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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3화 (83/1,559)

# 83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4권 7화

도대체 데이비 왕자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처럼 위험해 보이는 암살자가 따르고 저렇듯 완벽한 신뢰를 받는 건지 그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고르네오 남작이 해야 할 일은 이제 정해져 있다.

"도대체...... 데이비 왕자의 정체가 무엇인가......."

"글쎄요. 그건 나도 알고 싶습니다만...... 정보원이 이렇게 함부로 정보를 내뱉는 건 사업방침에 어긋나지요."

"계, 계산 하시게!"

"그 인간, 도대체가 정체를 알 수가 없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혼수상태에 빠져 다 죽어가던 양반이 고작 몇 달 사이에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는 것밖에."

너무 황당한 정보에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있던 고르네오 남작은 곧 자신이 그저 잘못 들었기를 빌며 고개를 강하게 저어 보였다.

"좋네. 그럼 치료에 방해되는 이가 없게 반드시 지켜주게!"

서로 간에 할 일이 있다.

고르네오 남작은 그 사실을 인정했고, 망설임 없이 치료준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 * *

"데미 헬 파이어!"

통칭, 새끼 헬파이어라 불리는 5 서클 마법이 폭격을 가하듯 복도 전체를 불태웠다.

화력은 전설에나 나오는 9 서클 헬파이어에 비하면 쥐뿔도 미치지 않는 화력이겠지만.

익스퍼트들을 상대로는 이만한 화력도 굉장한 공격이 되기 마련이다.

"끄아아악!!!"

동시에 화염에 휩쓸린 기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다가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쿨럭쿨럭!"

창백해진 얼굴로 비틀거리며 격한 기침을 토해낸 율리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라면 절대 인간을 향해 사용하지 않았을 마법들이었다.

마법은 언제고 생명을 간단히 지워버릴 수 있다.

그렇기에 사용에 신중하라.

그것이 율리스가 제 스승에게 배운 말이었다.

하지만 필요할 때조차 사용하지 못한다면, 마법을 배운 의의는 도대체 어디 있을까.

누군가를 지키고 탐구하기 위해 배운 마법이다.

단 한 순간에 그의 가슴속에 들어와 떨어져 나가지 않는 이조차 지키지 못한다면 장로로서 실격이리라.

윈리가 사라진 직후 그는 그 흔적을 따라 빠르게 영지를 벗어났다.

자신밖에 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는 과감하게 선택했다.

그리고, 자신을 견제하는 기사들을 쫓아 정체 모를 시설까지 들어왔을 때.

그는 거대한 유리 안에 펼쳐져 있는 참혹한 장면에 얼굴이 파리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링튼 백작이라는 자는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사이코패스였던 모양이었다.

"커헉!"

쿠당탕!!

두꺼운 문을 일거에 부수며 기사단원 하나가 새카맣게 타 나뒹굴었다.

과도한 마나 소비로 지칠 대로 지친 율리스는 스태프를 지팡이 삼아 몸을 겨우 가누며 내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를 맞이하고 있는 건 붉은 제복을 입고 검을 빼 든 채 도열하고 있는 멸재 기사단 수십여 명과 그 중앙에 서 있는 기사단장이었다.

"콜리오 백작...... 윈리 왕녀는 어디 있는가!!"

그의 외침에 콜리오 백작은 말없이 고개만 까딱였다.

그곳에는 기절 당한 채 포박당해있는 윈리와 그녀의 곁에 느긋하게 서 있는 링튼 백작이 있었다.

평소에 하던 대로 식은땀을 닦아내는 버릇을 보이던 링튼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설마 이렇게 대놓고 낚여올 줄은 몰랐는데 말이오."

"링튼 백작! 당신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나 알고 있는 거요?!"

그의 외침에 링튼은 그저 어깨만 으쓱였다.

"뭐, 서로 윈윈하자는 겝니다. 너무 열 내지 마시오. 서로서로 좋은 거요."

"이 엿 같은 상황 어디가 윈윈하는 겝니까!"

격노하는 율리스의 외침에 링튼이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다고 생각하지 않소? 데이비 왕자는 죽어서 인류의 의학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게요. 그리고 나는 그 업적을 받아 뛰어난 명성을 가지는 게고."

