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4권 6화
* * *
화악!!
잡고 있던 검을 잡아당기자 있는 힘껏 검을 잡아 빼내기 위해 힘을 주던 기사가 자세를 잃고 그대로 튕겨 들어왔다.
이에 망설임 없이 검을 놓고 그의 복부에 손바닥을 올렸다.
[5 서클]
[제로차지 썬더]
콰지직!!
"커헉!!"
아주 짧은소리와 함께 눈을 멀게 만드는 화려한 뇌광이 주변을 일순간 삼켰다가 사라졌다.
치이이익.......
그야말로 고기가 타버린 모양새가 이러할까.
그대로 굳어버린 기사를 흥미 없이 버린 내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래, 죽이라고 했다 이거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사들이 급히 움직이려 했다.
"병실에서 요란스럽게 움직이지 마, 새끼들아."
"컥!!!"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닥에 처박힌 그들의 얼굴에 혼란이 어리는 게 보였다.
믿을 수 없겠지.
갑자기 온몸이 짓눌리는 것처럼 바닥에 눌렸으니 말이다.
절대 실패할 수 없는 임무, 딱히 걱정할 것 없는 암살 대상.
그런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그래, 남 죽일 생각이면 자기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건 알아야지."
담담하게 말하며 내가 기사 중 하나를 짓밟자 몸이 크게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데이비, 이곳에서 피를 뿌리면.......
'그래서 칼 안 쓰잖아.'
피를 뿌릴 생각은 없다.
[5 서클]
[제로차지 썬더]
5 서클 근접계통의 고전압 충격 마법.
위력 면으로 치면 재생력이 어마어마한 트롤도 두어 방이면 훅 가는 화력.
그리고, 현재 5 서클까지 가용 가능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최상위급 마법이기도 하고.
최대한 소란 없이 깔끔하게 제압하기 위해선 이만한 것도 없으리라.
"커헉...... 무...... 무슨......."
그제야 자신들의 동료가 무엇에 당했는지를 깨달았는지 기사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한다.
동시에 있는 힘을 다해 내 구속에서 벗어난 이들이 나를 제압하기 위해 파고들어 왔다.
퉁.......
물론, 마법도 마법이지만 내 메인 전투능력 중 하나가 검이라는 것을 이들이 알 턱이 없다.
"컥?!"
콰지직!!!
또 한 명 깔끔하게 쓰러지는 것을 시작으로 한발을 또 내디딘다.
"자...... 잠깐!"
콰지지직!!!
"으히익!!"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고, 당장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남은 이들이 허겁지겁 등을 돌렸다.
하지만.
"내가 탑으로 간다, 등짝 좀 보자."
콰지지직!!
[고속 이동술]
[이형환위]
함부로 등을 보이면 쓰나.
순식간에 잔상을 남기며 파고든 내가 그들을 지나쳐 한발 내디뎠을 땐 이미 마지막 기사단원까지 모두 새카맣게 익어버린 후였다.
살 타는 냄새가 지독하게 풍기기 시작했다.
"잭."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
"시신들 치워. 그리고, 여기에 들어오는 적은 모조리 베어버려."
"이것도 계산할 겁니다."
"뭐 얼마나 큰 걸 부탁하려고 이러는진 모르겠다만, 일단 콜."
내 말에 언제나 있었다는 듯 서 있던 잭, 아니 아이나 헬리샤나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인 채 그대로 사라졌다.
"고르네오 남작님."
이어서 천막을 나서며 고르네오 남작을 부르자 그가 눈을 크게 뜨는 게 보였다.
눈앞의 상황을 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는 얼굴이다.
거 사람이 놀라는 것도 많으시네.
"남아서 치료 부탁합니다."
"데...... 데이비 왕자님은......."
"인간 아닌 놈들 구제 박멸하고 오지요."
내 말에 그는 그 자리에 선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 * *
치료소를 벗어나자 사방에서 붉은 제복의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게 보였다.
"상대는 기이한 전기를 다룬다! 신중히 제압하라!"
수는 대략 20여 명에서 30여 명.
하나같이 소드 익스퍼트 이상으로 보통의 존재들은 아니다.
게다가 현재 내 손엔 무기가 되어줄 홍단이도 청단이도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싸워 줄 수 있는 전력이라면 역시 아이나 헬리샤나를 떠올릴 수 있었지만 그녀에겐 치료소 내부에 침입하는 자들을 막으라는 명령을 내려놓은 상태였다.
