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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73화 (73/1,559)

# 73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3권 22화

"아부아!"

그때 서로 꺄르륵 거리며 장난을 치던 녀석들이 내게 반쯤 먹고 남은 쿠키를 건네주었다.

"나 주는 거냐?"

"마이써!"

"헤헷!"

신이 나서 버둥거리는 홍단이의 말에 그 의미를 깨달은 내가 쿠키를 받아들자 녀석들은 언제 내가 그것을 먹는지 보겠다는 듯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지어 보였다.

"아이고 착하다."

"꺄르륵!"

그 성의가 귀여워서라도 결국 입에 미련 없이 털어 넣자 기분이 좋아진 홍단이가 꺄르륵 웃어 보이며 내 목을 끌어안고 볼에 마구 뽀뽀를 해댔다.

똑똑.

"저하, 에이미에요."

질리지 않는 애교에 절로 입이 귀에 걸리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던 와중이었다.

조심스레 노크를 하는 에이미의 말에 표정을 가다듬은 내가 짧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무슨 일이야."

"손님께서 찾아오셨어요."

"기별도 없이? 예의를 밥 말아 처먹었나."

"그게...... 윈리 왕녀님이세요."

"뭐? 지금 어디 있어, 안내해!"

예외도 물론, 언제건 있는 법이다.

당당하게 외치는 내 말에 조금 당혹스러웠는지 에이미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 *

"오라버니!"

소박하지만 깔끔하면서도 예쁜 화단을 구경하고 있던 녹발의 작은 소녀는 곧 나를 보기가 무섭게 후다닥 달려와 내게 포옥 안겨왔다.

"그동안 잘 지냈냐."

내가 영지로 떠날 때 즘부터 헤어졌으니 거의 반년 만에 보는 동생의 얼굴이었다.

"정말 보고 싶었어요 오라버니."

"그래, 그래. 다친 덴 없고?"

등을 토닥여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발그레해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던 녀석이 조금 내게서 떨어졌다.

"너무하세요. 그동안 편지 한 통 보내지 않으시다니."

"하하, 미안해. 조금 바빠서."

"흥...... 영지의 모습을 보고 이해해 드리는 거니 운이 좋은 줄 아셔요."

"그나저나 바리스는?"

"그 녀석은......."

미묘하게 미간을 찌푸린 윈리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는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곧 무언가를 발견한 듯 눈을 반짝거렸다.

"그런데 오라버니, 이 아이들은......?"

그제야 내 뒤에 착 달라붙어 있는 홍단이와 청단이를 발견한 것일까.

잔뜩 긴장한 얼굴로 고개만 쏘옥 내밀고 있는 두 아이의 모습에 윈리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걸렸다.

"너...... 너무 귀여워!"

"아우!"

"끼얏!"

거의 본능을 참지 못해 달려들어 두 녀석을 끌어안아 버리는 윈리 때문에 놀란 홍단이와 청단이가 버둥거렸지만 윈리는 결단코 둘을 놔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귀엽다며 뺨을 비비며 꺅꺅 비명을 질러댔다.

"아부아!"

"시이러어!"

내가 할 땐 꽤 좋아했던 것 같은데, 그래도 부모와 부모가 아닌 이의 차별은 있는 듯싶었다.

"그쯤하고 들어가자."

결국 아이들의 SOS 신호를 보다 못한 내가 윈리를 제지하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물러났다.

"쓰읍...... 제가 잠깐 이성을 잃었나 봐요."

그런 주제에 다시 아이들을 흘끗흘끗 보는 게 기회만 생기면 몇 날 며칠은 끌어안고 있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아쉬운 표정을 뒤로 한 채 나를 따라 응접실로 들어온 윈리는 그녀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쿠키에 손을 뻗는 아이들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아우! 귀여워! 오라버니, 도대체 이 아이들은 누구예요? 영지민?"

"내가 돌보는 아이들이야."

"오라버니가요?"

"일단은 내 딸이다."

"세상에......."

기가 막힌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윈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오라버니는 볼 때마다 뭔가 새로운 걸 하고 계시네요. 정말......."

"사정이 있어, 내가 돌봐야 하는 아이들이야."

"그...... 그렇다면 제가 할 말은 없지만요......."

꺄르륵 거리며 저들끼리 장난을 치면서도 틈틈이 윈리가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눈치를 살피는 그 모습이 너무나 귀여웠던 탓일까.

윈리가 숨을 할딱이며 양손을 뻗었다.

"얘, 얘들아? 언니 품에 와보지 않으련?"

"우웅......."

당연히 갈 리가 없다.

울상을 지으며 내 품에 파고들어 숨어버리는 녀석들의 모습에 윈리가 결국 울상을 지어 보였다.

"홍단이 청단이, 저기 언니랑 사이좋게 지내야지?"

부드럽게 웃으며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내 기대에 부응하려는 것일까.

결국 눈치를 살피던 녀석들이 천천히 우물쭈물 움직이더니 윈리에게 다가가 손에 쥐고 있던 쿠키를 내밀었다.

"쿠우키이......."

"나 주는 거야? 정말? 꺄악!"

비명을 내지를 정도로 좋은 것일까.

"우으응......."

"으응......."

참지 못하고 두 아이를 끌어안은 윈리가 양 뺨을 녀석들의 뺨에 비벼대자 홍단이와 청단이 모두가 옅게 울상을 지으며 버둥거렸다.

