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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0화 (70/1,559)

# 70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3권 19화

-그만한 마수가 아주 잠시 날뛰었을 뿐인데.

가옥 수십 채가 불타고 수십 명의 중 경상자가 나왔다. 자세한 피해내막은 들은 바가 없지만 적어도 사망자가 없다는 건 기적에 가까우리라.

"오오, 은사! 오시었소!"

나를 반겨주는 건 골다와 골고다 장로 형제였다.

신물의 복원작업도 머리 아픈데 마수까지 날뛰니 골치가 꽤 아픈 모양이다.

"은사, 못난 꼴을 보여드려 면목이 없소."

"아닙니다. 그보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다행히 놈의 습격이 생각보다 소규모라 보시다시피 멀쩡하오. 다만 가옥 수십 채가 불타고 경상자가 나왔음이지."

"보통 이렇게 마수의 습격이 있는 겁니까?"

내 물음에 골고다 장로가 쓰게 웃더니 고갯짓을 했다. 그러자 골고다는 기다렸다는 듯 벽장을 열고 커다란 병 하나를 가져와 내려놓았다.

"하실 말씀이 있으신 것 같소, 은사. 한잔하십시다.

* * *

"아끼고 아낀 술이지만, 내 이정도도 못 내어올까!"

그윽한 향이 나는 술잔을 가볍게 흔든 내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나중에 다른 대륙의 술맛을 보여드리지요."

"다른 대륙? 동방이나 남쪽 대륙의 술이오?"

"비슷합니다."

정확히는 중원의 독주지만. 독하기로 소문난 드워프제 술과 비교해도 쉬이 밀리지 않으니 아주 좋아할 터다.

"실은 이것을 건네드리려고 왔습니다."

"이것은?"

"신물을 복원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적힌 노트입니다. 신물을 완전히 복원하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걸릴 테니까요. 슬슬 이제 돌아가 봐야지요."

"아......."

묘하게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들은 내가 건넨 노트를 소중하게 챙겨 들었다.

"정말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많은 것을 바라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보답은 제가 해야겠지요."

계산적으로 본다면 그게 맞지 않을까.

고대용의 뼈에 오리하르콘, 아다만티움에 수많은 진귀한 재료까지 얻지 않았던가.

반쯤 휴면상태인 두 자루의 쌍둥이 검을 만드는데 그렇게 큰 공헌을 한 게 사실이니까.

"그건 예외의 문제요. 어디까지나 우리가 원해서 했던 것."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름대로 사연이 있어서요."

그래도 스승이 남겨둔 물건인데 그걸 지금까지 어떻게든 붙잡고 보관해온 이들에겐 나름의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물론, 그것과 하려는 일은 별개지만.

"그나저나, 파수병분들이 꽤 부산스럽더군요."

"그건 말이오."

"골다."

"커흠!"

말하려는 골다를 제지한 골고다의 표정에 그가 헛기침을 했다.

"무슨 일입니까?"

"형님, 은사께서 남이오? 이정도를 숨겨서 무슨 신뢰를 얻겠다고."

"크흠!"

고민하듯 헛기침을 흘린 그가 조심스레 말했다.

"별거 아니오, 고아원에서 아이 하나가 없어졌다고 하더이다. 파수병들을 풀어 흔적을 찾고 있소만......."

마수는 포악하다. 그런 놈이 날뛰었던 만큼 아이가 휘말렸다면 흔적이 남을 텐데, 그것조차 없다는 모양이었다. 문제는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고 있어서 혼란이 오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은사께서 여기 더 계시는 건 위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오."

"안 그래도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

"무엇입니까?"

"슬슬 돌아가 보려고 합니다."

내 말에 두 드워프가 침묵했다.

"아무래도 마수는 이 마을이 아니라 저를 노리고 숨어든 것 같으니까요. 아마 제가 이곳을 떠나면 문제가 사라질 겁니다."

"그런......."

"말하지 않아서 미안합니다."

"다...... 당치도 않소! 그게 어떻게 은사의 잘못이오!"

