녀석이었다.

좀 전 날아든 핏방울로 만들어진 날붙이는 놈이 쏘아 보낸 것이리라.

마치 먹이를 가지고 품평하듯 높은 바위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던 놈의 시선이 곧 나에게 닿았다.

-크릉.......

동시에 기묘한 웃음을 띤 녀석이 천천히 숨을 들이켜고는 거대한 포효를 흘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앙!!!

어마어마한 성량.

"커헉!"

"으억!"

그 여파는 보통의 수준이 아니었다.

반사적으로 신성력을 끌어올려 내 앞을 막아서고 있던 두 드워프에게 방어 마법을 걸기가 무섭게 무지막지한 진동이 울려 퍼지며 주변의 바위를 모조리 부숴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털썩!!

곧이어 내 방어 마법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포효를 견디지 못한 두 드워프가 바닥에 쓰러져 버리자 녀석이 만족스럽다는 듯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처음부터 드워프는 관심 밖이었고 나를 노렸다는 듯 말이다.

"이놈 봐라?"

어처구니가 없어져 헛웃음을 흘리자 놈이 천천히 나를 중심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가지고 놀까, 그리 고민하는 모양새가 훤히 보일 지경.

마수란 본래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짐승이다. 뱀파이어의 고유 힘인 혈기를 사용하는 건 조금 의외이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돌대가리라는 사실은 변치 않았다.

그런 놈이 생각을 한다?

웃기지도 않았다.

"네가 포식자 같냐?"

내 질문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일까.

기괴한 압박감으로 주변을 짓누르던 녀석의 얼굴에 노기가 어렸다.

-그르릉...... 크아아앙!!!

그리고, 그 작은 자극은 순식간에 놈을 흉포하게 만들었다.

-블러드 오러?

이윽고 놈의 발톱에서 일렁이는 붉은 기류를 발견한 페르세르크의 놀랍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혈기는 일정 수준 이상의 뱀파이어가 내뿜는 고유의 힘. 그리고 그중에서도 상위의 개체는 저렇듯 붉은 검기와 같은 것을 뿜어낼 수 있다.

같은 오러라곤 하지만 예리함으로만 따지면 블러드 오러가 기본적인 오러보다 좀 더 날카로운 편이라 할 수 있었다.

무슨 말이냐고?

저 짐승이 익스퍼트 급의 힘을 지녔다는 거지.

보통 마수의 위험도는 고위 개체가 아닌 이상 익스퍼트 최상급 정도만 돼도 처리가 가능한 편.

결과적으로 눈앞에 있는 이 붉은 놈은 보통 마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험 개체라는 소리인데.

"쓰읍......."

콰득!!

보는 이 하나 없으니 날뛰는데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전혀 없다.

가볍게 바닥을 향해 진각을 내리밟자 강대한 충격파가 지면을 박살 내며 파고든 내가 그대로 허공에 손을 밀어 넣었다.

따로 보관하기 애매해서 억지로 세미 아공간을 구현해둔 게 이리 도움이 된다.

아무런 도구 없이 순수 마법사의 힘으로 사용하는 아공간 마법은 7 서클의 고위 마법이니까.

7 서클까지 도달하진 못한 현재 내 마나 서클로는 구현하기 힘들다는 점.

결국 할 수 있는 건 아주 극소량의 공간을 구현화 하는 게 전부지만 검 두 자루 수납하기엔 충분했다.

놈을 상대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고위 신성 마법이나 신검의 힘을 빌리는 것.

하지만 그보다 놈을 처리하기에 더 좋은 물건이 내게는 두 가지나 있었다.

-크아아앙!!

몸 전체가 거대한 금속이 된 것처럼 단단한 육체는 설사 마스터의 오러 블레이드라도 단번에 자르긴 힘이 들리라.

그럼에도 나는 익스퍼트의 상징인 오러도, 마스터의 상징인 오러 블레이드를 구현하는 방식도 취하지 않았다.

그저 손에 쥔 것을 그대로 그어 넘기는 정도.

"역시 사람은 도구를 써야지."

마침 최고의 무기도 손에 있겠다.

새로운 차는 시승해봐야 진가를 아는 법이다.

[마령발검 제24초]

[제식팔섬]

절대 타격을 줄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리고 부드러운 베기.

다만, 검날이 놈의 육체와 한없이 가까워진 그 순간.

순간적으로 가속된 수십 갈래의 붉은 잔상이 허공을 수놓았다.

28. 전조.

내 검술의 스승. 천마 독고준이 살았다던 중원 무림의 가장 전성기.

듣기로는 정파의 고관대작들이 썩을 대로 썩어 무림인들이 활동하기 힘들고 사람들이 피폐해져 가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내가 말이여! 딸꾹! 그러니까...... 음, 어디까지 말했더라. 딸꾹!]