"정말 귀여워! 얘들아, 언니 따라가지 않을래?"

"시이러!"

"아부아!"

거의 칼 같은 거절.

아이들의 단호한 의사 표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꺄악 거리던 윈리의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나저나 영지 일이 바쁜 거로 아는데, 어떻게 온 거야."

시녀들이 찻잔을 내려놓고 가자 말없이 홍차가 담긴 잔을 흔들던 내가 물었다.

"오라버니도 참...... 최근에 야적들의 습격이 잦아들어서 영지 자체가 꽤 조용한 편이에요. 너무 관심 없으신 거 아니에요?"

"하하, 미안하다."

편지라도 주고받았으면 이렇게 소식에 더디진 않았을 테지만 그동안 좀 바빴던가.

"세상에 정말 놀랐어요. 이 황무지나 다름없는 영지에 처음 오신다고 했을 때 얼마나 걱정했는데...... 설마 엄청난 사업에 성공하실 줄이야...... 게다가 봤어요. 마을 전체에 드워프들이 있던데."

"도움을 좀 받고 있지."

"세상에...... 드워프는 보통 세상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 종족이지 않나요? 저도 태어나서 처음 봤어요. 드워프."

그녀뿐일까.

영지에 있는 사람들도 툭하면 드워프들을 신기한 생물 보듯 바라보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물론, 저들이 체류할 시간은 상당할 테니 처음에야 조만간 익숙해질 테지만 말이다.

"기왕이면 제대로 대접하고 싶다만 영지 상태가 현재 이 꼴이라...... 안정되려면 몇 달은 더 필요할 거야."

"불쑥 찾아온 건 저인걸요. 불평할 순 없죠. 사실 제가 찾아온 건......."

말끝을 흐린 그녀가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좀 전까지만 해도 즐거워 보이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무거운 무언가를 신경 쓰는 얼굴이었다.

"오라버니."

"음?"

"성흔의 힘...... 사용할 수 있으세요?"

"성흔의 힘?"

담담한 내 질문에 윈리가 복잡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오라버니가 정말 바쁘신 마당에 제가 이런 부탁을 드리는 건 옳지 않지만......."

"걱정 말고 말해봐."

성흔을 얻은 건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이후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다만, 다른 이도 아니고 동생 녀석의 부탁을 들어주는 정도라면 안 돼도 되게 만들 자신은 있다.

까짓거 못 도울 건 또 무엇일까.

내가 선 듯 말해보라는 듯 종용하자 윈리가 어렵사리 말을 꺼내 들었다.

"정말 죄송해요 오라버니......."

"거참. 망설이지 말고 말해봐. 불가능해도 도와줄 테니까."

내 말에 안심이 되기라도 한 것일까.

결국 윈리는 꾹꾹 눌러 참았는지 내게 안겨 흐느끼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제 사람이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어요...... 신관도 의원도 포기하고 있어서......."

울먹거리는 그녀의 말에 기묘한 감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신관도 의원도 포기했다고?"

"네...... 그래서, 성흔의 힘이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고......."

그래, 이 느낌. 뭔가 큰 무언가가 터진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다.

30. 역병의 징조.

내 모습에 안심이 되기라도 했던 것일까.

내게 안겨 엉엉 울음을 터뜨려버린 윈리는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지쳐 쓰러질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결국 완전히 탈진해 실신해버린 윈리는 그대로 까무룩 잠들어버렸고 별수 없이 자세한 내막을 듣기도 전에 침대에 뉘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지치신 겁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하셨던 듯싶습니다."

"푹 쉬게 둬. 오는 길에 고생이 많았던 모양인데."

녀석들이 있는 오르뎀 영지는 이곳과 거리가 상당하다. 그런데 몇 날 며칠을 달려 이곳까지 쉬지 않고 도달했다면 체력적으로도 상당히 지쳐 있는 상황일 것이다.

그만큼 제 사람이 소중했던 것일까.

고이 잠든 윈리의 이마를 쓸어내자 미열이 손끝을 타고 연하게 전해져 왔다.

[리스토어]

가볍게 내 몸에 남아도는 체력을 살짝 가용하여 회복마법을 걸어주자 좀 전까지만 해도 힘들어 보이던 표정이 한결 편해진 듯 보였다.

"우웅......."

"어니 아파아?"

윈리가 잠든 모습을 보고 있으니 본능적으로 아프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나를 따라 쫄래쫄래 들어온 홍단이와 청단이는 좀 전 그녀에게 안겨 싫어하던 일도 잊었는지 잔뜩 울상을 지은 채 물어왔다.

"푹 자고 나면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푹 자게 두자?"

"아프면 안댄 댔서."

"홍다니가 옆에서 이써줄꺼야."

그러더니 곧 이불 속으로 쏙쏙 기어들어가더니 윈리를 꼭 끌어안고는 새근새근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그에 질까 청단이도 내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레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반대편에서 윈리를 꼭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보통 같았다면 못하게 말렸겠다만 녀석들은 기본적으로 정령력이나 신성력, 혹은 마나를 은연중에 방출하는 에너지 덩어리.

아마 곁에 두면 체력 회복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게 틀림없어 보인다.

잠든 윈리의 모습을 보던 나는 청단이와 홍단이가 완전히 잠들고 나서야 방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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