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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84화 (84/1,559)

# 84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

- 4권 8화

다만, 7 위계 이상 초고위 성마법엔 그런 계통을 무시하는 은총 또한 존재했다.

현재 내가 가진 세 가지의 힘.

신성력과 사령 마나, 그리고 일반 마나 사이에서 아이러니하게 가장 큰 성장을 이룬 것은 신성 마법이니까.

그놈의 9 위계 성마법을 사용한 덕분이지만.

의식을 잃어가던 율리스는 갑작스레 제 몸을 덮는 따스한 기운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데...... 데이비 왕자님?"

"거 이 와중에도 왕자님 붙입니까."

"예?"

"감사합니다."

짧은 내 감사에 그의 얼굴에 얼이 빠졌다.

"은혜는 잊지 않아요."

그리 말한 뒤 한 손을 뻗어 청단이를 천천히 뽑아냈다.

"그리고 원수도 잊지 않고."

의외로 낮게 흘러나온 내 목소리에 그의 얼굴에 놀라움이 어린 듯 보였다.

* * *

[일격을 꽂아넣더라도 가장 큰 타격을 주는 곳에 후려 까는 게 최고인기라.]

'근데 이 기술들은 여기 와서 만든 거라고 했습니까?'

[아, 그래, 이바가 취미 삼아 만드는...... 그 있잖아. 스틱맨! 그걸 보고 번뜩해서 만든 기다.]

이 말도 안 되는 격투술이 고작 x라맨을 보고 만든 것이라니.

새삼 놀라울 지경이다.

일순간 내게 맞아 벽에 처박힌 채 침묵하는 콜리오 백작을 느긋하게 바라보던 나는 멍한 얼굴로 굳어있는 기사단원을 지나쳐 링튼 백작에게 향했다.

"데이비 왕자? 어떻게 여기......."

"사람이 말이야. 겁도 없이."

서걱!

"응? 커헉!?"

투쾅!!

"윈리에게 피 튀기니까 저리 꺼져."

일순간 한쪽 팔이 날아가 버린 링튼이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그가 패닉에 빠져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날아든 무형의 강력한 바람이 그의 몸을 후려쳐 뒤쪽 벽면까지 날려버렸다.

"죽지 말고 살아."

직접 살을 헤집어줄 테니까.

뒷말을 삼킨 채 내가 정면에 있는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사람 하나를 상대로 몇 명이 다굴을 친 건지."

아무리 맹자 가라사대 다구리 앞에 장사 없다고 한다지만.

-그 맹자라는 인간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만,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데.......

가볍게 무시해 넘기니 그녀가 입을 삐쭉였다.

"흐아아악!! 흐으...... 끄으으!!"

저 멀리서 정신을 못 차린 채 비명을 지르는 링튼, 그리고 벽에 처박혀 쉽게 일어서지 못하고 있는 콜리오 백작, 마지막으로 벙찐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기사단원들.

제법 흥미로운 광경이다.

"데...... 데이비 님이 어떻게 여기에...... 아니 그보다 피하십시오! 이들은 위험합니다!"

느긋한 내 표정에 율리스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일단 본인 몸이나 챙기시죠."

"데이비 님!"

"뭐, 뭣들하느냐! 저 빌어먹을 놈을 죽여!! 죽이라고!!"

바닥에 쓰러져 버둥거리며 링튼이 악을 쓰듯 외쳤다.

그러자 눈치를 보던 기사들이 이내 긴장한 시선으로 검을 들어 올렸다.

"데이비 님!! 이들은 전부 차륜전의 대가들입니다! 조심!......."

"커헉......."

"끄헉......."

그래 봐야 익스퍼트 급.

검에 한해선 상당히 깨달음의 차이가 크다.

생각보다 검을 쓰는 기사라는 건 마나를 그렇게 많이 보유하는 직종이 아니니 말이다.

기본적인 육체 능력의 차이를 생각해야 하긴 하지만 그동안 내가 놀고 있었던 것도 아니거니와.......

'쓰읍, 스트랭스 버프가 3개나 날아갔네.'