솔직히 믿을 만한 건 쥐뿔도 없는 단순한 술고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양반이었지만 그가 단 한 자루의 검만 쥐고 일어나 무림을 통일시켰다는 이야기는 귀에 딱지가 앉을 만큼 들은 사례가 있다.

그가 창안하고 남긴 88가지 초식.

하나하나가 절초에 가까운 파괴적이고 매서운 공격력을 지닌 검술은 검신 하레스와 만나 나에게 최적의 형태로 변화했다.

쩌억!!

일순간 공기가 울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놈의 신형이 수십 갈래로 갈려 나간다.

"오오, 만족스러운데."

상상 이상으로 감촉이 좋다. 다른 이도 아니고 오로지 내가 쓰기 위해 만든 검.

그렇기에 검과 내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질 일은 없었다.

거대한 존재감을 뿜어내며 돌격해오던 붉은 마수가 쓰러지기가 무섭게 검날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내자 마치 화염에 불타오르듯 혈액들이 서서히 연기를 내뿜으며 증발했다.

"홍단이는 이정도면 충분한 거 같고."

담담한 내 목소리에 페르세르크가 내 볼을 톡톡 건드려왔다.

-그대, 저놈 아직 죽지 않았음이야.

"알아."

촤르르륵!!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내가 휘두른 홍단이 덕분에 수십 개의 육편이 되어버렸던 놈의 육체에서 흘러나온 피가 일순간 의지를 가진 것처럼 움직이며 서로 얽히기 시작하자 나는 빈손을 다시 허공에 밀어 넣었다.

동시에 내 손으로 사파이어 빛을 띠는 푸른 검이 서서히 끌려 나오기 시작했다.

"페르세르크. 상위 뱀파이어도 아니고 고작 마수가 불사 속성을 가진 것에 대해 떠오르는 건 없냐?"

"애초에 혈기를 사용한 것부터가 정상은 아니지."

"확인해보고 싶은데. 확인할 방법이 없네."

-크르릉...... 크아아앙!!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빠른 회복력을 보이며 다시금 뭉쳐지는 육편들은 곧 얼기설기 기워 붙인 누더기 같은 형태가 되며 놈을 부활시켜냈다.

당연히 눈동자가 돌아버린 놈은 격하게 분노하며 내게 덤벼들었고 곧 날카로운 발톱으로 나를 잘라버릴 듯 파고들었다.

그 속도는 처음과 다름없었다.

쩌억!!

하지만, 다시 한 번 붉은 섬광이 놈의 전신을 베어내 버리자 놈의 공격은 힘을 잃고 다시 허공으로 부유하고 말았다.

"그럼...... 어디 불사파괴라는 권능을 한번 볼까."

상위 뱀파이어는 리치와 비슷한 생존 기술을 가지고 있다.

본체를 두고 멀지 않은 곳에 불사의 근원을 숨겨두는 힘.

그 불사의 근원을 부수지 않으면 몇 번이고 부활한다.

물론, 더 이상 부활할 수 없을 만큼 잘게 부숴버리거나 힘이 다한다면, 혹은 다량의 신성력에 노출될 경우 스스로 사멸하지만 말이 쉽지 실제로 적용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간단히 말해서 굉장히 귀찮은 싸움이 될법한 일이라는 소리였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사기능력인 만큼 불사의 근원을 공략하거나 고위 신성 마법으로 공격당하면 극도로 취약해진다는 점, 그리고 불사의 근원을 분리하면 상당한 힘이 떨어진다는 점이 있다.

신이라 불리는 위대한 의지의 나름의 밸런스 패치 같은데.......

기본적으로 준비가 안 된 적과 싸우면 굉장히 위협적인 권능인 것은 분명하다.

그 외엔 리치처럼 근원을 먼 곳에 둘 수 없어 가까운 곳에 숨겨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사능력 자체가 워낙에 상위 권능이라 이정도면 로드 급의 자격을 가지고 태어나는 상위 뱀파이어에게만 내려지는 권능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마수에게 그런 강대한 힘이 깃들어있는가.

순간 놈을 잡아서 그 진상을 한번 조사해 볼까 싶기도 했지만 마냥 상황이 그렇게 낙관적이진 않다는 게 애석할 따름이었다.

홍단이로 무참히 베어버려도 부활하던 마수가 청단이의 단 일 검에 스르륵 무너져버리자 미묘한 탈력감까지 들었다.

베어내는 예리함으로 따지면 홍단이에 훨씬 못 미치는 감도였지만 마(魔) 속성의 존재, 그리고 불사의 존재에게 통하는 효과는 탁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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