"......."

"그리고 율리스 5급은...... 전례 없던 뛰어난 실험체가 되어 또한 인류를 위해 이바지하는 게지. 이만큼 완벽한 윈윈이 어디 있소?"

놀리는 듯한 그 말투에 율리스는 절로 이가 빠드득 갈렸다.

"어떻소, 이만하면 완벽하다고 생각하는데. 쓸데없이 저항하지 말고 협조하시는 게."

콰앙!!!

이어지는 링튼의 말은 끝맺어지지 않았다.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날아든 시뻘건 화염 덩어리가 그의 앞에서 폭발한 것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날아든 기사단원들이 막아낸 덕분인지 결국 링튼의 몸에는 아무런 타격도 가하지 못했다.

"이런...... 마음에 안 드시었소?"

"듣기 힘든 개소리는 사양하겠습니다!"

격노하는 율리스의 안광이 흉흉하게 빛났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흉흉한 마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쯧...... 끝까지 반항이라니, 콜리오 백작. 최대한 상처 없이 제압하시오. 살아있어야 실험체로서의 효율이 더 높아지는 법이니."

그의 말에 콜리오 백작이 묵묵히 검을 들어 율리스를 향해 가리켰다.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도열하고 있던 기사단원들이 그를 향해 덤벼들었다.

* * *

벌써 몇 명을 태워죽였는지.

"쿨럭."

피를 울컥 토한 율리스는 제 몸을 난자한 검의 상처에 몸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내렸다.

그가 가지고 있던 마나는 대부분 소진되었고, 그의 애병이던 스태프 또한 무리한 마나의 사용과 과도한 방어로 인해 여기저기 금이 가고 마나석이 빛을 잃은 후였다.

"오래도 버티셨군."

다만, 이렇게 필사적으로 대응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링튼에게 한 번의 공격조차 성공시키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를 노리고 덤벼드는 기사단원들을 전부 해치우지도 못했다는 말이 맞으리라.

하나하나가 익스퍼트 이상.

개중 정예라도 모았는지 중 상급 이상의 실력자들이 대부분이다.

율리스의 경지는 그들보다는 뛰어난 편이었다.

실제로 그는 마스터의 벽을 두드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문제는 아직 마스터 급인 6 서클에도 도달하지 못한 몸으로 버티는 데엔 한계가 있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쿨럭! 커헉!"

격하게 각혈하며 무너져 내린 율리스가 숨을 헐떡이자 천천히 그의 곁으로 콜리오 백작이 다가왔다.

그는 처음 검을 뽑은 이후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한 명을 상대로 차륜전이라도 펼치듯 공격하는 익스퍼트 급 기사단원들의 공격에 모조리 막힌 것이다.

"그러기에 왜 여기까지 왔소."

마치 타박하듯 묻는 그 모습에 율리스가 힘없이 피식 웃어 보였다.

"지키러 왔습니다."

"누굴 지키겠다고. 저 왕녀를? 아니면 영지에서 죽어 나자빠져 있을 영지민? 지금쯤이면 끌려오고 있을 데이비 왕자?"

그의 말에 율리스의 눈이 크게 뜨여진다.

"그...... 게 무슨......."

"율리스 장로. 멍청이도 아니고 저자가 아무런 대책도 없이 그냥 왔다고 생각했소? 이미 영지민은 남겨둔 기사단원에 의해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모두 도륙당했을 거요."

"으...... 으으......."

콜리오 백작의 말에 율리스의 눈에 핏발이 섰다.

"으으아아아!!"

그리고 피를 토하듯 소리를 지르며 몸을 일으키려 애썼다.

촤악!!

하지만 이어지는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커헉......."

"한 명이라도 지키고 싶었으면 도망을 쳤어야지. 한 명이라도 더 데리고 그 영지를 벗어나 최대한 멀리 도망갔어야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씁쓸한 어조로 말하는 그의 모습에 율리스는 쓰러진 채 분노한 눈으로 콜리오 백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의식이 흔들거리는 그를 보던 링튼의 조롱이 귓가에 들려왔다.