-데이비.
"윈리에게 걸어둔 추적마법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짜증스레 중얼거린 나는 곧장 한 손을 허공에 뻗었다.
우웅!!
동시에 전신에서 활동하던 마나가 아주 얇고 커다란 파장이 되어 영지 전체로 퍼져나갔다.
무기가 부족하다면.......
"전원! 대상을 제거하라!"
푸슉!!!
"커헉?!"
가져오는 수밖에.
나를 향해 달려들던 기사 하나가 하늘에서 고속으로 낙하한 붉은 잔상에 몸이 반으로 갈려 나가며 그대로 추락했다.
스르릉.......
동시에 섬뜩한 쇠 울림과 함께 내 손에 붉은 잔상을 흩뿌리는 환두대도.
홍단이가 불길할 정도의 붉은 빛을 내뿜으며 잡혀들어왔다.
쌔애앵.......
푸욱!!
동시에 푸른 잔상이 허공을 가르며 두어 명의 기사를 그대로 베어버렸고 뒤이어 내 손에 빨려들어 오듯 잡혀 왔다.
[이도 이기어검술]
[자아 신검류]
[별무리 칼춤]
검을 허공에 띄워 다루는 기술에 자신의 자아를 가진 홍단이와 청단이를 이용한 간이 이기어검술.
남들이 보기엔 검이 마치 살아서 스스로 적을 베는 것처럼 보일 텐데.
사실 맞다.
곧바로 홍단이의 검 끝을 아래로 내리고 청단이를 역수로 틀어쥐어 검 끝을 하늘로 향하게 한 나는 미련 없이 왼발을 내디디며 기수식을 잡았다.
실상 나를 막는 이들에게 발목을 잡혀주고 있으면 시간 낭비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발목을 잡지도 못하게 처리하는 게 가장 좋으리라.
동시에 앞으로 내디딘 왼발에 폭발적인 힘이 가해지며 지면을 짓눌렀고 그 반동을 발판으로 내 검이 허공에 번뜩였다.
상대 전원이 익스퍼트라고?
펠리스티 공국으로 가던 중 만났던 암살자들이 이놈들보다는 강할 거다.
* * *
"크흐아악!! 자...... 잠깐! 잠깐, 기다!......."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기는 기사의 목이 허공을 날았다.
빠르게 이동하며 베어버린 기사의 수가 한둘이 아니다.
악의가 느껴질 정도로 아주 작정하고 배치해놓은 이들은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발목을 붙잡게끔 자리 잡고 있었다.
실제로, 내가 그저 그런 마스터였다면 아마 상당히 애를 먹고 시간을 빼앗기지 않았을까.
-어째서 그들이 율리스와 윈리 그 아이를 노린 게지?
"변명거리겠지."
"히익! 사...... 살려!"
촤악!!
고요한 숲 속. 어차피 거리낄 것 없기에 홍단이를 들어 상대의 목을 날려버렸다.
"의회원이 둘이면 그래도 고르네오 남작을 따르는 기사도 있었을 텐데."
이제 와서 보니 죄다 링튼 백작의 수하가 아닌가.
-변명거리?
"솔직히 그냥 떠오른 생각이라 웃기긴 하는데. 마냥 우리를 베어버리고 넘기기엔 직급이라는 게 있잖아."
윈리에게 걸어둔 보호마법은 계속해서 유지하기엔 효율이 너무 낮다.
현재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고작 5 서클 정도. 그렇기에 계속해서 걸어둘 수 없어서 추적마법만 걸어놨더니 이 꼴이 되어버렸다.
아니, 상대가 소드마스터라면 그 보호마법도 사실상 큰 의미는 없겠지만 말이다.
"율리스 그 양반은 적탑의 장로, 윈리와 나는 라운 왕국의 왕족."
-그렇지.
차갑게 식은 시신을 지나치자 거대한 나무 아래로 반쯤 열린 철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내가 오기 전에 먼저 도착했다는 뜻이리라.
지금 와서 떠올릴 수 있는 대상은.
율리스, 그 양반뿐일 것이다.
"그럼 조사가 들어오게 될 거야. 왜 죽었는지, 그 핑계로 가장 좋은 게 야적이나 몬스터의 습격. 오르뎀 영지는 두 가지가 다 가능해. 결과적으로 그 습격자에 의해 우리가 영지를 지키다가 모두 죽어버렸다고 한다면 적탑이나 라운 왕실이 어쩌겠어."