받아들이기 나름이지. 내게 적대적인 이가 있었다면 그 화살을 내게 돌렸을 거다.

이후 나는 내 몸에 새겨진 성흔의 여파 때문에 자극을 받은 마수가 이곳을 습격했다고 적당히 둘러 넘겼다.

일단 놈들이 나를 노린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조금 걸리는 점이라면 내가 떠난 이후 뱀파이어들이 괜히 이곳에 화풀이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는데.

그런 부분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관리하기엔 손이 부족했다.

결국 두 장로는 내가 돌아가는 게 오히려 더 안전하다 여겼는지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 *

계산적인 측면 이외에 여러 부분에서 드워프들의 마음을 감화시킨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다.

그 자세한 내막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구태여 그걸 상기시킬 이유는 없었다.

"저...... 정지! 신원을 밝히시오!"

달의 풀 잎사귀를 팔기가 무섭게 내가 상단들을 통해 사들인 것은 다름 아닌 자경단, 아니 이제는 근위병이 된 이들의 장비를 재보급하는 일이었다.

영지의 성을 지키는 위병들은 말 그대로 영지의 얼굴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나였다.

다 헤진 가죽 갑옷에 낡은 창이나 검을 쓰던 이들.

나를 따라온 다수의 드워프 때문일까.

아직까진 상당히 낙후된 성벽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근위병들이 식겁하며 우리를 제지했다.

"너희 영주님."

당연, 며칠 동안 이동해온 탓에 행렬이 상당히 피로해져 있던 만큼 나는 깔끔하게 후드를 벗어넘기며 복잡한 절차들을 모조리 생략시켜버렸다.

"서...... 성자님!"

"성자 아니라니까. 그동안 별일 없었나?"

"예, 예!!"

마치 사단장을 발견한 이병마냥 잔뜩 굳은 채로 귀청 떨어질 만큼 큰 소리로 답하는 모습에 드워프들의 얼굴에 재미가 어린다.

"오늘은 영지의 출입이 조용한 모양이네."

-그...... 그것이, 오전에 한차례 상단과 용병들이 오고 갔습니다요!"

"그래, 고생해, 자세한 보고는 들어가서 듣자고."

몇 주 만에 내가 돌아온 덕분일까. 낡고 헤진 영주성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근위조장인 몬미더와 베르닐 시종장을 포함한 사용인들이 일렬로 나와 나를 반겨주었다.

괜한 허례허식은 넘기자고 말한 바가 있지만 그래서야 영주로서, 그리고 이 나라의 왕자로서의 권위가 살지 않는다는 베르닐 시종장의 강력한 간언 때문에 어떻게든 넘기고 있는 꼴이다.

"뒤의 분들은......."

"영지의 시설 정비를 위해서 황색 바위 부족에서 와주신 고마운 분들이야, 여독 때문에 피곤할 텐데, 술과 고기를 내어와 줘. 그리고 숙소 쪽은?"

"분부하신 대로 미리 준비해두었습니다만...... 시간이 부족해서 질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괜찮소. 오는 길에 영지에 관한 이야기는 모두 들었으니, 그 때문에 우리가 온 게 아니겠는가."

드워프를 대표해 나를 따라나선 유일한 장로인 8 장로 골다가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네...... 베르닐 시종장입니다. 편하게 불러주십시오."

"골다라고 하외다. 황색 바위 부족의 8번째 장로요."

드워프는 인간과 거래를 해도 어지간해선 마을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드워프가 있다는 사실은 알아도 직접 본 이는 그리 많지 않기도 했다.

그러니 성내 사용인들의 입장에선 드워프들이 신기할 수밖에 없었다.

"은사, 너무 마음 쓰지 말아 주셨으면 하오."

"어떻게 그럽니까. 여러분들은 모두 귀한 손님인데."

"허허, 바위와 불과 함께 하는 게 우리 드워프 아니겠소. 그리고 은사의 일이라면 곧 우리의 일이기도 하지."

골다의 말에 내 귀환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근위조장, 몬미더의 눈이 미묘하게 변했다.