연달아 중첩으로 몸에 새겨넣는 무식한 버프 마법, 그리고 홍단이의 예리함이 그것을 커버해 주고 있다.

히트 앤 런 방식을 고수하며 파고든 그들은 내 공격을 한 번 막고 물러나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오러와 검째로 목이 날아가고 나서야 내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요즘 차륜전은 자폭세례인가?"

빈정거리듯 묻자 기사들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붉은 잔상과 함께 붉은 눈동자가 한 번 번뜩일 때마다 제 동료들이 피를 뿌리며 죽어가니 어지간한 이들은 함부로 덤벼들기 두려웠으리라.

"뭐...... 뭐야 이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율리스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었다.

"데이비 왕자님...... 당신 무슨......."

그에겐 지금 상황이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눈앞에서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으니까.

"흐윽...... 뭣들 해! 어서 놈을 죽여!!"

비명을 지르듯 소리치는 링튼의 말에도 불구하고 이번엔 기사들도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는 게 훤히 보일 지경이었다.

단 두 번의 공세에 3분지 1이 피를 뿌리며 쓰러진 마당에 차륜전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치고 빠지고 공세를 바꾸어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것이 차륜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한번 견제를 위해 파고들었다 하면 무더기로 죽어 나가 버리니 이건 차륜전을 이용한 대적이 아니라.......

불나방과 같다.

"흡......."

"뭔가 이상하지?"

내 말에 기사단원들이 크게 움찔거렸다.

"맞아, 정확히 봤어."

동시에 청단이와 홍단이를 잡고 바닥을 향해 강하게 진각을 내리밟았다.

"홍단이, 청단이, 놀 시간이다."

[홍다니 놀거야아!!]

[처...... 청다니도! 도울 거야!]

[초중검]

[이검술]

[산맥 쪼개기.]

쩌적!!

일 검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내리 베는 종 베기 태산 쪼개기가 두 자루의 환두대도를 타고 두 번의 파도가 되어 내리꽂혔다.

순식간에 거대해지는 거대한 오러 블레이드에 놀란 멸재 기사단원들이 급히 오러를 피워 올려 막아섰다.

한 명이 막기 힘들면 두 명이,

두 명이 막기 힘들면 그 이상이.

반사적으로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사단 전원이 덤벼들었지만 저들은 한 가지를 간과하고 말았다.

'벤다.'

서걱.......

단순히 힘이 밀려서 베어지는 게 아니라 아예 종잇장을 잘라버리듯 오러 채로 갈라버리는 검의 여부를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간과한 그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 본 것은 높아진 시야, 그리고 머리를 잃어버리고 무너져 내리는 자신들의 몸뚱어리였다.

촤악!!!

섬뜩한 소리가 사방에 퍼지며 하얗던 벽면과 바닥이 새빨갛게 변했다.

참혹한 학살의 현장이지만 마냥 이런 모습을 보고 구역질을 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서걱.

주변이 정리되기가 무섭게 곧바로 윈리의 곁으로 다가간 나는 홍단이를 그어 윈리의 몸을 포박하고 있던 밧줄을 끊어낸 뒤 녀석을 안아 들고 율리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으응......."

그 짧은 뒤척임 때문일까.

내 품에 안겨 기절해있던 윈리의 눈이 파르르 떨리며 천천히 뜨여졌다.

"아...... 오...... 라버니?"

짧은 탄성을 흘리며 나를 올려다보던 그녀가 내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친 덴 없고?"

"네? 아아...... 네."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멍하니 중얼거리던 윈리는 곧 코를 찌르는 지독한 혈향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곤 사색이 된 얼굴을 했다.

"오...... 오라버니! 이게 무슨...... 꺄악! 오라버니!!"

놀란 얼굴로 중얼거리던 윈리가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그녀가 바라보는 곳은 내 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 등 뒤로 지독한 살기와 함께 방금까지 기절해있던 콜리오 백작이 검을 휘두르는 게 보였다.

카앙!!!!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막아냈다곤 하지만 버프 마법의 효능으로도 확실히 그의 근력을 따라가기엔 조금 무리수가 있었는지 내 몸이 상당 거리 밀려나고 말았다.