-그게 윈리를 납치해 간 것과 무슨 상관인 게야?
"음......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핑곗거리 정도."
담담하게 말하며 지하 내부로 빠르게 들어갔다.
작정하고 세워놓은 지하 기지인지 그 견고함이 상당하지만 가로막는 벽은 홍단이로 죄다 그어 날려버리며 진행을 계속했다.
"윈리가 행방불명이 된 거야. 그래서 멸재 기사단원들과 기사단장인 콜리오 백작이 윈리를 찾기 위해 영지를 비웠다."
그리고, 그사이에 습격이 있었다.
이정도면 일단은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치...... 침입...... 커헉!"
내 존재를 발견하고 소리치는 멸재 기사단원의 목에 손가락을 찔러넣자 그의 목이 마치 날카로운 무언가에 뚫린 것처럼 너덜너덜해졌다.
피를 울컥울컥 토하는 그를 걷어차 날려버린 채 또 한 번 벽을 그어 박살 내버리자 이번엔 커다란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법 넓은 공간이지만, 윈리의 위치를 대략 아는 내게 미로는 의미가 없었다.
길이 막혔다고? 단단한 벽으로 막혀있다고? 홍단이로 뚫고 가리라.
방해꾼이 나왔다고?
베어버리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거면 꼭 윈리 그 아이를 데려갈 필요는 없지 않았는가...... 그저 다 끝내고 그랬다고 하면 될 것을.......
페르세르크의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중얼거림이 들려왔지만 내 시선은 거대한 공동 아래에 고정되어 떨어지지 않았다.
참혹하다는 표현이 먹히지 않을 정도의 지독한 참상.
-세상에.......
눈에 보인 것은 수백 명은 되어 보이는 인간들이 실험침대에 묶여 기괴한 세포가 이식된 모습이었다.
"기사들이 나를 살려서 데려가려고 했던가?"
내 말에 페르세르크가 생각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왕 하는 김에 잘 구하기 힘든 고위마법사나 성흔 보유자도 입수하려고 했다고밖에 못 보겠네."
겁 없는 새끼들.
* * *
"이게 대체......."
치료소에 남은 고르네오 남작은 눈앞에서 펼쳐지는 일들이 아직도 쉬이 믿기지 않는지 혼란스러운 눈동자를 바꾸지 못했다.
"뭐하십니까."
그때, 그런 그의 상념을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사내의 목소리.
고개를 돌려보니 검은 무복에 얼굴까지 감싸는 복면을 쓴 사내다.
"자네는......."
"거래는 확실히 합니다. 당신은 당신이 할 일을 하세요."
잭의 말에 고르네오 남작이 움찔 몸을 떨었다.
"자네는 이 상황에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잭의 대답에 그가 눈을 크게 떴다.
"기사단들이 무언가 문제를 일으켰다고 눈앞의 환자를 버릴 겁니까?"
"그...... 그건 아닐세!"
"그럼 왜 멈추십니까. 데이비 님이 당신을 믿고 갔다면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해야지요."
"하...... 하지만 만약 멸재 기사단 전원이! 그리고 콜리오 백작이 이 일에 동조한 게 사실이라면!"
"사실이라면?"
"데이비 왕자님 또한 위험하지 않은가! 자네는 돕지 않아도 되는 건가?!"
고르네오 남작의 걱정은 지당했다. 전원 익스퍼트 이상급의 기사. 그리고 기사단장은 한때 쟁쟁하게 이름을 날렸던 소드마스터다.
그런 이들이 적으로 돌아섰는데 단신으로 무기도 없이 나갔다.
그가 생각 이상의 특이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그게 만능은 아닐 거라 생각하는 고르네오 남작이었다.
"누가 누굴 걱정하는 겁니까."
다만, 그런 고르네오 남작의 의견에 잭은 동의하지 않는 듯 보였다.
"뭐라?"
"데이비 왕자를 걱정해요? 하......."
감정이 느껴지지 않던 그의 입에서 처음으로 황당하다는 감정이 묻어났다.
"단적으로 말하건대 그 인간을 걱정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은 없을 겁니다."
"......."
그냥 1 더하기 1이 2라는 사실을 말하듯 너무도 서슴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