"혹시 율리스 5급께선 자신이 나서서 모두를 구해야 한다고 여긴 게요? 아니면...... 이 왕녀에게 무슨 감정이라도 품고 계시었소?"

"......."

"그렇다면 정말 멍청이로고! 아하하하하!"

노골적으로 비웃는 링튼의 행동에 동화되기라도 한 것일까.

도열하고 있던 기사들 사이에서 옅은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내 눈치 상으로는 후자 같소만...... 뭐, 얼굴은 반반하니 봐줄 만하군."

그리 말하며 기절한 윈리의 뺨을 툭툭 두드렸다.

"으아...... 으아아, 으아아아아악!!!"

그 모습에 율리스가 괴성을 지르며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콜리오 백작에 의해 다리의 힘줄이 끊어져 버린 그로서는 일어서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걱정하진 마시오. 지금 보니 제법 마음에 드는군. 내 두고두고 유용한 실험체로 써드리리다."

"링튼!!!"

그저 쓰러져서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는 율리스는 핏발이 선 눈으로 이를 악물었다.

마법사는 신을 믿지 않는다. 하지만 신을 믿어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그 신에게 빌고 싶었다.

당장 이 몸을 일으켜달라고, 그것도 안 되면.

"처리하시오. 콜리오 백작. 죽지만 않으면 되오. 죽지만 않으면."

"......그리하지요."

콜리오 백작의 검이 높이 들려 올려지는 것을 보며 율리스는 점차 흐릿해지는 시야 너머로 공허한 시선을 보냈다.

스륵.......

그때였다.

징징 울리는 귓가로 아주 미약하게 무언가가 잘려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누구도 눈치 못 챈 듯했지만, 율리스의 귀에는 어째서인지 그 소리가 너무나 선명하게 들려왔다.

소리의 근원지는 다름 아닌 그의 바로 뒤였으니 말이다.

"세상은 혼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게요!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하기엔 너무 늦었소이다. 하하하하!"

기분 좋은지 대소를 터뜨리는 링튼의 목소리와 함께.

콜리오 백작의 검이 내리쳐졌다.

퉁!!!

하지만 그의 검이 허공에서 완전히 낙하하기도 전, 묵직한 무언가가 잘려나가는 소리와 함께.

검은 무언가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또 너무도 부드럽게 밀고 들어왔다.

"틀렸어, 사람만도 못한 새끼야. 홀로 대적하기엔 너무 강대한 적이라는 건 너희들 해당 사항이 아니야."

[마왕 유르그 식(式) 붕권]

[즉석 변형 침투공]

뿌드득.

[명치 존나 세게 치기]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검붉은 화염이 순간적으로 일렁이며 검은 신형을 지닌 이의 주먹이 콜리오 백작의 명치를 강타했다.

34. 어딜 도망가나.

인간의 급소는 대부분 중앙에 몰려있다고들 한다.

백회, 인당, 인중, 비중, 명치, 단전, 낭심.

뭐가 되었건 제대로 맞으면 골로가는 건 똑같다.

콰앙!!!

묵직한 파괴음과 함께 일대가 검붉은 화염으로 일렁였다가 사라지며 서서히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데...... 데이비......."

바닥에 쓰러진 율리스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에 페르세르크가 짧게 혀를 찼다.

-죽기 직전이로고.

안타까운 목소리에 나는 미련 없이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기도를 읊기 시작했다.

[당신의 어린양이 청하옵건대, 짱짱한 은총을 좀 빌려 갑니다.]

여전히 불경하기 짝이 없는 기도문.

하지만, 이어지는 힘은 절대 장난이 아니었다.

[7 위계 성마법]

[생츄어리]

광대역 지속 회복 필드.

우웅!!!!

묵직한 소리와 함께 몸에서 백색의 기운이 빠져나와 율리스가 있는 장소 일대를 뒤덮으며 한 가지 영역을 만들어낸다.

인간이 가지고 있던 고유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7 위계의 기적.

보통 신성력을 사용한 회복마법으로도 되돌리기 힘든 부상은 존재한다.

아무리 쏟아부어도 흉터 정도는 남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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