"오...... 오라버니! 괜찮으세요?!"

어찌나 놀랐는지 눈이 동그랗게 뜨여져 있는 윈리는 당장 내 몸에 생채기 하나라도 났다면 울음을 터뜨려버렸을 만큼 위태로워 보였다.

"율리스 님."

"......."

이에 나는 조용히 율리스를 불렀고 그의 곁에 윈리를 앉혀 준 뒤 조용히 말했다.

"윈리가 다치지 않게 해주세요."

"마...... 맡겨주십시오."

떠듬거리며 답하는 그에게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 준 내가 목을 가볍게 꺾었다.

뚜둑...... 뚜둑.

뻑뻑한 뼈마디가 비틀리며 묵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거 소드마스터가 치사하게 뒷치기나 하고."

"네놈, 그 검은 마검이더냐."

마스터라곤 생각하지 못하는 건지.

"애송이가 가지고 놀기엔 너무 위험한 검이구나."

"애송이는 무슨."

"그 검은 내가 가져가도록 하겠다."

단호하게 말한 그가 섬뜩한 살기를 띠며 그대로 다시 덤벼들어 왔다.

기습이 막혔다고 해도 그는 소드마스터. 애초에 정면승부가 특기인 남자가 아니던가.

그리고, 나 또한 정면 승부가 특기인 케이스.

'그냥 베면 너무 빨리 죽잖아.'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내려다보던 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양손에 있던 홍단이와 청단이를 집어 던졌다.

그 방향은 콜리오 백작의 뒤편. 링튼 백작이 있는 곳이었다.

푸욱!!

"끄아아악!!!"

슬금슬금 도망치던 링튼이 다시 벽에 처박히고 그 비명에 놀라 주춤한 콜리오 백작의 틈을 향해 파고든다.

그리고 강하게 진각을 밟았다.

투쾅!!!

비어있는 명치에 또 한방.

"커억!! 끅!"

바닥을 몇 차례나 뒹굴며 숨을 쉬지 못해 꺽꺽거리면서도 힘겹게 일어나는 그의 근성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다만 때려도 일어나는 오뚝이 샌드백이 되어준다면야 나로서는 환영할 뿐이다.

퍼엉!!

"끄읍!"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다시 한 번 그가 튕겨 나갔다.

정확히 명치에 파고든 주먹에 그는 변변찮은 방어조차 못 한 채 바닥을 굴러다녔다.

숨조차 쉬기 어려운데 방어가 쉬울 턱이 있나.

그리고, 그가 자세를 다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순간은.

"끄윽?!"

여지없이 내 주먹이 명치를 노리고 파고든다.

"끄윽...... 끅!!"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이를 악문 그가 비틀거리다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이...... 이놈!!!"

격하게 분노하며 그가 소리 질렀다.

"명치는 그만 노려라, 이 치졸한 놈!!"

발작적으로 외치는 그의 모습에 나는 바닥을 박차며 반쯤 무릎 꿇은 그에게 파고들었다.

반사적으로 검까지 놓친 손으로 명치를 보호하지만.......

이번엔 주먹이 아니라 무릎이 그의 가드를 박살 내며 파고든다.

"싸움에 치사하고 자시고가 어딨어."

또다시 명치에 묵직한 한방이 작렬했다.

* * *

소드마스터라 연달아 내리꽂히는 급소 타격에도 버틴 것인지.

제법 맷집은 있지만 사실 실망스러울 정도로 그의 힘은 약한 편이었다.

그의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과거에 맹위를 떨치던 린디스 제국의 장군이었고, 그 후엔 황실 기사단장으로써 이름을 날리곤 했으니 말이다.

다만, 지금의 그는 처음 봤을 때부터 눈치챘던 부분이지만 예전 힘의 반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무리하게 제 경지를 끌어올리다가 실패한 자의 말로는 으레 그렇듯 다 똑같은 법이지.

검술의 시한부를 선고받은 이.

스스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경지를 끌어올리려 한 자들이 겪는 주화입마.

이 세계에는 주화입마라는 단어가 없지만 현상 자체는 비슷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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