또 뭘 어떻게 했길래 저 보기 힘들다는 드워프들이 저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그놈 참 사람 못 믿네.

"근위조장은 이제 어느 정도 신뢰도 좀 필요한듯한데."

"죄...... 죄송합니다!"

"그치? 내가 어디 매번 근위조장 뒤통수 치고 다니는 줄 알겠어."

"아닙니다!"

"그래도 하인스는 내 외가 영지야. 그러니까 나도 이 영지의 사람이라고."

"아......."

그제야 제 실수를 깨달은 듯 부리나케 물러난 그가 머리를 숙여 보였다.

"들어가자고, 피곤하니."

"목욕물을 준비시키겠습니다."

"그보다 간단한 보고부터 받자고."

대부분의 내용은 수정구를 통해서 상시 받았고 새로운 달의 풀 재배 작업도 순조롭게 준비되고 있지만 자잘한 것까지 보고받기엔 여건이 그리 좋지 않았다.

"현재 영지에 부지를 구매해 건물을 올리기 시작한 상단의 수는 총 17곳입니다."

"총인원은?"

"마탑과 연금학파, 신전에 상단까지. 자잘한 호위병력까지 합쳐서 3천여 명 정도입니다."

워우.

"영지민은 고작 200여 명 남짓인데 이곳에 이주를 요구하는 인원이 3천 명이라.......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요. 돈 냄새를 맡은 이들은 이곳에 상업지구를 만들 생각이더군요. 교통편이 좋아서 성국과 제국 사이에 중간 지점을 만들 생각인가 봅니다."

"예상인원은?"

"2분기가 지나면 대략 4천 명 정도가 이주를 요청할 것으로 보입니다."

막상 듣고 나니 놀랍다는 감상이 늘었다.

200명에서 4천 명.

20배에 가까운 상승치라 할 수 있다.

"순조롭네."

무슨 도시이건 부흥하기 위해서라면 인구수가 필요하다. 갑자기 너무 늘어나면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되겠지만, 그것을 두려워하면 영지를 못 굴린다.

신경 쓰이는 점은 딱히 존재하지 않았다.

"은사, 보아하니 영지의 상태가 말이 아니구려."

"면목 없네요."

"그것보다 은사께서 먹고 자는 이 영주성의 상태에 아주 기겁을 하겠소."

단호히 말한 그가 허리춤에 매어진 도구를 툭툭 두드렸다.

"은혜를 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군. 비록 우리가 은사의 기술에 비하면 비루하기 짝이 없지만 대륙 최고 장인이라는 명색에 걸맞게 새로이 은사가 지낼만한 곳을 만들어 드리리다."

드워프가 만든 궁이나 성은 대륙적으로도 유명하다. 그만큼 드워프들의 외부 출입이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기술력이 대륙의 현재 기술력으론 따라갈 수 없는 경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들 특유의 느낌이 살아있는 디자인이나 마무리 처리 또한 그러했다.

"설마 거절한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마시오, 그 어떤 뛰어난 지도자도 자신을 관리하지 않는 자는 누구도 따르지 않는 법이오."

"아뇨, 말리진 않아요."

"크흠!"

너무 속보였나?

"다만, 제가 부탁드리는 걸 좀 추가해주실 수 있는가 해서요. 그건 아마 여러분도 좋아하실 만한 것들일 겁니다."

내 말에 몬미더가 조용히 고개를 숙이자 골다가 유쾌하게 웃어 보였다.

"좋소! 이놈들아! 우리 실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고작 며칠 걸었다고 앓는 소리 하는 놈이 있나?!"

"어림도 없지! 대륙 최고 장인이라 불리는 이름이 울겠네! 좋수다! 어디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의욕에 불타 우르르 몰려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자 베르닐 시종장이 조심스레 물어왔다.

"실례지만 저하......."

"음?"

"혹...... 저들에게 세뇌 같은 것을 건 것은 아니겠지요?"

사람을 뭐로 보고.

짜게 식은 표정으로 바라봐 주니 그의 얼굴에 머쓱함이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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